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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영웅은 상당히 강렬한 요소입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각지에서 수많은 영웅 신화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영웅의 업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대에 따라, 어떤 영웅은 거대 괴수를 죽이고, 어떤 영웅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어떤 영웅은 어마어마한 경제 발전을 약속합니다. 아마 현대의 영웅 신화는 경제 발전을 업적으로 삼을 겁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사회 구조를 뒷받침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확장(성장)하고 싶어합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계속 생산해야 하고, 생산을 멈추는 것은 자본주의에게 죽음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유 시장 속에서 기업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많이 팔기 원하고, 그렇다면 더 많이 생산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죠. 경제가 발전하..
외계 행성 개척은 SF 소설의 흔한 소재 중 하나입니다. 19세기부터 SF 소설은 머나먼 우주를 바라봤고, 어떻게 인류가 그 우주에서 새로운 삶을 꾸릴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아니, 19세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문명을 꿈구곤 했죠. 19세기 이후 과학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그런 고민들은 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뀌었고, SF 소설들은 외계 행성과 인류 개척자들을 묘사했습니다. 이런 창작물들을 살펴보면, 개척자들이 낯선 세상에서 안락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꾸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창작물들은 외계 개척자들을 통해 문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여물어가고 쇠락하는지 보여줍니다. 처럼 SF 소설은 구태여 외계 행성으로 진출하지 않아도 이런 문명의 개화..
윌리엄 모리스의 는 생태 사회주의의 고전으로 불립니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이지만, 번역자 박홍규 교수는 '자연 환경을 강조하는 유토피아 로망스'라는 관점을 고려했고 그래서 라고 번역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사회주의 유토피아 소설들, 이나 와 달리 는 정말 자연 환경을 강조합니다. 은 공산주의 생산력과 자연 환경의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는 산업 군대를 강조하기 때문에 자연 환경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반면, 는 매연과 산업 폐기물을 부정하고 싱그럽고 울창한 숲을 찬양합니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우드 엘프의 원조는 존 로널드 톨킨이 아니라 윌리엄 모리스일 겁니다. 소설 속의 사회주의자들은 마음 속 깊이 맑은 강물과 목가적인 초원과 울창한 숲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아쉽게도 모리스의 사상은..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이들은 사회 계약론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입니다. 여기에서 관건은 국가입니다. 과연 왜 사람들은 국가를 만들었을까요. 사람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람들은 국가를 계속 인정할 수 있을까요. 토마스 홉스나 존 로크는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질서를 확립할 때 모두가 정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자크 루소 역시 에서 인민들의 일반 의지를 이야기하고, 언뜻 근대 국가 체제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루소의 시각은 홉스나 로크와 많이 다릅니다. 아니,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종종 잊어버리지만, 을 쓰기 전에 루소는 을 썼습니다. 그리고 루소는 이 책에서 아주 기발하고..
예전에 브라이언 싱어가 각본을 집필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싱어가 영화 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요즘에 관련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계속 추진 중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작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영화화가 계속 추진 중인 것 같습니다. 는 상당히 유명한 소설이고, 그래서 각색물이나 리메이크 역시 상당히 많습니다. 아마 디즈니 실사 영화가 제일 널리 알려졌겠으나, 그 외에 다른 리메이크들도 많죠. 하지만 (디즈니 실사 영화는 물론이고) 이런 리메이크들이 정말 소설의 정수를 담았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의 리메이크물을 많이 보지 못했으나, 줄거리나 관련 소감을 읽어보면, 이런 리메이크들이 소설의 정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듯합니다. 저는 이 소설의 가장 큰..
