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과 인민 전선과 백화 현상 본문
[계절은 11월 초반. 여기는 시내 중심가. 전형적인 거대 도시의 번화가이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들과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인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넓은 8차선 도로는 다소 특이하다. 거대 화물 트럭부터 작은 승용차까지, 8차선 도로에는 온갖 차량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왼쪽 차선에는 차량들이 없다. 거기에는 차량들 대신 사람들이 있다. 차량들은 일곱 차선들을 이용하고 사람들은 나머지 한 차선을 이용한다. 그들은 시위대이다. 그들은 탈핵 시위대이다. 차선에서 전투 경찰들은 일렬로 서있고 도로 상황과 인파와 시위대를 지켜본다. 인도에서 사람들 역시 시위대를 지켜보고 수군거린다. 종종 시위대는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을 쳐다본다. 어떤 남학생 역시 시내 버스와 버스에 붙은 드라마 광고를 쳐다본다. 남학생 옆에서 여학생은 묻는다.]
여학생: (남학생의 팔꿈치를 툭툭 건드린다) 왜 그렇게 열심히 버스를 쳐다봐? 버스 안에 누가 탔어? 버스 안에 형이 아는 사람이 있어? 아직 이런 것이 무서워?
남학생: 아니, 아니. 괜찮아. 누가 나를 본다고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겠어. 물론 내가 여기에 나왔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버지는 노발대발할 거야. 아버지는 왜 대학생이 병신 같은 탈핵 시위대에 끼어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렇다고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겠어. 탈핵 시위는 범죄가 아니야. 이건 부끄러운 짓이 아니야. 오히려 핵 폐기물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훨씬 부끄러운 짓이겠지. 심지어 그건 범죄일지 모르지. 미래 세대에게 우리는 환경 오염 범죄자들일지 모르지. 아니, 우리는 범죄자들일 거야. 미래 세대가 핵 폐기물 문제를 겪는다면, 그들은 우리가 범죄자들이라고 말할 거야. 그게, 누구지? (잠시 스마트폰을 검색한다) 아, 구드룬 파우제방. 소설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살인마 세대라고 비판했어. 나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해. 우리는 환경 오염 세대야. 미래 세대에게 우리는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핵 폐기물을 만드는 환경 오염 범죄자들이야.
여학생: 어쩌면 미래 세대는 핵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지 모르지. 사람들이 낙관적으로 바라는 것처럼, 미래에는 첨단 신기술이 있을 테고, 첨단 신기술은 핵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지 모르지. 문제는 아무도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야. 가능성은 두 가지야. 미래 세대는 핵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아니면 미래 세대는 핵 폐기물 문제를 겪을지 모르지. 우리는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장담하지 못해. 따라서 우리는 최대한 문제를 줄여야 해. 우리는 최대한 문제를 줄이고 가장 작은 문제를 후손들에게 넘겨야 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핵 폐기물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미래 세대는 그걸 원망할지 모르지. 나 역시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을 읽었어.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 역시 그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어. 아이들이 어른들을 심판했을 때, 나는 미래 세대가 우리 세대를 심판할 거라고 느꼈어. 미래 세대는 우리를 핵 폐기물 범죄자들이라고 부를지 모르고 우리 때문에 오염된 자연 환경에서 자신들이 살아가야 한다고 외칠지 모르지.
남학생: 그래,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은 정말…. (잠시 두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든다) 이건 정말 끔찍하고 슬픈 소설이야. 제목 때문에 나는 이게 10대 성장 소설이라고 생각했어. 소설 주인공은 어떤 소년이야. 소설은 소년의 시점으로 세상을 이야기해. 소설 시점은 소년의 시점을 벗어나지 않아. 소년이 바라보고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 모든 사건은 벌어지지.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10대 성장 소설이라고 느꼈어. 하지만 후반부 부분은 정말…. (손을 가슴에 얹고 한숨을 쉰다) 어지간한 3류 포스트 아포칼립스들보다 후반부 부분은 훨씬 끔찍하고 비판적이야. 대부분 3류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은 이 소설에 미치지 못할 거야. 심지어 나는 네빌 슈트가 쓴 <해변에서>보다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이 훨씬 끔찍하고 비판적이라고 생각해. <해변에서>에는 인생을 마감하는 어른들이 있어. 반면,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에는 오염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어. <해변에서>와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 모두 좋은 소설이나, 나는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을 훨씬 인상적으로 읽었어.
여학생: 그건 인상적인 평가야. 나는 그게 인상적인 평론이라고 생각해. 그래, <해변에서>에는 어른이 있지. 어른은 자신의 세대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회상할 수 있어. 반면, 제목처럼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에는 아이가 있지. 아이는 불길한 미래를 살아가야 해. 아이는 불길한 미래를 살아가야 하나, 아이는 그 미래를 직접 만들지 않았어. 어른들은 불길한 미래를 아이들에게 떠넘겼지. 그래서 아이들은 분노해.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분노해. 흔히 사람들은 아이들이 그저 연약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어릴 뿐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야. 이건 그저 진부하고 형식적인 문구에 불과하지 않아. 아이들은 정말 미래야. 따라서 우리가 오염된 미래를 넘긴다면, 아이들은 분노할 거야. 아이들은 분노해야 하는 세대야. 아이들은 그저 연약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어린 세대에 불과하지 않아. 아이들은 우리에게 분노할 수 있어. 아이들은 재판관이야. 아이들은 우리를 심판할 수 있어. 우리는 이걸 명심해야 해. 그래서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은 서글프지. 아이들이 분노하고 심판하기 때문에.
