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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신천지의 악몽>, 자연 생태계의 반응 본문

SF & 판타지/머나먼 생태계

<신천지의 악몽>, 자연 생태계의 반응

OneTiger 2017. 11. 16. 19:53

플로이드 월레스가 쓴 <신천지의 악몽>은 일종의 우주 탐사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단편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우주 탐사보다 미지와의 조우겠죠. 게다가 그 미지는 외계 설치류입니다.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일련의 개척자들은 외계 행성에 도착합니다. 글레이드라고 불리는 이 행성은 이름처럼 녹색 삼림들이 가득한 장소입니다. 그런 만큼 설치류 같은 생물들 역시 살아가요. 비록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포유류는 고작 4종류이나, 해로운 생물들을 방제하기 위해 생물학자 다노 마린은 개척자들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게다가 정말 외계 설치류들이 해를 끼치기 시작합니다. 개척자들이 식량 창고를 만들면, 설치류들은 몰래 식량들을 훔쳐 먹습니다. 당연히 개척자들은 설치류들을 때려잡습니다. 까다롭고 귀찮으나,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작은 설치류들에 이어 다른 생물들이 계속 정착지를 들락거립니다. 개척자들은 계속 외계 야생 동물들을 몰아내고, 그러는 도중 디노 마린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다양한 야생 동물들을 조사하고 이 행성의 자연 생태계가 흘러온 역사를 규명하는 도중, 디노 마린은 사태가 겉보기와 다르다고 깨닫죠.



겉모습만 따진다면, 이 소설은 개척자들과 행성의 자연 생태계가 맺는 관계를 그리는 것 같습니다. 현실 속에서 인류 문명은 자연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그런 영향은 다시 엄청난 변화를 부릅니다. 하지만 그런 영향과 변화는 너무 거시적이고 느립니다. 그래서 그런 영향과 변화를 눈치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말하더군요. 만약 기후 변화가 아주 빠르고 관측하기 쉬운 현상이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분노했을 거라고….


하지만 몇 년 전까지 기후 변화는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기후 변화를 규명하기 위해 수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서로 교류해야 했고, 2000년대 이전에 기후 변화는 대중적인 주제가 아니었죠. 숱한 SF 작가들은 이미 기후 변화를 소설들 속에 집어넣었고, 여러 전문가들 역시 기후 변화를 경고했으나, 2000년대 이전에 기후 변화는 그리 큰 화제를 끌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2010년대 이후만큼 큰 화제를 끌지 못했죠. 그래서 사람들은 기후 변화가 뭔지 아직 제대로 모릅니다. 하지만 <신천지의 악몽>은 다릅니다. 외계 자연 생태계는 개척자들이 미치는 영향을 곧바로 반영합니다. 눈에 보일 만큼 아주 빠르게.



솔직히 그렇게 빨리 자연 환경이 반응할 수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하지만 작가는 자세한 설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꽤나 무리가 있는 설정이기 때문에 작가 역시 자세하게 설정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자연 환경이 엄청나게 빨리 반응한다는 현상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 현상이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개척자들은 자연 환경에 좀 더 우호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찾을지 모릅니다. 파괴와 학살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깨달을지 모르고, 다른 가능성을 고려할지 모르죠.


그래서 SF 소설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SF 소설은 현실에서 파생하지 않는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어요. 만약 현실 속에서 자연 환경이 엄청나게 빨리 반응한다면? 당장 해수면이 상승하거나 치명적인 전염병이 퍼지거나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면? 물론 그렇다고 해도 권력과 자본을 유지하기 위해 기득권들은 계속 자연 환경을 오염시킬 테고, 흑색 선전들을 퍼뜨리겠죠. 인민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학교와 언론은 계속 사람들에게 국가와 거대 자본에게 충성하라고 가르치겠죠. 하지만 자연 환경이 너무 빨리 반응한다면, 뭔가 모순을 깨닫는 사람들이 늘어날지 모릅니다. 그런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겠죠.



나오미 클라인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기후 변화 덕분에 폭력적인 자본주의를 다시 깨달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전에 나오미 클라인은 환경 오염이 막연하게 자연 과학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기후 정의를 들은 이후 클라인은 환경 오염이 그저 자연 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문제라고 깨달았죠. 자연 환경이 자본주의 문명에게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면, 그렇게 깨닫는 사람들이 늘어날지 모르겠습니다. 외계 행성에서 디노 마린이 자연 환경에 다양한 방법들로 대처한 것처럼. 그런 가능성을 SF 소설에서 생각할 수 있고, <신천지의 악몽>은 그런 사변에 어울리는 소설이로군요.


한편으로 소설 속에서 뭔가 거대한 괴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좀 아쉬웠습니다. 기상천외한 자연 생태계를 상상했다면, 뭔가 거대한 괴수가 등장해도 괜찮았을 겁니다. 호랑이 같은 커다란 야수가 등장했으나, 그것만으로 부족했어요. (오히려 호랑이 같은 커다란 야수는 설치류 떼에 비해 위협이 안 됩니다.) 뭐, 이건 개인적인 아쉬움일 뿐입니다. 게다가 자연 환경에 맞서기 위해 개조 사냥개들을 이용한다는 설정은 멋지더군요. 이런 설정을 좀 더 다듬는다면, 생체 병기로 이어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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