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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3부작. 이런 소설에게 생태 문학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을까요?] 영어 위키피디아에는 '생태 문학(eco fiction)' 항목이 있습니다. 생태 문학은 자연 환경과 인류 문명이 무슨 관계를 맺었는지 탐색하는 문학입니다. 생태 문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해도, 이게 대략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들 알 수 있을 겁니다. 생태 문학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이후 등장했습니다. 아마 탈핵과 녹색당, 동물 권리 운동 때문이겠죠. 같은 환경 운동 고전 역시 나왔고요. 하지만 오래 전부터 숱한 철학자들과 작가들은 자연이 문명에게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누군가는 인간이 자연과 싸운다고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인간이 자연과 화합한다고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두 가지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고 이야..
소설 은 꽤나 비극적입니다. 은 여러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자연 과학적인 고증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이 소설은 외계인들을 계급 구조에 비유하고, 어떻게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수많은 SF 작가들은 외계인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이방인으로 그립니다. 다른 세상에서 왔기 때문에 외계인은 이방인이고, 작가는 외계인을 비주류적인 계층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회 속에는 여러 계층들이 존재하고, 주류적인 계층은 비주류적인 계층을 쉽게 무시하거나 외면합니다. 주류 계층에게 비주류 계층은 정말 외계인입니다. 주류 계층은 비주류 계층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주류 계층은 주류 세상에 끼어들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장애인, 성 소수자, 빈민, 노예 등은 쉽게 대중적인 담론이 되지 ..
예전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어떤 사람들은 소설을 걱정했습니다. 만약 인공 지능이 인간 고수를 이길 수 있다면, 인공 지능이 인간 소설가보다 훌륭한 소설을 쓸지 모르죠. 사실 이는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이미 인공 지능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어쩌면 인공 지능 소설가들이 정말 인간 소설가들을 밀어낼지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술 작업이 인간의 영역이고, 기계가 그런 인간적인 영역을 뺏어간다고 한탄합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가 궁금합니다. 왜 예술 작업이 오직 인간임을 드러내는 작업이 되어야 할까요? 로봇이 위험하고 힘든 노동을 도맡는다면, 아무도 그걸 불평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은 위험하고 힘든 노동을 빨리 로봇에게 맡기기 원하겠죠. 하지만 로봇이 그림을 그리거나..
이 블로그에서 저는 얼굴 마담이라는 속어를 여러 차례 썼습니다. 지금 모두 수정했으나, 분명히 저는 얼굴 마담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얼굴 마담은 성 차별적인 말입니다. 원래 얼굴 마담은 술집을 대표하는 여자 주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왜 사람들이 주인을 주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얼굴 마담이라고 부를까요. 사람들은 남자 술집 주인을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남자 주인은 그냥 술집 사장입니다. 사람들이 여자 주인을 얼굴 마담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자를 얕잡아보기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이런 말은 사라져야 합니다. 얼굴 마담 같은 말은 국어 사전에서 빠져야 하고, 사람들은 이런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성 차별 언어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는 여러 성 차별들을 비판했습니..
흔히 사람들은 남자가 배, 여자가 항구라고 비유합니다. 남자는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고, 여자는 제자리에 머뭅니다. 이런 비유는 사이언스 픽션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프리 랜디스가 쓴 는 우주 항해 이야기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여자이고, 우주 정거장에서 살아갑니다. 주인공의 남편은 우주선 선원이고, 우주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꾸준히 떠납니다. 그래서 소설 주인공과 주인공의 남편은 계속 함께 살지 못하고, 남편은 또 다른 살림을 차립니다. 이런 풍경은 그저 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SF 작가들은 우주 항해를 그렸고, 그때마다 남자는 우주선을 타고 멀리 떠납니다. 여자는 행성이나 우주 정거장에서 남자를 기다리죠. 여자가 우주로 떠나고 남자가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풍경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겁니다. 서..