[흔히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에서 크라켄은 촉수 바다 괴수에 가깝습니다.] 어떤 뉴 위어드 소설에서 바다 괴수를 레비아탄 운운하는 걸 봤습니다. 장르 창작물들은 뭔가 거대한 대상을 가리킬 때 레비아탄에 자주 비유하고, 그래서 장르 창작물에는 이런저런 레비아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공중 전함도 레비아탄이 될 수 있고, 아주 거대한 초중전차도 레비아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뉴 위어드 소설에서 바다 괴수를 레비아탄이라고 부른 것처럼 원래 레비아탄은 바다 괴수를 뜻하죠. 덕분에 장르 창작물에서 레비아탄은 크라켄과 함께 바다 괴수의 양대 산맥입니다. 레비아탄과 크라켄 중 뭐가 더 유명한지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장르 창작물들을 모두 조사한다면, 레비아탄과 크라켄 중 뭐가 더 많이 등장하는지 알 수 있겠죠...
은 자본주의 체계의 모순과 착취를 고발하는 책입니다. 그리스 경제학자가 저자이고, 원래 제목은 '딸에게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어린 딸에게 자본주의 체계를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체계의 등장과 각종 폐해를 (비교적) 알기 쉽게 서술합니다. '작은 자본론'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군요. 저자는 어린이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례와 비유를 자주 이용합니다. 그 중에 SF 창작물도 있습니다. 저자는 , , 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저는 이걸 봤을 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저자는 하필 (SF '소설'이 아니라) SF '영화'를 사례로 삼았을까요. 분명히 나 보다 훨씬 자본주의 체계를 더 잘 비판할 수 있는 소설들이 많고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
거리. 종종 천문학자나 우주 생물학자는 '거리'를 상당히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우주는 매우 넓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구나 우주가 넓다는 사실을 압니다. 누구나 우주가 넓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책을 조금이라도 읽은 사람은 모두 이 사실을 인정할 겁니다. 하지만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 그걸 자세히 실감하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대중에게 우주의 광대함을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비유를 듭니다. 어떤 학자는 지구가 모래알이고, 우주는 백사장이라고 합니다. 어떤 학자는 태양이 커다란 배와 같다면 지구는 볼펜 끄트머리의 구슬보다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떤 학자는 (태양계와 제일 가깝다고 하는)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기까지 무지막지한 세월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세티 프로그램을 맡은 이명현 박..
소설 는 어떻게 전세계가 좀비들과 전쟁을 벌였는지 이야기합니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비단 한 지역이나 한 나라가 아니라 수많은 나라들을 골고루 둘러봅니다. 각 나라들은 저마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유지합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나라는 없습니다. 따라서 좀비 떼가 몰려와도 각 나라들은 서로 다르게 대처합니다. 어떤 나라는 손쉽게 좀비들을 물리치고, 어떤 나라는 금방 혼란에 빠지고, 어떤 나라는 고립되고, 어떤 나라는 지도력을 발휘합니다. 좀비 떼가 몰려오는 와중에 어떤 나라는 다른 나라와 싸우고, 어떤 나라는 내전을 진압하느라 고생합니다. 이 소설에서 좀비 전쟁은 각 나라의 독특한 풍습과 분위기와 사회를 반영합니다. 이 소설이 여타 좀비 아포칼립스와 다른 점은 바로 이런 풍습과 분위기와 사회의 차이..
"두 단어로 말하겠다. 쥐라기 상어." 소설 의 뒷표지에 박힌 홍보 문구입니다. 물론 의 주연은 메갈로돈이고, 메갈로돈은 쥐라기에 서식하지 않았습니다. 이 거대한 상어는 백악기 이후에 등장했죠. 아예 소설 첫머리는 백악기 후기이고, 메갈로돈이 바다에 빠진 티라노사우루스를 덮칩니다. '쥐라기 상어'라는 두 단어는 메갈로돈이 쥐라기에 서식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홍보 문구는 명백하게 을 가리킬 겁니다. 소설 는 영화 이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 출간되었습니다. 은 공룡을 내세운 영화이고, 사람들은 모두 고대의 거대한 야생 동물들에게 열광했어요. 그 이전에 공룡을 내세우는 영화가 없지 않았습니다. 레이 해리하우젠이 시각 효과를 맡은 작품들이 제일 유명할 테고, 도 있었고, 그 이전에 같은 영화가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