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테라포밍 마스>와 우주 속의 모사사우루스 본문
[계절은 11월 초반. 여기는 시내 중심가. 전형적인 거대 도시의 번화가이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들과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넓은 8차선 도로는 다소 특이하다. 거대 화물 트럭부터 작은 승용차까지, 8차선 도로에는 온갖 차량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왼쪽 차선에는 차량들이 없다. 거기에는 차량들 대신 사람들이 있다. 차량들은 일곱 차선들을 이용하고 사람들은 나머지 한 차선을 이용한다. 그들은 시위대이다. 그들은 탈핵 시위대이다. 차선에서 전투 경찰들은 일렬로 서있고 도로 상황과 인파와 시위대를 지켜본다. 인도에서 사람들 역시 시위대를 지켜보고 수군거린다. 탈핵 시위 참가자들은 여러 종이 팻말들을 들었다. 모두 핵 폐기물에 반대하는 문구이다. 시위대 속에서 어떤 여학생과 어떤 남학생 역시 노란 팻말을 들었다. 여학생의 문구는 <미래의 우리 후손들과 자연 환경은>이고, 남학생의 팻말은 <핵 폐기물이라는 위험한 청구서를 받는다>이다.]
남학생: (주변을 둘러보고 인도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와, 이건…. 이건….
여학생: (남학생을 쳐다본다) 왜? 형, 다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
남학생: (여학생을 쳐다본다) 아니, 저것 봐. 사람들은 우리를 쳐다보는 중이야. 나는 이렇게 많은 시선들을 받은 적이 없어. 이제까지 얼마나 오래 우리가 걸었지? 20분? 20분 동안 시위대는 시내 중심가를 걸었고 수많은 사람들은 시위대를 지켜봤어. 1시간 동안 시위대가 도로를 걷는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은 시위대를 볼 수 있겠지. 나는 이렇게 내가 주목을 받는 상황이 좀….
여학생: 사람들은 형이 아니라 시위대를 지켜보는 중이야. 오늘 시위 참가자들은 대략 1만 5천에 가까워. 형은 1만 5천 중에서 하나야. 너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 마. 게다가 우리는 개인 참가자야. 여기 어딘가에 우리 학교 탈핵 모임이 있겠지. 나는 거기에 들어가고 싶었어. 하지만 형이 아직 시위와 거리 행진과 가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개인 참가가 낫겠다고 생각했어. 걱정하지 마, 형. 이런 거리 행진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는 그저 1시간 동안 도로를 걸을 뿐이야. 자유 무역 협정 반대 시위보다 이건 훨씬 낫지. 자유 무역 협정 반대 시위에서 전투 경찰들은 시위대를 공격했고 체포했어. 여기에서 전투 경찰들은 우리를 체포하지 않을 거야.
남학생: (일렬로 서있는 전투 경찰들을 바라본다) 어, 그래. 전투 경찰들은 우리를 붙잡지 않겠지. 거리 행진이 끝난 이후, 우리는 무사히 돌아가겠지. 하지만 맙소사, 나는 내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여학생: 형, 편하게 생각해. 이건 시내 중심가 마실과 다르지 않아. 1시간 동안 우리는 시내 중심가를 걸을 거야. 언제 우리가 시내 중심가에서 차선을 걷고 주변 풍경을 구경하겠어? 마실처럼 그저 시내 풍경을 구경할 뿐이라고 생각해. 뭐, 주변이 모두 술집과 밥집이라고 해도, 그것들 중에서…. 와, 저것 봐. 저기는 보드 게임 까페야. 저기, 부대찌개 식당 위에. 보여? 창문들에 광고지가 있어. 규모는 꽤나 큰 것 같아. 어디 보자. 무슨 게임들이 있나. <리스크>는 기본이지. <멕시카>, <라비린스>. 나는 이런 것들을 잘 몰라. <클루>. 이건 많이 들어봤지. 어라, <스타 워즈>? 아, <리스크> 게임은 <스타 워즈>였어. 오호, <황혼의 제국>이 있네. 예전에 이것 때문에 동호회원들은 많이 싸웠지. 와, <배틀테크>와 <워머신>? 국내 보드 게임 까페에 <배틀테크>와 <워머신>이 있어? 확실히 시내 중심가는 달라. 아하, <테라포밍 마스>는 빠지지 않겠지.
남학생: 어라, 네가 보드 게임을 좋아했어? 나는 네가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지 몰랐어.
