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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진짜 볼거리는 흐느적거리는 외계 괴물이 아니라 이런 비일상적인 구조물일지 모릅니다.] "저 우주에는 다툼이나 편견이나 국가적인 분쟁이 아직 없습니다. 우주의 위험들은 우리 모두에게 적대적입니다. 우주를 정복하는 일은 인류에게 최선이고, 이렇게 평화적으로 협력하는 기회는 절대 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영화 예고편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합니다. 이 문구는 예고편 서두를 장식했습니다. 이는 존 케네디가 연설한, 이른바 의 일부일 겁니다. 인류가 평화롭게 우주로 진출한다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아마 는 이런 문구를 집어넣었을지 모릅니다. 저는 영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편에 저 문구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는 인류가 적대적인 외계 생명체와 만나고 한바탕 핏빛 소동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가 훨씬 ..
[게임 의 한 장면. 이런 게임은 대항해 시대의 우주 판본입니다.] 나오미 노빅이 쓴 소설 에는 데이빗 웨버가 호평하는 추전사가 붙었습니다. 데이빗 웨버는 가 데뷔 소설임에도 나오미 노빅이 흥미롭고 매력적이고 정갈한 이야기를 썼다고 칭찬했어요. 분명히 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나폴레옹 전쟁과 드래곤 편대들은 독특하고 웅장한 풍경들을 선사해요. 하지만 그저 이런 이야기나 풍경 때문에 데이빗 웨버가 를 호평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데이빗 웨버는 을 비롯한 시리즈를 썼습니다. 시리즈는 우주 함장 아너 해링턴이 함선을 이끌고 전투를 치르는 스페이스 오페라이고 밀리터리 SF 소설입니다. 동시에 시리즈는 전열함들에게 찬사를 바치는 소설이에요. 데이빗 웨버는 같은 전열 함대가 로망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이고, 그런 로..
소설 에서 차라라는 등장인물은 성단 위원회의 학술 건물에 들어갑니다. 성단 위원회 건물에서 차라는 어떤 그림을 감상해요. 그 그림은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 승무원을 표현했습니다. 당연히 분위기는 적막하고 불길합니다. 거대한 보라색 화늘은 그림의 윗부분을 크게 차지했습니다. 보라색 하늘에서 작은 낫 같은 달은 희미한 빛을 뿜습니다. 죽은 달빛은 구식 성단 우주선을 비추고, 선홍색 노을 속에서 성단 우주선은 무기력하게 보입니다. 성단 우주선 옆에는 남색 외계 식물들이 줄지었고, 마르고 단단한 금속처럼 보입니다. 가벼운 방호복을 입은 우주 승무원은 깊은 모래를 간신히 헤쳐가는 중입니다. 우주 승무원은 망가진 우주선과 죽은 동료 승무원을 바라봅니다. 헬멧이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차라는 우주 승무원의 얼굴을 ..
※ 소설 의 치명적인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신체 개조는 존 발리가 쓴 소설들이 드러내는 특징들 중 하나입니다. 적어도 불새 출판사가 번역한 소설들은 그런 특징을 드러냅니다. , , , , 같은 소설들은 독특한 생체 수술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은 입니다. 이나 과 달리, 는 아예 인간과 다른 생명체가 서로 결합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소설 주인공은 어떤 공생체와 결합했고, 덕분에 우주에서 살거나 신진대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소설 주인공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더 이상 인간이라고 보기 어렵겠죠. 저는 소설 속의 공생체가 생체 강화복이나 생체 우주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SF 소설들에서 강화복이나 우주복은 기계입니다. 같은 소설부터 같은 비디오 게임까지, 다들 ..
[이런 상황에서 복잡하고 비좁은 거대 우주 폐선은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던전이 될 수 있죠.] '중세 판타지 게임에서 모험가들은 던전을 탐험하고, 스페이스 오페라 게임에서 우주선은 우주를 항해한다.' 예전에 어떤 게임 사이트에서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저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습니다. SF 게임들에서 던전 탐험이 정말 우주 항해보다 작은 비중을 차지할까요? 같은 거대 전략 게임이나 같은 비행 게임은 우주 항해를 이야기하죠. 나 같은 소규모 게임 역시 우주 항해를 표현합니다. 이런 게임들에 주목한다면, 다들 스페이스 오페라 게임들이 우주 항해를 주로 표현한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SF 세상에서 던전 탐험은 우주 항해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단 SF 게임들만 아니..
