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2079)
SF 생태주의
[고생물학자는 여기에 놀라기보다 이걸 비판해야 했을 겁니다. 아주 강하게.] 공룡 소설에서 누가 주인공을 맡아야 할까요. SF 작가가 공룡 소설을 쓴다면, 누구를 주인공으로 설정해야 할까요. 아마 해답은 공룡 학자, 그러니까 고생물학자일지 모릅니다. 사실 여러 SF 소설들은 고생물학자를 비롯해 동물학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소설 에서 챌린저 교수는 동물들을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소설 에서 조나스 테일러는 잠수부이자 메그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소설 에서 선사 시대로 돌아간 브랜든 새커리 역시 고생물학자이고 박물관 큐레이터입니다. 이들은 모두 주인공이고, 주인공답게 고생물을 열심히 설명합니다. 챌린저는 스테고사우루스를 비롯한 각종 동물들에 관해 열심히 뻐꾸기를 날립니다. 에서 주인공 조나스 테일러는 ..
[이런 개척-생존-비경 탐험 이야기의 선조는 소설 일지 모르겠습니다.] 야사(?)에 따르면, 쥘 베른은 여행을 꽤나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른은 언젠가 주인공이 세계를 여행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소망을 품었어요. 저는 이 야사가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쥘 베른은 정말 다양한 여행 이야기를 썼습니다. 쥘 베른은 허버트 웰즈, 휴고 건즈백과 함께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확립한 인물로 알려졌죠. 특히 쥘 베른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이용해 여행 이야기를 자주 썼습니다. 허버트 웰즈와 휴고 건즈백 역시 여행이나 탐험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쥘 베른은 탐험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굳혔어요. 아마 쥘 베른은 그저 우연히 탐험이나 여행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 겁니다. 작가 자신이 여행이나 탐험에 애착을 보였고, 그..
9월 13일, 우리나라에서 그린 아시아 포럼이 열렸나 봅니다.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들과 환경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자리죠. 특히 이 회의는 허리케인 어마가 막대한 피해를 미친 직후에 열렸고, 그래서 참가자들도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해당 회의를 직접 관람하지 못했고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잘 모르겠으나, 관련 기사들은 교육을 상당히 강조하는군요. 기후 변화를 극복하고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다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2050년부터 기후 변화가 훨씬 막대한 피해를 끼칠 거라고 주장하고,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겁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미래에 대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이런 환경 폭력을 반복하지 않을지 가르쳐..
소설 는 사회주의 SF 소설로서 가장 유명한 작품들 중 하나일 겁니다. 이 소설이 그토록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아마 잭 런던의 시원시원하고 직설적이고 힘찬 필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 같은 소설과 달리 는 에버하드라는 영웅적인 인물을 내세웁니다. 소설의 시점은 줄곧 이 인물을 쫓아가고, 에버하드는 그 이름처럼 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시련에 맞섭니다. 나 은 왜 사회주의 체계가 좋은지 시시콜콜 (지루하게) 설교하지만, 는 그렇게 지루한 설교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대신 에버하드는 중소 자본가들이나 대자본가들과 맞서 싸웁니다. 싸움 구경은 언제나 재미있는 법이고, 그건 말싸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사 토론 프로그램은 커다란 인기를 끌겠죠.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버하드는 자본가들의 집요하고 ..
소설 의 특징 중 하나는 다채로운 인종들입니다. 소설 속에서 인류는 전세계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했고,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추구합니다. 당연히 작가는 평등한 구조를 보여줘야 했고, 그래서 므벤 마스나 차라 같은 등장인물을 집어넣었을 겁니다. (당연히 인종적인 평등과 함께 성적 평등도 추구합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반 예프레모프는 다른 나라들을 무시하는 시각을 소설 속에서 완전히 지우지 못합니다. 여전히 러시아 남자들이 많아 보이고, 그런 남자들은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인물입니다. 반면, 므벤 마스나 차라 같은 등장인물들은 그런 전형성에서 벗어났어요. 아프리카인이나 인도인이라는 특성을 굉장히 강조하죠. 아무리 작가가 좌파적이고 평등한 시선을 유지하려고 애써도 결국 시대적인 한계나 태생적..
[2005년 영화 의 컨셉 아트. 공룡들은 사람들을 SF 세상으로 이끌 수 있어요.]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테고, 모든 길이 똑같지 않겠죠. 누군가는 평탄한 길을 걸을지 모르고, 누군가는 자동차를 탈지 모르고, 누군가는 울창한 숲을 통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그 세 사람들은 똑같은 목적지를 지나칠지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 저는 어떻게 SF 독자들이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울타리를 지나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SF 독자들이 있습니다. 왜 그들은 사이언스 픽션에 이끌리게 되었을까요. 과학적 상상력이 신기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아마 이건 가장 보편적인 대답일 겁니다. 하지만 자연 과학에는 여러 분야들이 있고, 독자들이 관..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드워프 증기 함선은 과도기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 있죠.] 조지 오웰은 어느 글에서 홍차가 먼저인가 우유가 먼저인가 논의했습니다. 밀크티를 만들 때 어떤 사람들은 홍차에 우유를 붓습니다.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은 우유에 홍차를 붓습니다. 무엇이 먼저 찻잔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밀크티는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뭐, 각자 취향이 다르겠죠. 전문가들은 우유에 홍차를 부으라고 조언하나, 모두 그런 조언을 따를 필요는 없겠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저는 스팀펑크를 떠올리곤 합니다. 홍자와 우유를 붓는 문제처럼 스팀펑크는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가 겹치는 지점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가 교집합을 이룬다면, 스팀펑크는 그 교집합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 말한 것처럼..
좌파와 우파의 차이는 뭘까요. 저는 대답이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밑바닥 계급을 살피고 밑바닥 계급을 살리기 위해 구조를 바꾼다면, 그 사람은 좌파입니다. 사회주의든 무정부주의든 페미니즘이든 직접 민주주의든 전환 마을이든 뭐든 간에 좌파는 우선 밑바닥 계급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밑바닥 계급은 힘이 약하고 수탈을 당하는 생명들을 가리킵니다. 부족민들, 빈민들, 여자들, 야생 동물들. 현대 문명은 성장하기 위해 이런 밑바닥 계급을 수탈했고, 지금도 엄청나게 수탈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우파는 절대 이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인정하더라도 슬쩍 회피합니다. 우파는 이런 사항을 절대 논의의 중점에 두지 않습니다. 환경 오염이 화두에 오르면, 우파는 논점을 경제 성장으로 돌리려고 애씁니다. ..
※ 2014년 영화 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어니스트 시튼. 1895년 "The Persuit". 얼마나 자주 우리는 야생 동물들을 바라보고 생각할까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수많은 타인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실제 사람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각종 소설들이나 드라마들, 영화들, 게임들 속에서 가상의 인간들과 만나죠. 하지만 인간들을 만나는 만큼 야생 동물들을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실제 야생 동물들을 꾸준히는 만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생태학자나 삼림 순찰대, 동물원 사육사, 서커스 조련사 정도? 게다가 동물원이나 서커스의 야생 동물들은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이 없죠. 그런 동물들을 '야생' 동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야생 동물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겁니다. ..
'인간은 이기적이다.' 우리는 이런 말을 아주 쉽게 듣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단정합니다. 전문적인 학자부터 평범한 옆집 아저씨까지,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믿음을 너무 쉽게 유지합니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좋은 세상을 이룩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다른 약자를 착취하고 수탈하고 차별하고 학살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아주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왜?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이기적으로 행동하곤 하고, 그런 착취와 수탈과 차별과 학살은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옳은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