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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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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형이상학 비판

왜 SF 창작물의 여자 전사는 여전사라고 불리는가

OneTiger 2018. 3. 23. 20:06

소설 <프라이데이>는 여자 주인공을 내세웁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일반인이 아니라 특수 요원입니다. 위기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정예 요원이죠. 이런 인물을 여전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누군가는 그 인물이 정예 요원이라고 해도 전사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겠군요. <노인의 전쟁> 같은 소설은 어떨까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제인 세이건은 분명히 여전사입니다. 정예 병사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외계인을 멋지게 해치우는 여전사입니다.


사실 SF 소설들에서 이런 여전사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SF 소설들은 온갖 첨단 기술들을 제공하고, 여자들 역시 전장에서 화려하게 활약할 수 있습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근력이 부족하다고요? 괜찮습니다. SF 소설들은 태생적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온갖 기술들을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근력 강화복을 입는다면, 여자와 남자는 별로 차이가 없을 겁니다. 신체 강화 수술이나 강화 약물은 여자들을 남자들보다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제인 세이건은 신체 강화 수술을 받았어요. 여자 로봇이나 인조인간도 빼놓지 못하겠죠. 로봇에게는 성별이 없으나, 여자 로봇은 여전사처럼 보이겠죠.



SF 소설만 아니라 판타지 장르 역시 마찬가지겠죠. 여자 마법사는 남자 전사보다 훨씬 강력할지 모릅니다. 아무리 우악스러운 남자 전사라도 여자 마법사의 현란하고 무시무시한 불덩어리나 번개를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아, 여자 마법사는 마법사일 뿐이고, 전사가 아니겠죠. 전사는 육체적으로 강하고 근접 전투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좋습니다. 엘프 여자 전사나 드워프 여자 전사는 어떨까요. 엘프 여자 전사는 빠른 동작으로 강력한 오거를 쓰러뜨릴지 모릅니다. <드래곤 라자>에 등장하는 이루릴 세레니얼은 좋은 사례가 되겠죠. 정령들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이루릴은 단순한 전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히 검술이 출중하죠.


판타지 작가는 드워프 여자 전사나 다른 유사 인간 여자들이 강하다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여전사를 만들고 싶다면, 얼마든지 설정을 붙일 수 있어요. 소설 <호비트>에는 곰으로 변신하는 베오른이 등장합니다. 베오른 일족 중 여자들 역시 있겠죠. 여자들이 곰으로 변신하고, 트롤들을 쓸어버린다면? 그들은 여전사가 될 수 있겠죠. 아니면 여전사가 마법 갑옷이나 마법 장검을 들고, 멋지게 활약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레드 소냐처럼 아예 육체적으로 강하다고 설정할 수 있고요.



솔직히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두 문단을 서술하는 동안 저는 '여전사'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여전사.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왜 여자 전사는 여전사라고 불릴까요. 구글링으로 여전사를 검색했습니다. 예상대로 온갖 장르 창작물들의 여자 인물들이 등장하는군요. 구글링으로 남전사를 검색했습니다. 뭐, 결과를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전사는 남자입니다. 여자는 전사가 아니고, 그래서 사람들은 여자 전사를 특별히 여전사라고 부릅니다. 여자가 전사가 되지 못하는 신체적인 차이 때문일 겁니다.


태생적으로 여자는 남자에 비해 근력이 약하고, 그래서 육체적인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할 겁니다. 여자 운동 선수는 일반적인 남자에 비해 강하겠죠. 하지만 운동 선수끼리 대결한다면, 남자 운동 선수가 이길 겁니다. 전쟁 역시 비슷하겠죠. 전략이나 보급 같은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해도, 신체적인 강력함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오랜 동안 전쟁은 남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전쟁 영웅들은 남자들입니다. 가끔 여자들이 있으나, 남자들에 비해 밀립니다. 대부분 시대와 지역에서 이는 다르지 않겠죠.



여전히 남자들은 군대를 독차지합니다. 그래서 어떤 남자들은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일종의 특권 의식을 내보입니다. 남자들이 군대에 복무하기 때문에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역사적으로 군대는 지배 계급에게 복종하고 약자들을 학살하는 집단이었습니다. 21세기의 군대 역시 다르지 않고, 우리나라 군대 역시 그런 학살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흔히 창작물들은 군대를 명예롭고 영광스럽고 멋지게 치장하죠.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SF 창작물은 어마어마한 함대 전투를 묘사하고요.


하지만 군대에는 명예나 영광이 없습니다. 대신 폭력이나 학살은 흔하겠군요. 문제는 남자들이 그런 사실을 비판하지 않고 지배 계급에게 계속 굴종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군대를 당장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으나, 현실적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장 군대를 없애지 못한다고 해도, 역사적인 학살을 잊거나 왜곡해서는 안 되겠죠.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할까요? 여자들이 지배 계급에게 굴종하는 남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할까요? 그건 각자 판단할 문제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현실의 군대입니다. 사이언스 픽션이나 판타지 속에서 여자와 남자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할 수 있습니다. 여자 인조인간이나 엘프 여자처럼. 장르 창작물 속의 전사들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여전사라는 용어는 적합하지 않아요.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하다면, 구태여 여전사라고 부를 이유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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