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성장 숭배가 진보라는 허상 본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진보'라는 단어를 입에 담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라는 뜻이죠.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을 듯합니다. 수구 세력들은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욕하나, 뭐, 언제 수구 세력들이 논리적으로 떠든 적이 있나요. 수구 세력들이 뭐라고 떠들든, 거기에 신경을 쓰면 시간 낭비에 불과하겠죠. 하지만 보다 논리적인 사람들 역시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흠, 진보는 무슨 뜻일까요. 정말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다른 분야들처럼 진보와 보수를 명확히 가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만약 어떤 나라에서 사회주의자들이 활개를 친다면, 민주당은 보수적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사회주의 세력이 약한 나라에서 민주당은 진보적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부르겠죠. 하지만 저는 이런 견해에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분명히 사회주의 세력은 약합니다. 해방 이후 자본주의 세력이 엄청나게 개입했기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씨가 말랐죠.
하지만 (약소한) 사회주의 세력은 엄연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회주의 세력에 비한다면, 민주당은 그저 중도 보수입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중도 보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핵 발전소를 폐기하(려고 하)고, 비정규직들을 위로하고, 적극적으로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려고 하)고, 북한과 대화를 원하고, 독재를 몰아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보는 그저 '착한 일'을 하는 세력이 아닙니다. 진보가 진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앞으로 나가기 때문입니다.
왜 진보는 앞으로 나가고 싶어할까요? 당연히 현재 상황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진보는 반체제적입니다. 진보는 현재 체제가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판단하고, 마땅히 더 앞으로 나가고 싶어합니다.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은 현재 체제를 비판할까요?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체계, 제도, 체제는 여러 가지입니다. 자본주의, 대의 선거, 가부장제, 성장과 개발….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지키기 원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무분별한 성장과 자본주의를 타파하기 원할까요? 아니죠, 몇몇 자본가들을 타파할 뿐이고, 자본주의 자체를 보존하고 싶어합니다.
대의 선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거법을 어느 정도 고친다고 해도 민주당은 직접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는 국가에 긍정적이겠죠. 본질적으로 국가가 폭력 집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국가들은 엄청난 폭력을 저질렀으나, 문재인 정부는 그런 사실들을 전혀 인정하지 않겠죠. 가부장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가 인사 정책을 실시했을 때, 페미니스트들에게 어마어마한 까임을 당했죠. 여전히 민주당 지지자들은 강간을 미화하고 여자를 차별하는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자와 남자 모두를 위한다고 말했으나, 그 속에 성 소수자를 위하는 의미는 담겨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장 숭배도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핵 발전소는 날아갈 테지만, 핵 발전소만 성장 숭배가 아닙니다. 가장 큰 과제들 중 하나가 설악산이죠. 설악산 이외에 수많은 자연 환경들이 수탈을 당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걸 근절하지 않을 겁니다. 아예 그럴 생각이 없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자본을 키우고 분배한다'는 논리에서 한 발자국조차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핵 발전소마저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다면, 정부가 거대 자본들에게서 더욱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거대 자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거대한 비극을 부르곤 합니다. 소련을 보세요. 성장 숭배에만 매달리는 좌파는 그런 꼴이 납니다. 아니, 과연 성장 숭배를 열렬히 찬양하는 사회 구조를 좌파라고 불러야 할까요. 사실 성장 숭배에만 매달린다면, 좌파가 뭐하러 힘들게 투쟁합니까. 그저 윗대가리들만 바꾸면 장땡이죠. 분배와 복지? 독재자들이나 수구 정당들도 그런 것들을 실행합니다. 분배와 복지가 중점이라면, 뭐하러 좌파들을 에두아르 베른슈타인 같은 인물들과 구분하나요. 과거 노무현 정부는 침략 전쟁을 지지했습니다. 양민 학살을 지지했습니다. 심지어 유시민 같은 인물은 진보가 침략을 지지할 수 있다고 운운했죠.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입니다. 기가 막히고 웃음도 안 나와요. 진보가 침략을 지지한다면, 왜 진보가 존재해야 합니까? 왜 좌파가 전쟁을 막기 위해 린치를 당했을까요?
물론 수많은 사회주의자들은 암살단에 속했고 빨치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약소국으로서 강대국과 싸웠습니다. 미국이 강대국과 맞서는 약소국으로서 중동을 침략했을까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죠.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입니다. 침략을 지지하는 진보는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레닌이 말한 것처럼 진보를 입으로 떠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물론 블라디미르 레닌이나 로자 룩셈부르크처럼 좌파로 유명한 혁명가들마저 경제 성장에 매달리는 한계를 드러냈어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앙드레 고르는 이반 일리치를 참고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레닌이나 로자는 이론적으로마나 기존의 체제를 부정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진보 좌파는 거대 자본과 사유 재산과 침략 전쟁과 강간과 환경 오염에 반대해야 합니다.
물론 이는 당장 문재인 정부가 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수구 세력들이 문재인 정부를 그만 물어뜯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이 개념을 호도하거나 왜곡하는 듯합니다. 저는 그 런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별로 온화하거나 인간적인 것 같지 않으나)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온화하고 인간적이라고 해도 진보는 아닙니다. 결국 진보는 성장 숭배와 가부장제에 반대로 가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