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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하얀 향유 고래 모비 딕은 거대한 야생 동물이고 동시에 19세기 거대 괴수일지 모릅니다.] 사이언스 픽션 장르에서 괴수라는 존재는 여러 종류들로 나뉩니다. 크거나 작은 괴수가 있겠고, 포악하거나 선한 괴수가 있을 겁니다. 어떤 괴수는 인간보다 약간 크나, 어떤 괴수는 집채만하고, 어떤 괴수는 초고층 건물에 이르겠죠. 어떤 괴수는 인간에게 우호적일 테고, 어떤 괴수는 신나게 도시를 파괴할 테고, 어떤 괴수는 인간 따위에게 관심조차 없을 겁니다. 육식성 괴수나 초식성 괴수가 있겠죠. 누군가는 사람들을 맛있게 집어삼킬 테고, 누군가는 풀이나 나무를 우적거릴 테고, 누군가는 기상천외한 것에서 영양분을 얻겠죠. 털가죽이 북슬거리는 포유류 괴수가 있을 테고, 우둘투둘한 비늘을 선보이는 파충류 괴수도 있을 겁니다...
※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작품들의 중요한 줄거리를 설명합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 존 스칼지의 소설 , 피에르 불의 소설 ,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 이런 작품들의 내용 누설을 피하고 싶으신 분께서는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소설 은 외계인들에게 쫓기는 어느 지구 우주선을 이야기합니다. 이 우주선은 지구 소속이나, 재미있게도 우주선을 지휘하는 선장은 인간이 아닙니다. 돌고래죠. 유전자 조작을 거치고 인간만큼 똑똑한 신종 돌고래입니다. 이 우주선에서 신종 돌고래는 비단 선장만이 아닙니다. 각종 승무원들과 탐사 대원들과 과학자들 역시 신종 돌고래들이고, 게다가 지질학자 신종 침팬지까지 끼어있습니다. 인간 승무원들도 있으나, 인간들은 우주선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뭐, 결국 신종 돌고래..
[이런 거대 괴수가 무엇을 상징하고 비유할 수 있을까요? 도시 파괴? 그게 전부일까요?] 영화 은 거대 괴수들을 선보입니다. 이 괴수들은 외계인들의 생체 병기이고, 심해 관문을 통해 지구에 출몰합니다. 외계인들은 다른 차원에서 괴수들을 만들고, 심해 관문으로 괴수들을 내보내요. 그 관문은 지구의 바다와 이어지기 때문에 괴수들은 인류 문명을 짓밟을 수 있습니다. 지구인들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었고, 거대 로봇들이 출격합니다. 마침내 거대 로봇과 거대 괴수가 박 터지게 싸우고, 이런 열혈적인 싸움은 이 영화의 주된 볼거리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영화를 거대 로봇물이자 괴수물이라고 부르더군요.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정말 은 '괴수물'일까요.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괴수는 중심 소재일까요...
마법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요. 아마 검마 판타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불덩어리를 날리고 로브를 입은 신비로운 사람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가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가 정립한 마법사 역시 마법사라는 표준을 만들었어요. 에서 마법사는 넓은 범위를 공격하거나 강력한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마법사를 굉장히 파괴적인 인물로 생각하기 쉽죠.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마법사를 불덩이나 날리는 파괴자로 여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많은 판타지 소설들에서 마법사는 그런 파괴자보다 현자로 등장합니다. 마법사는 현자입니다. 지성인이죠.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탑에서 꾸준히 역사와 철학과 자연 법칙을 연구합니다. 대륙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은 군주나 귀족이..
[이런 바다 괴수들과 싸울 때, 어떻게 사람들의 관념들이 바뀔까요? SF 게임들은 그걸 자세히 말하지 않아요.] 게임 에는 여러 괴수들이 등장합니다. 게임 속에서 인류는 외계 행성을 찾아가고, 새로운 문명을 일구기 원해요. 하지만 이미 토착 생명체들은 이 행성에서 장대한 생태계를 구성했어요. 공성벌레나 크라켄은 행성 생태계에서 정점을 찍는 거대 야수들입니다. 크라켄은 언뜻 섬처럼 보이나, 사실 어마어마한 촉수 괴수입니다. 뭐, 바다 괴수와 촉수 괴수는 서로 떨어지지 못하는 사이죠. 고전적인 크라켄 설화와 이나 같은 주류 소설들 역시 바다 괴수가 촉수 괴수라는 특징을 강조했고, 는 그런 관념을 그대로 써먹었을 겁니다. 특히,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SF 해저 괴수들 중 하나는 크툴루일 테고, 크툴루는 문어..