[게임 의 한 장면. 우리가 정말 화성 개척 도시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오래 전부터 화성은 SF 작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끄는 소재였습니다.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화성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고, SF 작가들 역시 화성에 열정적으로 주목했습니다. 만약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다면, 첫째 목적지는 달과 화성이 될지 모릅니다. 금성 역시 중요한 목적지가 될 수 있겠으나, 너무 뜨겁기 때문에 SF 작가들은 금방 시선을 돌렸어요. 이는 금성을 이야기하는 SF 소설들이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때 SF 작가들은 금성에 생명체가 산다고 여겼고, 심지어 SF 소설에 친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작가들조차 금성 이야기를 썼습니다. 한낙원이 쓴 같은 소설은 그런 사례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이 발달할수록 금..
[언젠가 우리는 외계 인공 생태계를 조성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전부가 아니겠죠.] 아무르 호랑이는 아주 멋진 야수입니다. 몸매는 육중하고 동시에 낭창낭창합니다. 아무르 호랑이는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동시에 날렵하게 뛰거나 조용하게 포복할 수 있습니다. 아무르 호랑이는 강력한 전사보다 노련한 암살자에 가깝습니다. 고양이과 맹수들 중 가장 교활한 암살자는 표범일 겁니다. 상대적으로 작고 가볍기 때문에 표범은 지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노릴 수 있어요. 표범과 달리, 호랑이, 특히 아무르 호랑이는 그렇게 지형을 마음대로 넘나들지 못합니다. 대신 아무르 호랑이는 육중한 체구를 이용해 목표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형을 마음대로 넘나들지 못한다고 해도, 아무르 호랑이 역시 암살자에 속합니다...
소설 는 제임스 쿡 선장에게 바치는 찬가입니다. 주연(?) 우주선 인데버는 제임스 쿡이 탔던 인데버에게서 이름을 땄습니다. 소설 주인공 선장은 꾸준히 제임스 쿡을 회고하고, 자신이 제임스 쿡 같은 탐험가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소설 를 쓴 아서 클라크는 영국 작가입니다. 제임스 쿡 역시 대표적인 대영 제국 탐험가였고요. 따라서 아서 클라크는 위대한 영국 탐험가에게 찬사를 바치고 싶었을 테고, 에 인데버를 집어넣었을 겁니다. 제임스 쿡이 태평양을 탐험한 것처럼 아서 클라크는 우주 탐사대가 초거대 우주선을 돌아다니기 바랐을 겁니다. 는 정말 거시적이고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저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고 우주를 연상할지 모릅니다. 는 좋은 SF 소설이 따라야 하는 표준적인 절차일지 몰라..
※ 애니메이션 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자고로 도시는 엄청난 식량을 소모합니다. 이런 도시를 뒷받침하는 생태계가 있을까요?] 애니메이션 는 환경 아포칼립스에서 출발합니다. 지구는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었고, 월-E는 유일무이한 청소 로봇 같습니다. 사방에 쓰레기들이 널렸기 때문에 월-E는 쓰레기들을 치우고, 치우고, 치우고, 또 치웁니다. 아무리 월-E가 쓰레기들을 치워도, 쓰레기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월-E는 쓰레기 마천루들을 세우고, 이런 쓰레기 마천루들은 지구를 대변합니다. 다른 생명체들, 인간들, 동물들, 식물들, 균류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친구 바퀴벌레가 월-E와 함께 살아갈 뿐입니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요? 같은 소설처럼 자연 생태계와 야생 동식물들이 멸종했을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
[소설 은 침략 외계인 이야기이고 부분적으로 행성 공학 이야기입니다.] 소설 을 이야기할 때, 많은 독자들은 촉수 괴물 같은 화성인이나 막강한 삼발이 보행 병기를 이야기합니다. 특히, 지구 군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삼발이는 SF 세상에서 보행 병기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어요. 전투 병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조차 삼발이 같은 기계에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거대한 기계가 쿵쿵거리며 걷는다면, 그것 자체가 대단한 장관이 될지 몰라요. 하지만 화성인들은 삼발이와 함께 또 다른 뭔가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붉은 식물입니다.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략한 이후, 붉은 식물들은 점차 퍼지기 시작합니다. 아마 지구를 화성으로 바꾸기 위해 화성인들은 붉은 식물들을 퍼뜨린 것 같습니다. 이는 일종의 행성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