남학생: 분노와 심판…. 그건 다소 오싹한 단어야. 나는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이 오싹한 소설이라고 생각해. 이 소설을 썼을 때, 구드룬 파우제방이 이걸 느꼈을까? 구드룬 파우제방이 아이들을 무서워했을까? 아이들이 분노하는 재판관이 될 수 있다고 구드룬 파우제방이 느꼈을까? 어쩌면 구드룬 파우제방은 이걸 느끼지 않았을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어. 이렇게 나는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을 해석할 수 있을 거야. 그건 틀리지 않을 거야. 어떤 평론가들은 독자가 무조건 소설과 작가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평론가들은 독자가 능동적으로 소설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왜 독자가 무조건 소설과 작가를 따라가야 해? 이 세상에는 편견들과 착각들과 오해들이 있어. 이 세상에는 너무 심각한 편견들이 있어. 작가는 그런 편견을 소설에 집어넣을지 모르지. 그런 소설을 읽을 때, 독자가 무조건 편견을 따라가야 해? 독자가 오직 작가의 주제만을 이해해야 해? 그게 무슨 독서고 해석이고 평론이야? 독자는 어떻게 소설이 나타났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해. 텍스트는 그냥 나타나지 않아. 거기에는 이유가 있지.
여학생: 맞아, 나는 형에게 동의해. 몇몇 문학 사조에서 독자는 뒷전이었어. 하지만 독자 없이 소설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만약 아무도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을 읽지 않았다면, 이 소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이 소설을 썼을 때, 구드룬 파우제방은 누군가가 이 소설을 읽을 거라고 기대했을 거야. 아무도 이 소설을 읽지 않는다면,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은 소설이 되지 못해. 그건 그저 작가 혼자 읽은 탈고된 원고에 불과해. 소설은 독자들을 원해. 독자가 소설을 읽을 때, 소설은 존재할 수 있어. 아무도 <상록수>를 읽지 않는다면, 채영신은 존재하지 못할 거야. 채영신은 진짜 인간이 아니야. 채영신은 그저 허구이고 등장인물에 불과해. 아무도 <상록수>를 읽지 않는다면, 아무도 이 소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채영신은 사라지겠지. 독자가 읽고 기억하기 때문에 채영신은 존재할 수 있어. 물론 <상록수>는 유명한 소설이고 채영신은 사라지지 않겠지. 하지만 이 세상에는 독자 없는 소설들이 아주 많아. 사실 작가 지망생들의 원고들은 독자 없는 소설들이지. 출판사 사무실들에는 이런 독자 없는 소설들이 널렸을 거야.
남학생: 그건 꽤나 애석하지. 작가 지망생은 자신이 아주 멋진 소설을 썼다고 생각할 거야. 작가 지망생은 자신이 세상을 놀라게 할 명작을 썼다고 생각할 거야. 작가 지망생은 부푼 꿈을 안고 출판사에게 원고를 보내겠지. 하지만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은 수많은 원고들을 보낼 거야. 출판사 직원들은 수많은 원고들을 받겠지. 출판사 직원들은 그것을 모두 읽지 못해. 원고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출판사 직원들은 그것을 모두 읽지 못해. 그래서 수많은 원고들은 사무실 서랍 속으로 들어가지. 수많은 원고들은 기나긴 겨울잠에 빠질 테고, 다들 독자 없는 소설들이 될 거야. 이건 출판계의 웃지 못할 현실일 거야. 사회 구조가 바뀐다고 해도, 이런 웃지 못할 현실은 사라지지 않겠지. 억압적인 자본주의 사회가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바뀐다고 해도, 작가 지망생들은 독자 없는 원고들을 보내야 할 거야. 소설 작가는…. (너털웃음을 짓고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나는 소설 작가가 정말 웃기다고 생각해. 작가 지망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음에도, 그들은 애타는 희망으로 독자 없는 원고들을 보내지.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여학생: 그렇게 독자는 중요해. 소설은 작가와 독자를 모두 원해.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작가가 속한 상황을 파악하고 비평할 수 있어. 옥타비아 버틀러는 <킨>을 썼으나, 옥타비아 버틀러는 시간 여행자가 아니라 20세기 사람이야. 어슐라 르 귄은 멋진 인류학 SF 소설들을 썼으나, 어슐라 르 귄이 모든 인류학에 정통할까? 조안나 러스는 어슐라 르 귄을 비판했으나, 조안나 러스의 전투적인 페미니즘에도 한계가 있을 거야. 이렇게 독자는 작가와 소설을 비평할 수 있어. 이건 독자가 소설을 완전히 뜯어고칠 수 있거나 소설을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야. 소설은 작가의 소유지. 하지만 작가가 혼자 소설을 쓸까? 어떤 사회 속에서 작가는 소설을 쓸 거야. 심훈이 <상록수>를 썼을 때, 초월적인 시공간 속에서 심훈은 소설을 쓰지 않았어. 구드룬 파우제방이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을 썼을 때, 10차원 공간 속에서 구드룬 파우제방은 이 소설을 쓰지 않았어. 네빌 슈트가 <해변에서>를 썼을 때, 네빌 슈트는 모든 문명을 초월하지 못했어. 언제나 어떤 특정한 사회와 상황 속에서 작가는 소설을 쓰지.
남학생: 그리고 작가는 그런 특정한 사회와 상황을 만들지 않았어. 그런 특정한 사회와 상황은 이미 존재했지. 구드룬 파우제방은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지 않았어.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이 터졌기 때문에 구드룬 파우제방은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을 쓸 수 있었지.
여학생: (고개를 끄덕인다) 따라서 작가는 혼자 소설을 쓰지 않아. 그리고 독자는 어떤 사회와 상황 속에서 작가가 소설을 썼는지 파악할 수 있어. 독자는 어떤 사회와 상황이 소설을 만들었는지 파악할 수 있어.
남학생: 독자가 특정한 사회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 독자는 '소설을 만든 배경'을 파악할 수 있겠지. 특정한 사회와 상황은 소설에 어떤 편견이나 착각이나 오해를 집어넣을 수 있어. 비단 소설만 아니라 다른 숱한 창작물들 역시 마찬가지야. 비디오 게임 <배틀필드 V>는 2차 세계 대전이 끔찍하다고 이야기해. 하지만 <배틀필드 V>는 왜 2차 세계 대전이 터졌는지 이야기하지 않아. 이 게임은 그저 전쟁이 끔찍하다고 말할 뿐이고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아. 뭐, 게임 플레이어들은 그저 신나는 총격전을 즐기기 원할 뿐이겠지. 아무도 멀티 플레이 FPS 게임이 전쟁을 자세히 분석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거야. <배틀필드 V>는 그저 FPS 게임에 불과해. 이 게임에게는 전쟁을 자세히 분석할 책임이 없어. 하지만 전쟁이 끔찍하다고 구구절절 노래를 부름에도, <배틀필드 V>는 어떻게 2차 세계 대전이 터졌는지 입도 뻥긋하지 않아. 나는 이게 다소 유치하다고 생각해. <배틀필드 V>는 전쟁이 끔찍하다고 신파극을 찍으나, 전쟁을 직접 분석하지 않아. 전쟁이 끔찍하다는 대사들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해.
