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감상, 분류, 규정/그 여자와 그 남자의 논의들 (6)
SF 생태주의
[계절은 12월 후반. 여기는 어떤 아파트의 안방. 안방에는 침대와 옷장과 작은 서랍 탁자와 텔레비전이 있다. 침대가 있음에도,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다. 바닥에는 두툼한 이불들과 담요들이 있다. 온갖 장난감들은 나머지 공간들을 차지했다. 다양한 목재 블록들,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블록들, 토끼 인형과 고양이 인형과 곰 인형. 여러 종이들에는 어설픈 낙서들이 있다. 낙서들 옆에는 옥토넛 탐험선 A와 페이소와 트윅 장난감이 있다. 이불 위에는 어떤 20대 초반의 여자와 7살짜리 여자 아이가 누워있다. 여자는 도톰한 티셔츠와 길다란 면 치마를 입었다. 아이는 수면 조끼와 잠옷을 입었다. 여자는 일어나고 전등 단추로 다가간다.] 이모: 자, 이제 나는 불을 끌 거야. 숫자 시작~. 조카: 셋, 둘, 하나. 끄세..
[11월 중반. 여기는 지하 쇼핑몰의 어떤 대형 서점 앞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지하 쇼핑몰을 들락거리고 대형 서점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쇼핑몰 통로는 넓고 번잡하고 요란하다. 대형 서점 입구 역시 번잡하고 요란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서점 안은 조용하다. 사람들은 조용히 돌아다니거나 책들을 고르거나 책들을 읽는다. 배경 음악은 낮고 잔잔한 파헬벨의 바이올린 연주이다. 어떤 여학생과 어떤 남학생은 천문 과학 서가를 둘러본다. 서점은 방대하나, 천문 과학 서가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여학생과 남학생은 아무 책이나 집어들고 대충 훑어보고 다시 내려놓는다.] 남학생: 여기를 봐. (손을 휘두르고 천문 과학 서가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화성 개척 서적들이 꽤나 많아. 그래, 인류는 화성으로 진출할 거야. 외계 ..
[계절은 11월 초반. 여기는 시내 중심가. 전형적인 거대 도시의 번화가이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들과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넓은 8차선 도로는 다소 특이하다. 거대 화물 트럭부터 작은 승용차까지, 8차선 도로에는 온갖 차량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왼쪽 차선에는 차량들이 없다. 거기에는 차량들 대신 사람들이 있다. 차량들은 일곱 차선들을 이용하고 사람들은 나머지 한 차선을 이용한다. 그들은 시위대이다. 그들은 탈핵 시위대이다. 차선에서 전투 경찰들은 일렬로 서있고 도로 상황과 인파와 시위대를 지켜본다. 인도에서 사람들 역시 시위대를 지켜보고 수군거린다. 종종 시위대는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을 쳐다본다. 어떤 남학생 역시 시내 버스와 버스에 붙은 드라마 광고를 쳐다본다. 남학생..
[계절은 11월 초반. 여기는 시내 중심가. 전형적인 거대 도시의 번화가이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들과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넓은 8차선 도로는 다소 특이하다. 거대 화물 트럭부터 작은 승용차까지, 8차선 도로에는 온갖 차량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왼쪽 차선에는 차량들이 없다. 거기에는 차량들 대신 사람들이 있다. 차량들은 일곱 차선들을 이용하고 사람들은 나머지 한 차선을 이용한다. 그들은 시위대이다. 그들은 탈핵 시위대이다. 차선에서 전투 경찰들은 일렬로 서있고 도로 상황과 인파와 시위대를 지켜본다. 인도에서 사람들 역시 시위대를 지켜보고 수군거린다. 탈핵 시위 참가자들은 여러 종이 팻말들을 들었다. 모두 핵 폐기물에 반대하는 문구이다. 시위대 속에서 어떤 여학생과 어떤 ..
[대학교 주변의 먹자 골목. 기말 고사가 끝나고 아직 방학이 시작하지 않은 12월 중반. 크리스마스가 멀었음에도, 수많은 상가들은 이미 캐롤송들을 틀고,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걸고, 연말 이벤트들을 진행하는 중이다. 반면, 먹자 골목의 어떤 탁주 술집은 그런 분위기에 상관하지 않는다. 술집 안에서 여러 학생들은 이런저런 탁주들을 마시는 중이다. 약간 구석진 탁자에서 어떤 여학생과 어떤 남학생 역시 동동주를 마시는 중이다. 동동주를 마시는 동안 두 사람은 작은 태블릿 PC 화면을 들여다본다.] 남학생: (태블릿 PC 화면에서 시선을 뗀다) 자, 봤지? 는 이런 게임이야. 게임 플레이어는 소녀를 조종하고, 물에 잠긴 폐허를 돌아다니고, 각종 물품들을 찾아야 해. 사실 게임 플레이는 까다롭지 않아. 너는 비디오..
[물에 잠긴 무너진 도시. 울창한 자연 생태계. 기이한 해양 동물들. 적막한 분위기. 쪽배를 타는 소녀.] [어떤 대학교 교정. 10월 초반. 아침. 맑은 날씨. 교정 벤치에서 어떤 남학생은 소설책을 읽는 중이다. 어떤 여학생 등장.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다가간다. 여학생은 벤치에 앉고 인사한다.] "안녕, 형. 여기에서 뭐하는 중이야? 어머, 그게 무슨 소설이이야?" "이거? 이건 제프 밴더미어가 쓴 야. 저번에 너는 이게 인상적인 소설이라고 말했지. 그래서 나 역시 이걸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 교양 과목 수업들 중에서 문학 비평 수업이 있기 때문이야. 게다가 요즘에 다들 페미니즘 소설에 관심을 기울이지. 나는 제프 밴더미어를 잘 모르나, 나는 제프 밴더미어가 페미니즘 작가들에게 친숙하다고 들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