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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SF 소설 속에는 종종 학자 종족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학자 종족이고, 순전히 학구적인 분야에만 종사합니다. 현대 인류 문명도 지식인을 귀중하게 대접하지만, 인류 전체가 학자는 아닙니다. 지식인은 상당한 엘리트이고 꽤나 소수죠. 하지만 SF 소설 속의 학자 종족들은 종족 구성원 전부가 학자입니다. 이들은 생산적인 일이나 기타 소비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이 종족에게 농부나 어부, 목수, 광부, 은행원, 회계사 따위는 없을 겁니다. 가수나 배우, 운동 선수도 없을 겁니다. 농부와 어부 대신 식물학자나 해양학자가 있겠죠. 목수나 광부 대신 삼림학자나 지질학자가 있을 테고요. 은행원이나 회계사 대신 정치 경제학자나 경영학자가 있을 겁니다. 문화 학자들은 때때로 가수나 배우가 될 수 있겠..
[우리처럼 물고기들은 고통을 느낄지 모릅니다. 낚시 없이 우리는 물고기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사람들은 흔히 척추동물을 이와 같은 다섯 가지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각각 서로 다른 이미지를 부여하죠. 우리 자신이 포유류이기 때문에 포유류와 조류는 친근합니다. 반면, 파충류와 양서류는 혐오스럽죠. 거북이나 어린 도룡뇽 같은 예외가 있으나, 악어나 뱀은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마 어류는 척추동물 중에서 제일 이질적일 겁니다. 다른 척추동물과 달리 사지 대신 지느러미가 있고 모두 물 속에서 살고 아가미로 호흡하기 때문이죠. 뱀 역시 척추동물치고 꽤나 이질적인 동물처럼 보이지만, 물고기들은 훨씬 더합니다. 고래나 바다거북 같은 경우가 있으..
천문학자나 우주 생물학자들은 천문학이 겸손함을 가르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가령, 크리스티안 하위언스는 수많은 정복자들을 비판했습니다. 정복자들은 엄청난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지만, 지구는 수많은 행성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인류도 우주의 중심이 아닙니다. 아무리 정복자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아무리 많을 땅을 차지해도 우주 전체로 따진다면, 그들의 영토는 지극히 미미합니다. 이 우주는 얼마나 광대합니까. 우리는 우주의 한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다른 문명이 존재하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주변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정복자들이 엄청난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설사 정복자들이 지구를 차지한다고 해도 지구는 그저 일부분, 아니, 모래알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
소설 은 서던 리치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이야기는 전작에서 이어지고, 여전히 X 구역의 비밀을 다루죠. 전작 에서 12차 탐사대는 X 구역의 적막한 자연 환경을 떠돌았습니다. 이 소설의 장점은 기이하고 고요하고 인적이 없는 분위기와 거대하고 낯선 자연 속에서 나 자신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 된 듯한 느낌일 겁니다. 그래서 주인공 생물학자는 바위투성이 해안가에서, 사람들이 없는 뒷골목에서, X 구역의 공허한 자연 속에서 뭔지 모를 친밀감을 느꼈을 겁니다. 복잡하고 산만하고 빽빽하고 시끄러운 현대 문명인에게 저런 해안가와 뒷골목과 자연은 꽤나 낯선 공간으로 다가오고, 은 그런 느낌을 시종일관 유지합니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무지와 무지를 이어가는 여정 또한 매력적입니다. 이 소설은 명확한..
"자본주의는 환경 문제에 세 가지 일차적인 방식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환경 파괴 문제는 너무 중요해서 이 방식들에 대해 거듭 논의할 가치가 있다." 에릭 올린 라이트는 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나열하고, 그 중에서 환경 파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지적했어요.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생태학 서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에릭 라이트는 유명한 좌파 사회학자이고, 는 아주 다양한 사회주의적인 대안들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유일무이한 사회주의 대안인 것처럼 말하지만, 에릭 라이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고 사회적 공유를 실현하는 대안은 여러 종류가 있고, 프롤레타리아 독재 이외에 좌파들은 각종 방법들을 실천할 수 있어요. 그게..
