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F & 판타지 (1270)
SF 생태주의
[C-3PO와 R2-D2 피규어. 이런 것이 유치할까요? 문화 취향에 유치함과 고급스러움이 있겠어요.] 흔히 사람들은 SF 장르가 황당무개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이언스 픽션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주된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사실 사이언스 픽션은 언뜻 황당하게 보일지 모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일상적인 요소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SF 소설들은 외계 생명체들을 이야기합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들 진보적인 외계 문명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인류는 진보적인 외계 문명은 고사하고, 외계 미생물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SF 소설들은 인간과 흡사한 로봇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 기술적 특이점을 지나지 못했고, 인공 지능이나 로봇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게다가 온갖 사이언스 ..
[만약 이런 엄청난 거대 괴수를 조종한다면, 그건 정말 정복 욕구를 강하게 충족할지 모릅니다.] 소설 에서 폴 무앗딥은 프레멘을 이끄는 지도자로 상승합니다. 프레멘은 아라키스 원주민들이고, 폴 무앗딥은 칼라단 행성에서 온 외부인이었죠. 하지만 폴은 여러 업적들을 남기고, 결국 원주민들을 이끕니다. 그런 업적들 중 하나는 샌드 라이더, 모래 기사입니다. 프레멘들은 거대한 모래벌레를 타고 사막을 누비고, 폴 무앗딥 역시 모래벌레를 부르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원주민들은 폴이 소환한 모래벌레가 상당히 거대하다고 이야기해요. 지도자에 걸맞는 아주 거대한 모래벌레였죠. 폴은 그 모래벌레에 올라타고, 두 갈고리를 이용해 조종합니다. 이때 폴은 모래벌레 위에서 격렬한 기쁨을 느낍니다. 자신이 아주 거..
전복과 혁신과 파격. 흔히 SF 소설들은 이런 수식어들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식어들은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SF 소설들은 정말 전복적이고 혁신적이고 파격적이죠. 우선 SF 소설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뒤집습니다. 기존의 세계는 뒤집어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에서 시간 여행자는 인류와 동물들이 사라진 세상을 목격합니다. 그 세계조차 영원히 이어지지 않고, 언젠가 다른 세계가 도래하고, 지구 자체가 멸망에 이를 것처럼 보입니다. 쥘 베른은 어느 단편 소설에서 세계가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영원히 반복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포스트-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폴 앤더슨은 어떤 방사능 아포칼립스 소설에서 인류가 돌연변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
SF 소설이 선사하는 가장 큰 재미는 무엇일까요. 아니, 비단 SF 소설만 아니라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가 선사하는 가장 큰 재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인간 이외에 다른 생명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생물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 어느 생명체이든, 어쨌든 우리는 사이언스 픽션 속에서 여러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어요. 사실 우리 자신이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 인간만 이야기하고 인간과 어울리고 인간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인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인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른 생명체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인간에게 집중하는 동시에 얼마든지 다른 생명체들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 문명만 떠받들 이유가..
소설 은 영원한 전쟁을 끝내는 방법으로 '사회 구조'를 주목합니다. 치명적인 내용 누설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나, 은 인류와 토오란 외계인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사회 구조적인 부분이 달랐고, 그건 수많은 참사들과 학살들을 가로지르는 열쇠가 됩니다. 비단 만 아니라 사회 구조를 대규모 전쟁이나 환경 오염과 연결하는 SF 소설들이 더러 있어요. 이런 소설들은 인간이 혼자 살아가지 않고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고 설명합니다. 솔직히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은 뭐 별로 대단한 비밀이 아닙니다. 상식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그런 사실을 인정하겠죠. 하지만 사회라는 개념 자체는 가시적이지 않습니다. 사회라는 개념은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나, 사회라..
