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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소설 은 아카리스 행성을 둘러싼 음모와 전쟁을 이야기합니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서 행성의 자연 생태계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라키스는 사막 행성이고, 따라서 생존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하지만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이 행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멜란지 스파이스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멜란지 스파이스는 수명을 연장하거나 예지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황제나 힘이 있는 가문은 멜란지를 함부로 매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행성을 관리하죠. 이 멜란지라는 물질은 모래벌레에게서 비롯합니다. 좀 거칠게 요약한다면, 모래벌레의 배설물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황제나 귀족 가문들이 동물의 배설물에 연연한다는 뜻이죠. 뭐, 현실에서도 향유고래의 토사물은 아주 비싼 향수로 팔리죠. ..
[사실 국내에서 와 시리즈는 제대로 개봉한 적이 없죠. 여기는 괴수 불모지….] 듀나는 어떤 논평 시리즈에서 을 이야기할 때, 모래벌레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듀나는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암투보다 모래벌레와 행성 생태계가 훨씬 인상적이라고 말했죠. 거대한 괴수와 그 괴수를 둘러싼 장대한 생태계. 하지만 이외에 듀나는 다른 소설을 이야기하지 않더군요. 저는 그 논평 시리즈를 모두 읽었으나, 듀나가 거대 괴수나 행성 생태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이외에 없었습니다. 사실 듀나가 이야기하고 싶어도 딱히 이야기할 소설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거대 괴수가 등장하고, 그 괴수를 둘러싼 행성 생태계를 서사적으로 펼치는, 그런 소설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국 작가들과 번역된 외국 작가들을..
[게임 의 한 장면. 이렇게 멋진 외계 식생과 개척 도시가 사이언스 픽션이 아닐까요?] 예전에 alt.SF는 어느 SF 그림책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게임이 사이언스 픽션이 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게임은 사이언스 픽션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죠. alt.SF는 영화나 게임을 멀리 하고 소설들에 주력하는 웹진이었습니다.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과학 소설'이라는 명칭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과학 소설. 고장원님 같은 일부 SF 고수들이나 SF 독자들이 사용하는 명칭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과학 영화나 과학 게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치 소설만 사이언스 픽션에 특화한 것처럼 이야기하죠. 개인적으로 과학 소설이라는 명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일단 그 점을 넘어가겠습니다.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진보'라는 단어를 입에 담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라는 뜻이죠.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을 듯합니다. 수구 세력들은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욕하나, 뭐, 언제 수구 세력들이 논리적으로 떠든 적이 있나요. 수구 세력들이 뭐라고 떠들든, 거기에 신경을 쓰면 시간 낭비에 불과하겠죠. 하지만 보다 논리적인 사람들 역시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흠, 진보는 무슨 뜻일까요. 정말 민주당을 진보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다른 분야들처럼 진보와 보수를 명확히 가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만약 어떤 나라에서 사회주의자들이 활개를 친다면, 민주당은 보수적으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우..
[게임 의 한 장면. 19세기 유럽에 이런 비행선들은 없었으나, 그래서 사이언스 픽션은 재미있어요.] 13세기 중세 유럽에는 로봇 공학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기술자들은 로봇이라는 개념을 몰랐어요. 따라서 만약 보행 병기가 중세 유럽 도시를 걷는다면, 그건 꽤나 이상한 장면일 겁니다. 스팀펑크를 도입하는 몇몇 검마 판타지는 그런 장면을 연출하지만, 어쨌든 그건 일반적인 풍경이 아닐 겁니다. 장검, 사슬 갑옷, 활과 쇠뇌, 마차, 수레. 이런 것들은 13세기 유럽과 어울릴 수 있겠으나, 보행 병기는 절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러 창작가들은 중세 검마 판타지에 로봇이나 보행 전차를 집어넣고, 어떻게든 스팀펑크와 검마 판타지를 조합하려고 애씁니다. 덕분에 이런 검마 판타지에서 해괴한 장면들을 구경할 ..
