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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 2014년 영화 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어니스트 시튼. 1895년 "The Persuit". 얼마나 자주 우리는 야생 동물들을 바라보고 생각할까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수많은 타인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실제 사람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각종 소설들이나 드라마들, 영화들, 게임들 속에서 가상의 인간들과 만나죠. 하지만 인간들을 만나는 만큼 야생 동물들을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실제 야생 동물들을 꾸준히는 만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생태학자나 삼림 순찰대, 동물원 사육사, 서커스 조련사 정도? 게다가 동물원이나 서커스의 야생 동물들은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이 없죠. 그런 동물들을 '야생' 동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야생 동물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겁니다. ..
는 고딕 호러풍 소설입니다. 정식 번역 제목은 '몬스트러몰로지스트'입니다. 아이고, 발음하기 힘들군요. '괴물학자'라는 편한 번역을 놔두고 왜 이런 어려운 발음을 그대로 차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목답게 괴물학자가 나오고, 각종 괴물들을 연구하는 내용입니다. 책 뒷표지에 러브크래프트 운운하는 홍보 문구가 있으나, 책의 주제나 분위기는 러브크래프트와 거리가 멉니다. 뭔가 괴악한 존재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무조건 러브크래프트를 갖다 붙일 수 없겠죠. 소설의 분위기는 러브크래프트보다 아서 코난 도일과 에드거 앨런 포를 연상하게 합니다. 19세기 서구. 과학이 한창 발달하고, 미신과 강령술이 유행하고, 산업이 부흥하고, 빈민들이 뒷골목을 떠돌고, 뭔가 요란하고 화려하고 지성적이지만, 한편으로 을씨년스럽고 추악하고..
아마 누구나 어렸을 적에 인상적으로 읽은 책들이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책들 중 하나가 과 입니다. 이 글에서는 을 이야기하고 싶군요. 에드워드 에반스가 쓴 소설이죠. 저는 그걸 이른바 'SF 세계 명작' 시리즈를 통해 접했습니다. 지금은 저 책들을 구하기 어렵고, 직지 프로젝트를 통해 볼 수 있죠. 은 일종의 우주 탐험 소설입니다. 청소년 소설처럼 보이고, 내용은 간단합니다. 우주 항해가 일반화된 시대, 어느 가족이 우주선을 타고 탐사를 떠납니다. 이들은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그 행성에 자신들이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합니다. 만약 이 가족이 행성을 탐사하고 흔적을 남기면, 정부는 그걸 인정하고 보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같은 여정은 사고에 부딪히고, 이 가족은 여러 갈등..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아마 누구나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그만큼 뭔가를 먹는다는 행위는 우리 인류에게 중요합니다. 아니, 저런 문구를 들먹이지 않는다고 해도 뭔가를 입에 집어넣는 행위는 수많은 동물들에게 중요합니다. 영양분을 섭취한다는 행위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중요합니다. 뭔가를 먹지 않으면,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면, 대부분 생명체들은 생존하지 못합니다. 자연 생태계는 수많은 에너지가 흐르는 상호작용이고, 그만큼 수많은 생명체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나의 체계를 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뭔가를 먹는다는 행위는 다른 행위와 비교되지 못할 겁니다. 옷이 없거나 집이 없는 사람도 우선 뭔가를 먹어야 합니다. 뭔가를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합니다. 이토록 먹고 사는 행위가 중요하기..
[게임 의 한 장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폐허 탐험은 좋은 궁합입니다.] 소설 는 핵 전쟁 아포칼립스입니다. 특이하게 이 소설에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상황은 서로 정반대입니다. 북반구의 강대국들이 전쟁을 벌인 까닭에 방사능 낙진이 북반구를 휩쓸었어요. 결과적으로 남반구는 안전하고, 북반구 인구가 절명했음에도 남반구 사람들은 평화롭게 지냅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방사능 낙진이 남쪽으로 밀려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남반구에 대피 중인 어떤 사람들은 북반구를 조사하기 위해 잠수함을 타고 출발합니다. 그 잠수함은 죽음과도 같은 고요한 세계를 떠돌고 문명의 붕괴를 확인하죠. 아마 잠수함 승무원들은 자신들이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중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사실 그 승무원들은 친숙한 고향땅을 지..