[비디오 게임 벽지. 만약 이 이런 표지 그림을 장식한다면….] 소설은 텍스트 매체이고, 그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종종 저는 좋은 소설들이 멋진 표지 그림을 붙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표지 그림이 소설 내용과 동떨어졌다면, 오히려 표지 그림이 없는 편이 나을지 모르죠. 예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같은 소설은 좀 엉뚱한 표지 그림을 붙인 것 같습니다. 저는 왜 그런 그림이 를 대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어려운 책을 번역한 출판사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의 표지 그림은 좀…. 이 소설은 우주 탐사물입니다. 외계 생명체들이 우주 어딘가에 나타났고, 인류 탐사대는 우주선을 타고 외계 생명체들을 방문하고 조사하죠. 당연히 외계 생명체들의 서식지와 광..
[거대 괴수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작가는 방대한 설정들을 밑바탕에 깔아야 할 겁니다.] 종종 거대 괴수를 볼 때마다, 저는 그 압도적인 크기에 경외를 느끼곤 합니다. 인간의 평균적인 길이가 2m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몇 m짜리 동물조차 상당히 거대하죠. 몇 십 m나 몇 백 m짜리 동물은 오죽하겠어요. 그런 생명체들은 어마어마한 크기만큼 아우라를 뿜습니다. 라마 같은 초거대 건축물들 역시 놀라우나, 그것들은 죽은 것입니다. 살아있지 않죠. 그래서 그렇게 거대 괴수들은 경외적일 겁니다. 누군가는 거대 괴수들이 허술하고 황당한 상상일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겠군요. 맞아요. 200m짜리 우주 항모를 상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미 거대한 항공모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m짜리 거..
[수많은 레인저들은 숲을 숭배합니다. 하지만 숲은 자연 환경의 전부가 아니죠.] 소설 에서 프레멘은 아주 매력적인 전사들로 등장합니다. 레토 공작은 이들을 사다우카에 맞서는 병력으로 이용하기 원했죠. 사다우카는 제국 황제가 거느리는 정예 병사들이나, 프레멘 전사들은 그런 사다우카에 맞설 만큼 출중했습니다. 하지만 사다우카가 정규 병사에 가깝다면, 프레멘 전사들은 게릴라 병사에 가깝습니다. 사실 소설 속에서 아트레이드 가문 역시 게릴라 전투 운운했죠.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서 이기기 위해 레토 아트레이드는 게릴라 전술에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만큼 아라키스 행성이 혹독했기 때문일 겁니다. 아라키스는 일반적인 행성들과 다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황토색 모래들과 암벽들만 시야에 들어옵니다. 병사들..
소설 은 고래들에 관한 온갖 기록들과 철학들과 상념들을 쏟아부은 책 같습니다. 이 책에서 (흔히 사람들이 소설에 기대하는) 선형적이고 개연적인 줄거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망망대해에서 선형적이고 개연적인 줄거리를 풀어놓기는 어려울 겁니다. 포경선 피쿼드는 그저 여기저기 떠돌 뿐이고, 그러는 동안 몇몇 고래를 만나거나 다른 선박들을 만나거나 폭풍우에 휩쓸릴 뿐입니다. 모든 사건에서 시간적인 연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따라서 개연성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대신 허먼 멜빌은 고래에 관해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마치 신화 속의 홍수가 세상을 덮치는 것처럼 독자의 머리는 허먼 멜빌이 쏟아부은 기록들, 철학들, 상념들 속에 깊이 잠깁니다. 을 읽는 재미는 그겁니다. 고래를 둘러싼 종교적이고 철학적이..
영화 는 수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비록 개봉 당시 불운한 시기를 거쳤다고 해도 결국 는 빛나는 SF 금자탑에 올라갔죠. 예전에 감독판 기념회였나, 박상준 평론가가 "명작 SF 영화들이 많다고 해도 이 영화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대단하다."고 말한 기억이 나는군요. 아마 그 평가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비단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는 관객만 아니라 장르 영화에 흥미가 없는 관객들 역시 이 영화를 호의적으로 평가하죠. 좋은 장르 창작물은 장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솔직히 사람들이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나 를 좋아하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죠.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놀라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