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F & 판타지 (1270)
SF 생태주의
마이클 크라이튼은 바람직하지 않은 SF 작가로 불리곤 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분명히 유명한 SF 작가이나, 어떤 사람들은 크라이튼이 SF 작가가 아니라고 말하죠. 우선 마이클 크라이튼은 상상 과학보다 스릴러에 흥미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크라이튼이 쓴 유명한 SF 소설들은 대부분 스릴이나 액션을 강조합니다. , , , , , , , (악명이 높은) 등등. 이런 소설들은 스릴이나 액션을 부각하죠. 크라이튼은 나 나 같은 차분하고 정적인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아요. 페이지들이 휙휙 넘어가는 필력은 확실히 발군이나, 과학자들이 차분하게 토의하는 내용은 어쩐지 크라이튼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쓸 수 있는 필력이 있다고 해도 일부러 안 쓰는 듯해요. 게다가 누군가는 크라이튼이 SF 특유의 전복을 보..
얼마 전에 완역본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은 굉장히 유명한 소설이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감독한 영화를 비롯해 여러 매체들에게 영향을 미쳤죠. 하지만 한국에서 이걸 읽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저는 한글로 이 소설을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마침내 이 작품이 나오는군요. 출판사 역시 30년만에 선보이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이라고 홍보합니다. 은 분명히 좋은 작품이나, 저는 의 이야기 구조가 훨씬 더 마음에 들어요. 아마 이 소설이 선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기이한 구역 설정일 겁니다. 예전에 말한 것처럼 기이한 구역 '존'은 문명 내부에 자리잡은 고립된 지역입니다. 기이한 구역은 여러 진귀한 물품들을 품었으나, 아무나 함부로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각종 이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괴물들이 설치기..
[이런 거대 괴수 병기는 저그와 많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조화 친화력에는 미약한 생태주의가 있어요.] 소설 에 등장하는 신의 정원사들은 이름처럼 일종의 종교 집단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종교 집단과 정원사들은 매우 다릅니다. 왜냐하면 정원사들은 소신이 있는 생태주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동물 권리를 지키고, 약자들을 돕고자 합니다. 뭐, 좋은 말을 떠드는 종교 집단들은 많고 많습니다. 현실에서 그런 종교 집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하지만 신의 정원사들은 그저 좋은 소리들만 늘어놓지 않습니다. 정원사들은 확실한 철학을 세우고, 그 철학을 실천합니다. 그리고 그 철학은 바로 생태주의입니다. 생태주의는 권위적인 지배에 반대합니다. 현실에서 수많은..
아마 사람들이 괴수물을 보는 이유들 중 하나는 괴수가 파괴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아주 거대한 야수가 도시를 부수고 사방을 돌아다니는 광경은 강렬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겠죠. 하지만 SF 소설 속에는 거대 괴수 이외에 어마어마한 파괴를 저지를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이 많습니다. 거대 로봇은 거대 괴수의 아주 강력한 경쟁자이고, 초중전차나 첨단 순양함이나 잠수함 역시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어요. 전략 병기를 장착할 수 있다면, (별로 거대하지 않은) 폭격기 역시 도시를 끔찍한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작은 폭격기가 도시를 참혹한 폐허로 불태운다고 해도 그걸 거대 괴수와 동일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사람들이 괴수물을 보는 이유는 그저 단순한 파괴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괴수물에..
흔히 소설 는 SF 밀리터리 소설이라고 불립니다. 도 그렇고, 도 그렇고, 도 그렇죠. 사실 수많은 SF 전쟁 소설들은 SF 밀리터리 소설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외딴 행성에 사는 민간인이 은하 제국 전쟁에 휘말린다고 해도 평론가들이나 독자들은 그 이야기를 SF 밀리터리라고 부르지 않을 듯합니다. 군대가 등장한다고 해도 작가가 뭔가 군사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SF 밀리터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는 은하 제국과 우주 전쟁과 함선 군인들이 등장합니다. 아예 소설 주인공은 함선 인공 지능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밀리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장르를 정확히 규정하기는 어렵고, 아무도 무엇이 정확한 장르인지 정의하지 못하나, 저는 어느 정도 공통된 범주를..
