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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부분과 사회 구조적인 변화

OneTiger 2018. 2. 9. 20:08

[게임 <아노 2070>에서 에코 진영의 생태 도시. 하지만 사상 없이 이런 도시가 나타날까요.]



소설 <에코토피아 뉴스>와 게임 <아노 2070>은 모두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사이언스 픽션입니다. 하지만 똑같이 환경 보호를 중시한다고 해도 양쪽은 서로 크게 다릅니다. 자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에코토피아 뉴스>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설 속에서 인민들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켰고, 그 덕분에 그들은 목가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에코토피아 뉴스>는 기술적인 부분을 거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자동 동력선처럼 뭔가 미래적인 기술을 구경할 수 있으나, 자동 동력선은 아주 잠시 등장하는 소품에 지나지 않아요. 소설 주인공 역시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하기보다 계속 사회 구조적인 이야기를 듣죠.


반면, 게임 <아노 아노 2070>은 사회적인 구조를 간과합니다. <아노 2070>은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 에코 세력을 이야기하나, 에코 세력에 활동가들은 없습니다. 이 환경 보호 세력은 과학자들을 이용해 각종 첨단 장치들을 만들고, 그것들을 이용해 자연 환경을 보호합니다. 그들은 오직 기술적인 부분만 고려하고,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고민하지 않아요. 페미니즘이나 민족 자결권, 지방 공동체,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생태주의에 따라붙는 가치들은 에코 세력에서 별로 비중이 없죠.



저는 자연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인류가 기술적인 부분과 사회 구조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쪽 모두 중요하고, 어느 하나를 버리지 못할 겁니다. 어떤 작가들은 생태적인 공동체를 영위하기 위해 과학 기술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요. 그런 작가들은 과학 기술이 악이라고 말하고, 과학 기술을 포기할 때 인류가 생태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죠. 하지만 우리는 과학 기술을 이용해 수많은 것들을 이루었고, 더 많은 가능성들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학 기술은 핵 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들을 만들었고, 해로운 화학 약품들을 퍼뜨렸고,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버렸어요. 각종 첨단 병기들은 과학 기술 없이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거대한 항공 모함, 차세대 전투기, 전투 드론, 무인 잠수함, 은폐 전차 등은 필수적으로 과학 기술이 뒷받침해야 하는 병기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과학 기술이 없어진다면 치명적인 전쟁이나 환경 오염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이게 꽤나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기술이 없어진다면, 분명히 항공 모함이나 전투 드론이나 무인 잠수함 역시 사라지겠죠.



하지만 탄도 미사일이나 항공 모함이 없는 시기에도 강대국들은 대량 학살을 저질렀습니다. 구시대적인 냉병기들은 효과적인 대량 살상 무기가 아니나, 그렇다고 해도 대량 학살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무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약한 사람들을 죽이기 원한다면, 효율적인 무기가 없다고 해도 강대국은 얼마든지 사람들을 학살할 수 있어요. 환경 오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학 기술이 없어진다면, 핵 발전소나 해로운 화학 약품들이나 플라스틱 쓰레기들 역시 없어지겠죠. 하지만 첨단 기술이 없는 공동체 역시 자연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무분별하게 숲을 밀어내고 야생 동물들을 사냥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도도는 대표적인 멸종 동물입니다. 하지만 도도는 첨단 기술 때문에 멸종하지 않았어요. 문제는 자연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사고 방식이었죠. 핵 발전소나 화학 약품들이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없어진다면, 자연 환경이 깨끗해질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함부로 나무들을 베고 야생 동물들을 사냥한다면, 환경 오염은 계속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무엇보다 이미 핵 폐기물과 화학 약품들과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도처에 널렸습니다. 이것들을 처리하기 위해 인류는 과학 기술을 더 연구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누가 과학 기술을 이용하느냐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과학 기술을 재생 에너지와 쓰레기를 처리하는 미생물들과 친환경 건물들에 접목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자본주의 기득권들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겁니다. 기득권들은 거기에서 이윤을 뽑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기득권들은 과학 기술을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지 않습니다. 요르겐 랜더스 같은 학자가 말하는 것처럼 친환경 기술은 비싸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게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에 어울리는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핵 발전소를 폐쇄하는 논의 역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겁니다. 현재의 자본주의 체계를 그대로 놔둔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핵 발전소를 논의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겁니다. 자본주의 기득권들이 멍청하게 구경하지 않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들은 핵 발전소 문제가 그저 기술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나, 이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근본적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사회 구조를 해결한 후, 우리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자본주의 기득권들이 엄청난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 속에서 어떤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정말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 다음, 과학 기술을 각종 친환경 기술로 전환할 수 있겠죠. 저는 그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에코토피아 뉴스>와 <아노 2070>의 에코 세력을 함께 대안으로 고민해야 할 겁니다. 물론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둔다면, 저는 <에토토피아 뉴스>에 더 비중을 두고 싶어요.  자본주의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어떤 첨단 기술도 자연 환경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할 겁니다. 설사 보존한다고 해도 이미 엄청난 고통을 겪은 이후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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