여학생: 아니, 나는 보드 게임을 많이 알지 못해. 사실 나는 보드 게임에 별로 관심이 없어. SF 동호회에서 나는 그저 몇몇 보드 게임을 들었을 뿐이야. 작년에 SF 동호회에서 여름 모꼬지를 떠났을 때, 누군가가 <황혼의 제국>을 가져왔어. 이건 꽤나 유명한 게임이나, 나는 플레이하지 않았어. 내가 보드 게임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야. 하지만 <테라포밍 마스>는 꽤나 특별한 게임이야. 제목처럼 <테라포밍 마스>는 화성을 지구화하는 내용이야. 게임 플레이어들은 화성을 지구화해야 해. 게임 배경은 2315년. 인류 문명은 지구 자원을 거의 거덜냈어. 따라서 인류 문명은 자신들이 화성을 개척해야 한다고 선포했지. 게임 플레이어들은 여러 기업들을 선택하고 화성 개척 사업에 뛰어들어야 해. 만약 화성 기온과 산소 농도와 해양 범위가 일정 수치에 도달한다면, 화성은 지구화되고 게임은 끝날 거야. 게임 초반부에 화성 기온은 영하 30도, 산소 농도는 0%, 해양은 없어. 만약 화성 기온이 영상 8도, 산소 농도가 14%, 해양 범위가 9칸이 된다면, 화성 지구화 사업은 성공할 거야. 화성 지구화 사업이 끝날 때까지, 게임 플레이어들은 점수를 쌓아야 해.
남학생: 그리고 가장 높은 점수를 쌓은 게임 플레이어는 승자가 되겠지. 나는 <테라포밍 마스>를 들어본 적이 없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비디오 게임들을 좋아하나, 보드 게임을 잘 알지 못해. 하지만 나는 <테라포밍 마스>가 어느 정도 과학적인 설정을 갖췄다고 생각해. 화성 기온과 산소 농도, 해양 범위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겠지, 안 그래? 만약 미래 인류가 정말 화성 기온을 올리고, 대기를 조성하고, 수분을 공급한다면, 화성은 또 다른 지구가 될지 모르지. 당장 우리가 화성을 개척하지 못한다고 해도, 언젠가 머나먼 미래에, 정말 2300년 이후에 미래 인류는 화성을 개척할지 몰라. 그때 화성 개척은 더 이상 SF 장르가 아닐 거야. 그건 현실이 되겠지.
여학생: 그래, 미래에 그건 현실이 될 거야. 그래서 나는 이런 SF 이야기들이 좋아. 이런 SF 이야기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내가 미래로 향한다고 생각해. 시대는 고정적이지 않아. 언제나 시대는 바뀌지. 우리는 지구가 유일한 생명의 요람이라고 생각하나, 언젠가 그런 생각 역시 바뀔지 몰라. 고정적인 사고 방식은 존재하지 않아. 언제나 시대가 바뀔 때마다 사고 방식 역시 함께 바뀌지. SF 장르는 그런 것을 이야기해. 누군가는 이걸 변화라고 부를 테고, 누군가는 이걸 진보라고 부르겠지. 이게 무엇이든, SF 장르는 계속 시대와 사고 방식이 바뀐다고 말해. 사실 SF 이외에 주류 문학이나 판타지나 다른 장르들은 그런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아. 그래서 SF 장르는 특별하지. 이건 다른 것들보다 SF 장르가 훨씬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야. 하지만 SF 장르에는 아주 특별한 가치가 있어. 그런 가치 때문에 SF 장르는 우리를 가능성으로 이끌 수 있지.
남학생: 만약 유인 개척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한다면, SF 작가들은 그걸 훨씬 색다르게 느낄지 몰라. 오래 전부터 SF 작가들은 화성 개척 소설들을 썼어. 그런 SF 작가들은 소설이 현실이 된다고 느끼겠지. SF 장르는 비일상적인 사건들을 이야기하나, 그런 비일상들에는 가능성들이 있어. 적어도 하드 SF 소설들이 이야기하는 사건들에는 가능성들이 있지. 물론 스페이스 오페라나 사이언스 판타지 역시 가능성을 품을 수 있어. 나는 아직 스페이스 오페라와 사이언스 판타지를 많이 알지 못하나, 완전한 인간형 로봇이 나타난다면, 다들 C-3PO를 머릿속에 떠올릴지 모르지. 하지만 <테라포밍 마스> 같은 설정은 훨씬 현실적이겠지. 화성 개척이 비일상적이라고 해도, 이 게임은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설정에 기반하는 것 같아. 내 짐작이 맞아?
