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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은 아카리스 행성을 둘러싼 음모와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서 행성의 자연 생태계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라키스는 사막 행성이고, 따라서 생존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하지만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이 행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멜란지 스파이스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멜란지 스파이스는 수명을 연장하거나 예지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황제나 힘이 있는 가문은 멜란지를 함부로 매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행성을 관리하죠. 이 멜란지라는 물질은 모래벌레에게서 비롯합니다. 좀 거칠게 요약한다면, 모래벌레의 배설물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황제나 귀족 가문들이 동물의 배설물에 연연한다는 뜻이죠. 뭐, 현실에서도 향유고래의 토사물은 아주 비싼 향수로 팔리죠. ..
[2005년 영화 의 컨셉 아트. 공룡들은 사람들을 SF 세상으로 이끌 수 있어요.]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테고, 모든 길이 똑같지 않겠죠. 누군가는 평탄한 길을 걸을지 모르고, 누군가는 자동차를 탈지 모르고, 누군가는 울창한 숲을 통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그 세 사람들은 똑같은 목적지를 지나칠지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 저는 어떻게 SF 독자들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울타리를 지나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SF 독자들이 있습니다. 왜 그들은 사이언스 픽션에 이끌리게 되었을까요. 과학적 상상력이 신기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아마 이건 가장 보편적인 대답일 겁니다. 하지만 자연 과학에는 여러 분야들이 있고, 독자들이 관..
※ 2014년 영화 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어니스트 시튼. 1895년 "The Persuit". 얼마나 자주 우리는 야생 동물들을 바라보고 생각할까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수많은 타인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실제 사람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각종 소설들이나 드라마들, 영화들, 게임들 속에서 가상의 인간들과 만나죠. 하지만 인간들을 만나는 만큼 야생 동물들을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실제 야생 동물들을 꾸준히는 만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생태학자나 삼림 순찰대, 동물원 사육사, 서커스 조련사 정도? 게다가 동물원이나 서커스의 야생 동물들은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이 없죠. 그런 동물들을 '야생' 동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야생 동물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겁니다. ..
[이런 생태계 게임들은 교육 소프트웨어에 가깝습니다. 이런 게임들이 좀 더 깊이를 추구한다면?] 나 은 생태계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이런 게임들은 외계 행성의 자연 생태계를 이야기합니다. 플레이어는 각종 식물들이나 동물들, 미생물들을 관찰하고, 이런 생물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자연 생태계는 체계적으로 순환하고, 다양한 생물들은 서로만 아니라 자연 환경과도 상호 작용합니다. 플레이어는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고 생물 다양성을 늘릴 수 있도록 자연 생태계를 관리해야 합니다. 비록 플레이 방식은 단순하나, 저런 게임들은 나름대로 커다란 장점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연 생태계가 어떻게 순환하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생산자와 소비자와 포식자와 분해자를 배치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스테고사우루스는 정말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언제 이런 거대 육상 동물이 다시 나타날지….] 소설 은 이름 그대로 공룡 소설입니다. 원래 제목은 '한 시대의 멸종'이죠. 하지만 공룡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출판사가 저렇게 번역한 듯합니다. 제목이 멸종을 가리키는 것처럼 이 소설은 왜 공룡들이 멸종했는지 탐구합니다. 작가는 다양한 멸종 이론들을 비교하고, 아주 파격적인 과학적 상상력을 펼쳐요. 당연히 소설은 백악기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왜 공룡이 멸종했는지 탐구하는 소설이 트라이아이스기나 쥐라기를 배경으로 삼는다면, 뭔가 좀 아귀가 맞지 않겠죠. 덕분에 이 소설은 백악기 공룡들을 묘사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물론이고, 트리세라톱스나 파키케팔로사우루스나 각종 오리 주둥이 공룡들이나…. 아마 쥐라기 공룡을 좋아하..