[게임 의 한 장면. 스페이스 오페라의 우주선처럼, 스팀펑크는 비행선을 내세울 수 있겠죠.]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무슨 장면을 떠올릴까요. 은하 제국의 황제? 광선총으로 무장한 어마어마한 병사들? 기이한 외계 괴수? 개인적으로 우주 활극이라는 별명처럼 우주선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우주선들. 아주 거대한 우주 항모부터 작고 빠른 개인용 우주선까지. 스페이스 오페라에는 수많은 행성들이 존재하고, 이 우주선들은 그런 행성들 사이를 누빕니다. 우주선들은 (아주 작은 개인용 우주선 역시) 웜홀을 통과하거나 초공간을 도약할 수 있고, 그래서 머나먼 행성에 쉽게 도달할 수 있죠. 종종 이런 우주선은 주인공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냅니다. 사실 주인공들은 우주선에서 지낼..
차이나 미에빌이 최근에 쓴 책은 입니다. 이죠. 러시아 10월 혁명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차이나 미에빌이 새로운 책을 쓴다고 들었기 때문에 저는 으레 기괴한 판타지 소설이나 스팀펑크 소설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차이나 미에빌은 상당히 좌파적인 작가이고, 그런 관점에서 러시아 혁명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겁니다. 은 그런 역사책인 듯하군요. 이 책을 보는 순간, 저는 존 몰리뉴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존 몰리뉴는 사회주의 철학을 논하는 마르크스주의 전문가입니다. 이 좌파 논객은 을 읽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잘 드러내는 디스토피아라고 칭찬했어요. 아마 차이나 미에빌이 좌파적이기 때문에 존 몰리뉴가 그 스팀펑크 소설을 칭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존 몰리뉴가 좌파 논객임을 감안해도 은 (..
[기이하고 울창한 자연과 적막한 폐허와 위험한 동물들. SF 창작가들은 계속 이런 설정을 사랑하겠죠.] 소설 은 아르카디와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썼습니다. 장르를 규정하기가 좀 애매하군요. 아마 우주적 공포로 부르면 좋을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우주적 공포와 달리 이 소설에서 공포나 광기보다 비극이나 암울함이 두드러집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같은 작가는 비슷한 소재를 이용해 공포와 광기를 강조하겠으나, 처럼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종종 유머나 개그를 곁들이지만) 공포보다 무력함이나 비극성을 드러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외계인들이 지구에 방문합니다. 그들은 금방 떠나고,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는 '존'이라고 불립니다. 이 구역 안에서 굉장히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집니다. 만약 누군가가 여기..
소설 은 파올로 바치갈루피가 쓴 디스토피아입니다. 아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할까요. 무지막지한 질병이 전세계를 휩쓸었고, 그래서 소설 속의 세계는 대재앙을 겪었습니다. 이 질병은 수많은 작물과 가축을 죽였고, 인류는 새로운 작물과 가축을 만들어야 했어요. 유전자 조작 기술 덕분에 인류는 질병에 맞설 수 있는 종자를 만들었으나, 상황은 그리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인류는 질병을 추방하지 못했고, 게다가 다국적 식량 기업들은 이게 노다지가 된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국적 식량 기업들은 유전자 해커를 고용하고, 다른 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해킹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자에 저작권을 걸었죠. 따라서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식량 기업들이 조작한 작물과 ..
, , , , , , , , , , 기타 등등…. SF 소설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예전부터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이 분야는 수많은 명작들을 내놨고, 다양한 하위 장르를 흩뿌렸고, 현실을 향해 쓰거나 비관적인 경고를 내뱉었어요. 종종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다른 장르들과 합칩니다. 은 인류 멸망을 노래하지만, 동시에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점칩니다. 은 괴수물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앞을 못 보는 재앙 문학입니다. 는 좀비 소설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죠. (원래 이 소설은 좀비가 아니라 흡혈귀를 이야기하죠.) 하지만 이런 소설들은 모두 인류 문명이 붕괴했다는 공통적인 소재를 이용합니다. 그래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파격적이고 전복적입니다. 이 장르는 현재 지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리는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