여학생: 그래, <테라포밍 마스>는 훨씬 과학적인 설정에 기반하지. 하드 SF 장르는 엄중한 고증을 밑바탕에 깔아. 거기에서 하드 SF 장르는 비상하고 비일상적인 사건들로 날아가지. 스페이스 오페라와 사이언스 판타지는 달라. 스페이스 오페라와 사이언스 판타지는 비일상을 상정하고 비일상에서 훨씬 커다란 비일상으로 넘어가지. 아니면 비일상 속에서 스페이스 오페라와 사이언스 판타지는 그저 모험을 추구할 뿐이야. 이건 스페이스 오페라보다 하드 SF 장르가 무조건 낫다는 뜻이 아니야. 사실 하드 SF 장르보다 어떤 스페이스 오페라는 훨씬 놀라워. 앤디 위어가 쓴 <마션>보다 이안 뱅크스가 쓴 <플레바스를 생각하라>는 훨씬 놀랍지. <마션>은 그저 공학적인 재미를 단순하게 추구할 뿐이나, <플레바스를 생각하라>는 독자의 사고 방식을 헤집고 휘젓지. 어떤 SF 독자들은 하드 SF 장르가 최고라고 간주하나, 나는 거기에 반대해. 장르에는 어떤 가치가 있으나, 그 자체로서 장르는 최고가 되지 못해. 창작물의 주제, 연출, 분위기, 필력. 이런 것들은 장르를 넘어설 수 있어. 하드 SF보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훨씬 '하드'할 수 있어.
남학생: 어이, 어이, 미래를 달리는 아가씨.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어. 종종 너는 너무 혼자 달리는 것 같아. 나는 플레… 그 소설을 읽은 적이 없어. 나는 이안 뱅크스가 누구인지 알지 못해. 자꾸 네가 혼자 빠르게 달린다면, 다른 사람들은 너와 함께 달리지 못할 거야. 너는 왜 다른 사람들이 너를 따라오지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너는 좀 더 천천히 달려야 해. 아무리 내가 너를 따라가기 원한다고 해도, 나는 SF 소설들을 많이 알지 못해. 나는 아직 SF 소설들에 익숙하지 않아. 언젠가 내가 SF 소설들에 익숙해진다면, 네가 빨리 달린다고 해도, 나는 너를 따라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수준에 닿지 못했어. 너는 좀 더 차근차근 이야기해야 해. 아무리 네가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당장 낯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 사람들에게는 여유가 필요해. 낯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여유. 나 역시 마찬가지야. 이해하겠어?
여학생: 어, 그래. 미안해. 종종 나는 내가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 잊어버리지.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할 거야. 그래서 형 이외에 나에게는 친구들이 없겠지.
남학생: 아니, 너무 기죽지 마. 나는 그저 네가 좀 더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야. 나는 네가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 역시 속도를 내고 싶어. 네가 속도를 좀 더 늦추고, 내가 속도를 좀 더 높인다면, 우리는 함께 달릴 수 있겠지. 나는 플레… 그 소설과 이안 뱅크스를 알지 못하나, 적어도 나는 <테라포밍 마스>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어. 하지만 왜 네가 이 게임을 좋아하지? 나는 네가 생태학 SF 장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외계 야수, 인공 생태계, 생체 우주선, 거대 괴수. 이런 것들은 생태학 SF 장르가 될 수 있지. 하지만 <테라포밍 마스>는 화성 개척 이야기야. 여기에는 생체 우주선이나 외계 야수가 없을 거야. 거대 괴수는 말도 안 되는 소재겠지. 인공 생태계는…. 아, 화성에서 사람들이 숲을 가꾸고 새로운 자연 환경을 조성한다면, 그건 인공 생태계가 될 거야. 그래, 알겠어. <테라포밍 마스>에는 인공 생태계가 있어. 이것 때문에 너는 <테라포밍 마스>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겠지.
여학생: 그건 정답이야. <테라포밍 마스>에서 인공 생태계는 아주 중요한 소재야. 개척 기업들은 화성 산소 농도를 14%까지 올려야 해. 산소 농도를 올리고 싶다면, 개척 기업들은 개조 미생물들과 삼림들을 이용해야 해. 만약 유전 공학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개조 미생물을 만든다면, 개척 기업들은 미생물들을 화성에 뿌릴 수 있을 거야. 화성은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불모지야. 하지만 개조 미생물들은 살아남을 테고 산소를 뿜겠지. 그건 대기를 조성할 수 있어. 삼림 역시 산소를 뿜고 대기를 조성할 수 있어. 개척 기업들이 화성 바다에 개조 식물성 플랑크톤들을 뿌린다면, 그것들 역시 산소를 뿜고 대기를 조성할 거야. <테라포밍 마스>에는 개조 미생물들, 산소를 뿜는 세균들, 삼림 보호 구역, 발달된 생태계 설정이 있어. 게다가 화성 타일 세트들은 세 가지이고, 그것들 중에서 하나는 삼림 타일이야. 그렇게 삼림 타일은 중요하지. 그렇게 삼림 설정은 중요해. <테라포밍 마스>에서 인공 생태계 설정은 많은 비중을 차지해. 그래서 이 게임은 재미있지.