[게임 의 한 장면. 문자 그대로 이건 생물학보다 생태학에 어울리겠죠.] 소설 에서 제일 중요한 인물이자 주인공은 생물학자입니다. 사실 생물학자는 이 소설 시리즈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일 겁니다. 과 에서 생물학자는 주인공이 아니나, 주인공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죠. 소설 3부작이 전반적으로 생물학자를 이야기한다고 봐도 될 겁니다. 작가 제프 밴더미어가 생물학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아마 생물학자가 울창한 야생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겁니다. 공룡 소설에 고생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처럼 울창한 야생을 탐험하는 소설에는 생물학자가 제격일 겁니다. 만약 소설 속에 공룡이 등장한다면, 작가는 그 공룡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등장인물을 배치해야 할 겁니다. 독자들은 그 등장인물을 통해 공룡들에 ..
[아라크니드처럼 SF 작가들과 판타지 작가들은 절지류들에게 부정적인 측면들을 쉽게 덮어 씌웁니다.] 판타지 소설답게 에는 여러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판타지 소설답게 이런 동물들은 말을 하고 사람만큼 똑똑하고 자기 성향이 있습니다. 곰이나 수리는 정의로운 자유민들을 도와줍니다. 소설 속에 곰이 직접 등장하지 않으나, 베오른은 곰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곰이 진짜 모습이고 사람은 눈속임인지 모르죠. 빌보와 간달프와 소린 일행은 베오른을 인간으로서 만났으나, 빌보는 곰들이 회합하는 광경을 지켜봤죠. 수리들은 발라들을 상징하는 의롭고 신성한 동물들이고, 그래서 자주 간달프를 도와줍니다. 수리들은 상당히 여러 사건들에서 활약합니다. 1시대에는 날아다니는 화룡들과 싸웠고, 3시대에는 오상크에서 간달..
[공룡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공룡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아득하고 신비롭고 재미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SF 작가들은 공룡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이언티픽 로망스가 기지개를 한창 폈을 때, 이미 아서 코난 도일이 를 썼죠. 이 소설은 초기 SF 작품으로 자주 언급되고, 덕분에 SF 소설이 초기부터 공룡을 이야기했음을 보여줍니다. SF 작가들에게 공룡은 여러 모로 매력적인 소재일 겁니다. 일단 공룡은 거대합니다. 뭐, 수많은 공룡들은 닭보다 크지 않았다고 하나, 분명히 집채만한 동물들이 존재했습니다. 알로사우루스는 몇 톤짜리 육식동물이었고,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아주 거대한 초식동물이었죠. 이른바 현대 문명인은 그런 동물을 볼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바다에서 고래나 고래상어를 볼 수 있으나,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육지..
"오직 현실만이 그 광경이 얼마나 놀랍고 웅장한지 알려줄 수 있다." 1832년 찰스 다윈은 브라질에 도착했습니다. 그 유명한 비글 탐험선은 다윈을 열대 밀림으로 태워줬죠. 찰스 다윈은 열대 밀림을 처음 방문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윈 같은 유럽인은 그 엄청난 생물 다양성과 복잡성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열대 우림은 지구상에서 3% 비중을 차지하나, 우리가 알거나 아직 알지 못하는 동식물들 중 50% 정도가 열대 우림에 산다고 들었습니다. 1년 내내 햇빛은 계속 내리쬐고 비는 주기적으로 쏟아집니다. 게다가 거대한 나무들은 다채로운 수직적 공간을 조성합니다. 이런 장소는 지구상에 달리 없어요. 덕분에 열대 우림에서 온갖 생물들은 신나게 성장할 수 있었고, 그 어느 장소보다 훨씬..
[나뭇잎 돛처럼, '야생'을 걷는 자들에게 야생은 숲입니다. 하지만 숲은 야생의 전부가 아니겠죠.] 윌리엄 모리스가 쓴 소설 는 우리나라에서 로 번역되었습니다. 아마 어떤 독자는 어니스트 칼렌바흐가 쓴 소설 와 헛갈릴지 모릅니다. 게다가 많은 창작물들이나 철학 서적들은 '에코토피아'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죠. 생태적인 낙원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들을 고려한다면, 칼렌바흐가 정말 멋진 용어를 대중화한 것 같습니다.) 를 번역한 박홍규 교수는 이 소설이 19세기에서 드물게 생태 철학을 강조하는 유토피아 로망스이기 때문에 일부러 저렇게 번역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실히 19세기 이전에 흔히 알려진 유토피아 소설들은 생태 철학을 그리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자연 환경을 우선적으로 내세우지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