여학생: 나는 <배틀필드 V>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해. 하지만 나는 그게 무엇인지 대충 상상할 수 있어. <배틀필드 V>는 수많은 게임 플레이어들이 참가하는 2차 세계 대전 FPS 게임이겠지. 게임 플레이어들은 병사가 되고, 총격전을 벌이고, 종종 전차와 전투기를 몰겠지. <배틀필드 V>는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게임일 거야. 하지만 다른 FPS 게임들처럼, <배틀필드 V>는 전쟁을 피상적으로 바라보겠지. 나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게임은 그저 게임에 불과해. 게임은 창작물이고 허구야. 중요한 것은 현실이지. 문제는 현실이야. 여기를 봐. 주변을 둘러봐. (팔을 휘젓고 탈핵 시위대와 탈핵 현수막들을 가리킨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야. 이건 현실이야. 중요한 것은 현실이야.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 아무리 우리가 핵 발전소들을 짓는다고 해도, 고지라는 나타나지 않아. 고지라는 거대 괴수이고 허구야.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핵 발전소들을 없앤다면, 영화 속에서 고지라는 나타나지 못할 거야.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2차 세계 대전을 자세히 분석할 수 있다면, <배틀필드 V>는 공허한 신파극을 찍지 않겠지. 왜 <배틀필드 V>가 신파극을 찍고 공허한 메아리를 울릴까? 이유는 간단해.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2차 세계 대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야.
남학생: 정말 그럴까? 하지만 20세기에서 2차 세계 대전은 가장 커다란 비극이었어. 인류 역사에서 2차 세계 대전은 가장 커다란 전쟁이야. 2차 세계 대전은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인 사건이 아닐 거야. 과거에는 훨씬 끔찍한 기아나 전염병이 있었겠지.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은 가장 커다란 전쟁이야. 따라서 사람들은 2차 세계 대전에 많은 관심들을 기울이지. 2차 세계 대전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은 엄청나게 많아. 다들 2차 세계 대전을 이야기해. 학자들, 전문가들, 예술가들, 군사 오타쿠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2차 세계 대전을 이야기함에도, 왜 너는 사람들이 2차 세계 대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덩케르크> 같은 영화를 봐. <덩케르크>는 2차 세계 대전 영화야. 관객들은 이 영화에 많은 관심들을 기울였지. <덩케르크>는 꽤나 화제가 되었어. 2차 세계 대전은 엄청나게 많은 관심들을 끌어들이지. 이게 가장 커다란 전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2차 세계 대전을 떠들기 원해. 앞으로 계속 사람들은 2차 세계 대전을 떠들 거야.
여학생: 그래, 사람들은 2차 세계 대전을 떠들기 원해. 그게 거대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 자체로서 전쟁은 전쟁이 아니야.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전쟁은 뚝 떨어지지 않아. 아무 이유 없이 전쟁은 뻥 터지지 않아. 전쟁이 터질 때, 거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어. 전쟁이 터질 때, 거기에는 아주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 2차 세계 대전은 가장 거대한 전쟁이고, 수많은 이유들은 전쟁을 촉발했을 거야. 사람들이 그런 이유들을 없앴다면, 2차 세계 대전은 터지지 않았을 거야. 사실 사람들은 전쟁을 막기 원했어. 수많은 사람들은 전쟁을 막기 원했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전쟁이 터지기 바랐고 전쟁을 수수방관했지. 전쟁은 불가항력적인 뭔가가 아니야. 사람들은 전쟁을 일으키지. 전쟁은 인위적이야. 따라서 사람들은 전쟁을 막을 수 있어. 20세기 문명에서 그건 훨씬 쉽겠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전쟁을 막고 싶어하지 않았어. 게다가 그들은 권력자들이었지. 그래서 2차 세계 대전은 너무 끔찍한 비극이 되었어. 권력자들이 전쟁을 원했거나 전쟁을 수수방관했기 때문에.
남학생: 뭐? 그게 무슨 뜻이야? 누가 전쟁을 원했겠어? 누가 전쟁을 수수방관했겠어? 물론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 인사들은 전쟁을 원했겠지. 하지만 다른 수많은 사람들은 전쟁을 막기 원했을 거야. 심지어 유럽 권력자들조차 전쟁을 막기 원했겠지. 아무리 권력에 두 눈이 멀었다고 해도, 권력자들은 바보가 아니야. 세계 대전이 터진다면, 심지어 권력자들조차 커다란 피해를 입을 거야. 따라서 권력자들은 전쟁을 막아야 해. 무엇이 전쟁보다 중요하겠어? 전쟁은 엄청난 피해를 미칠 테고, 이런 상황에서 권력자들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탐욕스러운 권력자들 역시 전쟁을 막기 원할 거야. 나는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누가 전쟁을 원했지? 누가 전쟁을 수수방관했지? 왜 그들이 전쟁을 수수방관했지?
여학생: 그래, 권력자들은 바보가 아니야. 권력자들은 똑똑하지. (입술을 살짝 내민다) 그래서 똑똑한 권력자들은 경제 공황과 기후 변화를 막지 못하지. 똑똑한 자본가 계급께서는 고상하게도 금융 대란과 백화 현상을 막지 못하시지.
남학생: 어, 그건…. 그래, 그래. 자본가 계급은 경제 공황을 막지 못했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어. 하지만 2차 세계 대전과 기후 변화는 다른 문제야. 나는 권력자들과 자본가 계급이 전쟁을 막기 원했다고 생각해. 그래, 분명히 그들은 전쟁을 막기 원했을 거야.
여학생: 형, 에스파냐 내전을 알아? 에스파냐 내전을 들어본 적이 있어?
