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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게임 의 컨셉 아트. 대왕 오징어는 크라켄을 낳을 수 있는 원본이죠.] 허먼 멜빌의 에는 거대한 흰 오징어가 나옵니다. 거대한 오징어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으나, 이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주인공 선원은 거대한 오징어를 보고, 바다의 수많은 비밀 중에서 하나가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일등 항해사 스타벅은 거대한 오징어를 바다의 악마라고 부르고, 거대한 오징어보다 차라리 모비 딕이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거대 오징어의 출현 분량은 상당히 짧지만, 그래도 이 놈은 모비 딕과 비견되었죠. 한편으로 빅토르 위고의 에는 커다란 문어가 나옵니다. 이 문어는 거대한 오징어만큼 크지 않습니다. 원래 문어보다 오징어가 훨씬 거대하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가장 거대한 두족류는 심해의 대왕오징어입니다...
[인류 문명에게 울창한 숲들은 위험하고 적대적이고 낯설고 어둡고… 신비롭습니다.] 소설 은 말 그대로 숲이 주된 무대입니다. 어딘지 신비롭고 위험하고 야생적인 태고의 숲입니다. 어찌 보면, 야만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작가인 로버트 홀드스톡이 다른 배경도 아니고 하필 숲을 고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시 문명과 대착점에 서있는 장소니까요. 현대적인 도시와 반대되는 곳이 무성한 숲이고, 그래서 강렬한 원시성을 잉태할 수 있죠. 사실 작중에 나오는 거대한 원시림이 아니라 뒷산만 올라가봐도 숲이 얼마나 음험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온통 가려서 빛이 안 들어옵니다. 주변은 컴컴하고, 빽빽한 줄기 때문에 시야가 멀리까지 닿지 않죠. 어떤 인류학자는 인간이 본래 평원에서 살던 동물이라 ..
"기후 변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의 이동을 촉진한다." 의 어느 논문이 이렇게 주장하더군요. 기후 변화는 전세계적인 재난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런 재난이 모두에게 골고루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피해를 입지만, 오히려 누군가는 혜택을 입겠죠. 저 논문에서 학자들은 미국을 사례로 이용했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미국 중서부 및 남부 주들의 경제적 기회는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들 지역은 빈곤하고 게다가 기온이 너무 높기 때문에 경제 구조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대신 경제적 기회는 북부에 몰립니다. 북부는 부유하고 게다가 기온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중서부 및 남부 주들의 경제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기온 변화 때문에 가난한 지역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유한 지역은 더욱 부유해집니..
[이런 영어권 표지는 멋집니다. 하지만 이런 표지를 만들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책읽기의 은 로버트 소여의 시간 여행 소설이자 공룡 소설입니다. 과학자 두 명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이들은 공룡 시대를 탐험합니다. 하지만 평범하게 보이는 탐험은 이내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하고, 소설은 과거부터 머나먼 미래까지 아득하게 꿰뚫어 봅니다. 소설 제목은 이지만, 솔직히 공룡은 이 소설에서 그리 주요한 소재가 아닌 듯합니다. 에서 공룡이 주요한 소재가 아닌 것처럼. 의 영어 제목은 '한 시대의 끝'이고, 사실 예전에 오멜라스의 이라는 번역본이 이미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라는 제목이 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왜 출판사가 저런 제목을 골랐는지 모르겠군요. 공룡 애호가들에게 어필할 수..
[백악기 멸종은 공룡들에게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이건 질병이 아니죠. 자연은 병들지 않아요.] "이 자연계에서 인간만이 거의 유일하게 자연을 병들게 할 수도 있고, 치유할 수도 있는 생명체이다." 이 문구는 박호성의 에 나옵니다. 비단 이 철학 서적만 아니라 여러 창작물들과 책들에서도 비슷한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이 병든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작금의 환경 오염을 보고 '지구가 아프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연 생태계가 변화하는 것이 병든다는 것을 의미할까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거나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것이 무조건 부정적일까요. 물론 은 그리 단순한 책이 아닙니다. 그저 지구가 아프다고 평면적으로 호소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여러 철학 사상들을..
