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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형이상학 비판

차별하는 관념에서 벗어나기

OneTiger 2018. 4. 29. 19:00

이 블로그에서 저는 얼굴 마담이라는 속어를 여러 차례 썼습니다. 지금 모두 수정했으나, 분명히 저는 얼굴 마담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얼굴 마담은 성 차별적인 말입니다. 원래 얼굴 마담은 술집을 대표하는 여자 주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왜 사람들이 주인을 주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얼굴 마담이라고 부를까요. 사람들은 남자 술집 주인을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남자 주인은 그냥 술집 사장입니다. 사람들이 여자 주인을 얼굴 마담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자를 얕잡아보기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이런 말은 사라져야 합니다. 얼굴 마담 같은 말은 국어 사전에서 빠져야 하고, 사람들은 이런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성 차별 언어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는 여러 성 차별들을 비판했습니다. 그런 저조차 얼굴 마담이라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적었습니다. 저는 성 차별들을 비판했으나, 동시에 얼굴 마담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적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지배적인 관념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으나, 사실 저 역시 지배적인 관념에 복종하는 중이었습니다. 한편에서 성 차별을 비판했고, 한편에서 성 차별 용어를 적었죠.



이는 지배적인 관념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보여주는 사례일지 모릅니다. 저처럼 성 차별을 비판하는 사람조차 성 차별 언어를 노골적으로 주절거릴 수 있습니다. 지배적인 관념은 사회 곳곳으로 퍼졌고, 거기에서 벗어나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겁니다. 이 블로그에서 저는 사람들이 지배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꾸준히 이야기했으나, 그런 저조차 또 다른 관념에 복종하는 중일지 모릅니다. 이런 글을 쓰는 동안에도 저는 여전히 형이상학적인 사고 방식을 따라가는 중일지 모릅니다. 피지배 계급은 그렇게 쉽게 각성하지 못할지 몰라요.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좌파 운동들이 필요할 겁니다. 서로 다른 좌파들은 단점들을 보완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정체성을 강조하고 다른 문제들을 무시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경제를 강조하고 다른 문제들을 무시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를 최우선으로 밀어붙이고 다른 것들이 보조적이라고 말합니다. 환경 운동가들은 자연과 문명을 분리하고, 오직 자연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피지배 계급이 정말 지배 계급에게 저항하기 원한다면, 서로 다른 좌파들은 이런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저는 경제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다른 분야들 역시 중요하겠죠.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가장 좌파적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심지어 골수 공산주의자들은 가부장 같은 용어를 부정하고, 가부장적인 제도가 자본주의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사라진다면 가부장적인 제도 역시 당연히 사라질 거라고 믿어요. 만약 자본주의가 사라진다면, 정말 세상은 좀 더 성 평등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성 차별이 무조건 자본주의에서 비롯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가 사라진다고 해도, 성 차별이나 성 폭행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어요. 자본주의가 사라진다면, 성 평등 운동은 아주 거대한 힘을 얻을 수 있겠으나,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게다가 좌파적인 학자들조차 성 차별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곤 합니다. 좌파적인 학자들은 '돈은 모두가 사랑하는 창녀'라거나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권력자에게 들러붙은 매춘부'라고 말합니다. 부정적인 뭔가를 창녀나 매춘부라고 부르는 행위들은 아주 흔합니다. 좌파 학자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매춘은 성 차별 행위입니다. 따라서 어떤 부정적인 현상을 매춘에 비유한다면, 그것 역시 성 차별 행위입니다. 황금 만능주의나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구태여 매춘을 들먹거릴 이유는 없어요.



남자들은 성 차별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사회 안에서 남자들은 기득권이 되고, 그래서 쉽게 성 차별에 빠질 수 있어요. 여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자들은 약자이고 피지배 계급이나, 여자들 역시 지배적인 관념에 복종할 수 있어요. 노예는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떤 노예들은 각성할 수 있으나, 어떤 노예들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새장 속에서 살아가는 새는 새장이 열려도 쉽게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은 성 차별 속에서 허우적거리죠. 하지만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기득권이고, 훨씬 쉽게 권력을 누리고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습니다.


좌파 남자 지식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남자 지식인들이 성 추행이나 성 차별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발언하는 모습을 몇 번 봤습니다. 남자들은 우연한 신체적 접촉을 두근거리고 설레는 경험으로 미화합니다. 복잡한 버스 안에서 남자가 여자의 가슴을 만졌을 때, 남자는 그걸 설레는 경험으로 미화할 수 있죠. 저는 이런 미화가 성 추행을 부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자 지식인조차, 자본주의를 강렬하게 거부하는 남자 지식인조차 이런 미화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지배적인 관념을 거부하는 사람조차 또 다른 관념에 복종할 수 있어요.



성 차별을 부정하는 사람조차 성 차별 속에서 허우적거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좌파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고민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좌파들은 계속 차별과 억압과 착취와 수탈을 바라봐야 할 겁니다. 거기에서 잠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지배적인 관념이 무지막지하게 끼어들지 모릅니다. 그런 사태를 막고 싶다면, 좌파들은 절대 밑바닥 계급과 착취에서 시선을 돌리지 말아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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