남학생: 그래, 나는 그걸 들어본 적이 있어. 파블로 피카소,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켄 로치처럼 유명한 예술가들 역시 에스파냐 내전을 이야기하지. 나는 <카탈로니아 찬가>를 대충 읽어본 적이 있어. 나는 에스파냐 내전이 2차 세계 대전의 전초전에 가까웠다고 들었어. 에스파냐에서 좌파적인 인민 전선과 파쇼주의 쿠데타 세력은 서로 싸웠지. 하지만 파쇼주의 세력은 인민 전선을 압박했고, 결국 에스파냐는 파쇼주의 지역이 되었어. 조지 오웰은 에스파냐 내전에 참가했으나, 파쇼주의 세력이 에스파냐를 점거할 때, 조지 오웰은 간신히 달아났어. 그 이후,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지. 조지 오웰은 에스파냐 내전이 정말 아쉽다고 느낄 거야. 만약 인민 전선이 파쇼주의 세력을 몰아낼 수 있었다면…. 만약 인민 전선이 그랬다면, 다른 유럽 지역들 역시 파쇼주의를 몰아냈을지 모르고, 2차 세계 대전은 터지지 않았을지 모르지.
여학생: 그래, 맞아. 문제는 그거였어. 인민 전선은 파쇼주의 세력을 이길 수 있었지. 그래서 인민 전선은 이기지 말아야 했어.
남학생: 뭐? 그게 무슨 뜻이야? 왜 인민 전선이 이기지 말아야 해?
여학생: 형은 인민 전선이 '좌파적인 세력'이라고 말했어. 맞아, 인민 전선에는 좌파적인 세력들이 있었어. 게다가 에스파냐에서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들, 사회 민주주의자들, 아나키스트들, 공산주의자들은 파쇼주의와 대립했어. 에스파냐 전국 노동자 연합 역시 파쇼주의와 대립했어. 소비에트 연방과 코민테른 역시 인민 전선을 지원했고 파쇼주의를 몰아내기 바랐어. 코민테른은 국제 공산주의 조직이지. 자, 상황은 이거였어. 파쇼주의를 몰아내기 위해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들, 사회 민주주의자들, 아나키스트들, 공산주의자들, 전국 노동자 연합, 소비에트 연방과 코민테른은 손을 잡거나 조직과 정당을 결성했어. 서로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고 해도, 그들은 모두 똑같이 파쇼주의 세력이 사라지기 바랐어. 이렇게 에스파냐 공화주의 파벌에는 사회주의 빨갱이들이 득실거렸어. 사회주의 빨갱이들은 전부가 아니었으나, 분명히 그들은 에스파냐 공화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했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거야. 유럽 노동 세력들은 스스로 파쇼주의에 저항하는 중이었어. 무산자 민중 계급은 스스로 저항했어. 이런 상황에서 유럽 자본가 계급이 뭐라고 생각했을까? 만약 에스파냐 공화주의가 이기고 파쇼주의를 몰아낸다면?
남학생: 그건…. (잠시 고민한다) 에스파냐 공화주의는 빨갱이 세력에게 물들지 모르지. 소비에트 연방은 에스파냐 공화주의에게 손을 뻗칠지 모르지. 소비에트 연방이나 코민테른이 에스파냐 공화주의를 물들이지 못한다고 해도, 아나키스트들이나 사회 민주주의자들은 에스파냐 공화주의에 참여했을지 모르지. 아나키스트들이나 사회 민주주의자들이 에스파냐 공화주의에 참여한다면, 당연히 에스파냐 노동 세력들은 힘을 얻겠지. 아나키스트들이나 사회 민주주의자들은, 특히, 아나키스트들은 노동자 파업이나 시위대를 지지할 거야. 이미 1차 세계 대전이 터지기 전에 사회주의 아나키스트들은 총파업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들은 노동자 총파업을 강력하게 지지했지. 사실 노동자 총파업은 어느 정도 1차 세계 대전을 약화시킬 수 있었어, 맞아? 노동자들이 병사들이 되지 않는다면, 전쟁은 터지지 못하겠지. <카탈로니아 찬가>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미 에스파냐에서도 여러 노동 세력들은 스스로 파쇼주의와 싸우고, 생산 수단을 공유하고, 노동자 도시를 세웠어. 어, 하지만 에스파냐에서 전국 노동자 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노동 세력들이 연이어 파업하거나 시위하거나 파쇼주의를 몰아낸다면, 어, 그건, 그건…. (머리를 긁는다)
여학생: 말해봐. 형은 틀리지 않을 거야.
남학생: 그건 사회주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멍하니 중얼거리고 크게 소리친다) 그래, 그거야! (남학생이 소리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남학생을 쳐다본다. 남학생은 고개를 꾸벅거리고 다시 여학생을 쳐다본다) 맞아, 그건 사회주의 혁명이야. 노동 세력들이 파쇼주의를 몰아낸다면, 기세등등한 노동 세력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거야. 그들이 군대를 조직하고, 파쇼주의를 몰아내고, 승리를 쟁취하고, 막강한 지원을 받는다면, 사회주의 혁명은 꿈이 아니겠지. 어쩌면 그건 공산주의 혁명이 아닐지 모르지. 하지만 그게 공산주의가 아니라고 해도, 아니키스트들 역시 사회주의 빨갱이 계열이고, 따라서 그들은 노동자 혁명을 일으켰을지 모르지. 유럽 자본가 계급은 절대 그걸 원하지 않을 거야. 유럽 자본가들은 유럽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기 바라지 않겠지. 그게 공산주의든 아나키즘이든, 양쪽 모두 똑같이 사회주의 빨갱이 계열이야. 유럽 자본가 계급은 사회주의 빨갱이들을 증오해.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전염병처럼 혁명을 두려워해. 사회주의 혁명은 사라져야 해. 만약 파쇼주의가 이긴다면, 사회주의 혁명은 사라질 거야. 그래서….
여학생: 그래서?