[이런 삽화가 있다면, 독자들은 생체 고래 비행선의 모습과 크기를 훨씬 쉽게 가늠할 수 있겠죠.] 스콧 웨스터펠드는 어느 강연에서 소설 삽화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왜 자신이 같은 소설에서 삽화를 집어넣었는지, 왜 키스 톰슨 같은 삽화가를 섭외했는지 이야기했죠. 저는 그 강연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웨스터펠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충 저런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웨스터펠드가 강연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든 , , 의 삽화는 정말 웅장하고 기괴하고 멋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베헤모스와 SMS 괴벤의 싸움 장면입니다. 소설 속에서 베헤모스는 자연적인 괴수가 아니라 인류의 생체 병기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인류가 그토록 거대한 바다 동물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
종종 SF 소설들은 미래 인류나 외계 종족을 묘사합니다. 당연히 이들의 사회 구조는 현대 인류와 다릅니다. 현대 인류는 자본주의 체계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종언' 같은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심지어 일부 보수 우파는 자본주의의 확대가 역사의 마무리라고 해석하죠. 하지만 (우파와 좌파를 떠나서) SF 작가들은 인류의 미래나 다른 지적 존재의 사회 구조를 보다 파격적이고 자유롭게 상상합니다. 바로 기술이 진보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SF 소설 속에서 어쩌면 미래 인류는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인공 지능과 로봇은 모든 노동을 도맡을 수 있고, 따라서 인류는 더 이상 노동하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인공 지능이 모든 것을 생산하고 생산량이 홍수처럼 넘친다면, 인간들은 노동 없이 ..
SF 소설들은 비일상적인 요소를 다루곤 합니다. 당연히 이런 현상들에는 어떤 원인이 있을 겁니다. 만약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거나 갑자기 돌연변이 괴물들이 인류를 습격하거나 식물들이 수정으로 변한다면, 거기에 뭔가 분명한 이유가 있겠죠. 수많은 SF 소설들은 (상상 과학이라는 이름답게) 그런 이유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밝히기 위해 애씁니다. 왜 죽은 사람들이 살아났는지, 왜 돌연변이 괴물들이 탄생했는지, 왜 식물들이 수정으로 변하는지…. 하지만 모든 SF 소설들이 그런 해명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소설들은 논리와 합리를 최대한 강조하지만, 어떤 소설들은 중요한 부분에서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듯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이런 소설들은 설정을 자세히 밝히지 않고, 그저 전문 용어 몇 가지를 나열..
는 플레이어가 정치와 경제를 관리하는 게임입니다. 일종의 정치 및 경제 시뮬레이션입니다. 정치 시뮬레이션답게 이 게임은 다양한 운동가들을 선보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운동가는 사회주의자와 환경 운동가입니다. 사회주의자는 공공 복지를 선호하고, 국가가 의무 교육이나 무료 병원 등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당연히 사회주의자는 자본주의적 방법을 싫어하죠. 환경 운동가는 공기 오염, 에너지 정책, 과세, 재활용 문제 등에 민감합니다. 환경 운동가는 정부의 응원군이 되거나 정부를 지극히 싫어할 수 있어요. 저는 라는 게임을 플레이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게임 속에서 사회주의자들이나 환경 운동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주의자와 환경 운동가가 연대하거나 환경 운동가가 사회주의적 대안을 실행할 수..
[1950년대 SF 소설부터 21세기 초반 현재까지, 언제나 사회주의는 중요했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설 의 소감문을 찾아보면, 종종 '한물 간 사회주의'라는 말을 듣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처참하게 무너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주의가 이제 한물 갔다'라고 생각하죠. 그런 사람들은 을 과거의 유산 정도로 치부할 테고, 이 소설이 구닥다리 사회주의 사상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다들 '사회주의=소련=일당 독재'라는 초보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하지만 정말 사회주의가 한물 갔을까요. 사회주의는 그저 박물관의 골동품일까요. 미국과 유럽과 동아시아의 거대 자본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과 유럽과 동아시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