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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이런 이야기는 모험보다 탐험에 가깝겠죠. 문자 그대로 비경 탐험은 탐험입니다.] 모험은 검마 판타지 소설의 꽃일 겁니다. 검마 판타지 소설이 진지하거나 유쾌하거나 동화거나 성인 소설이거나 어쨌거나 모험은 검마 판타지 소설의 꽃인 것 같습니다. 소설 에서 하플링, 인간, 엘프, 드워프는 무리를 이루고 암흑 군주의 무시무시한 마법 장비를 파괴하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소설 에서 날렵한 다크 엘프, 묵직한 드워프, 교활한 하플링, 북방의 야만 전사는 무리를 이루고 깊고 깊은 미스랄 왕국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소설 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의 스승과 용 한 마리는 저항군의 알려지지 않은 은신처를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이처럼 수많은 검마 판타지 소설들은 모험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들은 무리를 이루고, 정든 고향을..
문학동네 출판사의 소설 를 보면, 말미에 번역자 후기가 달렸습니다. 번역자는 이 소설이 본격적인 SF 소설의 시발점이지만 단지 SF 소설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을 그저 SF 소설의 시발점으로만 평가한다면, 그건 너무 시시하고 단조로운 평가라고 이야기했어요. 아마 번역자는 메리 셸리의 기구한 삶을 조명하기 위해 을 그저 SF 소설로만 평가하는 해석에서 벗어나자고 말했을 겁니다. 아마 이 세상에는 불행한 SF 작가들이 많을 겁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처럼 단행본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작가도 있을 테고, 옥타비아 버틀러처럼 흑인과 여자라는 사회적 약자가 된 작가도 있을 테고, 필립 딕처럼 그야말로 산만하고 혼란스럽고 편집적인 삶을 살아간 작가도 있겠죠. 존 브루너는 라는 소설로 유명해졌으나, 이런저..
[생체 공중 항공모함 아퀼론. 일반적으로 거대하고 부푼 살덩이는 별로 로망스럽지 않겠죠.] 예전에 저는 사람들이 거대 생체 병기를 혐오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거대 생체 병기는 혐오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례로 소설 의 부유 고래 비행선을 언급하곤 했습니다. 레비아탄 비행선은 겉보기에 딱히 징그럽지 않습니다. 혐오스러울 구석이 없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레비아탄 표면의 파이프나 엔진 등을 징그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레비아탄 비행선은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생겼죠. 레비아탄 비행선은 잘 생긴 축에 속합니다. 반면, 레비아탄과 함께 거대 생체 병기로 등장하는 베헤모스는 그리 잘 생겼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소설 속의 어떤 등장인물은 베헤모스가 심해의 기괴..
소설 은 말 그대로 인류와 도롱뇽의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두 종족의 전쟁은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도롱뇽과의 전쟁'이라는 제목을 보면 이나 처럼 엄청난 전쟁이 벌어지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소설 속에서 도롱뇽들은 처음부터 인류에게 전쟁을 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노동자 신세였습니다. 도롱뇽들과 처음 조우한 인물은 진주 사업가였는데, 이 사람은 도롱뇽들이 잠수를 잘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도롱뇽들은 양서류 종족이니까요. 그래서 이 사람은 도롱뇽들을 잠수부 노동자로 써먹었습니다. 이게 인류와 도롱뇽의 최초 접촉이었죠. 그 이후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졌고, 도롱뇽들은 더 이상 하급 노동자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끝내 그들은 인류와 적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게임 의 레인저. 이런 판타지 레인저는 멋집니다. 하지만 현실의 공원 경비대는….] 검마 판타지 창작물에서 레인저는 아주 멋지고 인상적인 인물들로 등장합니다. 레인저들의 특기는 은신과 정찰이고, 덕분에 오크나 해골 병사는 레인저를 보지 못합니다. 레인저는 울창한 나뭇가지와 덤불과 그늘 속에서 해골 병사를 추적할 수 있고, 해골 병사가 방심할 때 치명적인 화살을 날릴 수 있습니다. 혹은 덤불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고 쌍검을 휘둘러 해골 병사의 목을 딸 수 있습니다. 레인저는 숲 속의 날렵하고 재빠른 사냥꾼이고, 표범이 불시에 사슴을 기습하는 것처럼 악당들을 기습할 수 있습니다. 즉, 레인저는 자신이 공격을 받기 전에 적을 공격합니다. 아무 피해를 받지 않고 적을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적이 무엇을 하는지..
