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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기후 변화는 인류의 삶을 아주 부정적으로 바꿀지 모릅니다. 이건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겠죠.] 여러 학자들은 기술적 특이점과 가상 공간을 활발하게 논의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술적 특이점은 언젠가 다가오고, 인공 지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할 겁니다. 일단 특이점을 넘는다면, 인공 지능은 급속도로 발달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만약 우리가 인공 지능을 통제한다면, 우리는 기계에 많은 영역을 맡길 수 있을 겁니다. 인간 대신 기계가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기계를 통제하든 그렇지 않든 기계는 우리 삶을 크게 바꿀 겁니다. 생산량은 더욱 높아지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생존을 걱..
존 발리의 은 독특한 유토피아 소설입니다. 유토피아 구성원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소설 속에서 전세계는 경제적인 디스토피아에 빠집니다. 실업률이 치솟고, 불황이 사람들을 덮치고, 모두 빈곤과 비탄과 절망에 빠집니다. 공동체 운동은 이럴 때 힘을 얻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 다양한 공동체들이 번성합니다. 각 공동체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하고, 자신만의 이상을 추구합니다. 누군가는 신에게 매달리고, 누군가는 난교를 벌이고, 누군가는 산업 문명을 거부합니다. 소설 주인공은 그런 공동체들을 떠도는 나그네입니다. 실업과 불황은 주인공을 사회에서 쫓아냈고 주인공은 마음을 붙일 곳을 찾기 위해 정처 없이 떠돕니다. 주인공은 어떤 공동체들이 번성하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지만, 독자는 그야말로 ..
여기 블로그 상단에는 'SF/생태/사회주의'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이언스 픽션을 잘 모릅니다. 게다가 사이언스 픽션을 많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SF'라는 명칭을 빼고 싶었지만, 여기에서 SF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하기 때문에 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종종 이렇게 자문하곤 합니다.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SF 팬들 중에는 여러 유형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런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유형은 SF 소설들을 모두 섭렵합니다. 첫째 유형은 그야말로 골수 SF 독자이고, 고전 소설과 최신 소설과 하드한 소설과 뉴 위어드 소설과 해외 소설과 국내 소설을 모두 챙겨봅니다. 둘째 유형은 SF 소설들을 읽고 그 경이감에 감동을 받지만, SF 소설만큼 ..
기본 소득을 논의하는 책들은 기본 소득이 누군의 발상인지 논의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파와 좌파는 모두 기본 소득을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우파와 좌파 모두 기본 소득에 찬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비난합니다. 우파는 기본 소득이 빨갱이들의 공상이라고 힐난합니다. 만약 정부가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면, 사람들이 전부 못 먹고 못 살게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좌파 역시 기본 소득을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본 소득은 사람들을 더 많은 소비로 몰아갈 테고, 더 많은 소비는 사람들을 거대 자본과 자유 시장에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좌파는 이런 기본 소득이 사람들의 저항을 둔감하게 만들 거라고 걱정합니다. 또한 우파와 좌파가 기본 소득을 주장할 때, 양쪽의 취지는 ..
[이런 이야기는 모험보다 탐험에 가깝겠죠. 문자 그대로 비경 탐험은 탐험입니다.] 모험은 검마 판타지 소설의 꽃일 겁니다. 검마 판타지 소설이 진지하거나 유쾌하거나 동화거나 성인 소설이거나 어쨌거나 모험은 검마 판타지 소설의 꽃인 것 같습니다. 소설 에서 하플링, 인간, 엘프, 드워프는 무리를 이루고 암흑 군주의 무시무시한 마법 장비를 파괴하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소설 에서 날렵한 다크 엘프, 묵직한 드워프, 교활한 하플링, 북방의 야만 전사는 무리를 이루고 깊고 깊은 미스랄 왕국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소설 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의 스승과 용 한 마리는 저항군의 알려지지 않은 은신처를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이처럼 수많은 검마 판타지 소설들은 모험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들은 무리를 이루고, 정든 고향을..
