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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는 토비와 렌이라는 두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토비와 렌을 번갈아 조명하고, 어떻게 두 여자가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지 보여주죠. 소설 배경은 폭력적인 디스토피아이고, 수많은 약자들은 혼란 속에서 살아갑니다. 토비와 렌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능력이나 힘이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 지나지 않아요. 토비는 어른이기 때문에 세상만사를 좀 더 자세히 꿰뚫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가혹한 시련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지 못합니다. 렌은 10대 소녀이고, 덕분에 세상 풍파에 그저 휩쓸릴 뿐입니다. 만약 렌이 좀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목숨을 건지지 못했을지 몰라요. 아니,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좌절을 느꼈을지 모르죠. 이런 디스토피아에서 토비와 렌 같은 평범한 여자는 성 폭..
[게임 가 묘사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외계 생태계 역시 사이언스 픽션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 웹사이트들 중 하나일 겁니다. 창작 그림 웹사이트와 다소 거리가 있으나,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창작 그림들을 링크했죠. 덕분에 이런 웹사이트에서 풍성하고 멋진 그림들을 실컷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창작 웹사이트에서 SF 그림들을 구경하기를 좋아합니다. 소설들만 읽기가 실증이 나거나 텍스트만으로 상상하기가 어렵거나 좀 더 시각적인 자극을 원할 때, 이런 창작 웹사이트가 자랑하는 화려한 볼거리들을 구경해도 좋아요. 사이언스 픽션이 이용하는 여러 소재들, 외계 행성과 우주 구축함과 인간형 로봇과 우주복과 보행 전차와 미래 첨단 도시와 외계 ..
"나는 부분적으로 오도니안입니다. 노동 조합주의자이고, 자유주의자이기도 하죠. 우리는 주체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 노동 조합과 함께 일하지만, 중앙 집권에는 반대해요." "너 같은 자유주의자들이란 마음이 물렁해서 실제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이지. 자유주의는 현실에서 잘 작동하는 중이지. 자유주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긴 시간 동안 가혹한 노동을 한 후에야 겨우 미약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지. 나디아, 지구는 완벽한 자유주의 세상이야. 그곳의 절반은 지금도 굶주리는 곳이야. 그렇게 자유로운 곳이지." 위의 두 대사는 소설 과 에서 나왔습니다. 전자는 이고, 후자는 입니다. 에서 주인공은 어느 노동 조합주의자와 만나고, 그 사람은 자신을 조합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합니다. 에서 다양한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물에 잠긴 도시와 도시를 뒤덮은 녹색 밀림, 각종 해양 동물들. 이건 와 꽤나 비슷합니다.] 는 바다에 잠긴 도시를 둘러보는 비디오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어느 소녀입니다. 소녀는 아픈 동생과 함께 쪽배를 타고 정체 모를 도시에 도달해요. 사방은 출렁이는 바다이고, 바다는 도시를 뒤덮었습니다. 높은 건물들은 수면 위로 불쑥 솟았으나, 다른 건물들은 깊고 깊은 물 속에 잠겼죠. 아픈 동생을 구하기 위해 소녀는 이 도시에서 여러 물품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소녀는 쪽배를 타고 높다란 건물들 사이를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깊은 물 속에는 또 다른 생명체들이 존재합니다. 거대한 고래가 솟구치거나 작은 물고기들이 활공합니다. 이런 동물들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칙칙한 녹색 수포들이 동물들의 표면을 뒤덮었..
예전에 어떤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카를 마르스크가 옳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가 말했듯 기술 혁신은 막대한 생산량을 자랑하고, 자본주의를 촉진한다. 언젠가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인류는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고, 따라서 분배는 넘칠 것이다. 그때 당연히 인류는 사회주의를 이룩할 수 있다." 아마 비단 이 사람만 그런 논리를 펼치지 않을 겁니다. 예전부터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를 비롯해 많은 학자들은 이런 기술적 유토피아를 예상했습니다. 게다가 정보 통신 기술은 이런 기술적 유토피아를 부채질할 수 있어요. 정보 통신 기술은 무형 제품이기 때문에 무한한 공유가 가능하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공유가 사회주의로 가는 계단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정보 통신 혁명과 기..
