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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은 인공지능으로 시작하고, 인공지능으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미래 시대에 지구인들은 외계인들에게 학술 사절을 파견합니다. 일련의 과학자들은 게이트라는 우주선을 타고 외계 행성으로 향하죠. 하지만 우주를 항해하는 동안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기이하고 불안한 상황이 게이트를 덮치고, 게이트는 만신창이가 됩니다. 우주선 게이트는 어떤 낯선 행성에 불시착하고, 거기에서 지구인들은 인류와 비슷한 외계인을 만납니다. 외계 행성에서 지구인들은 떠나지 않고 계속 살아가나, 외계 행성이 어떤 비밀을 숨겼다고 느껴요. 은 이런 줄거리로 흘러가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라는 소설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줄거리입니다. 이 소설은 하드 SF 우주 탐사물에 가깝고, 우주선이나 외계인이 ..
[게임 의 식물 외계인은 풍요로운 번성을 비유할 수 있습니다.] SF 비평서 은 사이언스 픽션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열합니다. 당연히 이 책에서 외계인은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입니다. 은 외계인에 관한 생물학, 철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적인 관점들을 폭넓게 둘러보고, SF 창작물들에서 외계인들이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설명해요. 재미있는 점은 이 그저 통상적인 SF 소설이나 영화만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은 본격적인 SF 작가들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여러 철학자들이나 성직자들이 외계인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스의 원자론자들은 지구 밖에 사는 생명체들을 토론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달에 외계인들이 살지 모른다고 추측했어요. 조르다노 브루노는 지구 밖에 지적인 생명체들이 산..
"결론도 없고, 설명도 없고, 해답도 없고…. 누가 그런 소설을 읽나? 왜 그런 갑갑한 소설을 읽지?" SF 세상에는 이런 평가를 받는 소설들이 있을 겁니다. 솔직히 대부분 SF 소설들은 모든 설정에 명쾌한 설명을 붙이지 못해요. (그래서 SF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SF 소설이 황당하다고 비난하죠.) 요란한 사이언스 판타지부터 묵직한 하드 사이언스 픽션까지, SF 소설들에서 설정은 상상의 영역입니다.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에서 작가는 온갖 인공 지능, 로봇, 돌연변이 괴물, 개조 생명체, 외계인을 늘어놓을 수 있으나, 어떻게 그런 것들이 작동하거나 살아있는지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작동 원리가 궁금한 독자는 소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겠죠. 작가가 어떤 인조인간이나 돌연변이 괴물을 제시하면, 독자는..
아서 클라크에 관한 비평들을 찾아보면, 비슷한 수식어들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는 거시적인 상상력으로 경외적인 우주 문명을 노래하는 작가입니다. 아서 클라크가 쓴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독자들은 관조적으로 인류 문명을 바라보고 이성적이고 거대한 우주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서 클라크는 우주가 무조건 인자하다고 말하지 않으나, 이성을 믿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지혜로운 외계 문명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런 외계 문명 앞에서 인류는 오만하고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오만하고 초라한 인류 역시 발전할 수 있고, 이성적이고 현명한 미래 문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종종 아서 클라크는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아마 세계 대전과 냉전을 거치는 동안 그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졌을지 모릅니다..
[이런 이질적이고 거대한 외계 야수 역시 현실 속의 자연 생태계에서 비롯했겠죠.] 소설 은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는 과학자들을 이야기합니다. 찰스 다윈이 비글 탐사선을 타고 여러 생명체들을 만난 것처럼 스페이스 비글은 여러 외계 생명체들을 만나죠. 그것들 중 쿠알이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촉수들이 달린 커다란 고양이과 야수처럼 생겼죠. 다른 외계 생명체들에 비해 쿠알은 비교적 지구 동물과 많이 닮았습니다. 아마 검은 표범에게 길다란 촉수들을 붙인다면, 쿠알과 비슷하게 보이겠죠. 쿠알은 몇몇 창작물에게 영향을 미쳤어요. 가령, 에 등장하는 디스플레이스드 비스트는 쿠알과 아주 비슷하죠. 에도 쿠알이라는 동물이 등장합니다. 이 동물은 파충류의 흔적을 약간 간직했으나, 커다란 호랑이나 표범과 비슷하게 생겼고, 두 ..
