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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아마 많은 사람들은 검마 판타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게임 를 떠올릴 겁니다. 로버트 하워드나 클라크 애쉬톤 스미스, 마이클 무어콕 같은 작가들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분명히 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이 게임은 검마 판타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검마 판타지를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는 전형적인 풍경들을 조성했죠. 전사와 성직자와 도적과 마법사가 어느 마을에 들립니다. 이들은 유쾌하고 시끄러운 술집에서 정보들을 얻습니다. 이들은 그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흡혈귀가 산다는 성채를 찾습니다. 이 성채는 던전이 되고, 모험가 일행은 던전 속에 들어가고, 비좁고 복잡하고 위험한 경로들을 거칩니다. 각종 언데드들과 함정들이 이 네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모험가 일행은 모든 위험..
소설 를 일종의 환상 문학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어느 이상한 세계(미래)를 여행합니다. 이건 만큼 비일상적인 요소이고, 당연히 는 환상 문학에 속할 겁니다.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나 SF 소설보다 사상/철학 서적에 가까우나, 그렇다고 해도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드러내는 환상 문학적인 면모를 간과하지 못하겠죠. (게다가 처럼 정말 SF 소설이라고 강렬하게 주장하는 소설도 있고요.) 윌리엄 모리스는 여러 환상 소설들을 썼고, 저는 이것들이 후대에 영국 판타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환상 소설들을 쓰는 작가답게 윌리엄 모리스는 에서 '이상한 왕국'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왜 사람들이 환상 문학을 추구하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현실과..
[나뭇잎 돛처럼, '야생'을 걷는 자들에게 야생은 숲입니다. 하지만 숲은 야생의 전부가 아니겠죠.] 윌리엄 모리스가 쓴 소설 는 우리나라에서 로 번역되었습니다. 아마 어떤 독자는 어니스트 칼렌바흐가 쓴 소설 와 헛갈릴지 모릅니다. 게다가 많은 창작물들이나 철학 서적들은 '에코토피아'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죠. 생태적인 낙원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들을 고려한다면, 칼렌바흐가 정말 멋진 용어를 대중화한 것 같습니다.) 를 번역한 박홍규 교수는 이 소설이 19세기에서 드물게 생태 철학을 강조하는 유토피아 로망스이기 때문에 일부러 저렇게 번역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실히 19세기 이전에 흔히 알려진 유토피아 소설들은 생태 철학을 그리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자연 환경을 우선적으로 내세우지 않았죠...
[게임 는 근사한 탐험이나, 여기에는 외계 생태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이 부족해요.] 와 와 는 모두 똑같은 SF 창작물입니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고, 다른 생명체들과 마주치고, 서로 싸우거나 교류하는 이야기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이나 주제는 전혀 다르지만, 세 창작물들 모두 전형적인 사이언스 픽션들이죠. 사실 세부적인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체일 겁니다. 각각 매체가 다릅니다. 는 소설이고, 는 영화이고, 는 비디오 게임이죠. 그리고 매체가 다르면, 해당 창작물의 특성 역시 달라지곤 합니다. 저 세 창작물들은 모두 똑같은 사이언스 픽션이지만, 과학적 상상력을 이용하는 방법은 서로 다릅니다. 저는 SF 소설과 SF 영화와 SF 비디오 게임이 모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 소설이 제일 사이언스 ..
[게임 의 한 장면. 이런 증기 함선은 마법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풍길 수 있겠죠.] 여기 검마 판타지 소설 속에 일련의 모험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느 어촌에 들렸고, 이상한 사교를 발견했습니다. 사교는 주민들을 홀리고 산 제물을 바치는 중이었죠. 사실 거대하고 교활한 크라켄이 어촌에 정신적 영향을 미치는 중이었고, 사교는 그런 크라켄을 섬기는 중이었습니다. 모험가 일행은 사교도들을 처치했으나, 아직 부족합니다. 여전히 거대한 악은 저 심연에서 꿈틀거리고, 모험가 일행은 그 악을 처치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어떻게? 만약 이 모험가 일행이 해적 무리를 습격하기 원한다면, 범선을 타고 대해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적과 크라켄은 다르죠. 모험가 일행은 ..
