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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섬>과 경쟁 체계와 시장 경제 본문

SF & 판타지/유토피아

<신비의 섬>과 경쟁 체계와 시장 경제

OneTiger 2018. 1. 16. 18:50

소설 <신비의 섬>은 무인도 생존 이야기입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무인도에 난파했고, 여기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처음에 그들은 간신히 먹거리들을 얻고, 초라한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하지만 점차 도구들과 무기들과 주거지를 발전시키고, 초라한 보금자리는 작은 마을로 성장합니다. 비록 몇몇 사람이 사는 마을일 뿐이나, 생존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서 작은 문명을 일구었습니다. 이렇게 문명을 일구는 소설들은 많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제일 대표적인 작품이겠죠.


하지만 <신비의 섬>은 그저 무인도에서 작은 마을을 만드는 상황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이성과 과학, 논리, 진보를 향하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진보적이고 긍정적인 전망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감성이고, 생존자들은 서로 싸우거나 다투거나 갈등하지 않습니다. 단결된 노동은 그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 소설이 너무 낭만적이라고 비판할지 모릅니다. <파리 대왕> 같은 소설에 비해 <신비의 섬>은 분명히 낭만적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는 연대는 그저 허상이 아닙니다.



무인도에서 생존자들은 작은 문명을 이룩했으나, 여기에 치열한 경쟁이나 시장 경제는 없습니다. 이는 통념과 크게 어긋나는 상황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이나 시장 경제가 문명을 이끌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신비의 섬>에는 그런 것들이 없습니다. 그저 과학과 논리와 이성이 있고, 그걸 실천하는 단결된 노동이 있을 뿐입니다. 누구도 서로 경쟁해야 하거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반드시 경쟁이나 시장 경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논리와 이성과 단결된 노동력이 있다면, 사람들은 충분히 문명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신비의 섬>이 아주 작은 문명이라고 지적할지 모릅니다. 거대하고 복잡한 현대 문명은 무인도의 아주 작은 문명과 다릅니다. 거대하고 복잡한 현대 문명은 치열한 경쟁과 시장 경제가 필수적일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치열한 경쟁이나 시장 경제 이전에 단결된 노동이 존재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단결된 노동이 먼저 존재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나 시장 경제 역시 성립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왜 무인도 문명을 현대 문명으로 확장하지 말아야 할까요. <신비의 섬>은 하드 SF 소설이 아니나, 하드 SF 소설들은 무인도 문명처럼 현대 문명이 굴러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붉은 화성>이나 <2312> 같은 소설은 시장 경제가 없음에도 거대하고 복잡한 문명이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죠. 이런 소설들이 상상 과학에 불과하다고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단결된 노동입니다. <신비의 섬>에서 작은 마을을 세우기 위해 생존자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았습니다. 힘을 합치고 노동했습니다.


<붉은 화성>에서 개척자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았고 시장을 세우지 않았어요. 그들은 서로 갈등하고 반목했으나, 경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힘을 합쳤기 때문에 개척자들은 화성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 주거지를 세울 수 있었죠. 사실 경쟁이나 시장 경제는 문명의 근본이 아니고, 후천적인 요소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보다 단결된 노동이 훨씬 중요합니다. 단결된 노동이 없다면, 아무리 위대한 황제나 위인이라고 해도, 제대로 문명을 세우지 못할 겁니다.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에 피라미드나 콜로세움이나 만리장성이나 마추 픽추는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벽돌을 나르지 않았다면, 그런 건축물들은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따라서 단결된 노동은 문명의 핵심입니다. 단결된 노동을 민주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면, 노동 조합이나 노동자 평의회가 중요합니다.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노동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단결된 노동이나 노동 조합, 노동자 평의회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저 다들 치열한 경쟁이나 시장 경제만 떠들죠. 왜냐하면 자본주의 기득권들이 그게 진리라고 세뇌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금 깊게 생각한다면, 그게 헛소리라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집트 파라오와 로마 황제와 중국 황제와 잉카 황제를 무인도에 집어넣는다고 가정하죠. 그 네 사람들이 열심히 경쟁한다면, 피라드미드와 콜로세움과 만리장성과 마추 픽추를 지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네 사람들이 죽어라 경쟁해도 절대 피라미드와 콜로세움과 만리장성과 마추 픽추를 짓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죠. 그건 불가능합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룩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전혀 어렵지 않은, 아주 기초적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광신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무시할 수 있죠.



수많은 지식인들(을 빙자하는 사기꾼들)은 단결된 노동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똥꼬를 빨아줍니다. 그래서 종교 교리를 외우는 것처럼 순진한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을 떠들죠. 왕권신수설 같은 교리는 꽤나 길게 이어졌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종교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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