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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은 이반 예프레모프가 쓴 유토피아 소설입니다. 소설 속의 인류는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이룩했고, 모두 잘 먹고 잘 삽니다. 한두 국가가 아니라 전세계가 모두 공산주의 공동체가 되었죠. 더 이상 인종, 국경, 성별, 직업, 빈부 차이는 사람들의 앞길을 가로막지 않습니다. 인류는 이런 장벽들을 훌쩍 뛰어넘고, 그야말로 인터내셔널하게 연합하고, 인류 그 자체의 번영을 위해 일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공동체를 벗어나기 원하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끼리 자신만의 공동체를 이루지만, 대부분 인류는 국제적인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유토피아라고 해서 불만이나 갈등이나 욕구가 없을 리 없죠. (사실 그런 불만이나 갈등이 없다면, 소설을 쓸 이유도 없을 테고요.) 그렇다면 그 욕구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우..
소설 은 애스시 사람들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소설 속에서 지구 인류는 자원을 무분별하게 소모한 나머지 더 이상 충분히 나무를 벨 수 없었습니다. 인류는 목재를 얻기 위해 다른 행성을 침공했고, 그 행성은 바로 애스시였죠. 하지만 이 행성에는 원주민들이 살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인류는 그들의 보금자리를 처들어가고 숲을 착취할 뿐만 아니라 원주민들마저 노예로 삼습니다. 본래 애스시 사람들은 폭력을 모르고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인류는 그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런 노예 통제는 영원히 이어지지 못합니다. 생존에 위협을 느낀 애스시 사람들은 인류에게 항거하기 시작했고, 끝내 독립 혁명으로 발전합니다. 사실 이것 자체는 뻔하고 뻔한 줄거리입니다. 강대국의 침략, 약소국의 저항, 독립 혁명은 딱히 특별..
최근에 놀라운 소식이 하나 떴습니다. TRAPPIST-1에서 발견한 행성들 덕분에 천문학계가 많이 들떴나 봅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학계의 상황을 잘 모르지만, 여러 과학 뉴스들은 이번 행성 발견이 꽤나 고무적이라고 말합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7개 찾았고, 그 중에 몇몇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요. (유로파 탐사도 그렇고, 이게 너무 앞서간다거나 연구비를 위한 연극이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물론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발견했다고 해도 거기에 뭔가 생명체가 산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설사 생명체가 살아도 인간처럼 문명을 갖췄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행성의 생태계가 아주 원시적이라고 해도, 35억 년 전의 지구 생태계와 비슷하다고 해도..
은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제목처럼 성 평등에 관련된 작품들만 모였습니다. 모두 15개 소설이 있는데, 영어 판본에는 좀 더 많은 소설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작 출판사는 그 중에서 좀 더 SF에 가까운 작품들만 골랐고, 이미 번역 출판된 소설을 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구석이 많더군요. 저는 뭔가 SF 소설을 읽고 싶었거든요. 전형적인 SF 소설이요. 그런데 이 모음집의 소설들은 대부분 풍자 소설에 가깝습니다. SF 설정을 살짝 가미했지만, 대부분 풍자 성격이 짙습니다. 애초에 작가들이 성 평등을 부각하기 원했기 때문에 그 점에만 치중한 것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설정을 짜고 그 설정에 의거해 사건을 전개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풍자와 해학, 상징..
소설 는 디스토피아인 동시에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디스토피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뒤섞였다고 할까요. 결과적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가깝지만, 그 본질은 디스토피아와 많이 닮았죠. 일반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재난 이후를 주목합니다. 거대한 재난이 벌어지고, 인류 문명이 망하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고, 온갖 아귀다툼과 비극이 벌어지죠. 대부분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이런 모습들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는 재난 이후만큼 재난 이전에도 주목합니다. 이 소설의 거대한 재난은 이미 한창 깽판을 치는 산업 자본주의 속에서 도사렸기 때문입니다. 산업주의는 수많은 병폐를 낳았고, 사람들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 병폐에 저항했으나,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저항의 결과가 인류 문명의 ..
흔히 SF 소설은 가상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외계 행성은 가상 세계의 대표적인 상징이죠. 외계 행성 이외에 사이버 공간, 초거대 우주선, 지구 공동, 해저 도시, 극지의 유적, 미래 도시 등은 독자에게 현실에서 비롯했지만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실과 인연이 있지만) 현실과 전혀 다른 법칙이 그 세계를 지배합니다. 그건 과학적 법칙일 수도 있고, 사회적 법칙일 수도 있습니다. 모름지기 좋은 SF 소설은 그 두 가지를 전부 말해야 하겠죠. 만약 우주 승무원들이 초거대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떠난다고 가정하죠. 그렇다면 창작가는 어떻게 그 우주선이 생겼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생존 장치를 구비했는지 설명해야 할 겁니다. 또한 창작가는 어떻게 승무원들이 살아가는지, 어떤 법..
사실 할아버지는 2세대 세계 산업 노동 조합의 조합원이다. 미시시피에서 출발한 의회 공화국 '누군가의 로드리게즈'는 습지 복원과 소득 조정 작업의 진전, 유권자와의 소통 확대, 연안 철수 등의 사안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투덜이 레즈는 역시 불만을 터뜨렸다. “사회주의자들은 말만 잘할 뿐이야.” 할아버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감사해야 할 대목이란다. 나는 소득 조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던 시절을 기억한단다.” (중략)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비난하지 말거라. 자본주의가 좀 더 일찍 무너졌다면, 지구 온난화를 그만큼 더 일찍 막았을 거야. 네가 하는 일의 절반은 피해를 억제하는 것 아니냐?” 할아버지가 제시를 타일렀다. (중략) 할아버지는 약간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미 늙었단다. 세계에..
소설 는 외계 우주선을 탐험하는 인류 탐사대를 이야기합니다. 인류 탐사대는 거대한 우주선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우주선을 만들었는지 논의합니다. 물론 한낱 인류 탐사대는 거대 우주선을 만든 자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고, 그저 압도적인 크기와 구조, 성능에 놀랄 뿐입니다. 라마 우주선은 인류에게 그 어떤 암시나 정보도 주지 않고, 탐사대는 의문과 서글픔으로 우주선을 바라볼 뿐이죠. 비록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으나, 독자는 탐사대와 함께 라마인들이 누구일지 끊임없이 상상합니다. 사실 이건 SF 소설의 가장 고유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인간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고, 다른 존재를 상상하는 것. 이거야말로 SF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일 겁니다. 덕분에 독자는 인식의 지평선을 한층 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