남학생: (머뭇거린다) 그래서…. (손을 휘젓는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건 말이 안 돼! 정말 이것 때문에? 유럽 노동 세력들이 파쇼주의를 몰아낸다면, 노동 세력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어. 유럽 자본가 계급은 절대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아. 만약 파쇼주의 세력이 이긴다면, 사회주의 혁명은 사라질 거야. 그래서 유럽 자본가 계급은 파쇼주의를 묵인하거나 옹호하….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남학생이 소리쳤기 때문에 사람들은 남학생을 쳐다본다. 남학생은 목소리를 낮춘다) 빌어먹을, 아무리 유럽 자본가 계급이 권력을 유지하기 원했다고 해도, 그들이 정말 파쇼주의를 묵인했을까? 파쇼주의가 엄청난 전쟁을 일으킬지 모름에도, 정말 유럽 자본가 계급이 파쇼주의를 묵인하거나 옹호했을까? 사회주의 혁명 때문에? 사회주의 혁명을 없애기 위해? 노동 세력들을 짓밟고 약화시키기 위해? 이건…. 이건 논리적인 비약이야. 이건 사회주의 혁명이 없었기 때문에 2차 세계 대전이 터졌다는 뜻이야. 하지만 이건 논리적인 비약이야. 정말 사회주의 혁명이 없었기 때문에 2차 세계 대전이 터졌을까? 이건 말이 안 돼. 사회주의 혁명이 없었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이 터졌다? 그렇게 사회주의 혁명이 대단해?
여학생: 판단은 형의 몫이야. 하지만 여기에는 논리적인 비약이 없어. 유럽 노동자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어. 사실 어떤 노동 세력들은 파쇼주의를 몰아낸 이후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려고 계획했어. 에스파냐는 부분적으로 사회주의 국가가 될 수 있었어. 만약 에스파냐에 사회주의 정부가 나타난다면, 그건 파리 코뮌의 재림이 될 수 있겠지. 유럽 자본가 계급은 파리 코뮌이 다시 나타나기 바라지 않았을 거야. 그들은 절대 파리 코뮌을 다시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 거야. 에스파냐에 사회주의 정부가 나타난다면, 다른 유럽 지역들에서도 사회주의 정부들이 나타날 수 있겠지. 심지어 그들은 코민테른과 협력할지 모르지. 유럽 자본가 계급에게 그건 정말 끔찍한 악몽이겠지. 만약 유럽 자본가 계급이 파쇼주의를 묵인하거나 옹호한다면, 파쇼주의는 노동 세력들을 탄압할 테고, 파리 코뮌의 계승자들은 다시 나타나지 않겠지. 이건 논리적인 비약이 아니야. 유럽 자본가 계급에게 이건 꽤나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거야.
남학생: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은 에스파냐 노동 세력들을 배신했어.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조지 오웰은 소비에트 연방이 배신했다고 치를 떨었지. 그래서 그렇게 조지 오웰은 소비에트 연방을 미워했을 거야. 유럽에 또 다른 파리 코뮌들이 나타났다고 해도, 그들이 코민테른과 협력했을까? 그들이 소비에트 연방과 손을 잡았을까? 어쩌면 유럽 사회주의 정부들은 공산주의보다 아나키즘에 가까웠을지 모르지. 그들은 소비에트 연방 및 코민테른과 대립했을지 모르지. 켄 로치 영화 역시 좌파 인민 전선을 지지하나, 소비에트 연방을 비판해. 나는 사회주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하나, 분명히 이오시프 스탈린은 유럽 노동자 혁명을 배신했어. 따라서 유럽 자본가 계급은…. (한숨을 쉬고 머리를 긁는다)
여학생: 그래, 소비에트 연방은 지원을 거뒀고 에스파냐 노동자 혁명을 배신했지.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이 계속 지원했다면? 만약 소비에트 연방과 코민테른이 계속 인민 전선을 지원하고, 그래서 노동 세력들이 파쇼주의 세력을 몰아내고, 노동 세력들이 총파업을 실행한다면? 심지어 그들이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킨다면? <카탈로니아 찬가>가 보여주는 것처럼, 에스파냐 노동자들에게 혁명은 공상이 아니었어. 그들은 어떻게 혁명을 일으킬지 논의했지. 유럽 지도자들과 자본가 계급은 이걸 두려워했어. 그래서 유럽은 소비에트 연방을 압박했지. 소비에트 연방은 약했어. 그래서 이오시프 스탈린은 지원을 끊었고, 꼬리를 말았고, 자신을 지켜야 했어. 한마디로 스탈린은 겁을 먹었고 몸을 사렸지. 분명히 이오시프 스탈린은 노동자 혁명을 배신했고 심지어 독소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 하지만 그 배후에는 반동적인 유럽이라는 강력한 압박이 있었어. 켄 로치 영화는 이걸 놓쳤지.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오시프 스탈린을 비판했으나, 스탈린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어야 했을 거야. 이건 스탈린이 잘했다는 뜻이 아니야. 분명히 스탈린은 욕을 바가지로 퍼먹어야 해. 하지만 스탈린이 욕을 바가지로 퍼먹어야 한다면, 반동적인 자본가 계급은 유조선으로 욕을 퍼먹어야 할 거야. 유럽이 파쇼주의를 옹호하고 반동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에트 연방과 노동 세력들은 싸워야 했고 서로를 헐뜯어야 했어.
남학생: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은…. 좌파 인민 전선은….
여학생: 요점은 이거야. 유럽에서 여러 노동 세력들은 파쇼주의에 저항했어. 파쇼주의에 저항하는 동안 그들은 생산 수단을 공유했지. 그건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었어. 자본가 계급은 그걸 원하지 않았고 파쇼주의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지. 사실 1차 세계 대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어. 왜 로자 룩셈부르크와 장 조레스가 죽었을까? 왜 블라디미르 레닌이 몸을 사렸고 억지로 종전 조약을 맺었을까? 왜 무산자 민중 계급들이 전쟁에 반대했음에도, 사회 민주당들이 그걸 외면했을까? 케이트 에반스가 그린 만화 <레드 로자>는 얼마나 유럽 상류 사회가 반동적이었는지 보여주지. 여기에 논리적인 비약이 있어?