소설 은 기후 변화가 인류 문명을 무너뜨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여러 대륙들은 물에 잠겼고, 당연히 대도시들 역시 바다에 잠겼습니다. 몇몇 폐허만 수면 위에 고개를 내밀었을 뿐이고, 사람들은 폐허 속을 돌아다닙니다. 소설 주인공 소녀는 과거 문명이 남긴 지식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폐허가 된 도서관을 들락거립니다. 도서관에서 소녀는 여러 위인들을 만나요. 갈릴레오, 뉴튼, 아인슈타인, 플레밍, 버질, 플라톤, 셰익스피어, 밀튼, 단테, 바이런, 번스, 톨스토이, 루소, 막스. 도서관은 이 사람들이 창조자라고 말하고,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위대한 창조차가 모두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갈릴레오는 남자이고, 아이슈타인은 남자이고, 루소는 남자입니다. 소녀는 위인 초상화들을 둘러보나, 여자를 찾지..
SF 세상에서 북미 원주민들은 선량하고 자연 친화적인 역할들을 도맡습니다. 에는 가상의 녹색당(생존자당)이 북미 원주민들과 연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은 대놓고 북미 원주민들을 비유하지 않으나, 독자는 그런 맥락을 읽을 수 있죠. 프랭크 쉐칭이 쓴 은 환경 오염을 걱정하는 소설이고, 그레이 울프 같은 북미 원주민 계열이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비단 북미 원주민들만 아니라 원주민이라는 속성은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강조할 수 있죠. 종종 이는 훨씬 더 머나먼 상상력으로 발전합니다. 애니메이션 에서 북미 원주민 계열의 우주 보안관은 야생 동물의 신비로운 힘을 사용합니다. 각종 첨단 기술보다 그런 신비한 주술이 훨씬 강력하죠. 영화 에서 나비 원주민들은 북미 원주민들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들은 대지모신을 숭배하고..
유쾌한 사이언스 판타지부터 엄중한 하드 SF 소설까지, 수많은 SF 소설들은 다양한 종족들을 이야기합니다. 외계인들, 다른 차원의 지적 존재들, 기계 지성들, 개조 생명체들, 기타 여러 종족들은 SF 소설들을 수놓습니다. 인간들은 그런 존재들과 교류하고, 그들은 인간들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그들에게서 장점을 찾거나 단점을 찾죠. SF 소설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이야기하고, 그래서 비주류적인 사고 방식을 강조할 수 있어요. 게다가 전혀 다른 사회 구조를 이룬 인간들 역시 외계인처럼 보일지 몰라요. 똑같이 인간이라고 해도, 서로 다른 사회 구조에서 산다면, 서로 이질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죠. 13세기 사람들은 21세기 사람들이 외계인 같다고 생각할 겁니다. 21세기 사람은 (인류가 32세..
언젠가 이야기한 것처럼 사이버펑크 소설들은 '통 속의 뇌'라는 가정을 즐겨 이용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가상 세계에 갇혔다면, 그 사람은 가상 세계와 현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할 겁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진짜 사물을 보고, 진짜 냄새를 맡고, 진짜 맛을 느끼고, 진짜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할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그건 전부 착각입니다. 그 사람이 보고 맡고 느끼고 듣는 사물과 냄새와 맛과 소리는 전기적인 신호에 불과합니다.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중앙 처리 장치는 온갖 신호들을 보내고, 그 사람은 그저 전기적인 신호를 받을 뿐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현실을 느끼고 싶다면, 그 사람은 기계에서 뛰쳐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기계가 계속 진짜 같은 신호들을 보내기 때문에 그 사람은 기계에서 함부로 뛰쳐나오지 못합..
자연 환경을 이야기하는 소설답게 는 어떤 생태주의 정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정당 구성원들은 자신들을 생존자 정당이라고 불러요. 이 이름을 정하기 전에 정당 구성원들은 몇몇 다른 이름을 고려했습니다. 그것들 중 'People Party'가 있었죠. 피플 파티. 우리나라 번역본은 이걸 '인간의 정당'이라고 번역했더군요. 하지만 저는 '인민당'이 좀 더 올바른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는 People's Party라는 용어를 인민당이라고 부르는 중입니다. 아니면 민중당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이미 우리나라의 좌파 정당들 중 민중당이 존재하고요. 아마 우리나라 번역본이 인민당이라는 용어를 피한 이유는 인민이라는 단어가 빨갱이 냄새를 심하게 풍기기 때문일 겁니다. 북한 덕분에 남한 사람들은 인민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