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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과 자본주의 타파 본문

사회주의/형이상학 비판

정치적 올바름과 자본주의 타파

OneTiger 2017. 11. 24. 21:20

사이언스 판타지는 정치적 올바름에 휘말리기 쉬운 장르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에는 여러 종족들이 등장하고, 어떤 종족은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검마 판타지 역시 별로 다르지 않죠. 가령, 백인 우주 탐사대가 어떤 외계 행성을 방문했다고 가정하죠. 그 행성에는 마치 흑인 원주민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살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이 흑인 원주민처럼 생긴 외계인들은 성깔이 드럽고 못되처먹었기 때문에 선하고 정의로운 백인 탐사대를 공격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소설을 썼다면, 아마 그 소설은 정치적 올바름에 휘말릴 겁니다. 흑인 원주민을 차별하는 소설이라고 비판을 받겠죠. 그리고 정말 19세기부터 장르 소설가들은 그런 이야기를 썼습니다. 헨리 라이더 해거드부터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존 로널드 톨킨, 데이빗 브린처럼 유명한 SF 및 판타지 작가들은 종종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러브크래프트나 톨킨은 인종 차별이라고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테고요. 제임스 팁트리나 옥타비아 버틀러처럼 SF 소설을 이용해 차별을 비판하는 작가가 있는 반면, 차별을 저지르는 작가도 있죠.



덕분에 장르 창작물에서 정치적 올바름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과거에도 정치적 올바름은 중요했으나, 21세기 이후 그런 경향이 더욱 짙어지는 듯합니다. 이는 정말 반가운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훨씬 널리 퍼지고, 모든 작가와 평론가와 독자가 여기에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사이언스 판타지나 검마 판타지 소설 속에서 누군가를 차별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흑인을 차별하고 여자를 차별하고 약소국을 차별하고 장애인을 차별하고 동성애를 차별할지 모릅니다.


여전히 수많은 장르 창작물들은 흉측하게 생긴 장애 괴물이 멋지게 생긴 주인공을 공격하는 내용을 이야기합니다. 장애는 악당 괴물의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는 독자는 저도 모르게 장애인에게 거부감을 느낄지 모릅니다. 반면, 주인공이 장애인인 경우는 비교적 적죠. 마일즈 대장만 봐도 알 수 있듯 그런 주인공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뜻입니다. 사이언스 픽션 속에는 온갖 장비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장애인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으나, 장애인은 쉽게 주인공으로 나서지 못하죠.



그래서 정치적 올바름은 장르 창작계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종종 저는 사람들이 너무 정치적 올바름에만 신경을 쏟는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문명을 비판하기 위한 요소가 오직 정치적 올바름만 있을까요. 정치적 올바름 이외에 중요한 다른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런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올바름은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할지 모릅니다. 가령, 자본주의 체계가 그렇습니다. 정치적 올바름만큼 자본주의 체계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때때로 자본주의 체계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이어집니다. 장애인 시설을 마련하고 싶다면, 많은 비용을 쏟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대 문명에서 거대 자본들이 돈줄을 뒤흔듭니다. 이른바 수구 꼴통들은 거대 자본들이 환경을 오염시켜도 상관하지 않으나, 장애인 시설을 향해 돈이 아깝다고 말합니다. 장애인 복지를 늘리고 싶어도 거대 자본이라는 장벽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어떤 수구 꼴통들은 요즘 여자들이 성형 수술에 환장한다고 욕합니다. 하지만 그런 여자들은 수술을 통해 자신의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기 원합니다. 이는 자본주의적 욕망입니다.



즉, 수구 꼴통들이 성형 수술하는 여자들을 차별하는 원인은 자본주의적 욕망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는 그저 심리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 면접에서 예쁜 여자에 비해 못생긴 여자는 주눅이 들지 모르죠. 치열한 취업 경쟁을 뚫기 위해 외모는 아주 중요한 경쟁력들 중 하나입니다. 즉, 장애인 차별이나 성 차별 아래에는 자본주의 체계라는 원인이 깔렸습니다. 인종 차별이나 약소국 차별 역시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을 부르짖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무심합니다.


그래서 정치적 올바름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소수자를 위해 멋진 발언만 남발하는 보수 우파들을 지지하곤 합니다. 문제는 아무리 그런 보수 우파들이 소수자를 위해 멋진 발언들을 떠든다고 해도, 자본주의 체계가 깨지지 않는다면, 소수자는 계속 차별에 시달린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자본주의 비판이 정치적 올바름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왕년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동성애를 무시한 적이 있습니다. 자본주의만 비판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죠. 그만큼 정치적 올바름은 중요합니다.



저는 우리가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체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에만 매달린다면, 현대 문명의 문제점을 고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불평등한 현대 문명은 계속 불평등한 사이언스 판타지 창작물을 낳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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