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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사유 재산은 시각적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어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신주는 사유 재산이 등장하기 위해 상품이 시각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시각적이지 않은 사물은 시장에서 팔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시장에서 뭔가를 팔고 싶다면, 그걸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상품으로 변환해야 합니다. 강신주 박사는 공기나 향기를 사례로 들더군요. 아무도 공기를 팔지 못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공기를 팔고 싶다면, 그 사람은 공기를 통에 포장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공기를 통에 포장하는 순간, 공기는 깡통이라는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상품이 됩니다. 들꽃의 향기 역시 상품이 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그 꽃의 향기를 추출하고 그걸 향수병에 담아야 합니다. 향기가 향수병에 담긴다면, 이 향수병..
지리학자 데이빗 하비는 현대 산업 문명이 어떻게 도시를 재편하는지 이야기하곤 합니다. 데이빗 하비는 상당히 좌파적인 학자이고 그래서 도시라는 공간을 빈부 격차와 환경 오염이라는 시각으로 관찰하죠. 하비에 따르면, 도시는 부자와 빈민의 터전을 가르고, 다양한 생산물을 빨아들이고, 엄청난 폐기물을 쏟아놓는 공간입니다. (당연히 그 배후에는 자본주의 체계가 존재합니다.) 도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대 문명의 빈곤 문제와 환경 문제를 절대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죠. 그래서 삼림 도시처럼 도시의 해악을 줄이려는 시도들이 많고요. 그렇다면 이런 빈부 격차나 환경 오염과 함께 미래의 도시는 어떻게 변할까요. 사실 수많은 SF 소설들이 미래 도시라는 공간적/문화적/사회적 요소에 주목합니다. 그걸 집중적으로 살피는 작품..
[게임 에서 함대와 싸우는 우주 드래곤! 이런 설정 역시 중세 판타지에서 비롯했겠죠.] 예전에 어떤 인터넷 평론을 읽었습니다. 그 평론은 판타지 소설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나열하더군요. 초기 소설부터 전성기 소설을 거치고 던전 크롤링 게임을 설명하고 21세기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기념비적인 판타지 작품들이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각종 신화를 제외하고, , , 등은 초기 판타지입니다. (는 초기 SF 소설로 불리기도 하죠.) 3부작이나 시리즈는 현대 서사 판타지를 구축한 장본인이고요. 3부작 역시 빼놓지 못하겠죠. 그 평론은 소설 위주로 이야기했으나, 게임도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게임 자체의 영향력도 어마어마하고, 시리즈나 시리즈 같은 걸출한 소설들도 있고요. 는 전형적인 서사 판타지가 아니지만, 21세기 판..
여름철을 맞이하여 여러 뉴스 사이트들은 폭염 기사를 선보입니다. 포털 사이트들은 그런 기사들을 전시하고, 수많은 유저들이 댓글을 달아요. 그런 댓글들을 둘러보면, 다들 비슷한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사람들은 폭염에 주의해야 하고,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온실 가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온실 가스를 되도록 줄여야 합니다. 어떤 유저는 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는지 과학적인 설명을 줄줄 나열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의 폭염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지만, 그 중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댓글은 거의 없습니다. 마치 다들 자본주의와 기후 변화가 아무 연관이 없는 것처럼 떠듭니다. 물론 인터넷의 댓글들에 일일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인터넷의 댓글란에서 사람들은 가..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이런 '기술적 자연'은 광활한 생물 다양성을 제시합니다.] 예전에 생태계 비디오 게임과 자연 환경의 관계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몇 비디오 게임은 자연 생태계의 정수나 근본을 묘사하고, 플레이어는 그런 게임을 통해 생태적인 감수성을 맛보곤 합니다. 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일 겁니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얕은 해안과 깊고 어두운 해저와 하늘거리는 바닷말들과 화려한 산호초와 원시적인 해양 파충류와 조우합니다. 사방에서 온갖 생명들이 돌아다니고, 주인공 잠수부는 그런 충만한 생명력 속에서 헤엄칩니다. 이 게임은 뚜렷한 줄거리나 규칙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해양 생태를 간접적으로 체험했고 생태적 감수성을 키웠기 때문일 겁니다. 비단 만 ..
로버트 소여의 은 멋진 소설입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이 책은 오멜라스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행복한 책읽기가 이라는 개정판을 냈죠. 사실 의 번역자 후기가 '공룡과 춤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공룡 SF 소설입니다. 어느 날 인류는 타임 머신을 개발하고, 두 명의 과학자가 머나먼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타임 머신에 탑승합니다. 한 명은 뼛속까지 공룡을 사랑하는 고생물학자이고, 다른 한 명은 지질학자입니다. 하지만 이 두 명의 관계는 그저 고대 탐사대의 동료 관계가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애증스러운 관계로 얽혔죠. 당연히 그들이 고대에서 학술 탐사하는 동안 이 점은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과학자들이 더 이상 공룡의 생태나 고대 지질 구조에만 신경을 쓸 수 없다는 점입니..
예전에 미국 대선 때였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떨어졌을 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안타까워 하더군요. 아마 그 사람은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그게 여자들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사람은 미국 남자들이 여자들을 인정하기 원했고, 힐러리 클린턴을 그런 상징으로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는 좀 의문이었습니다. 만약 클린턴이 당선된다고 해도 그게 여자들의 지위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미국 남자들이 '여자가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건 분명히 진보이고 커다란 변화입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인정했다는 뜻이고,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변화를 바라겠죠. 하지만 좀 더 따지고 본다면, (여전히 미국 대통령은 남자..
우주는 꽤나 넓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해도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지적 존재들이 서로 만나지 못할 거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외계인을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외계인들 역시 다른 외계인들을 만나지 못하겠죠. 이 우주에 수많은 지적 종족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모를 겁니다. 어쩌면 저기 어딘가 머나먼 행성에서 어떤 지적 종족이 "외계인은 존재할까?"라고 자문할지 모릅니다. 우리가 외계인을 그리는 것처럼 그들도 외계인과의 만남을 바랄지 모르죠. 그런 종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지 모르죠.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참 쓸쓸하고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반 예프레모프는 '위대한 원'이라는 설정을 고안했을 겁니다...
영웅은 상당히 강렬한 요소입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각지에서 수많은 영웅 신화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영웅의 업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대에 따라, 어떤 영웅은 거대 괴수를 죽이고, 어떤 영웅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어떤 영웅은 어마어마한 경제 발전을 약속합니다. 아마 현대의 영웅 신화는 경제 발전을 업적으로 삼을 겁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사회 구조를 뒷받침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확장(성장)하고 싶어합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계속 생산해야 하고, 생산을 멈추는 것은 자본주의에게 죽음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유 시장 속에서 기업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많이 팔기 원하고, 그렇다면 더 많이 생산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죠. 경제가 발전하..
외계 행성 개척은 SF 소설의 흔한 소재 중 하나입니다. 19세기부터 SF 소설은 머나먼 우주를 바라봤고, 어떻게 인류가 그 우주에서 새로운 삶을 꾸릴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아니, 19세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문명을 꿈구곤 했죠. 19세기 이후 과학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그런 고민들은 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뀌었고, SF 소설들은 외계 행성과 인류 개척자들을 묘사했습니다. 이런 창작물들을 살펴보면, 개척자들이 낯선 세상에서 안락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꾸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창작물들은 외계 개척자들을 통해 문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여물어가고 쇠락하는지 보여줍니다. 처럼 SF 소설은 구태여 외계 행성으로 진출하지 않아도 이런 문명의 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