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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에는 꽤나 희한한 우주 비행사가 나옵니다. 이 우주 비행사는 남자인데, 세상의 모든 여자들과 섹스하겠다는 일념을 품었습니다. 이 남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예 대놓고 자신이 수많은 여자들과 섹스할 거라고 다짐합니다. 섹스할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X지'가 전부 자기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소설에 저런 단어가 몇 번씩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이 섹스광이 소설 속의 별난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 우주 비행사는 좀 과장된 캐릭터지만, 그래도 '평범한 남자들'의 심리를 반영했습니다. 강간이나 성 희롱은 사이코패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사실 보통 남자들도 기회만 된..
"액션이나 SF 장르가 아닌 고작 드라마 장르의 162분을 졸지 않고 버티기란 얼마나 버거운가." 잡지 에서 어떤 영화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드라마 장르의 영화가 세 시간 가량 상영한다면, 그걸 참고 보기 지루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저 말은 뭔가 좀 이상합니다. 드라마 장르를 액션이나 SF 장르와 대조했기 때문입니다. 즉, 액션이나 SF 장르는 신나게 볼 수 있다는 뜻이죠. 사실 액션 영화의 목적은 그겁니다. 흥분, 쾌감, 스릴 등이죠. 하지만 왜 SF 장르가 액션 장르와 함께 묶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SF 장르가 액션 장르와 똑같나요? SF 장르가 액션 장르처럼 흥분과 쾌감과 스릴을 추구하나요? 물론 SF 장르는 화려하고 현란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자주 나옵니다. 같은 초인 영웅 영화나..
소설 에는 "아아트르의 젖가슴 같으니!"라는 문구가 자주 나옵니다. 이건 욕설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 씨X, X 같네."라고 말하는 욕설과 비슷하죠. 외설적인 부위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욕과 다를 바 없어요. 뭐, 젖가슴이 무조건 외설적인 부위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젖가슴은 (이른바 문명 사회에서) 중요한 성적 상징이고, 그래서 저 소설의 인간들은 젖가슴 운운하며 욕할 겁니다. 어쩌면 아아트르의 사타구니를 운운하는 욕설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젖가슴이 욕설이 될 수 있다면, 아랫도리도 얼마든지 욕설이 될 수 있겠죠. 한 가지 희한한 점은 저 소설에서 남녀 가리지 않고 누구나 젖가슴 운운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소설은 성별을 상당히 모호하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주인공은 물론이고 다른 중요..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라는 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이 소설은 로봇 3원칙, 특히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라는 원칙을 어떻게 로봇이 해석할지 주로 이야기하죠.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아시모프 특유의 논리적 전개와 반전에 감탄했으나, 한편으로 교정 로봇이 참 부럽더군요. 이 로봇은 제목처럼 오탈자를 고칩니다. 어려운 물리학 책을 건네도 순식간에 오탈자를 고칩니다. 아마 단편 소설 정도는 순식간에 고칠 수 있겠죠.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로봇이 꽤나 유용할 겁니다. 성격이 덜렁거리는 글쓴이라면, 훨씬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상당히 덤벙거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글을 쓸 때도 오탈자를 많이 냅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벌써 수많은 오탈자를 냈군요. 분명히 퇴고할 때는 안 보였던 오탈자가 나중에..
할 클레멘트는 후기에서 모호하거나 너무 환상적인 결말을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장르 소설은 비일상적인 사건을 다룹니다. 당연히 독자는 그 사건의 원인이나 전말을 궁금해할 겁니다. 하지만 (할 클레멘트가 비판하는) 작가들은 결말에서 그 사건의 원인을 대충 넘어가거나 느닷없이 환상적인 요소를 도입하거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빠집니다. 그렇다면 뭔가 논리적이고 치밀한 전개를 기대한 독자들은 꽤나 실망하겠죠. 만약 SF 소설에서 세상이 멸망했는데, 그 멸망의 원인이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라면, 독자들은 실망할 겁니다. 독자들은 핵 전쟁이나 치명적인 바이러스나 환경 오염의 과학적인 기술을 기대했겠지만, 작가는 그런 기대를 배신(?)했습니다. 물론 아무리 하드 SF 소설이라도 어물쩍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지만, 유령이..
