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좌파 (97)
SF 생태주의
21세기 초반 현재까지, 아마 사회 민주주의는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전략일 겁니다. 20세기 초반에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 사회 민주주의로 크게 갈렸고, 공산주의는 숱한 압력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는 나름대로 희망을 제시했으나, 거대 자본들의 침략을 버티지 못했고 결국 국가 자본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죠. 이런 와중에 사회 민주주의는 유럽에 계속 퍼졌고, 21세기 초반 현재까지 제일 성공적인 유형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북유럽 모델을 부러워하고, 북유럽 모델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죠.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좌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과연 사회 민주주의가 '좌파'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박노자나 강신주 같은 학..
예전에 미국 대선 때였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떨어졌을 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안타까워 하더군요. 아마 그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그게 여자들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사람은 미국 남자들이 여자들을 인정하기 원했고, 힐러리 클린턴을 그런 상징으로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는 좀 의문이었습니다. 만약 클린턴이 당선된다고 해도 그게 여자들의 지위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미국 남자들이 '여자가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건 분명히 진보이고 커다란 변화입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인정했다는 뜻이고,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변화를 바라겠죠. 하지만 좀 더 따지고 본다면, (여전히 미국 대통령은 남자..
윌리엄 모리스의 는 생태 사회주의의 고전으로 불립니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이지만, 번역자 박홍규 교수는 '자연 환경을 강조하는 유토피아 로망스'라는 관점을 고려했고 그래서 라고 번역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사회주의 유토피아 소설들, 이나 와 달리 는 정말 자연 환경을 강조합니다. 은 공산주의 생산력과 자연 환경의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는 산업 군대를 강조하기 때문에 자연 환경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반면, 는 매연과 산업 폐기물을 부정하고 싱그럽고 울창한 숲을 찬양합니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우드 엘프의 원조는 존 로널드 톨킨이 아니라 윌리엄 모리스일 겁니다. 소설 속의 사회주의자들은 마음 속 깊이 맑은 강물과 목가적인 초원과 울창한 숲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아쉽게도 모리스의 사상은..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이들은 사회 계약론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입니다. 여기에서 관건은 국가입니다. 과연 왜 사람들은 국가를 만들었을까요. 사람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람들은 국가를 계속 인정할 수 있을까요. 토마스 홉스나 존 로크는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질서를 확립할 때 모두가 정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자크 루소 역시 에서 인민들의 일반 의지를 이야기하고, 언뜻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루소의 시각은 홉스나 로크와 많이 다릅니다. 아니,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종종 잊어버리지만, 을 쓰기 전에 루소는 을 썼습니다. 그리고 루소는 이 책에서 아주 기발하고..
여름이 되면, 으레 언론 매체들은 폭염 기사를 이야기합니다. 왜 폭염이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기사입니다. 이런 기사들은 지구 과학과 자연 생태학에 관련이 많기 때문에 과학 기자들도 빼놓지 않는 소재입니다. 아동 과학 잡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잡지도 왜 이토록 폭염이 심해졌는지 이야기해요.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한다면, 첫째가 기후 변화이고 둘째가 열섬 현상입니다. 이건 기후 변화 때문에 지구 전체에 걸쳐 제트 기류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고기압이 한 장소에 꾸준히 머물고, 이게 바로 폭염으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열섬 현상은 도시 내부의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들이 태양빛을 덜 반사하고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도시를 찜통으로 만든다는 뜻이죠. 이 두 가지 중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는 ..
은 페미니즘 장르 소설 모음집입니다. 여러 중편과 단편 소설들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죠. 이 소설 모음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 중 하나는 '여자들만의 공동체'입니다. 이 공동체에는 남자가 없고 여자들만 존재합니다. 어쩌면 이걸 여자들만의 유토피아, 페미니즘 유토피아라고 부를 수 있겠죠. 페미니즘은 성 평등 사상이지만, 성 평등을 이룩하고 싶다면 우선 약자(여자)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약자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래서 여자들만의 공동체는 페미니즘 유토피아 설정이 될 수 있겠죠. 실제 페미니즘 전문가들이 이런 설정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전문가들은 여자들만의 공동체가 페미니즘 사상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말할지 몰라요. 하지만 페미니즘 운동은 '남자에 의존하지 않는 여자..
유토피아 설정은 비단 유토피아 소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같은 소설이 아니라 다른 하위 장르들 역시 유토피아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주 탐사물, 스페이스 오페라, 밀리터리 SF 소설들도 자신만의 이상향을 그리곤 합니다. 물론 이런 소설 속의 문명 사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유토피아처럼 보이지 않을 겁니다. 작가는 최대한 이상적으로 그렸으나, 어떤 독자는 (심지어 소설 주인공이) 거기에 거부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가령, 미래 인류 혹은 인류의 후손이 텔레파시 능력을 발전시켰다고 가정하죠. 이들은 공감 능력이 엄청나게 풍부하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개인의 행동을 공동체와 연결시키죠. 게다가 공감 능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적 재산을 소유하지 않아요. 서로의 ..
[동물들 역시 밑바닥 계급입니다. 밑바닥 계급이 해방해야 한다면, 동물들 역시 해방되어야 하겠죠.] 봉준호 감독의 가 화제인가 봅니다. 이 영화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 화제인지, 아니면 영화의 주제가 화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나 같은 소설들이 떠오르더군요. 자본주의 시장 비판과 바이오펑크가 중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를 이나 와 비교한다면, 의 과학적 상상력이 보다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는 파격적인 설정을 열거하지 않고 세상을 전복시키지 않습니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은 사이언스 픽션의 미덕을 따르기보다 현실을 반영하기 원했을지 모릅니다. 물론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전복적인 설정을 추구할 수 있으나, 봉준호 감독은 그런 길을 따라가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나 가 (과학적..
예전에 듀나가 을 소개할 때, '빨갱이 SF'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빨갱이. 꽤나 향수 어린 단어입니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사람들은 빨갱이라는 말을 그리 자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수구 세력들 역시 이 말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빨갱이라는 말은 과거의 잔재입니다. 영화 에서 '사회주의 빨갱이들' 같은 자막이 나오더군요. 이런 시대극에 어울리는 단어죠. 빨갱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졌기 때문일 겁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자타공인 사회주의의 큰 형님이었고, 사회주의는 곧 소련이었습니다. 수많은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생태주의는 이에 반발했으나, 소련의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저런 반발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죠. 사실 우파들도 소련을 사회주의의 전부..
"자본주의는 환경 문제에 세 가지 일차적인 방식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환경 파괴 문제는 너무 중요해서 이 방식들에 대해 거듭 논의할 가치가 있다." 에릭 올린 라이트는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나열하고, 그 중에서 환경 파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지적했어요.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생태학 서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에릭 라이트는 유명한 좌파 사회학자이고, 는 아주 다양한 사회주의적인 대안들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유일무이한 사회주의 대안인 것처럼 말하지만, 에릭 라이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고 사회적 공유를 실현하는 대안은 여러 종류가 있고, 프롤레타리아 독재 이외에 좌파들은 각종 방법들을 실천할 수 있어요.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