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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결론도 없고, 설명도 없고, 해답도 없고…. 누가 그런 소설을 읽나? 왜 그런 갑갑한 소설을 읽지?" SF 세상에는 이런 평가를 받는 소설들이 있을 겁니다. 솔직히 대부분 SF 소설들은 모든 설정에 명쾌한 설명을 붙이지 못해요. (그래서 SF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SF 소설이 황당하다고 비난하죠.) 요란한 사이언스 판타지부터 묵직한 하드 사이언스 픽션까지, SF 소설들에서 설정은 상상의 영역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에서 작가는 온갖 인공 지능, 로봇, 돌연변이 괴물, 개조 생명체, 외계인을 늘어놓을 수 있으나, 어떻게 그런 것들이 작동하거나 살아있는지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작동 원리가 궁금한 독자는 소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겠죠. 작가가 어떤 인조인간이나 돌연변이 괴물을 제시하면, 독자는..
[유감스럽게도 19세기 비경 탐험 소설들에는 이런 여자 탐사 대원들이 없었습니다.] SF 평론가들은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평가합니다. 은 그런 결과물이고요. 메리 셸리가 사이언스 픽션을 쓴다는 자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테크노 스릴러 작가처럼 메리 셸리는 인조인간 이야기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를 쓴다는 자각이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 쥘 베른이나 허버트 웰즈나 에드워드 벨라미 등은 자신들이 장르 작가임을 자각했으나, 메리 셸리는 그저 으스스한 소설을 썼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도 메리 셸리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장본인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메리 셸리는 여자죠. 흔히 사..
[이런 개척 사회에는 시장 경제가 없고 계획 경제가 있어요. 시장 경제는 절대 당연하지 않습니다.] 쥘 베른은 어딘가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 , , , 같은 소설들은 모두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어떤 소설은 일상적인 여행을 넘어 심해와 지저와 우주로 뻗었고, SF 소설이 되었죠. 쥘 베른은 낯선 곳에서 표류하고 생존하는 이야기 역시 여행 이야기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 같은 소설들을 썼을 겁니다. 에 비해 은 별로 유명하지 않죠. 게다가 은 너무 낭만적입니다. 생존자들은 절대 서로 반목하거나 갈등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연대합니다. 천재 지도자가 모든 것을 파악하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커다란 장애를 겪지 않습니다. 생존자들은 논리와 과학, 이성, 단결된 노동..
[게임 의 한 장면. 분명히 이런 외계 식생은 진부한 상상력입니다. 하지만….] 프랑크 쉐칭이 쓴 은 바다와 인류 문명, 환경 오염, 미지와의 조우를 다룬 소설입니다. 갑자기 바다에서 기이한 사건들이 터지고, 그것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이나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갑니다. 마침내 그런 사건들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기에 이르러요. 사건들 뒤에 무엇이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실에 조금씩 다가갑니다. 그러는 동안 과학자들은 이런 사건들이 우연적인 사고가 아니라 계획적인 공격이라는 확신을 느끼죠. 과학자들은 인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다른 존재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이 지구에 우리 인류만 아니라 다른 지성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런 시각을 대변하는..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들은 숱한 외계 종족들을 선보입니다. 어떤 외계 종족들은 우화에 가깝고, 어떤 외계 종족들은 색깔이 다른 인간에 불과합니다. 사이언스 판타지 작가들은 머나먼 행성에서 무슨 생명체가 진화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아요. 개성적인 외계 종족이 소설에 생동감을 더하기 때문에 그저 여러 종족들을 창작할 뿐이죠. 사이언스 판타지의 외계 종족이 모두 고리타분한 상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수작 소설들은 정말 독특하고 기발한 종족들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 다소 전형적인 종족들 역시 존재합니다. 양서류 종족은 어떨까요.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우둘투둘한 모습 덕분에 두꺼비 종족은 다소 위협적인 종족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구리 종족은 별로 위협이 되지 못하겠죠. 도롱뇽..