[만약 이런 우주 함선이 생체 함선이라면, 이것 역시 바이오 웨폰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생체 병기는 사이언스 픽션의 오랜 소재입니다. 생체 병기는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가 생체 함선입니다. 영어권에서는 바이오쉽 혹은 리빙 쉽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생체 병기는 바이오 웨폰이라고 불리는 듯하지만, 사실 일반적으로 바이오 웨폰은 미생물 병기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탄저균 무기처럼 생화학전에 속하는 무기를 바이오 웨폰이라고 부르죠. 제가 말하는 '생체 병기', 예를 들어 크고 작은 괴수 같은 것들은 바이오 웨폰에 속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따금 영어권 사람들은 인공적인 괴수를 바이오 웨폰이라고 부르지만, 바이오 웨폰이라는 단어는 괴수보다 바이러스, 포자, 박테리아 등을 가리킵니다. 가령, 누군..
공자는 "포악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독재나 부패 정치가 육식동물보다 훨씬 많은 고통을 양산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육식동물의 공포에서 매력을 느끼나 봅니다. 육식동물의 공포를 이야기하는 창작물들은 넘쳐나고, 대부분 이런 창작물들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꾸준한 사랑을 받습니다. 그 가운데 종종 명작이 탄생할 수 있고요. 가 너무 인상적인 까닭에 '육식동물이 사람을 잡아먹는 이야기'는 너무 뻔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창작물들도 종종 번득이는 영감이나 발상을 선보이곤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라 주제나 사변, 사건 전개가 아닌가 싶어요. 아무리 뻔한 소재라고 해도 창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죠. 때때로 이런 창작물은 사..
코맥 매카시의 는 암울한 소설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번역본 표지를 보면, 온갖 찬사와 함께 암울하고 어둡고 막막하다는 비평들이 실렸습니다. 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 중에서 특히 핵전쟁 아포칼립스처럼 보입니다. 세상은 항상 어둠침침하고, 매일 눈이 내리고, 날씨는 혹독하고, 모든 게 시커멓게 불탔습니다. 어디에도 밝은 구석은 없습니다. 주인공은 어느 남자와 소년이고, 두 사람은 멸망한 세상을 정처없이 떠돕니다. 그들은 아주 원시적이고 단순한 것에만 집중합니다. 먹고, 자고, 싸고, 걷고, 도망치고, 기타 등등. 그게 전부입니다. 이 소설은 오직 그런 것들만 이야기합니다. 종종 남자는 고차원적인 생각을 떠올리지만, 그런 생각들은 허무에 다다르곤 합니다. 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것들만 이야기합니다...
[게임 의 언폴른 우주선은 살아있는 나무와 기계의 조합, 나무 사이보그 우주선입니다.] 사이보그는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을 가리킵니다. 이런 사이보그는 SF 소설의 주요 소재입니다. SF 작가들은 온갖 인공지능들과 로봇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런 기계들과 생명체의 결합은 진부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어떤 사이보그는 내부적으로 기계이고 외부적으로 생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기계가 생체 표피를 뒤집어쓴다면, 그 사이보그는 내부적으로 기계이고 외부적으로 생체겠죠. 만약 누군가가 뇌를 기계로 바꾼다면, 그 사람도 사이보그로 불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통상적인 사이보그는 신체 일부만 기계로 바꿉니다. 적어도 중요 부위는 여전히 생체입니다. 이런 사이보그 개념은 그저 인간에게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왜 인간만 ..
종종 같은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사상 철학 서적이라는 푸념을 받습니다. 사실 이런 소설들은 극적인 전개나 줄거리보다 특정한 사상을 길게 풀어놓는 것에 주목하죠. 같은 소설도 겉보기에는 해양 모험물이지만, 그 알맹이는 사상 철학 서적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선원이 고래 머리를 보며 칸트를 운운하는 장면은 거의 뭐…. 따지고 보면, 윌리엄 모리스의 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우리말 번역자 박홍규 교수는 아예 사회주의 철학 설명까지 달아놨습니다. 사실 박홍규 교수가 이 소설을 번역한 이유는 그저 소설을 출판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을 널리 퍼뜨리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윌리엄 모리스 본인도 딱히 소설을 쓰고 싶다거나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을 겁니다. 윌리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