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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어슐라 르 귄은 에 단편 소설을 실을 때, 작가 이름을 U.K.르 귄으로 썼습니다. 사실 르 귄 본인은 그걸 별로 원하지 않았습니다. 편집부가 여자 작가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어슐라'라는 이름을 숨겼죠. 아마 편집부는 독자들이 여자 작가의 SF 소설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하긴 제임스 팁트리처럼 가명을 쓰는 작가도 있었고, 여러 작가들과 독자들은 제임스 팁트리의 성별 정체성을 두고 논란을 벌였죠. 그런 역사를 고려하면, 왜 'U.K.르 귄'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는지 이해할만합니다. 르 귄은 에 소설을 낼 때, 저런 이름을 별 생각 없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생각이 바뀌었고, 이게 성 차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저런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무조건 '어슐라 르..
소설 은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의 '빨갱이 SF'(…)입니다. 사회주의 SF 소설은 많지만, 보그다노프는 러시아 혁명에 참가한 볼셰비키 당원이죠. 블라드미르 레닌과도 가까운 사이였고요. 그러니까 은 정말 빨갱이 SF 소설인 셈입니다. 그만큼 고전적인 사상을 보여주는데, 이 소설의 공산주의 화성인들은 개발과 발전을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역사는 꾸준히 진보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라도 개발과 발전과 확장을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소설 속의 화성인들은 유토피아를 이룩했으나 커다란 난관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지구인 주인공은 화성인들에게 잠시 물러나라고 조언합니다. 계속 앞으로 나가면 벽에 부딪히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라고 말합니다. 화성인들은 이미 충분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잠시 쉬거나 뒤로 물러나도 하등..
소설 는 어니스트 칼렌바흐의 책입니다. 일종의 유토피아 소설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생존자 정당'이라는 집단입니다. 이 정당은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하고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좋아하고, 자연 친화적인 사업을 꾸리고, 재생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원주민들과 유대하고, 성별을 가리지 않고, 동물 권리를 챙깁니다. 아울러 거대 자본주의를 타파하려고 애쓰죠. 이들이 만든 강령을 살펴보면, 저런 사상들을 엿볼 수 있어요. 물론 이 생존자 정당도 모순이 없지 않습니다. 방어적인 폭력마저 너무 부정한다거나 기술 진보를 거부한다거나 등등…. 하지만 이런 정당이 존재한다면, 힘 내라고 응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니, 현실에도 엄연히 이런 정당이 존재합니다. 바로 녹색당이 현실의 생존자..
은 어슐라 르 귄이 쓴 단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딱히 SF 냄새를 풍기지 않습니다. 원래 르 귄이 하드 SF 장르를 별로 쓰지 않지만, 이 소설은 그저 가상의 사회를 이야기할 뿐이죠. (물론 그런 상상력 자체가 바로 사이언스 픽션이죠.) 이 가상의 사회는 축복 받은 유토피아입니다. 유토피아의 모든 이상들이 이 안에 담겼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롭고 즐겁습니다. 유토피아에 존재할만한 그 어떤 모순이나 괴리도 없을 것 같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죠. 그래서 이 소설은 의미 심장하고 서글픕니다. 아무리 평화롭고 진보적인 유토피아에서도 누군가는 착취를 당하고 학대를 당하니까요. 어쩌면 그 누군가는 극히 일부이거나 소수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압도적인 다수를 위해 극소수의 불행은 필연적일지 모릅니다. ..
는 미래 도시를 이야기하는 소설 모음집입니다. 미래 도시를 묘사하는 여러 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죠. 똑같이 미래 도시를 표현해도 각 소설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풍자적인 소설도 있고, 구원자 신화도 있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도 있고, 정체성을 뒤흔드는 사이버펑크도 있습니다. 이런 소설 모음집의 장점은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도 읽어볼 수 있어요. 도 이런 형식의 모음집입니다. 제목답게 다양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들이 모였습니다. 어느 소설은 그냥 디스토피아 수준이고, 어느 소설은 정말 암울하기 그지 없는 묵시록입니다. 어느 소설은 아주 짧고 가볍지만, 어느 소설은 굉장히 묵직하고 난해합니다. 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제는 시..
"자연 과학자인 나는 카트리나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자연 재해와 별 상관이 없는 연구를 해왔고, 경제학이나 정치학처럼 내 분야를 벗어나는 일은 아예 없었다. 그러던 내가 지난 몇 년 동안은 자연 과학에 쏟았던 관심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들여 사회 과학 분야를 탐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 재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사회 과학의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재난이라는 주제는 이제껏 수 많은 책을 통해 언급되었지만, 자연 과학자가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의 경계에 서서 이 이야기를 한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위 문단은 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발췌했습니다. 저자는 지구 물리학자로서 재난의 피해와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저런 서문을 쓴 이유는 자연 과학만으로 각종..
고전적인 부터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거쳐 같은 소설까지, SF 소설은 끊임없이 제국주의를 비판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국주의와 사이언스 픽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일 겁니다. SF 소설 자체가 제국주의 시절에 본격적으로 부흥했기 때문입니다. SF 소설은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태동했는데, 이 시기에 유럽은 한창 식민지를 거느리는 중이었죠. 특히, 영국은 전세계로 손길을 뻗는 중이었고, 수많은 작가들이 영국의 확장 정책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영국의 (상류층 백인 남자) 탐험대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를 탐험하는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나 가 아주 대표적이죠. SF 소설은 아니지만, 같은 소설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 당시 국제 상황을 고려하면, 나 같은 소설이 동시에 나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