남학생: 아니, 여기에는…. (머뭇거린다) 하지만 나는 믿지 못하겠어. 고작 사회주의 혁명 때문에? 고작 노동 세력들 때문에? 노동 세력들과 사회주의 혁명을 짓밟기 위해 그렇게 무서운 전쟁이 터졌다? 그렇게 사회주의 혁명이 대단해? 사회주의 혁명은 특별하지 않아. 사회주의 세력은 그저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공유하기 원할 뿐이야. 그래, 사람들이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면, 유럽 자본가 계급은 권력을 잃겠지. 공장 직원들이 투표로 공장 사장을 뽑는다면, 공장 사장은 권력을 잃겠지. 그건 일터 민주주의가 되겠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터 민주주의 때문에? 일터 민주주의를 없애기 위해 그렇게 무서운 전쟁이 터졌….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너는 뭔가를 착각했을 거야. 2차 세계 대전이 터졌을 때, 여기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었을 거야. 노동 세력들은 이유가 되지 못해. 노동 세력들이 이유가 된다고 해도, 노동 세력들은 중요한 이유가 아닐 거야. (여학생을 쳐다본다) 너는 사회주의 혁명이 없었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이 터졌다고 말하고 싶겠지. 나는 동의하지 않아. 너는 뭔가를 오해했을 거야. 미안해.
여학생: 사과하지 마. 형이 사과할 필요는 없어. 나는 절대적이고 우주적인 진리를 말하지 않았어. 나는 그저 1930년대 후반의 에스파냐 상황을 설명했을 뿐이야. 어쩌면 나는 틀렸을지 모르지. 나는 몇몇 부분을 착각했을지 모르지.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야. 나는 에릭 홉스봄 같은 뛰어난 역사학자가 아니야. 어떻게 내가 에스파냐 상황을 절대적이고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어? 그때 에스파냐 상황은 꽤나 복잡했어. 나는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할지 모르고 어떤 사실들을 착각했을지 모르지. 에스파냐 내전을 바라보는 시각들은 꽤나 다양해. 공산주의자들 역시 서로 다르게 에스파냐 내전을 해석하지. 나는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하지 못해. 오히려 내 생각에는 커다란 헛점들이 있을 거야. 하지만 분명히 에스파냐와 유럽에는 이런 현상들이 있었어. 좌파적인 인민 전선. 공화주의와 파쇼주의의 싸움. 투쟁하는 노동 세력들. 노동자 도시와 생산 수단 공유. 소비에트 연방과 코민테른.
남학생: (한숨을 쉰다) 그래, 그리고 사회주의 혁명은 망상이 아니었지. 이미 러시아가 혁명을 일으켰고, 코민테른을 조직했고, 그 코민테른이 에스파냐 공화주의를 지원했기 때문에…. (이마에 손을 얹고 머리를 흔든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납득하지 못하겠어. 너는 사회주의 혁명이 없었기 때문에 2차 세계 대전이 터졌다고 생각하지. 그런 사고 방식은 사회주의 세력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줄 거야. 이건 그렇게 사회주의 혁명이 대단하다는 뜻이 되겠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면, 사람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새롭게 바라보겠지. 사람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원할지 모르지. 그래서 학교 교육들과 언론 매체들과 문화 예술들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싶어…. 젠장, 뭐라고 내가 떠드는 중이지? 이건 헛소리야. 사회주의 혁명은 대단하거나 특별하지 않아. 사회적인 공유가 특별해? 공유 사회가 대단해? 시민 배당과 공유지와 일터 민주주의가 특별해? 이건 유토피아가 아니야. 이건 간단하고 현실적인 문제야. 이런 간단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없애기 위해 그렇게 끔찍한 전쟁이 터졌을까? 이건 망상이야. 이건 거짓말이야. 너는 망상을 꿈꾸는…. 아, 젠장. (고개를 돌린다)
여학생: (남학생의 턱을 잡고 자신을 향해 남학생의 얼굴을 돌린다. 남학생은 여학생을 쳐다보고 여학생은 손을 내린다) 파리 코뮌이 그런 것처럼,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는 절대 유토피아가 아니었어. 오히려 그건 혼란이었지.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는 정말 정신이 사나운 혼란이었어. 누군가는 파리 코뮌과 러시아 소비에트가 해방 공간이라고 말할 거야. 나는 그런 생각에 반대해. 파리 코뮌과 러시아 소비에트는 해방 공간이 아니었어. 거기는 혼란이었어. 하지만 혼란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를 꿈꿀 수 있었지.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를 실험했기 때문에 파리 코뮌과 러시아 소비에트는 혼란스러웠지. 이런 혼란스러움은 유토피아를 향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어. 나는 유토피아 따위를 믿지 않아. 나는 그저 기후 변화와 죽음의 바다와 쓰레기 섬처럼 막대한 환경 오염들이 사라지기 바랄 뿐이야. 나는 가난한 흑인 엄마가 오염된 젖을 아기에게 먹이지 않기 원해. 나는 그저 그걸 바랄 뿐이야. 언젠가 미래 인류가 유토피아를 이룩하고 소행성 인공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그건 정말 멋질 거야. 하지만 나는 그런 거창한 꿈을 바라지 않아.
남학생: 나는 네가 거창한 꿈을 꾼다고 생각해. 너는 결국 미래 인류가 유토피아를 이룩하고 소행성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기 바라지. 아니야? 가난한 흑인 엄마가 풍성하고 건강한 젖을 아기에게 먹인다고 해도, 너는 만족하지 않을 거야. 너는 네 자신을 속이는 중이야. 미래 인류가 유토피아를 이룩하고 소행성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지 못한다면, 너는 만족하지 못하겠지. 미래 인류가 평등하게 소행성 야생 보호 구역을 관리할 때, 마침내 너는 만족하겠지. 그건 유토피아야. 너는 유토피아를 바라는 중이야. 네가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너를 비웃고 손가락질할 거야. 그래서 너는 네가 유토피아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네 가슴 속에는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유토피아가 있어. (여학생의 봉긋한 가슴을 아주 살짝 건드린다) 나는 네가 그걸 당당하게 이야기하기 원해. 왜 숨기지? 그건 부끄럽지 않아. 사람들이 이상을 꿈꿀 때, 이상은 간신히 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거야.