남학생: 개조 미생물들과 화성 생태계 설정은 흥미로워.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어떻게 유전 공학이 개조 미생물을 만들 수 있지? 너는 미생물들이 아주 위대한 생존자라고 말한 적이 있어. 극지 빙하 밑에서, 깊고 깊은 동굴에서, 방사선 오염 지대에서 미생물들은 살아남을 수 있어. 심지어 우주에서 미생물들은 살아남을 수 있어. 하지만 아무리 미생물들이 위대한 생존자라고 해도, 화성에서 정말 그것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말 그것들이 산소를 뿜고 대기를 조성할 수 있을까? 유전 공학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유전 공학이 만능 해결사라고 생각하지. 나는 반대야. 아무리 유전 공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유전 공학에는 한계가 있어. 게다가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알지 못해. 우리가 이것저것 건드린다면, 우리는 위험한 생명체를 개조할지 모르지. 우리가 그런 생명체들을 함부로 외계 행성에 뿌린다면, 우리는 그런 결과를 돌이키지 못할 거야. 유전 공학. 개조 미생물들. 화성 인공 생태계. 좋아. 좋아. 나는 이런 것들에 반대하지 않아. 하지만 인류 문명은 천천히 나가야 해. 우리는 유전 공학을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 돼.
여학생: 나 역시 동감이야. 과학이 권력에 결탁한다면, 과학은 아주 위험해질 수 있어.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 중이지? 왜 우리가 차선을 걷는 중이지? 왜 전투 경찰들이 우리를 감시하고,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볼까? 핵 폐기물에 반대하기 위해 우리는 시위하는 중이야. 중세 사람들은 핵 폐기물을 알지 못했어. 핵 폐기물은 첨단 과학 기술의 산물이야. 첨단 과학 기술은 무조건 빛나는 선물이 아니야. 거대 자본이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할 때, 거대 자본은 핵 폐기물을 남길 수 있지. 거대 자본이 엄청난 생산력을 원할 때, 거대 자본은 과학 기술을 이용하고 막대한 온실 가스를 뿜을 수 있지. 후쿠시마 사건과 후유증은 거대 자본에게서 비롯했어. 첨단 과학은 바뀌어야 해. 과학은 자본과 멀어져야 해. 그때 인류 문명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외계 인공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거야. 과학이 자본과 멀어지지 못한다면, 외계 개척 사업이 엄청난 재난을 초래한다고 해도, 거대 자본들은 책임지지 않을 거야. 후쿠시마 사건처럼.
남학생: 나는 인공 생태계 설정을 많이 알지 못해. 하지만 언제나 인공 생태계 설정에는 거대 자본 문제가 따르는 것 같아. 우리가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다면, 우리는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해야 해.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거대 자본들은 첨단 과학 기술들을 움켜쥐었지, 맞아? 온갖 지적 재산권들, 특허권들, 생명 자원을 둘러싼 싸움들. 거대 자본들은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해 돈벌이를 추구하지. 그건 아주, 아주 막대한 돈벌이가 될 거야. 나는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 제약 기업이 인간 유전자에 특허를 낸다면, 우리 신체는 상품이 될 거야. 인간 유전자가 특허 등록이 된다면, 제약 기업들은 우리의 유전자를 이용해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어. 나는 이런 분야를 자세히 알지 못해. 하지만 이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어. 화성 인공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겠지. 개조 미생물들, 발달된 생태계, 새로운 나무들. 다국적 기업들은 이것들에 특허를 낼 거야. 화성 삼림에서 개조 벵골 호랑이가 살아갈 때, 다국적 기업은 개조 벵골 호랑이에게 특허를 낼 거야. 화성 사람들은 인공 생태계를 공유하지 못하겠지. 다국적 기업들은 인공 생태계를 독점할지 모르지. 다국적 기업들은 인공 생태계를 이용해 돈벌이를 추구할 거야. 이런 상황에서 화성 사람들이 환경 오염을 피할 수 있을까? 인공 생태계가 온전할 수 있을까?
여학생: 그건 힘들겠지. 미래는 확실하지 않아. 따라서 아무도 인류 문명이 인공 생태계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장담하지 못해. 하지만 현실이 미래로 이어진다면, 미래 인류 문명 역시 환경 오염을 피하지 못할 거야. 현대 인류 문명에서 가장 지배적인 경제 현상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야.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고 발달해야 해.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유일한 작동 원리는 더 많은 이윤이야. 더 많은 이윤을 얻고 싶다면, 기업들은 더 많이 생산해야 해. 더 많이 생산하고 싶다면, 기업들은 더 많은 자재들을 모아야 해. 더 많은 자재들을 모으기 위해 기업들은 더 많은 자연 환경을 수탈해야 해. 따라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대규모 환경 오염은 필연적인 결과야. 오직 이윤만을 얻기 위해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계속 팽창해야 해.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멈추지 않아. 기후 변화가 심각한 재난을 초래한다고 해도,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멈추지 않아.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자본주의는 무조건 더 많이 생산해야 해. 자본주의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외계 인공 생태계 역시 비슷한 문제에 부딪힐 거야.
