목록좌파 (97)
SF 생태주의
르네 바르자벨이 쓴 은 소설 내용이 무엇인지 제목으로 드러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죠. 엄청난 재난은 문명을 덮치고, 쓰러지는 문명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문명이라는 안락한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기 원하나, 엄청난 재난은 그들을 계속 문명 밖으로 몰아갑니다. 사람들은 결국 안락한 울타리에서 쫓겨나고, 온갖 가혹한 상황들에 직면합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울타리 안에서 그들이 뒤집어썼던) 가면과 위선과 형식을 벗어던지고 본모습을 드러내죠.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보여주는 여러 특징들 중 하나는 이겁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인류 문명을 무너뜨릴 수 있고, 그래서 다양한 가면과 위선과 형식을 벗길 수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이른바 문명인을 순식간에 야만인으로 몰..
수많은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강조합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 좋은 말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은 무엇을 뜻할까요? 아마 사람들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를 떠올릴 겁니다. 오른쪽과 왼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것. 양쪽을 똑같이 저울질하고 똑같이 비판하는 것. 사람들은 이런 자세를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를 똑같이 비판하고,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좌파에 속하고 좌파를 두둔한다면, 이건 객관적이지 않고 당파적인 것처럼 보이죠. 저는 이런 시각이 꽤나 지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는 태도가 공정하다는 시각이..
아서 클라크에 관한 비평들을 찾아보면, 비슷한 수식어들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는 거시적인 상상력으로 경외적인 우주 문명을 노래하는 작가입니다. 아서 클라크가 쓴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독자들은 관조적으로 인류 문명을 바라보고 이성적이고 거대한 우주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서 클라크는 우주가 무조건 인자하다고 말하지 않으나, 이성을 믿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지혜로운 외계 문명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런 외계 문명 앞에서 인류는 오만하고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오만하고 초라한 인류 역시 발전할 수 있고, 이성적이고 현명한 미래 문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종종 아서 클라크는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아마 세계 대전과 냉전을 거치는 동안 그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졌을지 모릅니다..
예전에 메갈리아 논쟁이 한창 시끄러웠을 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메갈리아를 비난했고, 그들이 잘못했다고 떠들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메갈리아를 비난하는 이유는 메갈리아가 매우 폭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메갈리아는 험악한 단어들을 쏟아냈고,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퍼부었습니다. 그게 미러링 전술이든 어쨌든, 메갈리아는 굉장히 폭력적으로 보였고, 그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메갈리아가 폭력적이라고 들먹였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이유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메갈리아가 폭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메갈리아를 비난했을까요. 정말 사람들이 폭력을 반대할까요. 정말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폭력에 관심이 많을까요. 글쎄요, 저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폭력에 반대하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
광선총, 우주 함대 전투, 외계 침략자. 많은 사람들은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저런 것들을 떠올릴 겁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다른 것들을 떠올리지 모릅니다. 구글링 이미지에서 '사이언스 픽션'을 검색하면, 다양한 미래 도시들, 우주 탐사선들, 외계 행성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구글링 이미지가 꽤나 대중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모든 사람이 광선총이나 외계 침략자만을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적어도 광선총이나 우주 함대 전투나 외계 침략자가 사이언스 픽션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죠. 무엇보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사이언스 픽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 전쟁으로 이어지고요. ..
종종 SF 독자들은 로버트 하인라인이 헛갈린다고 말합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이 SF 소설들 속에서 다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인라인은 에서 군인들이 운영하는 사회를 묘사했고, 에서 자유로운 히피를 묘사했습니다. 한편으로 자유인들이 억압적인 지배자들에게서 맞서는 혁명 역시 그렸죠. 이나 는 그런 소설입니다. 이런 소설은 군인들과 폭력을 예찬하는 와 전혀 다르게 보이고요. 한편으로 로버트 하인라인은 철저하게 미국적인 가치를 숭상하는 것처럼 보이나, 같은 소설에서 자본주의와 대의 제도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듯합니다. 사실 로버트 하인라인은 민주당의 주의회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소설과 민주당의 이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은 (공화당에 비해) 민주..
전쟁이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아마 누군가는 그게 공상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네, 그래서 SF 작가들은 정말 전쟁이 없는 세상을 묘사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공상 과학이 아니라 상상 과학이나, 어쨌든 SF 작가들은 전쟁이 없는 설정을 구상했어요. 방법들은 다양합니다. 어떤 작가는 인류 문명을 다시 시작합니다. 대재앙이 인류 문명을 덮치고, 찬란한 첨단 문명은 멸망합니다. 사람들은 과학 기술들을 잃고 고대나 중세 수준으로 돌아가요. 하지만 진짜 고대나 중세와 달리, 이 '새로운 중세'에는 노예나 하인이 없습니다. 귀족이나 왕족 역시 없습니다. 새로운 중세 사람들은 첨단 문명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지배 계급이 없는 문명을 이룩합니다. 지배 계급이 없기 때문에 소소한 갈등들은 벌어질지 모르나..
사이언스 판타지는 정치적 올바름에 휘말리기 쉬운 장르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에는 여러 종족들이 등장하고, 어떤 종족은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검마 판타지 역시 별로 다르지 않죠. 가령, 백인 우주 탐사대가 어떤 외계 행성을 방문했다고 가정하죠. 그 행성에는 마치 흑인 원주민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살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이 흑인 원주민처럼 생긴 외계인들은 성깔이 드럽고 못되처먹었기 때문에 선하고 정의로운 백인 탐사대를 공격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소설을 썼다면, 아마 그 소설은 정치적 올바름에 휘말릴 겁니다. 흑인 원주민을 차별하는 소설이라고 비판을 받겠죠. 그리고 정말 19세기부터 장르 소설가들은 그런 이야기를 썼습니다. 헨리 라이더 해거드부터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존 로널드 톨..
가끔 저는 '빼앗긴 자들'이라는 소설 제목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은 사회주의 공동체(무정부적인 노동 조합주의)를 묘사하는 소설입니다. 소설 속에서 아나레스 사람들은 소유하려는 욕심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자기 중심적이라거나 소유적이라는 말은 모욕이 됩니다. 아나레스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자기 중심적으로 굴지 말라고 말합니다. 아나레스 사람들은 서로 욕할 때, 소유주의자라고 욕해요. 따라서 저는 이 소설에게 '빼앗긴 자들'보다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훨씬 소설 내용에 어울려요. 어쨌든 아나레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소유하는 동시에 소유하지 않습니다. 서로 모든 것을 함께 소유하기 때문에 사적인 소유를 최대한 멀리할 수 있죠. 그게 과연 바..
소설 는 토비와 렌이라는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토비와 렌을 번갈아 조명하고, 어떻게 두 여자가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지 보여주죠. 소설 배경은 폭력적인 디스토피아이고, 수많은 약자들은 혼란 속에서 살아갑니다. 토비와 렌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능력이나 힘이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 지나지 않아요. 토비는 어른이기 때문에 세상만사를 좀 더 자세히 꿰뚫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가혹한 시련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지 못합니다. 렌은 10대 소녀이고, 덕분에 세상 풍파에 그저 휩쓸릴 뿐입니다. 만약 렌이 좀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목숨을 건지지 못했을지 몰라요. 아니,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좌절을 느꼈을지 모르죠. 이런 디스토피아에서 토비와 렌 같은 평범한 여자는 성 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