사이언스 픽션은 자연 과학을 소재로 이용합니다.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등. 사회 과학도 얼마든지 사이언스 픽션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자연 과학이야말로 이 장르를 대변하는 소재입니다. 그래서 하드 SF 소설은 사이언스 픽션의 꽃이자 정수라고 할 수 있죠. 덕분에 각종 과학자들은 SF 소설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인공 역할을 맡습니다. 때때로 그런 과학자들의 역할은 우주선 승무원이나 연구소 직원이나 공업 기술자에게 옮겨갈 수 있으나, 어쨌든 자연 과학 분야에 종사한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SF 소설은 과학자들의 활약만 아니라 과학자들의 심리나 일상, 고충 등을 덩달아 묘사합니다. 마법사가 검마 판타지의 대표 인물이라면, 자연 과학자는 사이언스 픽션의 대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은 본격적인 S..
[영화 처럼, 이 외계 생태계를 묘사했다면….] 제임스 카메론의 가 개봉했을 때, SF 독자들은 이 영화가 르 귄의 과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와 을 비교하는 의견을 가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구인들의 외계 행성 침공, 원주민들의 고통, 생태계 파괴와 자원 수탈 등등. 이런 점들이 비슷하죠. 개인적으로는 프랭크 허버트의 이 훨씬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가 이나 을 고스란히 모방했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사실 이런 부류의 이야기는 흔합니다. 유럽 강대국들은 실제로 오랫동안 식민지를 지배했고, 현실에서도 자원 수탈과 인종 학살과 생태계 파괴가 벌어졌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을 참고했는지 알 수 없으나, 카메론은 이 소설만 아니라 실제 제국주의 역사도 참..
SF 소설은 비일상적인 소재들을 주로 이야기합니다. 최첨단 우주선, 인공지능과 로봇, 생체 괴수 병기 등이 주된 소재입니다. 하지만 SF 소설의 표지 그림은 이런 소재를 항상 반영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 시장의 표지 그림을 둘러보면, 소설 내용이랑 별반 상관이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아마 표지 그림을 그리는 삽화가들도 여러 모로 고민이 많을 겁니다. 어떤 하드 SF 소설이 최첨단 우주선을 이야기한다면, 그 소설의 표지를 그리는 삽화가는 그 우주선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작가의 묘사와 달리 엉뚱한 그림을 그리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삽화가는 소설 설정을 자세히 탐구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 설정을 표지 그림에 그대로 반영하기 힘들 겁니다. 저는 출판계의 상황을 잘 모르지..
작가들은 종종 자신의 사상을 작품에 집어넣습니다. 수많은 소설들은 그 소설가들의 사상을 반영합니다. 심지어 나 처럼 이게 소설인지 철학 서적인지 구분이 안 가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사이언스 픽션 작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슐라 르 귄은 단편 소설 의 후기에서 무정부주의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철학 중에서 무정부주의에 끌리고, 그래서 을 썼다고 말했죠. 르 귄은 이 소설에서 무정부주의를 깊게 탐구하고, 요모조모 뜯어봅니다. 무정부주의 역시 인간의 사상이기 때문에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르 귄은 인류가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물론 이건 그저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르 귄은 공개적으로 전쟁을 반대하거나 페미니스트 운동가들과 연합합니다. 르 귄은 후기에서 을 쓸 때 인칭 대..
은 SF 개론서입니다. 제목처럼 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책은 대재앙의 원인에 따라 다양한 SF 작품들을 분류하는데, 1970년대에는 생태학적 재앙 소설들이 많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근미래의 생태학적 위기'입니다. 그 이전에도 생태학적 재앙 소설이 없지 않았으나, 1970년대 시점부터 이런 소설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사례로써 시어도어 토마스와 케이트 윌헬름의 , 윌리엄 왓킨스와 진 스나이더의 , 존 브러너의 등을 꼽습니다. 각각 1970년, 1972년에 나온 소설들입니다. 저자는 이런 소설들이 등장한 이유를 국가와 기업 등의 환경 오염으로 꼽는군요. 환경 파괴와 공해, 인구 폭증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고, SF 작가들도 거기에 동참했다는 뜻이겠죠.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