머피의 법칙은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엎친 데 덮쳤다고 표현하죠.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비가 후두둑 쏟아지고, 옷이 모두 젖고, 도로는 막히고, 아까운 하루가 그렇게 흘러간다면…. 가을 소풍을 바란 사람은 머피의 법칙이나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 사람들은 재수가 없다거나 운이 나빴다고 말할 겁니다. 맞아요. 우리는 이런 현상을 그저 우연으로 돌리곤 합니다. 사실 우연이 맞죠. 먹구름들은 가을 소풍을 바라는 사람에게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먹구름들은 그저 자연적인 현상이죠. 하지만 만약 이것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꾸민 음모라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누군가가 치밀하고 거대한 음모를 꾸몄다면? 특정한 사..
소설 은 아카리스 행성을 둘러싼 음모와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서 행성의 자연 생태계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라키스는 사막 행성이고, 따라서 생존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하지만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이 행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멜란지 스파이스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멜란지 스파이스는 수명을 연장하거나 예지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황제나 힘이 있는 가문은 멜란지를 함부로 매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행성을 관리하죠. 이 멜란지라는 물질은 모래벌레에게서 비롯합니다. 좀 거칠게 요약한다면, 모래벌레의 배설물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황제나 귀족 가문들이 동물의 배설물에 연연한다는 뜻이죠. 뭐, 현실에서도 향유고래의 토사물은 아주 비싼 향수로 팔리죠. ..
[게임 의 한 장면. 19세기 유럽에 이런 비행선들은 없었으나, 그래서 사이언스 픽션은 재미있어요.] 13세기 중세 유럽에는 로봇 공학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기술자들은 로봇이라는 개념을 몰랐어요. 따라서 만약 보행 병기가 중세 유럽 도시를 걷는다면, 그건 꽤나 이상한 장면일 겁니다. 스팀펑크를 도입하는 몇몇 검마 판타지는 그런 장면을 연출하지만, 어쨌든 그건 일반적인 풍경이 아닐 겁니다. 장검, 사슬 갑옷, 활과 쇠뇌, 마차, 수레. 이런 것들은 13세기 유럽과 어울릴 수 있겠으나, 보행 병기는 절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러 창작가들은 중세 검마 판타지에 로봇이나 보행 전차를 집어넣고, 어떻게든 스팀펑크와 검마 판타지를 조합하려고 애씁니다. 덕분에 이런 검마 판타지에서 해괴한 장면들을 구경할 ..
소설 는 피터 와츠가 쓴 외계 탐사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어떤 외계 존재가 지구를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지구에 이런저런 흔적을 남겼으나, 다시 우주로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지구인들은 난리법석을 피웁니다. 지적 존재가 외계에서 찾아왔고, 심지어 지구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겼어요. 누가 이런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인류는 외계 존재가 정확히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왜 지구에 찾아왔는지, 왜 흔적들을 남겼는지, 인류는 전혀 모릅니다. 말 그대로 그들은 미지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외계 생명체들을 조사하는 탐사대를 파견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차대한 임무를 아무에게나 맡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인류가 외계 존재들을 조사하고 싶다면, 탐사대는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춰야 할 겁니..
소설 는 사회주의 SF 소설로서 가장 유명한 작품들 중 하나일 겁니다. 이 소설이 그토록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아마 잭 런던의 시원시원하고 직설적이고 힘찬 필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 같은 소설과 달리 는 에버하드라는 영웅적인 인물을 내세웁니다. 소설의 시점은 줄곧 이 인물을 쫓아가고, 에버하드는 그 이름처럼 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시련에 맞섭니다. 나 은 왜 사회주의 체계가 좋은지 시시콜콜 (지루하게) 설교하지만, 는 그렇게 지루한 설교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대신 에버하드는 중소 자본가들이나 대자본가들과 맞서 싸웁니다. 싸움 구경은 언제나 재미있는 법이고, 그건 말싸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사 토론 프로그램은 커다란 인기를 끌겠죠.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버하드는 자본가들의 집요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