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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이른바 운동권 사람들은 오만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일 겁니다. 첫째, 운동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지배 계급에게 끌려다닌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배 계급(자본가 계급)은 지배적인 관념을 형성하고, 사람들은 그런 관념을 받아들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지배 계급의 이익을 옹호합니다. 구태여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공부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공장이나 토지나 첨단 기계가 자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지배 계급의 관념입니다. 오직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장이나 토지나 첨단 기계는 자본이 됩니다. 사회 구조가 자본주의를 벗어난다면, 공장이나 토지나 첨단 기계는 자본이 아니라 일반적인 생산 수단이 되겠죠. 하지만 경제학 교과서들은 공장이나 토..
소설 가 유토피아일까요, 아니면 디스토피아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가 SF 울타리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우주선이나 외계인이나 인공 지능이나 개조 생명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이 나오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가 SF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이 수많은 디스토피아 소설들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겁니다. 흔히 SF 평론가들은 예브게니 자마친이 쓴 과 올더스 헉슬리가 쓴 와 조지 오웰이 쓴 가 3대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운운합니다. 하지만 이 세 소설들이 나오기 전에 잭 런던은 이미 를 썼고 어떻게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사람들을 억압하는지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따라서 디스토피아 세상을 묘사하고 싶다면, 미래 첨단 도시에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그리고 싶다면, ..
※ 이 글은 일기장 수준의 개인적인 푸념입니다. 뭐,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개인적인 잡담이고 수다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훨씬 푸념에 가까울 것 같군요. 이 블로그 는 꽤나 비판적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블로그 따위가 절대 비판적이지 않다고 야유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블로그가 비판적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생물 다양성이 무자비하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 제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은 생물 다양성과 생태적인 상상입니다. 자연 생태계, 먹이 그물망, 장대한 생명 진화, 우주 생물학. 그리고 거대 괴수, 행성 공학, 폐쇄 생태계, 개조 생명체, 생체 장비. 문제는 현실 속에서 생물 다양성이 계속 줄어들고 결국 절반 가량이 파괴될지 모른다는..
소설 는 노틸러스 잠수함이 어떻게 생겼다고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특정한 수치들과 내부 구조들을 살펴볼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몇몇 의문은 남습니다. 가령, 독자들은 어떻게 노틸러스가 충각을 수납하는지 잘 모를 겁니다. 독자들은 어떻게 충각이 생겼는지 모를 겁니다. 노틸러스에는 충각이 있고, 이 충각은 노틸러스가 장비한 유일무이한 무기입니다. 승무원들이 쏘는 소총들이 개인 화기이기 때문에 소총들 이외에 대함 무기는 유일무이한 충각입니다. 노틸러스에는 함포나 함재 쇠뇌가 없습니다. 쥘 베른이 를 썼을 때, 유럽 사람들은 이미 어뢰라는 개념을 고안했습니다. 노틸러스는 얼마든지 대포를 쏘거나 작살을 쏘거나 어뢰를 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물 속을 항해하는 잠수함으로서 대포나 어뢰는 노틸..
남한에서 의 주인공 세력은 반란군이라고 불립니다. 레아가 이끄는 무장 세력은 공식적으로 반란군이라고 불리는 것 같아요. 리벨리온과 반란군이 어울리는 번역일까요? 저는 이게 좀 이상한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란군은 부정적인 느낌을 풍깁니다. 기득권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세력을 반란군이라고 부르죠. 즉, 반란군은 기득권에게 초점을 맞추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에서 주인공 세력은 제국군이 아닙니다. 주인공 세력은 레아가 이끄는 무장 세력입니다. 는 레아에게 초점을 맞추고, 따라서 주인공 세력 리벨리온은 반란군이 아니라 혁명군입니다. 주인공 세력은 제국군을 뒤집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원하는 혁명군이죠. 하지만 남한에서 주인공 세력은 혁명군이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아예 같은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는 이게..
"만약 미래의 어느 순간에 커다란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재앙이 닥쳐서 일대 각성이 일어난다면, (나는 이것이 결코 더 이상 SF 소설 작가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 안에도 참여 경제가 전제하는 소비 행위로의 대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장석준이 쓴 서평집 에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는 어떻게 인류 문명이 자본주의 체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대안 사회들을 검토하고, 그런 대안 사회들을 고민하는 책들을 소개하고 설명합니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더 이상 SF 작가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마 저자는 경제 공황, 핵 무장, 핵 발전소들, 생태계 교란, 기후 변화 등이 엄청난 재앙들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
필립 딕은 엘리트를 꽤나 싫어하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여러 소설들 속에서 필립 딕은 엘리트들이 인류를 이끌고 계몽시킨다는 발상을 부정합니다. 나 같은 단편 소설들은 그런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어쩌면 SF 소설은 그런 주제를 보여주기에 아주 적합한 장르일지 모르겠습니다. SF 소설은 초인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SF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초인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기술적 특이점이 나타난다면, 아주 강력한 인공 지능이 개화할지 모릅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다고 해도, 인류는 강력한 인공 지능에 대적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강력한 인공 지능은 모든 인류를 통치하는 초인이 될 수 있겠죠. 이런 소재는 로봇의 반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아니면 인류 중 누군가는 진화할지 모릅니다. 만약 몇몇 ..
[이런 것은 SF 생태학에 들어갈 수 있겠죠. 하지만 SF 생태학은 훨씬 멀리 전망할 수 있어요.] 가끔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누군가가 이 블로그의 주소(sf ecology)를 본다면, 무슨 생각을 떠올릴까?" 주소가 가리키는 것처럼 이 블로그에는 SF 생태학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커다란 공룡들, 외계 행성의 생명체들, 지구화(테라포밍), 거대 괴수와 행성 생태계, 개조 동물들, 생태계 탐사, 기타 등등.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들 때문에 SF 생태학이라는 주소가 붙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틀린 생각이 아닐 겁니다. 공룡이나 거대 괴수나 외계 생명체나 개조 동물은 분명히 SF 생태학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겠죠. 하지만 생태학(ecology)이 오직 그런 이야기들만을 가리킬까요? 녹색 정치..
여러 대학들에는 경영학과가 존재합니다. 경영학과에서 대학생들은 이런저런 경영학 이론들을 배웁니다. 경영학이 뭘까요? 이름처럼 경영학은 기업을 경영하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경영학과 학생이 모두 경영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몇몇 대학생은 경영자가 되겠죠.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노동자가 될 겁니다. 사회 구조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자본가들은 소수이고 노동자들은 다수입니다. 게다가 중소 자본가들 역시 노동자들과 별로 다른 처지가 아니죠. 프랜차이즈 사장들은 사장이 아니라 본사를 떠받드는 노동자에 가깝습니다. 대부분 대학생들은 경영자가 되지 못하고 노동자가 되겠죠. 하지만 왜 대학생들이 노동학이 아니라 경영학을 배울까요? 남한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대표적인 명문 대학교입니다...
[아무리 여러 외계인들이 나온다고 해도, 얼마나 이게 다원화를 추구할 수 있을까요.] 전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로서 영화 에는 온갖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클래식 3부작 역시 다양한 종족들을 보여주나, (발달된 시각 효과 덕분에) 프리퀄 3부작은 더 많은 종족들을 자랑하는 것 같군요. 클래식 3부작은 건간 종족 같은 외계인을 보여주지 못했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가 다원적인 세계를 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하고 희한한 종족들은 정말 다원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지 루카스가 다양한 종족들을 내놓는다고 해도, 결국 주연 등장인물들은 백인 남자들입니다. 이상하게 여자 제다이들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유색인 제다이나 여자 제다이는 별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다른 외계 종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