남학생: 나는 영화 <쥬라기 공원>을 재미있게 봤어. <쥬라기 공원>은 아주 유명한 영화야. 비록 이 영화는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나, 이 영화는 상업화된 과학이 위험하다고 경고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은 공룡들을 복제하지. 기업은 공룡 사파리를 만들어. 하지만 기업은 공룡들을 통제하지 못해. 사람들은 자연 환경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해. 공룡들은 통제에서 벗어나고, 스스로 번식하고, 번성하는 경로를 찾지. 사람들은 거기에 대처하지 못해.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고 공룡들을 복제했기 때문에 공룡 사파리는 재앙이 되었어. 비록 <쥬라기 공원>이 자본주의를 자세히 분석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영화는 이윤 추구와 유전 공학이 위험하다고 경고할 수 있겠지. <쥬라기 공원>과 <테라포밍 마스>가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해도, 어쩌면 이런 관점에서 SF 팬들은 <쥬라기 공원>과 <테라포망 마스>를 함께 논의할 수 있을지 모르지.
여학생: 아하, 그건 좋은 지적이야. 나는 <쥬라기 공원>과 <테라포밍 마스>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떤 관점에서 양쪽은 똑같아. 양쪽 모두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기 때문이야.
남학생: 어라, 그게 무슨 뜻이야? 양쪽 모두 인공 생태계를 조성해? 분명히 <테라포밍 마스>에는 인공 생태계가 있어. 개척 기업들이 개조 미생물들을 뿌리고, 나무들을 심고, 바다에 식물 플랑크톤을 뿌리고, 숲과 바다에 야생 동물들을 풀어놓는다면, 그건 인공 생태계가 되겠지. 그래서 너는 <테라포밍 마스>를 좋아할 거야. 하지만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사파리는…. 어, 이게 인공 생태계가 될 수 있나? 분명히 공룡들과 다른 선사 시대 동물들은 인공적인 야생 동물이야. 일부 식물들 역시 마찬가지야. 공룡들이 통제에서 벗어나고 서로 잡아먹기 때문에 이건 생태계가 될 수 있어. 하지만 공룡 사파리가 있는 열대 밀림은 인공적이지 않아. 사실 공룡 사파리에는 인공적인 생태계와 자연적인 생태계가 함께 있지. 공룡들과 선사 시대 동물들과 일부 식물들은 인공 생태계야. 다른 것들은 자연 생태계야. 하지만 두 가지가 하나로 합치기 때문에…. 음….
여학생: (남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계속 이야기해 봐. 그건 흥미로운 관점이야. 공룡 사파리는 인공 생태계가 될 수 있어. 어때?
남학생: 어, 글쎄. 그래, 공룡 사파리는 인공 생태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불모지에서 화성 생태계는 시작했고, 공룡 사파리는 그렇지 않아. 그래서 화성 생태계와 공룡 사파리는 서로 다르지. 하지만 사람들이 유전 공학을 이용해 새로운 생태계를 덧붙였기 때문에…. 화성 생태계와 공룡 사파리에는 공통점이 있어. 화성 생태계와 공룡 사파리는 모두 유전 공학을 이용한 인공 생태계야. 그래서 <쥬라기 공원>과 <테라포밍 마스> 모두 유전 공학과 자본주의와 생태학 설정을 이야기할 수 있지. 여기에서 우리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건 <쥬라기 공원>과 <테라포밍 마스>가 똑같다는 뜻이 아니야. 분명히 <쥬라기 공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테라포밍 마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지. <테라포밍 마스>에 공룡들이 없기 때문에. 이 게임에 거대 야생 동물들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쥬라기 공원>과 <테라포밍 마스> 모두 인공 생태계를 이야기할 수 있고, SF 팬들이 인공 생태계를 좋아한다면, 그들은 <쥬라기 공원>과 <테라포밍 마스>를 함께 논의할 수 있겠지.
여학생: 맞아. 그래서 나는 <테라포밍 마스>가 흥미롭다고 생각해.
남학생: 하지만 <쥬라기 공원>과 달리, <테라포밍 마스>에는 공룡들이 없어.