며칠 전에, 그러니까 금요일에 저는 어떻게 비경 탐험과 괴수물이 짝궁을 이루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댄 시몬스가 쓴 을 언급했고, 나 , 등을 함께 거론했어요. 하지만 은 SF 소설이 아닙니다. 나 이나 와 달리 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닙니다. 댄 시몬스는 이나 처럼 굉장한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들을 썼으나, 그것과 상관없이 은 SF 소설이 아니에요. 댄 시몬스는 탐사선의 구조와 기이하고 혹독한 극지 환경과 북극 원주민들의 문화를 생생하게 고증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이 소설을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르지 못하겠죠. 물론 저는 이 SF 소설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나, 그런 뉘앙스를 풍겼고, 따라서 제 실수입니다. 저는 과 을 함께 언급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아무리 고증이 가볍고 하드하지 않다고 해도 어쨌든 은 분..
허버트 웰즈는 우리나라에서 과 , , 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 네 소설들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웰즈가 다른 소설들을 썼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묻히는 듯합니다. 웰즈는 저런 암울하고 기이한 소설들 외에 유토피아 소설이나 비경 탐험 소설에도 손을 댔습니다. 비슷하게 쥘 베른 역시 나 , 같은 소설들 외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나 디스토피아 소설을 썼어요. 하지만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만약 어떤 작가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 작가가 쓴 다양한 소설들을 탐구해야 할 겁니다. 특히, 단편 소설들은 양이 꽤나 많기 때문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겠죠. 그런 관점에서 는 참으로 반가운 책입니다. 이 책은 허버트 웰즈가 쓴 여러 단편들과 중편..
[비경은 거대 괴수가 살 수 있는 고향입니다. 그래서 비경 탐험과 거대 괴수는 찰떡 궁합이죠.] "공포에 질린 자, 몸이 얼어붙은 자, 병에 걸려 죽어가는 자가 끝이 보이지 않는 빙원에서 눈 폭풍을 맞으며 걷는다. 오래된 피비린내를 풍기는 녀석의 아가리가 그들의 머리를 집어삼킨다." 소설 은 이런 문구를 뒷표지에 집어넣었습니다. 소설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죠. 이 문구는 크게 두 가지 소재를 가리킵니다. 먼저 '공포에 질린 자가 눈 폭풍을 맞으며 걷는다'는 문장은 비경 탐험을 뜻합니다. 소설 속에서 북서항로를 찾기 위해 영국 해군 탐사대는 두 탐사선을 타고 북극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된 경로를 선택했고, 그래서 얼음 바다에 갇힙니다. 얼음들은 사방에서 두 탐사선을 옥죄고, 두 탐사선은 ..
[이런 부류의 과학 학습 만화들과 애니메이션들은 SF 비경 탐험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과학 학습 만화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수많은 학습 만화들은 주인공들이 이상한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내용을 묘사합니다. 학습 만화 속에서 공룡을 탐구하거나 우주를 관찰하거나 심해를 조사하기 위해 어린이 주인공들은 시간 여행 장치나 우주선이나 잠수정을 타고 중생대와 지구 밖과 해저로 모험을 떠나죠. 공룡을 탐구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중생대로 떠난다면, 그건 분명히 상상 과학일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이죠.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떠난다면, 그것 역시 사이언스 픽션일 겁니다. 심해 조사 역시 마찬가지겠죠. 물론 저런 학습 만화들이 진짜 사이언..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이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비경 탐험의 조합입니다.] 예전에 를 이용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비경 탐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케이트 윌헬름이 쓴 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입니다. 원인 모를 대재앙 때문에 인류는 사라지고, 대신 복제인간들만 남았습니다. 유전적인 결함과 부족한 물품 때문에 복제인간들은 작은 마을에서 삶을 지속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외부로 나가야 했고, 멸망한 대도시에서 필요한 장비들과 물품들을 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복제인간들은 작은 마을에서 너무 오랫동안 지냈고, 낯선 야생과 멸망한 대도시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 유일하게 낯선 땅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 하나가 있었고, 그 사람은 숲과 강과 도시로 탐험을 떠납니다. 그 사람이 탐험을 떠나는 과정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