요즘처럼 춥고 눈이 내릴 때, 읽기에 딱 알맞은 소설들이 있습니다. 는 그런 소설들 중 하나일 겁니다. 프랭클린 탐사대를 소재로 삼은 비경 탐험 이야기죠. 프랭클린 탐사대는 북극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영국을 떠났으나, 결국 혹독한 극지방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넜습니다. 영국 해군과 다른 탐사대들은 플랭클린 탐사대가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했으나, 프랭클린 탐사대는 의문 속으로 사라졌고, 여전히 난파와 실종 사건은 전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여러 증거들이 더 많이 나타났다고 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전모가 조금 더 밝혀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가혹한 북극에서 사라진 의문의 탐사대는 매력적인 소재이고, 작가 댄 시몬스는 북극 탐사대를 이용해 처절하고 압도적인 탐사 이야기를 펼칩니다. 아니, 는 그저..
소설 은 세계가 확장하고 수축한다는 개념을 이용해 평행 세계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평행 세계 이야기입니다. 다중 우주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거나 우주들이 겹치는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으나, 평행 세계를 꽤나 하드하게 보여주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훨씬 인상적인 소재는 생물적인 신경 모드입니다. 그렉 이건은 평행 세계만큼 바이오펑크에 공을 들였고, 에는 다양한 개조 생체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주인공 탐정은 머리에 신경 모드를 탑재했습니다. 모드는 일종의 제어 장치이고, 모드 사용자는 마음대로 자신의 감정이나 근력을 조절할 수 있어요. 만약 모드 사용자가 허기를 느끼기 원하지 않는다면, 일정 시간 동안 모드는 사용자가 허기를 느끼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긴박한 순간에 모드는..
[자연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리하는' 게임 의 한 장면입니다.] 생태 비디오 게임은 이름 그대로 자연 생태계를 구현하는 비디오 게임입니다. 생태 게임은 라이프 시뮬레이션이나 건설 시뮬레이션 장르에 속하고, 비디오 게임 역사 속에서 꾸준한 줄기를 이어왔습니다. 대부분 생태 게임들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 생태 게임들은 교육 소프트웨어에 가깝고, 그래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같은 게임이 아주 어렵다면, 이모와 조카가 나란히 게임을 즐기지 못하겠죠. 저는 이런 생태 게임들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설과 탐험이죠. 건설 게임은 자연 생태계를 만들고, 관리하고, 운영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지형, 기후, 식생, 동물상, 유전자를 비롯한 여러..
SF 개론서 는 환경 아포칼립스가 1970년대부터 늘어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략 1970년대부터 SF 작가들이 실질적인 환경 오염을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주요 소재로 이용했다는 뜻입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겠으나, 폴 에를리히를 빼놓지 못할 겁니다. 폴 에를리히는 을 썼죠. 이 양반은 인구가 너무 증가하면, 자연 생태계가 그 인구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자연 생태계는 한계가 있고, 인구가 그 한계를 넘어 소비한다면, 자연 생태계는 붕괴하고 말 겁니다. 인구는 환경의 변화, 특히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간단히 생각한다면, 인구 폭발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소비량이 늘어납니다. 소비량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자원이 줄어듭니다. 자원이 너무 줄어들면, (..
다니엘 윌슨이 쓴 는 두 가지 소재를 종합했습니다. 하나는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즉,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그래서 인류 문명이 무너졌고, 세상이 아비규환 속으로 빠졌다는 뜻입니다. 이는 매우 고전적인 내용이나, 동시에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술적 특이점을 언급하는 21세기에서 인공 지능과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 있겠죠. 기술적 특이점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많을 것 같고, 작가 역시 자신이 로봇 공학 기술자라고 홍보합니다. 아쉽게도 는 기술적 특이점을 별로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소설 속의 기계들은 그저 좀 더 특이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겉모습은 분명히 기계이나, 행동거지와 사고 방식은 인간적인 범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