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F 생태주의

<별을 쫓는 사람들>과 공룡 학습 만화 본문

SF & 판타지/비경 탐험

<별을 쫓는 사람들>과 공룡 학습 만화

OneTiger 2017. 11. 30. 19:59

[이런 부류의 과학 학습 만화들과 애니메이션들은 SF 비경 탐험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과학 학습 만화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수많은 학습 만화들은 주인공들이 이상한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내용을 묘사합니다. 학습 만화 속에서 공룡을 탐구하거나 우주를 관찰하거나 심해를 조사하기 위해 어린이 주인공들은 시간 여행 장치나 우주선이나 잠수정을 타고 중생대와 지구 밖과 해저로 모험을 떠나죠. 공룡을 탐구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중생대로 떠난다면, 그건 분명히 상상 과학일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이죠.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떠난다면, 그것 역시 사이언스 픽션일 겁니다. 심해 조사 역시 마찬가지겠죠.


물론 저런 학습 만화들이 진짜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런 학습 만화들은 그저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썼을 뿐이죠. 공룡이든 우주든 심해든, 자연 과학을 좀 더 친근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화 작가들은 사이언스 픽션을 잠시 빌렸을 뿐입니다. 본격적인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르기에 한참 모자릅니다. 이런 만화들에 상상 과학적인 요소는 별로 없습니다. 설사 있다고 해도 그건 아주 상투적이거나 얄팍할 겁니다. 아니면 그건 주된 요소가 아니겠죠.



그렇다고 해도 어렸을 적에 개인적으로 저런 학습 만화들을 꽤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주인공들이 멋진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중생대에서 로봇들과 함께 공룡들을 관찰한다는 발상 자체가 흥미진진했습니다. 예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이런 만화들을 일종의 비경 탐험으로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이런 만화들 속에서 그런 흔적을 찾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읽은 진짜 비경 탐험 소설을 저런 학습 만화에 대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별을 쫓는 사람들>은 진짜 SF 우주 탐사 소설입니다. 이런 소설을 읽었을 때 느낀 감성을 공룡 학습 만화에 대입할 수 있겠죠. 그러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별을 쫓는 사람들>과 공룡 학습 만화에서 양쪽 주인공들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인적이 없는 기이한 세계를 방문합니다. 양쪽 주인공들은 기이한 세계를 탐사하고 비일상적인 자연 생태계를 체험합니다. <별을 쫓는 사람들>에서 주인공들은 우주선을 타고, 인류가 아직 찾지 못한 행성을 방문하고, 희한한 생명체들을 수집합니다. 공룡 학습 만화에서 주인공들은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중생대를 방문하고, 공룡들을 만납니다. 두 창작물은 서로 비슷하게 보입니다.



<별을 쫓는 사람들>과 공룡 학습 만화는 비슷한 형식을 선보입니다. 비록 그런 형식은 겉보기에 불과하고, 그래서 <별을 쫓는 사람들>과 달리 공룡 학습 만화는 껍데기만 사이언스 픽션일 뿐입니다. 하지만 저런 학습 만화에서 비경 탐험이나 우주 탐사를 느끼기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게다가 학습 만화인 만큼, 독자들은 저런 학습 만화에서 각종 자연 과학 지식들을 배우고, 그런 지식들을 융합하는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종종 그런 감성은 사이언스 픽션이 자랑하는 경이감과 비슷할 수 있겠죠. 멋진 우주 생물학 서적을 읽었을 때 SF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가령, 독자가 <창백한 푸른 점>을 읽는다면, SF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창백한 푸른 점>은 SF 소설이 아니라 천문학 서적이나, 이런 책은 독자를 상상 과학적인 세계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은 본격적인 상상 과학이 아니나, 독자는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공룡 학습 만화도 그럴 수 있겠죠. 비록 수준이 얄팍하다고 해도 어린이 독자는 공룡 학습 만화에서 비경을 탐험한다는 어떤 감성을 받을지 모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죠.



저는 공룡 학습 만화가 <별을 쫓는 사람들> 같은 비경 탐험이라고 빡빡 우기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시간 여행 장치를 집어넣는다고 해도 학습 만화는 학습 만화일 뿐입니다. 그걸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우길 이유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학습 만화와 비경 탐험을 서로 연결하는 이유는 분명히 두 매체가 형식적으로 비슷하고 서로 비슷한 감성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저런 학습 만화를 즐겨 읽는 독자가 나중에 SF 독자가 될지 모릅니다. 어쩌면 어떤 독자는 그저 학습 만화에서 만족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그런 독자는 시간 여행 장치와 중생대 생태계에 관한 더 풍부한 이야기를 읽기 원할 테고, 덕분에 SF 소설을 집어들지 모르죠.


사실 <창백한 푸른 점>을 쓴 칼 세이건은 <콘택트>라는 SF 소설을 썼습니다. 왜 우주 생물학자가 SF 소설을 썼을까요. <창백한 푸른 점>과 <콘택트>가 맺은 관계처럼 공룡 학습 만화와 비경 탐험 소설 역시 어떤 관계를 맺었을지 모르죠. 흠, 만약 제가 <창백한 푸른 점>과 <콘택트>를 이야기한다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그렇다면 공룡 학습 만화와 비경 탐험 소설을 함께 이야기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죠.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