[모스라는 여왕 제노모프 같은 징그러운 절지류 괴물 생산 공장, 절지류 암컷 괴물들과 다르죠.] 소설 은 절지류 괴수를 때려잡는 이야기입니다. 이 풍성한 소설은 여러 이야기들, 특히 도시 경관을 묘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으나, 근본적으로 절지류 괴수가 등장하는 이야기죠. 그 괴수들은 나방처럼 생겼고, 사실 나방이라고 불립니다. 아주 징그럽고 흉악한 나방들이죠.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했고, 꿈에서 도저히 보고 싶지 않은 징그러운 벌레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차이나 미에빌이 무조건 절지류를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취급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 온갖 유사 인간들을 내보내고, 그 중에 벌레 종족도 있습니다. 이 벌레 종족을 이용해 차이나 미에빌은 절지류를 혐오하는 고정 관념..
[게임 처럼 사이언스 픽션은 인류 문명을 벗어날 수 있어요. 소설들은 훨씬 그렇죠.] 소설 에서 주인공 쉐벡은 고향 위성을 떠나 이웃 행성으로 갑니다. 고향 위성과 이웃 행성은 사회 구조, 문화적 분위기, 자연 환경이 모두 달랐죠. 쉐벡은 낯선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고향 위성에서 쉐벡은 계급을 착취하지 않는 분위기를 경험했으나, 이웃 행성에는 그런 분위기나 구조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쉐백은 풍성한 자연 환경에서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사실 이웃 행성에 본격적으로 도착한 이후, 무엇보다 먼저 쉐벡은 울창한 숲에 놀랍니다. 자연 환경은 시각적으로 주인공을 압도합니다. 쉐벡은 계속 이어지는 나무들을 보고, 생명들이 계속 상호 작용한다는 ..
[어쩌면 생물학자는 이런 드넓고 기이한 자연 생태계와 기이한 바다 괴수를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흔히 제프 밴더미어는 뉴 위어드 작가로 불립니다. 따라서 밴더미어가 쓴 은 뉴 위어드 소설이겠죠. 뉴 위어드는 일련의 우주적 공포 소설들을 계승하고,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우주적 공포 소설들을 쓴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하지만 은 러브크래프트 같은 작가들이 쓴 환상 소설들과 다소 다릅니다. 뉴 위어드 작가들은 기존 작가들에게서 머물지 않고 좀 더 넓은 범주를 향해 나갑니다. 어떤 작가는 도시에 집중하고, 어떤 작가는 역사에 집중하고, 어떤 작가는 경제 구조에 집중하죠. 에서 제프 밴더미어는 생태와 환경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생물학자를 소설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자연 환경이 끊임없이 인류 문명을 집어삼킨다고 묘..
수많은 SF 소설들은 좀비를 이야기합니다. 원래 좀비는 판타지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요소이나, SF 작가들은 여러 설정들을 이용해 좀비를 상상 과학으로 바꿨습니다. 뭐, 드래곤이 사이언스 픽션에 등장할 수 있다면, 좀비가 등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죠. 좀비가 매력적인 이유는 좀비들이 사방팔방에서 무수히 출몰하기 때문일 겁니다. 종종 SF 소설들은 좀비를 전염병에 비유합니다. 아니, 검마 판타지 역시 좀비들을 비롯한 언데드들을 전염병에 비유하죠. 전염병 아포칼립스 소설들 속에서 전염병은 엄청나게 퍼지고 아무도 그걸 막지 못합니다. 같은 고전적인 소설부터 최근 블록버스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전염병은 인류가 막지 못하는 폭주 기관차입니다. 좀비들은 사방에서 쉬지 않고 튀어나오고, 덕분에 인류는 엄청난 위기에 ..
[사실 국내에서 와 시리즈는 제대로 개봉한 적이 없죠. 여기는 괴수 불모지….] 듀나는 어떤 논평 시리즈에서 을 이야기할 때, 모래벌레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듀나는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암투보다 모래벌레와 행성 생태계가 훨씬 인상적이라고 말했죠. 거대한 괴수와 그 괴수를 둘러싼 장대한 생태계. 하지만 이외에 듀나는 다른 소설을 이야기하지 않더군요. 저는 그 논평 시리즈를 모두 읽었으나, 듀나가 거대 괴수나 행성 생태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이외에 없었습니다. 사실 듀나가 이야기하고 싶어도 딱히 이야기할 소설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거대 괴수가 등장하고, 그 괴수를 둘러싼 행성 생태계를 서사적으로 펼치는, 그런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국 작가들과 번역된 외국 작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