"정의 자체가 글러먹은 그 혁명을 옹호한다는 거야? 위기 상황을 조장하는 그 이론을?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반목하게 만들고 싶다는 거야?" 소설 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은 여러 과학자들이 화성에서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새로운 문명을 위해 과학자들은 여러 담론들을 내놓습니다. 그 중에서 아르카디 보그다노프라는 인물은 사회주의적인 제안들을 열거합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많은 오해들을 받고, 당연히 어떤 과학자들은 사회주의에 반대하죠. 필리스라는 과학자는 아르카디가 러시아 10월 혁명을 옹호한다고 생각하고, 저렇게 외칩니다. 을 쓴 작가 킴 로빈슨이 러시아 10월 혁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인터뷰 등에서 그에 관해 언급했을 것 같으나, 저는 읽어본 적..
[게임 의 한 장면. 거대 우주선은 기이한 미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나 , 같은 소설은 우주 탐사물입니다. 하지만 이런 소설들은 좀 특이합니다. 이런 소설들 속에서 우주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닙니다. 그보다 하나의 거대한 세계이고, 폐쇄적이지만 드넓은 공간이고, 일종의 미궁과 같습니다. 에서 외계 괴물 익스톨은 스페이스 비글에 침투합니다. 이 괴물은 벽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사방에서 승무원들을 납치합니다. 승무원들은 이 괴물에게 쫓기거나 이 괴물을 쫓습니다. 마치 미궁에서 인간들과 괴물이 추격을 벌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에서 인데버 탐사대는 장대한 라마 우주선 내부를 여행합니다. 인데버 탐사대는 라마 우주선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봅니다. 사실 생물들(그걸 생물이라고 ..
소설 가 과연 SF 소설일까요. 아마 여러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놓을 겁니다. 어떤 독자는 이 소설이 미래를 상상했기 때문에 SF 소설이 될 수 있다고 말하겠죠. 어떤 독자는 이 소설이 자연 과학적 상상력을 별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유토피아 문학일 뿐이라고 말할 거고요. 저는 가 SF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게 반드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래를 상상하는 만큼 SF 소설은 어느 정도 과학적 상상력을 꿈꿔야 합니다. 하지만 는 사회 구조만 줄창 떠들 뿐이고, 과학적 상상력을 예견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이나 , , 같은 작품들과 분명히 달라요. 저런 소설들처럼 미래의 사회 구조를 예상하나, 과학적 상상력은 꽤나 부족하죠. 저는 사회학적 상상력만 발휘해도 SF 소설이 ..
[자고로 고지라는 핵 발전소를 까야 제맛이죠. 하지만 이 제대로 깔 수 있을지…?] 영화 은 2019년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2014년에 개봉한 의 속편이죠. 2017년에 이 개봉했기 때문에 속편이 5년 후에 나오는군요. 전작과 달리 에는 친숙한 토호 괴수들이 등장하고, 모스라, 라돈, 킹기도라가 대기하는 중입니다. 이 괴수들을 봤을 때, 저는 한 가지가 궁금했습니다. 과연 모스라와 라돈, 킹기도라가 방사능 영양분을 섭취할까요. 전작 에서 무토 부부와 고지라는 방사능 영양분을 섭취했습니다. 만화 역시 방사능 영양분을 노리는 괴수 시노무라를 묘사했죠. 따라서 시노무라, 무토 부부, 고지라 등등 다양한 괴수들이 방사능 생태계를 구성했습니다. 원래 1954년 는 핵 발전이나 핵 무기를 무섭게 바라봤고, 영화 ..
소설 는 피터 와츠가 쓴 외계 탐사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어떤 외계 존재가 지구를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지구에 이런저런 흔적을 남겼으나, 다시 우주로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지구인들은 난리법석을 피웁니다. 지적 존재가 외계에서 찾아왔고, 심지어 지구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겼어요. 누가 이런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인류는 외계 존재가 정확히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왜 지구에 찾아왔는지, 왜 흔적들을 남겼는지, 인류는 전혀 모릅니다. 말 그대로 그들은 미지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외계 생명체들을 조사하는 탐사대를 파견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차대한 임무를 아무에게나 맡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인류가 외계 존재들을 조사하고 싶다면, 탐사대는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춰야 할 겁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