여학생: (턱을 긁는다) 어, 아니, 나는…. (연이어 소매를 만진다) 글쎄, 물론 나는 소행성 보호 구역에서 야생 동물들이 풍성하게 번식하기 원해. 하지만 내가 정말 유토피아를 꿈꿀까? 내가 정말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해도, 그런 유토피아는 수많은 단계들을 거쳐야 할 거야. 아무 단계 없이 소행성 야생 보호 구역은 나타나지 않겠지. 소행성 야생 보호 구역이 나타나기 전에 가난한 흑인 엄마는 건강한 젖을 아기에게 먹일 수 있어야 해.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소행성 야생 보호 구역은 나타나지 못하겠지. 가난한 흑인 엄마가 건강한 젖을 아기에게 먹이기 위해 인류 사회에는 혼란들이 있어야 해. 파리 코뮌 같은 혼란. 러시아 소비에트 같은 혼란. 카탈로니아 노동자 도시 같은 혼란. 알렉산드라 콜론타이가 일으킨 혼란들. 그리고 제3세계에서 인디언들과 원주민들은 생태 마을들과 좌파 정책들을 시도하는 중이지. 그것들 역시 엄청난 혼란들이야. 소행성 야생 보호 구역이 나타나기 전에 인류 사회에는 이런 혼란들이 나타나야 해.
남학생: 그렇게 네가 말할 때, 다른 사람들은 네가 불화와 갈등을 일으킨다고 힐난할 거야.
여학생: 이미 불화와 갈등은 존재해. 에스파냐에서 노동 세력들이 파쇼주의에 저항했을 때, 이미 불화와 갈등은 존재했어. 에스파냐 노동 세력들은 파쇼주의를 몰아내기 원했으나, 유럽 권력자들과 자본가 계급은 노동 세력들을 돕지 않았지. 그게 생산 수단 공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역시 마찬가지야. 노동 조합들, 글로벌 그린스 녹색당들, 인디언들과 원주민들, 마르크스주의자들, 에코 페미니스트들, 급진적인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를 막기 원해. 하지만 세계적인 권력자들과 거대 자본가 계급이 그들을 지원할까? 아니, 오히려 권력자들과 거대 자본가 계급은 그들을 모욕하지. 에스파냐 내전과 오늘날 환경 오염은 다르지 않아. 양쪽은 똑같아. 자본주의는 이득을 지키기 원하고 비극을 부르지. 저항 세력들은 온갖 모욕들을 감수하고 그걸 막고 싶어하지.
남학생: 음, 그래,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어. 어떤 관점에서 양쪽은 서로 비슷하지. 나는 너에게 완전히 동의하지 않으나, 에스파냐 내전과 기후 정의는 서로 비슷할지 모르지. 기후 변화를 막고 싶다면, 우리는 에스파냐 내전을 상기해야 할 거야. (잠시 탈핵 현수막을 올려다보고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시 여학생을 쳐다본다) 나는 에스파냐 내전과 기후 정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양쪽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는 것 같아. 하지만 네 의견에는 논리가 있어. 너는 정말…. 그래, 네 가슴 속에는 유토피아와 소행성 야생 보호 구역이 함께 있겠지. (다시 여학생의 봉긋한 가슴을 건드린다) 소행성 야생 보호 구역은 그저 첨단 상상 과학에 불과하지 않아. 평등한 사회와 계급 투쟁 없이, 소행성 야생 보호 구역은 없겠지.
여학생: 그래, 나는 그걸 강조하고 싶어. 환경 보호와 외계 생태계는 그저 자연 과학에 불과하지 않아. (남학생의 옆구리를 찌르고 작게 투덜거린다)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가슴을 만지고 그래? 우리는 시위하는 중이야.
남학생: (여학생의 손을 잡는다) 야, 야, 나는 그저 살짝 건드렸을 뿐이야. 나는 그저 네 가슴 속에 원대한 이상이 있다고 비유하고 싶었을 뿐이야. 걱정하지 마.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을 거야. (여학생은 팻말로 남학생의 옆구리를 찌른다) 어어, 이제 완전히 깡패네? 너처럼 빨갱이 꿘녀들은 여깡….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잠시 내 정신은 오락가락했을지 모르지. 솔직히 네 말은 충격적이야. 나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 나는 사회주의 혁명이 없었기 때문에 2차 세계 대전이 터졌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 그래서 네 말은 충격적이야. 물론 네 말에는 논리적인 비약이 없어. 그렇다고 해도 나는 믿지 못하겠어. 어쩌면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그건 오랜 시간이 될지 모르지. 어쩌면 평생 동안 나는 너에게 동의하지 못할지 모르지. 나는 시민 배당과 일터 민주주의와 노동자 총파업에 찬성해. 하지만 그렇게 정말 사회주의 혁명이 대단할까…. 나는 믿지 못하겠어. 만약 네 말이 옳다면, 사회주의 혁명은 정말 강력한 힘을 얻을 거야.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이 사회주의 혁명을 막기 원했다면, 사회주의 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혁명이 될지 모르지. 이건 너무 충격적인 사고 방식이야. 너와 이야기하는 동안, 언제나 나는 충격적인 것들을 만나. 그래서 너와 이야기할 때, 지루할 틈은 없어.
여학생: 그래서 형이 나를 좋아하겠지? 그렇지 않을까?
남학생: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그래서 나는 네가 좋아. 비록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해도, 네가 충격적인 것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네가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나는 네가 좋아. 하지만 우리가 이런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여학생: 형은 생각할 수 있어. 형은 다른 사람들과 논의할 수 있어. 비록 형은 숱한 비웃음들을 견뎌야 하겠으나, 형은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어. 이런 논의들이 퍼질 때,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고 2차 세계 대전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겠지. 그때 <배틀필드>는 공허한 메아리를 울리지 않을지 모르지. <배틀필드>에 공허한 메아리가 있다고 해도, 그것과 함께 다른 시각들이 있겠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할 때, 미래 세대는 우리를 좀 더 용서할 수 있을 거야.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과 달리, 미래 세대는 우리를 좀 더 용서할 수 있을 거야.