여학생: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개조 미생물들, 선사 시대 식물들, 복제 공룡들, 화성 삼림들. 모두 인공 생태계 설정이야. 커다란 야수들이 물어뜯고 죽이는 장면을 사람들이 구경하고 싶어한다면, 사람들은 <테라포밍 마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지. 하지만 생태계는 야수들이 물어뜯고 죽이는 전장이 아니야. 생태계는 전쟁터가 아니야. 그건 아주 피상적인 시각이야. 생태계는 살아있는 상호 작용이야. 수많은 유기체들과 빛과 수분과 무기질과 지형은 서로 상호 작용하지. 이런 상호 작용 속에서 온갖 다양성들은 나타나지. 우리는 이런 다양성들을 새롭게 조성할 수 있어. 우리는 상호 작용을 연구하고 어떻게 상호 작용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덧붙일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자연 생태계는 원대하고, 이런 원대한 생태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조절할 수 있지. 시노케라톱스가 카르노타우루스를 찌르고 밀치는 장면은… 그저 이런 원대한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해. 사람들이 거기에 열광한다고 해도, 그건 그저 취향일 뿐이지. 나는 취향을 존중해. 하지만 그건 생태계의 전부가 아니야.
남학생: 만약 외계 행성에서 사람들이 공룡 사파리를 만든다면….
여학생: 그런 설정 역시 가능하겠지. 만약 지구에 공룡 사파리가 나타난다면, 공룡 사파리는 다른 자연 생태계를 교란할지 모르지. 원작 소설 <쥬라기 공원>은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해. 공룡 사파리에서 공룡들은 탈출하고 자연 생태계 속으로 들어가지. 그건 생태계 교란이야. 현실 속에서 이런 생태계 교란은 아주 커다란 문제야. 자유 무역 때문에 수많은 무역선들은 수많은 장소들을 이동해. 그때마다 무역선들은 온갖 생명체들을 옮기지. 생명체들은 서로 섞이고, 이건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지지. 생태학자들은 자유 무역이 위험하다고 경고해.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듣지 않아. 정치인들 역시 듣지 않아. 다국적 기업들이 돈줄을 쥐었기 때문이야. 공룡 사파리 역시 자연 생태계를 교란할 거야. 하지만 만약 외계 행성에 공룡 사파리가 있다면? 거기에는 공룡 사파리가 교란할 수 있는 다른 자연 생태계가 없어. 만약 미래 인류가 공룡들을 복원할 수 있다면, 외계 불모지 행성에서 인류는 공룡들을 복원해야 할 거야.
남학생: 이야, 그건 재미있는 SF 소재가 될 수 있겠어.
여학생: <쥬라기 공원>은 1990년 소설이야. <테라포밍 마스>는 킴 스탠리 로빈슨이 쓴 소설 <붉은 화성>과 비슷해. <붉은 화성>은 1992년 소설이지. 이미 1990년대 초반에 SF 소설들은 인공 생태계를 이야기했어. 아니, 1990년대 이전에도 이미 숱한 인공 생태계 설정들이 있었어. SF 독자들이 여러 인공 생태계 설정들을 합치거나 함께 논의한다고 해도, 그건 이상하지 않아. 인공 생태계 설정들을 비교하거나 대조하는 논의는 이상하지 않아. 만약 미래 인류가 소행성 내부를 굴착하고, 거기에 인공 중력과 태양열 전지와 대기를 조성하고, 바닷물을 붓고, 중생대 해양 생명체들을 풀어놓는다면…. 소행성 내부는 아주 거대한 중생대 해양 생태계가 되겠지. 이런 인공 생태계 설정은 너무 거창해. 인공 중력은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지. 하지만 이런 설정은 정말 멋진 생태학 SF 설정이 될 수 있을 거야. 소행성 내부 바다에서 헤엄치는 모사사우루스. 멋지지 않아?
남학생: 소행성 내부의 거대한 바다와 우주 속의 모사사우루스. 그래, 생각만 해도 대단해. 거대 괴수를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여기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겠지. 고지라 같은 거대 괴수는 그저 상상력에 불과하나, 언젠가 소행성 속의 모사사우루스는 현실이 될지 모르지. 만약 인류가 중생대 생태계를 복원하고 연구하기 원한다면, 소행성 속의 인공 중생대 바다는 해답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미래 인류가 소행성 내부를 굴착하고 해양 인공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해도, 그게 환경 오염을 피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계속 이야기한 것처럼, 자본주의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소행성 속의 인공 중생대 바다 역시 환경 오염을 피하지 못하겠지.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소행성 바다를 상품화할 거야. 인공 중생대 바다는 상품이 되고, 자본주의는 거기를 오염시키고 파괴하겠지. 과학자들이 힘들게 인공 중생대 바다를 만든다고 해도, 자본주의는 그걸 파괴할지 모르지. 누가 알겠어? 핵 폐기물에 반대하기 위해 우리는 거리를 행진하는 중이야. 우리처럼, 미래에 우리 후손들 역시 거리를 행진할지 모르지.