[영화 의 한 장면. 이런 SF는 엄격할 것 같으나, 결국 이것 역시 상상의 영역입니다.] 어쩐지 하드 SF 소설들은 굉장히 엄중할 것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흔히 사람들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우주 활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롱하지만, 반대로 하드 사이언스 픽션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죠. 분명히 하드 SF 소설들은 사이언스 픽션이 빛내는 정수를 담았습니다. 만약 독자가 가장 순수한 사이언스 픽션을 만나고 싶다면, 하드 SF 소설이 해답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 SF 소설에 환상적인 요소가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드 SF 소설은 엄중한 고증을 자랑하는 것만큼 수많은 환상적인 요소들에 기댑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만큼 신화와 전설이 점유하는 영역까지 날아가지 않으나, 종종 하드 사이언스 픽션은 진..
예전에 어떤 과학 잡지에서 '미래의 경찰견'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경찰견은 일종의 강화복을 입었고, 그 강화복에 기계팔이 달렸습니다. 덕분에 경찰견은 그 기계팔을 이용해 물건을 다룰 수 있었죠. 심지어 그 기계팔은 권총을 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시각에서 그런 상상력은 꽤나 괴악합니다. 사실 그 잡지는 1980년대에 나왔고 게다가 어린이 과학 잡지였습니다. 따라서 그런 괴악한 상상력이 날개를 펼칠 수 있었죠. 과거에는, 그러니까 1960~80년대에는 과학 잡지들이 온갖 상상력을 펼쳤고, 과학자들도 엉뚱한 청사진을 설계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농담으로 삼을 수 있으나, 그 당시 사람들은 나름대로 진지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해괴한) 상상력은 오늘날의 S..
[물에 잠긴 폐허. 포스트 아포칼립스. 거대한 공룡들. 이런 분위기는 와 비슷합니다.] 라는 미니어쳐 게임이 있습니다. 제목처럼 지구 곳곳은 물에 잠긴 듯합니다. 덕분에 기존의 문명 세계는 멸망했고, 원시 시대가 다시 찾아왔고 자연은 도시를 침범했습니다. 울창한 밀림들은 곳곳에 자리를 잡았고, 도시 역시 예외가 되지 못합니다. 도시는 밀림과 건물들의 조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거대한 공룡들이 물에 잠긴 지역들과 빽빽한 밀림 속을 돌아다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탐사대가 밀림과 버려진 도시와 야생을 떠돕니다. 그들은 뭔가 중요한 물건들이 밀림과 도시와 기타 다른 장소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걸 발견하기 위해 위험한 세상으로 들어왔습니다. 때때로 탐사대는 공룡과 싸우거나 다른 폭력 조직과 싸우거나 낯..
[이런 그림처럼, 중세 판타지의 스팀펑크는 화려한 공중 함선 전투를 펼칠 수 있을 겁니다.] 종종 하드 SF 독자들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스페이스 판타지라고 비꼬곤 합니다. 사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용어 자체가 조롱을 담았죠. 스페이스 오페라는 SF 소설의 과학적 고증보다 상상력만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기 SF 비평가들은 이 장르를 신나게 씹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오페라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했고, 시장의 많은 부분을 독차지했어요. 스페이스 오페라를 뺀다면, 아마 SF 소설 시장이 꽤나 작아졌을지 모릅니다. 물론 스페이스 오페라가 무조건 유치하거나 단순하다는 생각은 커다란 오해입니다. 이 장르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것만큼 여러 변화를 거쳤습니다. 이안 뱅크스, 피터 해밀튼, 댄 시몬스 같..
소설 은 거대 기업의 횡포와 오염, 수탈을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거대 기업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모든 것들은 이윤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요. 거대 기업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의원들을 배정하고, 대통령은 허수아비와 다르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생산과 대규모 소비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지배하고, 특히 광고는 이런 사고 방식을 더욱 부추깁니다. 상품이 자본주의 체계의 혈액이라면, 광고는 자본주의 체계의 꽃이고 윤활유입니다. 광고는 소비자들을 부추기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사고, 그 몫은 모두 기업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요. 소설 주인공은 광고 회사의 직원이죠. 현대 자본주의 체계와 광고는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입니다. 사람들은 같은 책에서 자본의 작동 구조를 배우곤 하나, 19세기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