남학생: 정말 미래 세대가 우리를 좀 더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이 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해. 미래 세대는 우리를 용서하지 못할 거야. 용서하고 싶다고 해도, 기후 변화와 핵 폐기물과 죽음의 바다와 쓰레기 섬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된다면, 미래 세대는 우리를 용서하지 못하겠지. 이미 기후 변화와 핵 폐기물과 쓰레기 섬은 절대 만만하지 않은 문제야. 미래 사회 구조가 바뀐다고 해도, 미래 세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해. 그때 미래 세대는 우리를 심판하겠지.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을 읽었을 때, 나는 목소리를 들었어. 아이의 목소리. 아이의 분노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청아했으나, 청아한 목소리는 나를 심판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어. 그 분노가 옳기 때문이야. 우리 세대가, 산업 자본주의가 그 분노를 초래했기 때문이야. 어떤 독자들은 <핵 전쟁 뒤 최후의 아이들>이 그저 10대 성장 소설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아이의 분노한 목소리를 들었어.
여학생: 음, 이건 너무 성급한 예상일지 모르나, 만약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와, 얼굴이 빨개지네? 아까 아무렇지 않게 가슴을 건드린 사람이 누구였지? (남학생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고 계속 말한다) 만약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우리는 아이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모르지. 우리는 이렇게 오염된 세상에 아이를 내보냈다고 사과해야 할 거야. 아니, 이렇게 오염된 세상에서 정말 우리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그게 옳을까? 그건 너무 무책임한 짓일지 모르지. 기후 변화와 핵 폐기물과 쓰레기 섬이 심각한 문제임에도, 우리가 그걸 아는데도, 만약 우리가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가 뭐라고 생각할까? 아이는 우리가 무책임하다고 느낄지 모르지. 아니, 분명히 아이는 우리가 무책임하다고 느낄 거야.
남학생: 아, 나는 잘 모르겠어. 나는 네가 좋아. 하지만 우리가 정말 결…. 음, 우리가 정말 결혼하고…. 아, 이런, 나에게 결혼이라는 단어는 너무 막연해. 정말 우리가 아이를 낳아야 할까? 우리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아직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한 적이 없어.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여학생의 손을 잡는다) 나는 그저 너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야. 나는 오직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어. 결혼이나 가정이나 아이들…. 나는 잘 모르겠어. 나는 그런 것들을 원한 적이 없어. 무엇보다 우리는 정말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할지 모르지. 기후 변화와 쓰레기 섬이 아이에게 무슨 피해를 끼칠지 우리는 알지 못해. 그걸 알지 못함에도, 우리가 정말 아이를 낳아야 할까? 아이를 낳기 전에 우리가 먼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여학생: 아무도 당장 대답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나는 연인들이 이런 것들을 고민하기 원해. 이런 세상에서 연인이 아기를 낳는다면, 그건 너무…. (고개를 흔들고 머리카락을 빗는다) 아, 이런 논의는 너무 힘들어. 왜 우리가 오직 즐겁고 산뜻한 이야기만 하지 못할까. 우리가 정말 연인이라면, 우리는 즐겁고 산뜻한 것들을 말할 수 있어야 해. 하지만 이런 것들을 피하고 싶다고 해도, 언제나 우리는 이런 논의로 돌아오지. 나는 연인 관계가 이런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누가 캠퍼스 커플이 분홍 빛깔이라고 말했을까. 우리가 정말 분홍 빛깔일까? 형은 이게 좋아? 나와 사귄다면, 언제나 형은 이런 것들을 듣고 이야기해야 할 거야. 우리가 서점에 들리든, 까페에서 치즈 케이크를 먹든,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마시든, 극장에서 영화를 보든, 언제나 형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 거야. 형은 이게 좋아?
남학생: 글쎄, 우리가 분홍 빛깔일까? 하지만 너와 함께 있을 때, 나는 계속 이야기하고 들을 수 있겠지. 적어도 우리는 '오래된 연인'이 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저녁이 되면 의무적으로 전화하지 않을 테고 관심이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지 않을 거야. 우리는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잡지 않을 테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언제나 이런 것들을 떠드느라 바쁘겠지. 주말에 의무적으로 데이트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성 소수자 옹호 시위와 장애인 옹호 시위와 임신 중절 권리 옹호 시위에 참가하겠지. 사이비 광신도들이 성 소수자 시위대를 욕할 때, 우리는 성 소수자 시위대를 변호하느라 바쁠 거야. 우리에게는 지루함이 없겠지. 하하, 나는 이게 좋아. 그래서 나는 네가 좋고 이런 만남이 좋고 이런 순간이 좋아. 우리는 그저 두근거리고 설레는 두 사람에 불과하지 않아. 우리는 머나먼 길을 함께 걷는 중이야. 뭐, 그리고…. (여학생에게 입을 맞춘다) 너는 얼마나 네가 예쁜지 모르겠지. 왜 내가 너처럼 예쁜 여자를 떠나야 하겠어?
여학생: (저도 모르게 살짝 웃는다. 하지만 당장 표정을 바꾼다) 와, 형은 아주 긍정적이네? 솔직히 나는 캠퍼스 커플이라는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고등학생 때, 나는 이런 CC를 꿈꾸지 않았어.
남학생: (여학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고, 불행한 아가씨, 그러셨어요? (손을 치우고 광장을 바라보고 다시 여학생을 쳐다본다) 뭐, 좋아, 이제 시위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어. 시위가 끝난 이후, 우리는 어디 근사한 곳으로 놀러갈 수 있어. 이건 다소 갑작스러우나, 갑작스러운 여정에는 고유한 재미가 있겠지. 어디에 갈까? 나는 여기 주변에 분위기가 괜찮은 곳들을 좀 알아. (여학생에게 손을 내민다) 유토피아와 외계 자연 생태계를 꿈꾸는 사랑스러운 아가씨, 오늘은 이 집사만 믿고 따라오시죠.
[남학생은 이것저것 맛집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점차 탈핵 지지 시위대는 광장에 접근한다. 시위대는 광장으로 들어가고, 광장 속에서 수많은 깃발들과 팻말들은 뒤섞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