여학생: 그래. 여기 팻말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본주의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미래에 우리 후손들은 너무 비싼 청구서를 받을 거야. 우리 후손들은 아예 비용을 치르지 못할지 모르지. 당장 전세계가 자본주의를 없앤다고 해도, 이미 기후 변화를 막기에 너무 늦었는지 모르지. 이미 기후 변화는 심각한 문제들을 부르는 중이야. 우리 후손들은 훨씬 심각한 문제들에 부딪혀야 할 거야. 미래 인류가 정말 인공 중생대 바다를 조성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해.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본주의는 팽창을 추구하고, 인공 중생대 바다는 영향을 받을 거야. 현실 속에서 우리가 각종 환경 오염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미래 인공 생태계 역시 환경 오염을 피하지 못할 거야. 그래서 자본주의는 사라져야 해. 문제는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야. 여기에는 1만 5천에 달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있어. 하지만 시위 참가자 모두가 자본주의를 없애기 원할까?
남학생: 어쩌면 여기에는 좌파적인 사람들보다 중립적인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지. 사실 많은 사람들은 좌파나 우파가 아니라 중립이야, 안 그래?
여학생: 아니, 중립은 존재하지 않아. 중립은 보수 우파에 가까워. 세계화 자본주의는 문자 그대로 세계화되었어.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현상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야. 심지어 자본주의는 행성 기후를 바꾸고 외계 행성에 마수를 뻗치지. 산업 자본주의 때문에 미래에 우리 후손들은 너무 비싼 청구서를 받을 거야. 심지어 인공 생태계조차 환경 오염들을 피하지 못할 거야. 이렇게 자본주의가 자연 생태계를 어마어마하게 짓밟는 상황에서 중립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해. 사실 중립은 보수 우파에게 수렴해. 자본주의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중립은 보수 우파에게 기울어지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은 보수 우파에게 기울 거야. 중립이 중립을 지키고 싶다면, 중립은 왼쪽을 향해 열심히 뛰어야 해. 그렇게 왼쪽으로 뛴다고 해도, 사람들은 좌파가 되지 못해. 사람들이 아주 열심히 왼쪽을 향해 뛰어갈 때, 마침내 그들은 좌파가 될 수 있겠지. 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면, 중립은 그저 보수 우파에 수렴할 뿐이야.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중립이라고 착각하겠지. 자본주의가 옳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운동장이 기울어지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남학생: (주변을 둘러본다) 네 말이 옳다면, 시위 참가자들 역시 보수 우파일지 모르지. 그래서 아무리 시위대가 탈핵을 외친다고 해도, 핵 발전소들은 사라지지 않겠지. 하지만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해도, 어떻게 우리가 자본주의를 넘어갈 수 있지? 어떻게 우리가 핵 발전소들을 폐쇄하고, 기후 변화를 막고,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인공 생태계를 제대로 조성할 수 있지? 나는 자본주의를 넘어가고 싶어. 하지만 나는 '자본주의 이후'를 상상하지 못하겠어.
여학생: 아무도 그걸 상상하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자본주의 이후'가 미래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지 못해. 나는 화성 인공 생태계를 떠들었으나, 그건 그저 가능성에 불과해. 어쩌면 미래 인류는 개조 미생물들을 만들지 못하고, 화성 삼림들을 조성하지 못하고, 소행성 인공 바다를 만들지 못할지 모르지. 우리는 함부로 미래의 청사진을 설계해서는 안 돼. 우리는 현실을 분석하고 현실에 저항해야 해. 우리가 함부로 엉뚱한 청사진을 설계한다면, 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거야. 그건 근거 없는 낙관론이 되겠지.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분석하고 자본주의에 저항해야 해. 그렇게 계속 우리가 저항한다면, 언젠가 인류 문명은 좋은 시대를 맞이하겠지.
남학생: 저항이 무엇이지? 어떻게 우리가 저항할 수 있지? 우리가 무엇에 저항해야 해? 분명히 자본주의는 존재해. 하지만 이건 추상적이야. 자본주의에는 물질적인 형태가 없어. 어떻게 우리가 물질적인 형태가 없는 것에 저항할 수 있어? 나는 모호하고 막연한 구호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원해. 나는 정확한 청사진을 바라지 않아. 하지만 나는 뭔가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앞으로 나갈 수 있겠어? 정확한 청사진이 없다고 해도, 적어도 우리에게는 방향이나 목적이나 대안이 있어야 해. '지금 당장'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여학생: 미래로 가는 방향은 '공유'야.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싶다면, 우리는 자연 생태계를 '공유'해야 해. 온대 삼림, 야생 동물들, 산호초 지대, 열대 밀림, 높은 산맥, 다른 수많은 자연 생태계들. 이것들은 사유 재산이 아니야. 이것들은 공유 자산이야.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자본가 계급은 자연 생태계들을 독점했어. 그래서 자본가 계급은 함부로 삼림을 밀어내고, 환금 작물들을 심고, 열대 밀림에 재산권을 등록하고, 산맥에 케이블 카를 설치하고, 야생 동물들을 몰아내고, 핵 발전소들을 짓지. 자연 생태계는 자본가 계급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 돼. 자연 생태계는 공유 자산이고, 인류 문명은 자연 생태계를 공유해야 해. 어떻게 자연 생태계를 이용할지 우리가 평등하게 논의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고 생물 다양성을 지킬 수 있어. 공산주의는 그런 것이야. 우리는 그쪽 방향으로 나가야 해. 이건 자세한 청사진이 되지 못하겠으나, 대략적인 방향은 이쪽이야.
