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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며칠 전에, 그러니까 금요일에 저는 어떻게 비경 탐험과 괴수물이 짝궁을 이루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댄 시몬스가 쓴 을 언급했고, 나 , 등을 함께 거론했어요. 하지만 은 SF 소설이 아닙니다. 나 이나 와 달리 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닙니다. 댄 시몬스는 이나 처럼 굉장한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들을 썼으나, 그것과 상관없이 은 SF 소설이 아니에요. 댄 시몬스는 탐사선의 구조와 기이하고 혹독한 극지 환경과 북극 원주민들의 문화를 생생하게 고증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이 소설을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르지 못하겠죠. 물론 저는 이 SF 소설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나, 그런 뉘앙스를 풍겼고, 따라서 제 실수입니다. 저는 과 을 함께 언급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아무리 고증이 가볍고 하드하지 않다고 해도 어쨌든 은 분..
소설 에서 개척 과학자들은 화성에 새로운 주거지를 만듭니다. 그들은 그저 생존만 추구하지 않고, 외계 행성에서 새로운 문명을 일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대략 100명의 과학자들이 척박하고 위험한 외계 행성에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과학자들은 어떻게 행성을 개척할지 수없이 논의합니다. 어떤 과학자는 빨리 온실 가스를 퍼뜨리기 원하고, 어떤 과학자는 치명적인 핵 발전을 포기하자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풍력 발전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화성을 좀 더 오래 보존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은 외계 행성 개척과 새로운 문명과 자연 환경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 같습니다. 이런 사례를 그저 하드 SF 소설 속에서만 찾을 이유는 없겠죠. 비디오 게임 역시 이런 논의들을..
[비경은 거대 괴수가 살 수 있는 고향입니다. 그래서 비경 탐험과 거대 괴수는 찰떡 궁합이죠.] "공포에 질린 자, 몸이 얼어붙은 자, 병에 걸려 죽어가는 자가 끝이 보이지 않는 빙원에서 눈 폭풍을 맞으며 걷는다. 오래된 피비린내를 풍기는 녀석의 아가리가 그들의 머리를 집어삼킨다." 소설 은 이런 문구를 뒷표지에 집어넣었습니다. 소설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죠. 이 문구는 크게 두 가지 소재를 가리킵니다. 먼저 '공포에 질린 자가 눈 폭풍을 맞으며 걷는다'는 문장은 비경 탐험을 뜻합니다. 소설 속에서 북서항로를 찾기 위해 영국 해군 탐사대는 두 탐사선을 타고 북극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된 경로를 선택했고, 그래서 얼음 바다에 갇힙니다. 얼음들은 사방에서 두 탐사선을 옥죄고, 두 탐사선은 ..
[이런 부류의 과학 학습 만화들과 애니메이션들은 SF 비경 탐험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과학 학습 만화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수많은 학습 만화들은 주인공들이 이상한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내용을 묘사합니다. 학습 만화 속에서 공룡을 탐구하거나 우주를 관찰하거나 심해를 조사하기 위해 어린이 주인공들은 시간 여행 장치나 우주선이나 잠수정을 타고 중생대와 지구 밖과 해저로 모험을 떠나죠. 공룡을 탐구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중생대로 떠난다면, 그건 분명히 상상 과학일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이죠.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떠난다면, 그것 역시 사이언스 픽션일 겁니다. 심해 조사 역시 마찬가지겠죠. 물론 저런 학습 만화들이 진짜 사이언..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이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비경 탐험의 조합입니다.] 예전에 를 이용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비경 탐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케이트 윌헬름이 쓴 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입니다. 원인 모를 대재앙 때문에 인류는 사라지고, 대신 복제인간들만 남았습니다. 유전적인 결함과 부족한 물품 때문에 복제인간들은 작은 마을에서 삶을 지속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외부로 나가야 했고, 멸망한 대도시에서 필요한 장비들과 물품들을 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복제인간들은 작은 마을에서 너무 오랫동안 지냈고, 낯선 야생과 멸망한 대도시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 유일하게 낯선 땅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 하나가 있었고, 그 사람은 숲과 강과 도시로 탐험을 떠납니다. 그 사람이 탐험을 떠나는 과정은 정..
