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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기원과 기본 소득 본문

사회주의/사회 공학

불평등의 기원과 기본 소득

OneTiger 2017. 8. 9. 20:00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이들은 사회 계약론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입니다. 여기에서 관건은 국가입니다. 과연 왜 사람들은 국가를 만들었을까요. 사람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람들은 국가를 계속 인정할 수 있을까요. 토마스 홉스나 존 로크는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질서를 확립할 때 모두가 정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자크 루소 역시 <사회 계약론>에서 인민들의 일반 의지를 이야기하고, 언뜻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루소의 시각은 홉스나 로크와 많이 다릅니다. 아니,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종종 잊어버리지만,  <사회 계약론>을 쓰기 전에 루소는 <인간 불평등의 기원론>을 썼습니다. 그리고 루소는 이 책에서 아주 기발하고 탄복할만한 의견을 개진합니다. 인류 문명에는 수많은 불의가 존재합니다. 그 불의는 바로 불평등에서 출발했습니다. 불평등은 사유 재산에서 비롯했고요. 결과적으로 루소는 사유 재산이 불의라고 주장합니다.

 

 

정의를 세우고 싶다면, 사유 재산이라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서는 안 됩니다. 루소는 사유 재산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나, 이 문제를 전혀 간과하지 않죠. <인간 불평등의 기원론>은 그 유명한 장면을 묘사합니다. 누군가가 땅에 울타리를 치고, "여기는 내 땅이야."라고 소리치는 순간, 인류 문명의 모든 착취와 수탈과 학살과 오염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자연 상태의 인간은 사유 재산이 없었으나, 그 울타리와 토지 소유권은 어마어마한 비극을 초래했어요.

 

만약 그 순간, 누군가가 "저 사기꾼의 말을 듣지 말아라. 이 땅의 과일들은 모두의 소유이고, 대지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면, 인류 문명의 크나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인류 문명은 사유 재산이라는 악행과 함께 번성하기 시작했고, 인류는 다시 자연 상태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걸 그냥 방치해야 할까요. 루소는 인민들의 주권을 이야기하기 전에 경제적 평등을 강조합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살 만큼 돈이 많아서는 안 되고,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팔릴 만큼 돈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인류가 사유 재산을 인정한다고 해도 경제적 평등은 인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국가 역시 최종적으로 부자들의 편입니다. 사유 재산은 권력이 될 수 있고, 돈은 권력을 뜻합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은 권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법률이 천부적인 주권을 보장해도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해요. 이는 그저 관념적인 이론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직원들은 돈을 받기 위해 임원들에게 복종합니다. 임원들이 뭔가를 명령하면, 설령 그게 굉장히 부조리하거나 불의하다고 해도 직원들은 돈을 받기 위해 굴복합니다.

 

사장이나 부장이 산업 폐기물을 버리라고 명령했을 때, 거기에 대놓고 반대하는 말단 직원은 별로 없을 겁니다. 숱한 사람들은 이를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노동자 평의회 같은 대안이 등장했어요. 저는 완전히 보편적인 기본 소득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모든 인민들이 완전히 보편적인 기본 소득을 받는다면, 기본 소득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인민들은 그저 돈 때문에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주권을 실현하는 인민들이 늘어날 수 있겠죠.

 

 

수구 세력들의 흔한 모욕과 달리 기본 소득은 인민 주권을 위한 기초이자 토대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하기 때문에 기본 소득을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보수 우파들의 논리와 달리 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임시 방편이 아닙니다. 기본 소득은 사유 재산의 불평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지만, 보다 많은 인민들이 주권을 행사할 기회를 얻을 겁니다. 결국 인류는 생산 수단을 공유하는 계획 경제로 가야 할 테지만, 그 과정은 굉장히 멀지 모릅니다. 따라서 기본 소득 같은 징검다리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이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인간 불평등의 기원론>은 <사회 계약론>보다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인간 불평등의 기원론>을 은근슬쩍 무시하는 듯해요. 어쩌면 이게 너무 좌파적인 내용이기 때문일지 모르죠. 사실 그때 좌파라는 용어가 없었으나, 루소는 이른바 빨갱이 사냥을 당했고, 그래서 말년에 거의 정신병에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비록 루소 본인은 쓸쓸하게 세상을 떴을지 모르지만, 이제 사회주의 사상이나 기본 소득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죠. 이게 바로 진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진보는 더 널리 퍼져야 하고요.

 

 

※ 아, 그래도 루소가 여자를 차별한 수구 꼴통이라는 사실은 전혀 변하지 않죠. 루소는 분명히 위대한 철학자였으나, 우리는 저런 꼴통 마초 같은 단점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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