만약 21세기 현대인이 몇 만 년 전의 인류를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요. 아마 격세지감을 느낄 겁니다. 그 시절, 인류는 육식동물들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질병이 퍼져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죠. 식량이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었고, 그들은 어떻게 지진이나 해일이나 폭설을 해석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과거 인류는 사회를 조직하는 방법을 몰랐고,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현대 문명은 전혀 다릅니다. 인류는 이제 육식동물을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육식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몰렸습니다. 질병은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지만, 그래도 인류는 천연두 같은 질병을 지구에서 추방했습니다. 인류는 자연 재해를 분석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현대 문명은 생산량이 넘쳐나기 때..
낸시 크레스의 소설 은 불면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의 주연들은 잠을 자지 않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잘 때, 불면자들은 연구하거나 공부하거나 작업하거나 놀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면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의 시간을 누릴 수 있죠. 당연히 이들은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보통 사람들은 불면자들을 두려워합니다. 이런 반목은 으레 차별과 폭력과 갈라서기로 이어지죠. 과거 올라프 스태플던이 에서 말한 것처럼 불면자들은 자신만들의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러던 중 어떤 불면자는 세상을 한 바퀴 둘러보고, 코뮨에서의 삶이 참 좋았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도시와 마을은 (불면자를 포함해) 서로를 차별하지만, 코뮨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 코뮨이 어떤 형태인지 소설 속..
[게임 처럼, 식물들이 뒤덮은 도시는 디스토피아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는 서로 비슷하게 보입니다. 양쪽 모두 암울한 미래를 묘사하기 때문에 때때로 사람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사실 양쪽을 구분하는 기준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수학 공식처럼 답이 딱 떨어지지 않아요. 어떤 창작물은 디스토피아처럼 보일 수 있고 동시에 포스트 아포칼립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가령, 는 확실히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습니다. 인류가 몽땅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지구에 인간이 단 한 명만 남았다면 확실히 그건 문명의 몰락이고 따라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불릴 수 있겠죠. 하지만 은 어떨까요. 엄청난 질병이 몰아쳤고 수많은 작물들과 가축들이 죽었습니다. 자원이 고..
[게임 의 야생을 걷는 자들.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가 이런 왕권 사회일 수 있을까요.] 윌리엄 모리스의 는 자연 친화적인 사회주의 공동체를 보여줍니다. 소설 속의 사회주의 공동체는 목조 건물들을 짓고,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중공업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철제 공장이나 철제 구조물을 짓지 않습니다. 하늘에는 매연이 없고, 강물에는 쓰레기가 없고, 녹색 삼림은 풍성하고 싱그럽습니다. 사람들은 수공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들 직접 땀 흘려 일합니다. 이런 모습은 일반적인 사회주의 사상과 많이 다릅니다. 사회주의는 제조업 노동자와 중공업을 중시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은 한때 농업과 경공업을 육성하느냐 중공업을 서둘러 육성하느냐 다투곤 했습니다. 수많은 사회주의자들은 중공업을 육성한 이후 ..
셜록 홈즈와 함께 드라큐라는 세상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소설 캐릭터라고 합니다. 그래서 드라큐라의 라이벌 아브라함 반 헬싱도 인기가 많죠. 반 헬싱이 드라큐라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드라큐라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 헬싱이 나와야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 헬싱은 이성과 과학으로 음습한 악의 무리를 뒤쫓는 사냥꾼이고, 이런 사냥꾼의 이미지는 후대 창작물들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가령, 휴 잭맨이 주연한 도 그런 종류입니다. 드라큐라 이야기지만, 흡혈귀보다 반 헬싱에 더 초점을 맞췄죠. 이름도 가브리엘 반 헬싱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도 그런 창작물입니다. '반 헬싱의 놀라운 모험'으로 부를 수 있으려나요. 은 일종의 핵 앤 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