남학생: 그건 너무 모호해. 공유? 인류 문명이 자연 생태계를 공유한다? 어떻게? 어떻게 자연 생태계를 공유하기 위한 조직이나 제도가 나타날 수 있지? 언제나 너는 공유가 중요하다고 말했어. 나는 공산주의 용어들을 자세히 알지 못해. 하지만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공유하든, 공공의 것을 보호하든, 공유지를 설정하든, 공유 사회를 만들든, 그것은 모두 모호하고 추상적이야. 나는 '지금 당장' 사람들이 뭔가를 실천하기 원해. 생산 수단 공유는 너무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거창해. 문제는 그거야. 내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말하기 원한다고 해도, 나는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거창한 것을 말해야 해. 하지만 사람들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고 작은 것을 원해. 사람들은 '지금 당장'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원해. 그게 뭐지? 내가, 우리가,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지?
여학생: 구체적인 방법들은 많아. 노동자들이 일터를 통제한다면, 노동자들은 생산 수단을 공유할 수 있어. 핵 발전소 노동자들이 핵 발전소를 통제한다면, 그들은 핵 발전소를 폐쇄하고 훨씬 친환경적인 공장을 세울 수 있겠지. 사람들은 일터들을 통제하고 무엇을 생산할지 합의하고 계획할 수 있어. 이건 일터 민주주의야. 일터 민주주의들이 늘어나야 한다면, 노동자 모임과 노동 조합이 강해져야 할 거야. 사람들은 노동 조합들을 민주적으로 개선하고 확장해야 해. 노동 조합들이 확장한다면, 그건 노동자 평의회나 인민 공사가 될 테고, 노동자 평의회와 인민 공사는 자본주의 사회를 밀어낼 수 있겠지. 형이 구체적인 대안을 원한다면, 형은 일터 민주주의를 지지할 수 있어. 우리는 노동 조합에 가입할 수 있어. 설사 우리가 노동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노동 조합을 지지할 수 있어. 동시에 우리는 노동 조합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좌파 정당에 가입할 수 있어. 이건 꽤나 구체적인 대안이야. 우리는 '지금 당장' 이것들을 실천할 수 있어. 어때?
남학생: 음, 노동 조합들…. 하지만 나중에 내가 노동 조합원이 된다면, 경영자들은 나를 밀어낼지 모르지. 사실 수많은 노동 조합원들은 탄압을 받는 중이야. 해고가 무섭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쉽게 조합에 가입하지 못해. 설사 가입한다고 해도, 조합원들은 크게 목소리를 내거나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해. 내 외숙모는 노동 조합에 가입하기 원했어. 하지만 경영자들은 알게 모르게 계속 사원들을 압박했고, 외숙모는 노동 조합에 가입하지 못했지. 심지어 노동 조합이 없는 회사들은 아주 많아. 그런 회사들에서 사원들이 노동 조합을 결성한다면, 회사 경영자들은 당장 조합원들을 쫓아내거나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거야. 화성에서 인공 삼림을 조성하는 과정보다 노동 조합이 없는 회사에서 노동 조합을 만드는 과정은 훨씬 어려울지 모르지. 인공 생태계 조성보다 노동 조합 건설은 훨씬 힘들 거야.
여학생: 어머, 그건 멋진 비유 같아. 인공 생태계 조성보다 노동 조합 건설은 훨씬 힘들다. 그래서 나는 기본 소득, 시민 배당을 제안하고 싶어. 형, 시민 배당을 들어본 적이 있지? 시민 배당에는 여러 장점들이 있어. 인간으로서 인간은 살 수 있어야 해.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해. 인간에게는 생존 권리가 있어. 따라서 인간은 시민 배당을 받을 수 있어야 해.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시민 배당을 받을 수 있다면, 노동자들은 경영자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노동 조합을 결성하거나 조합에 가입한다고 해도, 노동자들은 더 이상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나는 시민 배당이 빨리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노동 조합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과 비정규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이 노동 조합을 지지하기 위해.
[여학생과 남학생은 시민 배당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탈핵 시위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한다. 여학생과 남학생처럼 시위 참가자들은 서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중이다. 인도에서 사람들은 그런 시위대를 쳐다보고 수군거린다. 시위대 위에서 가을 바람은 탈핵을 주장하는 깃발을 펄럭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