아서 클라크에 관한 비평들을 찾아보면, 비슷한 수식어들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는 거시적인 상상력으로 경외적인 우주 문명을 노래하는 작가입니다. 아서 클라크가 쓴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독자들은 관조적으로 인류 문명을 바라보고 이성적이고 거대한 우주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서 클라크는 우주가 무조건 인자하다고 말하지 않으나, 이성을 믿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지혜로운 외계 문명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런 외계 문명 앞에서 인류는 오만하고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오만하고 초라한 인류 역시 발전할 수 있고, 이성적이고 현명한 미래 문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종종 아서 클라크는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아마 세계 대전과 냉전을 거치는 동안 그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졌을지 모릅니다..
[이런 이질적이고 거대한 외계 야수 역시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에서 비롯했겠죠.] 소설 은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는 과학자들을 이야기합니다. 찰스 다윈이 비글 탐사선을 타고 여러 생명체들을 만난 것처럼 스페이스 비글은 여러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죠. 그것들 중 쿠알이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촉수들이 달린 커다란 고양이과 야수처럼 생겼죠. 다른 외계 생명체들에 비해 쿠알은 비교적 지구 동물과 많이 닮았습니다. 아마 검은 표범에게 길다란 촉수들을 붙인다면, 쿠알과 비슷하게 보이겠죠. 쿠알은 몇몇 창작물에게 영향을 미쳤어요. 가령, 에 등장하는 디스플레이스드 비스트는 쿠알과 아주 비슷하죠. 에도 쿠알이라는 동물이 등장합니다. 이 동물은 파충류의 흔적을 약간 간직했으나, 커다란 호랑이나 표범과 비슷하게 생겼고, 두 ..
종종 독서 동호회들나 SF 평론가들이나 언론들은 SF 소설 순위를 조사합니다. 최고의 SF 소설 100가지, 최고의 스페이스 오페라들, 올해 최고의 SF 소설들 등등. 여러 도서 커뮤니티들과 인터넷 언론들에서 그런 목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가끔 그런 설문 조사들은 왜 독자들이 SF 소설들을 읽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어떤 독자들은 SF 소설들이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런 독자들은 엄중한 고증과 치밀한 과학적 상상력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이나 빅 데이터 인공 지능 같은 용어들이 범람한 이후,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SF 소설들을 찾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가령, 안철수가 를 언급했을 때, 사람들이 윌리엄 깁슨에게 ..
광선총, 우주 함대 전투, 외계 침략자. 많은 사람들은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저런 것들을 떠올릴 겁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다른 것들을 떠올리지 모릅니다. 구글링 이미지에서 '사이언스 픽션'을 검색하면, 다양한 미래 도시들, 우주 탐사선들, 외계 행성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구글링 이미지가 꽤나 대중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모든 사람이 광선총이나 외계 침략자만을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적어도 광선총이나 우주 함대 전투나 외계 침략자가 사이언스 픽션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죠. 무엇보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사이언스 픽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 전쟁으로 이어지고요. ..
[게임 의 언폴른. 나무 외계인에게도 '인간 형체'는 필요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와 검마 판타지에는 여러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종족은 호전적이고, 어떤 종족은 평화적입니다. 어떤 종족은 대의 제도를 시행하고, 어떤 종족은 왕을 숭배하죠. 어떤 종족은 포유류 형태이고, 어떤 종족은 파충류 형태에요. 어떤 종족은 첨단 기술을 자랑하고, 어떤 종족은 뛰어난 신체로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합니다. 이런 수많은 종족들은 스페이스 오페라나 검마 판타지가 얼마나 많이 다채로워질 수 있는지 좌우합니다. 그런 다채로움은 작품을 보다 돋보이게 하고요. 종족들은 서로 성향이나 관습이 다르고, 이런 성향이나 관습이 부딪힐 때,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등장인물들이 한층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나 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