문학동네 출판사의 소설 를 보면, 말미에 번역자 후기가 달렸습니다. 번역자는 이 소설이 본격적인 SF 소설의 시발점이지만 단지 SF 소설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을 그저 SF 소설의 시발점으로만 평가한다면, 그건 너무 시시하고 단조로운 평가라고 이야기했어요. 아마 번역자는 메리 셸리의 기구한 삶을 조명하기 위해 을 그저 SF 소설로만 평가하는 해석에서 벗어나자고 말했을 겁니다. 아마 이 세상에는 불행한 SF 작가들이 많을 겁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처럼 단행본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작가도 있을 테고, 옥타비아 버틀러처럼 흑인과 여자라는 사회적 약자가 된 작가도 있을 테고, 필립 딕처럼 그야말로 산만하고 혼란스럽고 편집적인 삶을 살아간 작가도 있겠죠. 존 브루너는 라는 소설로 유명해졌으나, 이런저..
은 11번째 불새 걸작선이고, 존 발리의 소설 모음집입니다. , , , 의 4개 소설이 실렸습니다. 불새 출판사가 내놓은 존 발리의 또 다른 소설들, 이나 , 처럼 이 모음집에도 생체 개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 , 은 모두 생체 개조 이야기입니다. 의 주인공은 생체 개조를 잘못 했기 때문에 곤경에 처하죠. 인류는 외계 행성들에 개척지를 세웠고, 소설의 배경은 금성입니다. 모종의 사정 때문에 주인공은 금성에 들립니다. 문제는 주인공이 금성에 들리기 전에 인공 안구를 구입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건 사기이자 바가지였고, 주인공은 낯선 개척지에서 앞이 안 보이는 곤경에 처합니다. 게다가 이 개척지는 워낙 초라하고 작기 때문에 변변한 병원이 없습니다. 심지어 의사마저 없습니다. 유일무이한 의술 전문가는 어..
[환경 보호는 그저 싱그러운 녹색 숲이 아닙니다. 환경 보호는 급진적이고 평등한 사회 구조입니다.] 생태학자들이나 환경 사회학자들이 떠들썩한가 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온실 가스를 팍팍 뿜어내는 산업 강대국이지만, 기후 협약을 지키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여러 나라들은 미국의 행보를 규탄하고, 녹색당처럼 환경 보존을 중시하는 정당들 역시 미국의 행보를 비판합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저는 의문이 듭니다. 기후 깡패(?)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미국의 행보는 어마어마한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 나라들이나 정당들이 비판한다고 해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별로 개의치 않을 겁니다. 당선 이전부터 트럼프는 기후 변화 이론이 음모..
[생체 공중 항공모함 아퀼론. 일반적으로 거대하고 부푼 살덩이는 별로 로망스럽지 않겠죠.] 예전에 저는 사람들이 거대 생체 병기를 혐오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거대 생체 병기는 혐오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례로 소설 의 부유 고래 비행선을 언급하곤 했습니다. 레비아탄 비행선은 겉보기에 딱히 징그럽지 않습니다. 혐오스러울 구석이 없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레비아탄 표면의 파이프나 엔진 등을 징그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레비아탄 비행선은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생겼죠. 레비아탄 비행선은 잘 생긴 축에 속합니다. 반면, 레비아탄과 함께 거대 생체 병기로 등장하는 베헤모스는 그리 잘 생겼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소설 속의 어떤 등장인물은 베헤모스가 심해의 기괴..
소설 은 화성인들의 사회를 둘러보는 지구인의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이 지구인은 화성인들의 사회주의 체계에 감탄하고, 지구인들의 사회주의 혁명에 안타까움을 느끼죠. 선구적인 화성인들의 사회주의와 달리 지구인들의 사회주의는 아직 어린애처럼 어설프게 보이거든요. 그런데 지구인 주인공이 화성인들의 사회를 둘러볼 때, 사람들은 계급 문제를 별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구인 주인공이 지구인들의 혁명을 지켜볼 때, 계급 투쟁은 아주 중요한 문제로 부상합니다. 농민 계급이나 노동자 계급이 좀 더 진보적으로 각성했을 때, 비로소 혁명의 불길이 번질 수 있었죠. 이와 달리 지구인 주인공과 화성인들은 사적 소유나 계획 경제, 자원 현황만 논할 뿐이고, 계급 문제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화성인들에게서 계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