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과학 속의 자연 생태계는 어디를 갔는가

[게임 <아스트로니어>가 묘사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외계 생태계 역시 사이언스 픽션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 웹사이트들 중 하나일 겁니다. 창작 그림 웹사이트와 다소 거리가 있으나,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창작 그림들을 링크했죠. 덕분에 이런 웹사이트에서 풍성하고 멋진 그림들을 실컷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창작 웹사이트에서 SF 그림들을 구경하기를 좋아합니다. 소설들만 읽기가 실증이 나거나 텍스트만으로 상상하기가 어렵거나 좀 더 시각적인 자극을 원할 때, 이런 창작 웹사이트가 자랑하는 화려한 볼거리들을 구경해도 좋아요.

사이언스 픽션이 이용하는 여러 소재들, 외계 행성과 우주 구축함과 인간형 로봇과 우주복과 보행 전차와 미래 첨단 도시와 외계 식민지와 궤도 승강기와 멸망한 문명과 무너지는 세계와 기타 그림들을 하루 종일 구경할 수 있죠. 어느 날, 저는 구글링으로 'pinterest science fiction'라는 문구를 검색했습니다. 검색 결과, 여러 그림들이 주르륵 뜨더군요. 우주선 안에서 홀로그램을 구경하는 여자, 사이버펑크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남자, 2족 보행 병기, 우주 정거장과 우주선, 늘씬한 강화복을 입은 미래 요원, 육중한 갑옷을 입은 첨단 군인, 사이언스 픽션보다 테크노 스릴러에 어울릴 듯한 병사.

아마 이렇게 계속 언급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여자는 강화복을 입고 소총을 들었습니다. 우주선의 복도가 보이거나 미래 도시가 화려한 불빛을 밝히거나 기계 장치가 헤드셋을 썼습니다. 어떤 그림은 소설 표지에 어울릴 듯하고, 어떤 그림은 영화 포스터와 비슷하고, 어떤 그림은 비디오 게임의 인터페이스입니다. 어떤 그림은 정말 소설 속의 한 장면이고, 어떤 그림은 비디오 게임의 스크린샷입니다. 우주선도 있고, 우주 정거장의 내부 구조도 있고, 화사한 미래 도시도 있고, 멸망한 도시도 있습니다. 구글링으로 검색했기 때문에 핀터레스트라는 웹사이트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SF 그림들이 나타났겠죠.

네, 이런 그림들은 정말 사이언스 픽션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주선과 로봇과 강화복과 미래 도시.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사이언스 픽션을 구성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흔히 3대빵으로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나 로버트 하인라인은 모두 저런 것들을 이야기했어요. 필립 딕이나 로저 젤라즈니나 그런 작가들을 덧붙여도 목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군요. 하지만 저는 이런 그림들이나 이런 현상이 많이 아쉽습니다.

저는 'pinterest science fiction'라는 문구를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밑바닥까지 둘러봤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림들은 우주선과 로봇과 강화복과 미래 도시를 묘사했습니다. 그것들 중에 자연 생태계는 별로 없었어요. 자연 생태계. 이것 역시 사이언스 픽션에서 아주 중요한 소재입니다. 고대의 야수들과 식생들. 외계 행성의 거대한 동물들이나 기이한 식물들이나 위험한 미생물들. 행성 공학 이후의 자연 환경이나 어마어마한 괴수들. 사이언티픽 로망스가 기지개를 켰을 때부터 자연 생태계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챌린저 교수는 고대 생태계를 탐사했고, 노틸러스는 해저 생태계를 관찰했습니다. 시간 여행자가 그 이상한 갑각류들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타임 머신>은 감동을 절반쯤 잃었을지 모릅니다. 모래벌레와 사막 행성의 생태계는 많은 창작가들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미쳤고, 물에 잠긴 런던에서 바다 이구아나와 바다 악어는 오묘한 환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에코토피아 비긴스>나 <골드 코스트>는 기후 변화나 환경 오염이 정말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고대와 외계와 미래의 자연 생태계는 SF 역사에서 유구한 위상을 자랑하고, 수많은 작가들은 그런 소재들을 이야기했어요.

저 구글링 검색에서 그런 그림들은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그런 그림들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중이 꽤나 약했습니다. 물론 핀터레스트 웹사이트에서 직접 검색한다면, 다양한 고대와 미래와 외계의 자연 생태계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림들은 흔합니다. 하지만 왜 구글링 검색에서 그런 자연 생태계 그림이 많이 나오지 않았는지 저는 좀 의아합니다. 물론 이런 검색 결과에 너무 연연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저런 검색 결과가 본질적인 사이언스 픽션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할지 모릅니다.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그림들 역시 대중적인 편견에 얽매였을지 모릅니다. 그것 역시 틀린 의견은 아니겠죠.

하지만 저 검색 결과는 분명히 어느 정도 대중성을 반영할 테고, 사람들이 사이언스 픽션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드러낼 겁니다. 사람들이 사이언스 픽션을 우주선이나 로봇이나 미래 군인이나 첨단 도시로 생각한다는 반증이겠죠. 자연 생태계는 거기에 끼어들지 못한다는 반증이겠죠. 구글링으로 'science fiction ecology'와 'science fiction spaceships'을 검색하면, 양쪽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생태계를 검색한 결과는 좀 썰렁한 반면, 우주선을 검색한 결과는 압도적인 그림들을 보여주죠. (우주선들이 쌈박질하는 그림들이 특히 많습니다. 학살과 전쟁과 쌈박질은 언제나 잘 팔리는 소재죠. 생명과 치유와 돌봄보다.)

뭐, SF 소설이 제일 중요하다고 해도 저는 이런 상황이 많이 아쉽습니다. 우리는 자연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고, 이 행성의 거주민은 인류만이 아닙니다. 사이언스 픽션은 그런 사실을 강조하기에 좋은 매체입니다. 그런 특징이 저런 검색 결과에 반영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