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영원한 전쟁>과 사회 구조적인 관점 본문
소설 <영원한 전쟁>은 영원한 전쟁을 끝내는 방법으로 '사회 구조'를 주목합니다. 치명적인 내용 누설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나, <영원한 전쟁>은 인류와 토오란 외계인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쟁을 벌였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사회 구조적인 부분이 달랐고, 그건 수많은 참사들과 학살들을 가로지르는 열쇠가 됩니다. 비단 <영원한 전쟁>만 아니라 사회 구조를 대규모 전쟁이나 환경 오염과 연결하는 SF 소설들이 더러 있어요. 이런 소설들은 인간이 혼자 살아가지 않고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고 설명합니다.
솔직히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은 뭐 별로 대단한 비밀이 아닙니다. 상식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그런 사실을 인정하겠죠. 하지만 사회라는 개념 자체는 가시적이지 않습니다. 사회라는 개념은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나, 사회라는 물리적인 형체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상식을 갖춘 사람조차 사회를 외면하고 개인만 강조하죠. 그 자신이 사회 속에서 살아감에도 사회 구조를 살피지 않고 무조건 개인적인 요소들만 나열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영원한 전쟁> 같은 소설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소설들은 그야말로 이질적인 사회 구조적인 변화가 어떻게 거대한 학살과 참사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회 문제'는 별로 생소하지 않은 용어입니다. 사회 문제는 문자 그대로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사회 구조에서 비롯하는 문제죠. 대부분 사람들은 사회 문제라는 용어가 무엇을 정의하는지 모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의외로 사회 문제를 논할 때, 사회 구조를 언급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치명적인 사회 문제가 터진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 구조보다 개인적인 성품이나 자질을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문제나 사건을 제대로 살피고 싶다면, 우리는 그 문제와 사건 이면에 자리를 잡은 사회 구조적인 면모를 분석해야 할 겁니다. 개인적인 이유도 중요하나, 우리는 사회 안에서 살아갑니다. 개인들은 각자 무인도에서 살아가지 않습니다. 개인들은 고립적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개인들은 거대한 사회를 이루고, 그래서 사회 구조는 여러 사건들과 문제들을 야기하죠.
<영원한 전쟁> 같은 소설은 그런 특징을 지적합니다. 물론 이 소설은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적인 부분만 훑어봅니다. 그건 참으로 아쉬운 점이고 그래서 한계들이 많은 결론으로 빠지나, 적어도 저는 그 출발점 자체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영원한 전쟁>은 뭐가 본질적인 문제인지 알았고, (내용 누설 때문에 자세히 밝히지 못하겠으나)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영원한 전쟁>처럼, 대규모 전쟁이나 환경 오염을 살필 때, 우리는 사회 구조를 주목해야 할 겁니다. 때때로 그런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개인적인 이유를 훌쩍 넘어설 수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사람이 '사회 구조적으로' 학살과 침략과 오염에 찬성할 수 있죠. 그 사람은 개인적으로 착하나, 사회 구조는 개인의 양심을 뛰어넘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학살과 오염에 찬성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노동자 복지를 중시하고, 빈민들을 동정하고, 기후 변화에 반대하고, 성 소수자를 존중한다고 가정하죠. 이 사람은 재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침략 전쟁과 각종 환경 오염들을 질타합니다. 이 사람은 '개인적으로' 착합니다. 개인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착해요. 문제는 이 사람이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사람은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들에 반대합니다. 그게 기본 소득이든, 노동자 평의회든, 좌파적인 협동 조합이든, 어쨌든 이 사람은 자본주의를 바꿀 수 있는 정책들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숱한 전쟁들과 환경 오염들은 자본주의에서 비롯합니다. 결국 '개인적으로 착한' 사람이 '사회 구조적으로 환경 오염을 지지하는' 결과가 됩니다. 결국 이 착한 사람은 '사회 구조적으로' (이른바) 수구 꼴통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적으로 착하나 사회적으로 수구 꼴통인' 사람들은 매우 흔합니다. 솔직히 진보를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사회적인 보수 우파들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람들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뭐가 정말 문제인지 깨닫는다면, 이런 사람들은 얼마든지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득권들은 갖은 방법들을 동원하고,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지 못하도록 막죠.
그런 기득권들을 비판해야 하는 지식인들조차 사회 구조적인 요소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런 (자칭) 지식인들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성직자들이 왕권신수설을 신봉하고 지동설을 비난하고 진화론을 억압한 것처럼 (자칭) 지식인들은 기득권들에 충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을 자칭하는 사기꾼들이 문제죠. 저는 진정한 지식인이 지배적인 기득권들을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지식인들은 별로 없죠. 다들 착하게 살라는 설교만 열심히 반복하고, 진짜 본질적인 문제에 시선을 돌리지 않죠.
노예들이 착하게 산다고 해도 노예 제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노예 제도를 없애고 싶다면,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 구조 자체에 칼을 들이대야 합니다. 자본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는 어마어마한 수탈과 오염 속에서 등장했고, 여전히 전세계적이고 행성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중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지식인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할까요. 언제나 대부분 지식인들은, 심지어 세계적인 석학들조차 그저 지배적인 관념 앞에서 머리를 수그릴 뿐입니다. 그런 지식인들은 지동설을 비난하는 과거 성직자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요. 저는 그런 (자칭) 지식인들의 눈 앞에 <영원한 전쟁>의 결말을 들이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