소설 에서 재미있는 점은 트리피드들이 재앙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소설 제목과 달리 트리피드는 이 작품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은 일종의 장애 아포칼립스입니다. 사람들은 장애를 겪고, 그래서 문명이 붕괴하죠. 따라서 은 옥타비아 버틀러가 쓴 같은 소설과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에는 식물 괴수 따위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식물 괴수가 아니라고 해도 장애는 얼마든지 사람들을 덮칠 수 있습니다. 사실 에서 식물 괴수들은 장애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인공 위성 전투입니다. 적어도 소설 주인공은 인공 위성 전투라고 짐작했죠. 인공 위성이든 혜성이든, 어쨌든 트리피드와 딱히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장애를 겪고 문명이 붕괴하기 전까지, 트리피드는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저 ..
[이런 육식 파충류 괴수는 육식공룡과 비슷한 위상이 됩니다. 음, 이런 자연관이 괜찮을지….] 소설 에서 앨런 그랜트와 팀과 렉스는 몰래 호수를 건너려고 합니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호숫가 근방에서 쿨쿨 잠들었기 때문이죠. 그랜트는 조용히 보트를 띄웠으나, 렉스는 그만 재채기를 터뜨리고 맙니다. 총소리처럼 재채기는 호숫가를 시끄럽게 울렸고,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는 잠에서 깨고 보트를 쫓습니다. 팀은 (파충류가 다들 헤엄칠 수 있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가 호수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육식공룡은 머리와 등줄기, 꼬리의 윗부분을 드러내고 악어처럼 헤엄칩니다. 그랜트는 티라노사우루스가 헤엄치는 모습이 정말 악어 같다고 생각해요. 악어처럼 티라노사우루스는 물 속으로 들어가고 갑자기 보트를 습격하죠. ..
"아로낙스 박사, 내 전기는 세간에서 흔히 쓰이는 전기가 아니에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군요." 소설 에서 네모 선장은 아로낙스 박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로낙스는 어떻게 노틸러스가 움직이느냐고 물었고, 네모는 전기로 움직인다고 대답했죠. 하지만 그게 무슨 전기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아로낙스 역시 더 이상 캐묻지 않아요. 게다가 노틸러스를 둘러보는 아로낙스는 계속 수수께끼들에 부딪히나, 그걸 일일이 풀려고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로낙스는 네모에게 "성과에만 주목하고 굳이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로낙스가 아예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로낙스는 정말 중요한 사실들을 은근슬쩍 우회한다는 느낌을 풍깁니다. 왜 그랬을까..
[양쪽은 똑같은 내용을 다루나, 두 소설 표지 그림은 서로 다른 느낌을 풍깁니다.] 소설 은 의 재편입니다. 두 판역 모두 차이나 미에빌이 쓴 '첫째 바그-라그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각자 다르고, 그래서 제목 역시 다른 듯하군요. 퍼디도라는 발음보다 페르디도라는 발음이 뭔가 더 스팀펑크 판타지에 어울릴 것처럼 들립니다.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두 소설은 표지 그림 역시 다릅니다. 은 조류 인간 가루다가 높은 건물 위에서 뉴크로부존 도시를 둘러보는 장면입니다. 음울하고 추악한 소설 내용을 반영하는 듯하군요. 반면, 은 좀 더 스팀펑크에 가깝습니다. 좀 더 밝고 따스한 느낌이에요. 지저분하고 참혹한 소설 내용과 별로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팀펑크 장르가 (19세기 유럽..
소설 은 화성에서 거주지를 건설하는 과학자들을 이야기합니다. 과학자들은 각자 전공 분야가 다르고, 맡은 업무가 달라요. 그에 따라 사상이나 성향이나 철학 역시 다르죠. 과학자들 중에서 제일 폐쇄적인 인물은 아마 앤 클레이본이라는 지질학자일 겁니다. 앤은 다른 과학자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않고, 마음을 터놓지 않고, 독단적으로 업무를 결정하고, 심지어 크게 말다툼까지 벌입니다. 다른 과학자들도 독선적이거나 자신만의 주장을 강하게 펼치나, 앤만큼 두드러지는 과학자는 없는 듯합니다. 사회주의 공동체를 주장하는 아르카디나 지도자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프랭크 역시 앤만큼 독보적이지 않을 겁니다. 앤이 다른 과학자들과 어울리지 않고 마음을 닫고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그만큼 앤이 자연 환경에 신경을 쓰기 때문일 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