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드는 사회주의 본문
'인간은 이기적이다.' 우리는 이런 말을 아주 쉽게 듣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단정합니다. 전문적인 학자부터 평범한 옆집 아저씨까지,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믿음을 너무 쉽게 유지합니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좋은 세상을 이룩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다른 약자를 착취하고 수탈하고 차별하고 학살합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아주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왜?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이기적으로 행동하곤 하고, 그런 착취와 수탈과 차별과 학살은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옳은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놔둬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사회주의에 반대합니다. 그들은 사회주의가 인간의 이기적이고 자연스러운 본성에 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부자연스럽고 옳지 않습니다. 이기적인 인간은 절대 사회주의 공동체를 이룩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건 아주 흔한 레파토리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공동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인간이 이기적인가요? 누가 인간의 머릿속을 밑바닥까지 들여다봤나요? 왜 사람들은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쉽게 단정할까요? 우리는 아직 우리의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릅니다. 여러 과학자들이 어떻게 두뇌가 작동하는지 열심히 연구하는 중이나, 수수께끼는 쉽게 풀리지 않을 듯합니다. 어쩌면 그 수수께끼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우리의 본성을 밑바닥까지 들여보기 원하나, 그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없습니다. 물론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례들은 많고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선한 행위를 할 때도 우리는 (자발적으로 그 행위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이나 보상을 바랄지 모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원 봉사자들은 이타적이지 않아요. 그들 역시 이기적입니다. 이기적인 모습이 다를 뿐이죠. 그렇게 주장하는 이론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건 사실일지 모릅니다. 우리 인류는 그렇게 이기적일지 몰라요.
하지만 인간이 이기적라고 해도 우리 인류가 모두 악독하게 착취와 수탈만 추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살아가지 않습니다. 자원 봉사자들은 선한 행위를 하고, 설사 그 자원 봉사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칭찬이나 보상을 바란다고 해도, 선한 행위 자체가 바뀌지 않습니다. 자원 봉사자가 이기적으로 내전 지역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거나 오염 지역에서 쓰레기들을 줍는다고 해도 어쨌든 그런 치료나 청소는 분명히 선한 행위입니다. 우리 인류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고 해도 우리는 선한 행위들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런 행위들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남을 돕고 보살피는 행위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그런 행위들이 모이고 모이면, 사회주의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인류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본성보다 사회 공학이 훨씬 중요합니다. 솔직히 이기적인 사람들도 사회주의에 찬성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는 누가 언제 어떻게 화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폭력적인 자유 시장 속에서 잘 나가는 중산층도 갑자기 몰락할지 모릅니다.
게다가 역사 속에서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사람들이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다 기득권들이 자기 밥그릇을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선진 문명국이라고 좋아하는) 유럽에서도 그런 폭력들을 숱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국 디거스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군대가 그들을 짓밟았죠. 파리 코뮌 역시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독일은 프랑스에게 빨갱이들을 짓밟으라고 이야기했고, 그래서 프랑스 군대는 코뮌을 학살했습니다.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 역시 내전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자본주의 기득권들은 소비에트 정부가 혼자 성장하기 원하지 않았어요. 적백 내전은 엄청난 악영향을 끼쳤죠. 카탈로니아나 바르셀로나 노동자 도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자 군대가 파쇼들과 열심히 싸웠을 때, 자본주의 기득권들은 노동자 도시를 억압하기 바빴어요. 유럽 밖으로 시선을 돌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쿠바 공산당이 그렇습니다. 체 게바라는 자본주의 기득권(특히 미국)이 남아메리카 사회에 간섭하지 않기 원했고, 그래서 남아메리카 전체가 혁명하기 원했습니다. 체 게바라는 이기적인 인민들에게 죽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보부가 체 게바라를 사살했죠.
인간이 이기적인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과학자들이 아직 그 물음에 확실히 대답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해도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지배 계급들이 폭력을 휘두르고 인민들을 세뇌시킨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