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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SF 소설과 인류 사회 바깥의 경험 본문

SF & 판타지/장르 정의

SF 소설과 인류 사회 바깥의 경험

OneTiger 2017. 10. 30. 20:00

[게임 <플래닛 익스플로러스>처럼 사이언스 픽션은 인류 문명을 벗어날 수 있어요. 소설들은 훨씬 그렇죠.]



소설 <빼앗긴 자들>에서 주인공 쉐벡은 고향 위성을 떠나 이웃 행성으로 갑니다. 고향 위성과 이웃 행성은 사회 구조, 문화적 분위기, 자연 환경이 모두 달랐죠. 쉐벡은 낯선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고향 위성에서 쉐벡은 계급을 착취하지 않는 분위기를 경험했으나, 이웃 행성에는 그런 분위기나 구조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쉐백은 풍성한 자연 환경에서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사실 이웃 행성에 본격적으로 도착한 이후, 무엇보다 먼저 쉐벡은 울창한 숲에 놀랍니다. 자연 환경은 시각적으로 주인공을 압도합니다. 쉐벡은 계속 이어지는 나무들을 보고, 생명들이 계속 상호 작용한다는 사실을 떠올려요. 그리고 숲 속에서 쉐벡은 언뜻 당나귀나 말처럼 생긴 동물을 봅니다. 그게 당나귀인지 말인지 알지 못했으나, 종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쉐벡이 동물을 봤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죠. 고향 위성에는 동물들이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해양 동물들은 엄청나게 풍부하나, 육지 동물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쉐벡은 동물들보다 먼지들을 풀풀 피우는 사막을 더 많이 봤죠.



그래서 쉐벡은 자신의 반려 타크베르를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타크베르는 생태학자이고, 생태학자답게 타크베르는 항상 모든 생명체가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태학자는 인간의 경계선 바깥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기 원하고 경험하기 원합니다. 만약 이런 경험이 훨씬 확장한다면, 그런 감수성은 사이언스 픽션에 닿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이언스 픽션을 읽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이유들 중에 하나는 사이언스 픽션이 인간 이외의 생명체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류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동물이 아니고 생명체가 아닙니다.


흔한 이야기처럼 세상 만물은 서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 몸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있고, 우리 바깥에는 수많은 나무들과 풀들과 균류들이 있습니다. 작은 벌레들과 커다란 네발 동물들과 아주 거대한 해양 동물들 역시 존재합니다. 우리는 시선을 구태여 인류 사회에만 가둘 필요가 없어요. 얼마든지 인류 사회 바깥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인류 사회 바깥을 외면한다면, 인류 사회는 아주 불행해질 겁니다. 거대 자본들이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면, 그 피해가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인류 사회 바깥을 바라보기 원한다면, 사이어스 픽션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예전부터 사이언스 픽션들은 수많은 생명체들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19세기 이전의 환상 소설들 역시 다양한 종족들이나 생명체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시대가 19세기에 접어들었을 때, 사이언티픽 로망스는 본격적으로 가상의 생명체들을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SF 평론가들은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열어젖혔다고 평가하죠. 그리고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체를 만드는 과학자였습니다.


비록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인조인간은 '인간'이나,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같은 생명 과학자는 후대 작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SF 소설들 속에서 생명 과학자들은 기괴한 생명체들을 주물럭거리고, 덕분에 독자들은 온갖 해괴한 생명체들을 만나볼 수 있죠. 개조 동물들은 이미 19세기에 SF 소설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비단 인공적인 생명체들만 아니라 천연적인 생명체들도 존재합니다. SF 소설들 속에서 인류 탐사대는 심해와 열대 밀림과 지하와 외계 행성으로 떠나고, 이질적인 자연 생태계를 마주합니다. 이질적인 자연 생태계 역시 고전적인 소재입니다. 그렇게 독자들은 인류 바깥을 경험할 수 있죠.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 모릅니다. "왜 SF 소설을 읽어야 하나? 구태여 SF 소설을 읽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현실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다." 맞습니다. SF 소설을 읽지 않아도 온갖 나무들과 동물들과 균류들을 만날 수 있죠. 하지만 뭔가를 좋아한다면, 더 많이 알고 싶어지곤 합니다. 연인들은 그저 서로 만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합니다. 서로를 더욱 자세히 알기 원하죠. 즉, 뭔가를 자주 접하면, 시야는 점차 확장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 속의 생태계만 아니라 전혀 다른 생태계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생명체들.


현실 속의 생태계를 탐구하는 것만큼 이질적인 생태계를 탐구하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그런 SF 소설을 읽는다면, 우리가 그저 지구 생태계에 살지 않음을, 훨씬 더 거대한 우주의 상호 작용 속으로 진출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겠죠. 만약 인류 사회 바깥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 지구를 벗어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를 주목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요. 인류 사회 바깥을 경험하고 싶다면, 현실 속의 생태학을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좀 더 색다르고 넓은 시야를 원한다면, SF 소설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SF 소설에서 좀 더 특별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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