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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이렇게 장엄하고 우아한 거대 괴수 이야기가 계급 투쟁을 간과한다면, 그건 너무 안타까울 겁니다.] 얼마 전에 영화 예고편이 나왔군요. 예고편은 지구가 멸망하는 분위기를 한껏 강조하고, 어떻게 인간들이 지구 멸망에 대처하고, 어떻게 괴수들이 깨어나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지구가 멸망하는 분위기와 네 괴수들이 선사하는 압도감은 가히 전율입니다. 이 다소 현실적이고 희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반면, 은 초자연적이고 암울하고 장대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에서 킹콩과 스컬 크롤러들은 그저 거대 괴수였으나, 에서 괴수들은 걸어다니는 자연 재해입니다. 이번 영화는 의 분위기를 이어오지 않고, 곧바로 에서 더욱 암울하고 거대하게 파고드는 것 같아요. 게다가 주연 네 괴수들은 각자 다른 자연 재해들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생태 유토피아로서 는 생물 다양성과 진화 역사를 장대하게 묘사합니다.] 예전에 저는 그래픽 노블 가 환경 아포칼립스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니코 앙리숑이 그린 이 만화는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천연 자원이 고갈되고, 사막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야생 동물들을 사냥하고, 함부로 뿔을 자르거나 살을 찢습니다. 그저 쾌락을 위해 누군가는 동물을 죽입니다. 노아 이야기는 고대 설화임에도, 니코 앙리숑은 상상력을 발휘했고 거대 도시를 보여줍니다. 고대의 스팀펑크 판타지 같은 거대 도시는 산업 자본주의에 찌든 런던 같은 곳입니다. 고대 도시는 웅장하나, 경이롭지 않습니다. 대신 거대 도시는 온갖 추악한 꼬락서니들을 보여줍니다. 반면, 노아는 야생 동물에게 공감하는 사람이고, ..
소설 은 스팀펑크 판타지입니다. 스팀펑크는 19세기 유럽에 첨단 미래 기술이나 대체 역사를 투영하는 장르를 뜻합니다. 만약 빅토리아 시대 런던에서 인공 지능 로봇들이 돌아다니거나, 커다란 수송 비행선이 둥둥 떠다니거나, 개조 동물들이 뛰어다니거나,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운다면, 그걸 묘사하는 소설은 스팀펑크 소설이 될 수 있겠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 책은 의 개정판입니다.)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19세기 런던과 비슷한 뉴크로부존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묘시합니다. 뉴크로부존에는 비단 인간만 아니라 양서류 종족, 벌레 종족, 나무 종족, 조류 종족 등 다양한 유사 인간들이 살아갑니다. 지상과 바다에서 기괴한 동물들은 마차들과 화물선들을 이끌고, 인공 지능 로봇들은 증기를 쉭쉭 뿜습니다. 도시의 한쪽..
[도입부를 압도하는 초거대 농장들. 거대 인공 생태계로서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배경 설정을 알려주는 설명문으로서 영화 는 시작합니다. 이 설명문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뭘까요. 당연히 레플리컨트나 블레이드 러너나 월레스라는 단어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생태계라는 단어를 고르고 싶습니다. 에서 자연 생태계는 붕괴했고, 진짜 꽃이나 나무나 동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영화는 거대한 태양열 발전기들과 유독한 애벌레 농장들을 보여줍니다. 인조인간이나 거대 마천루나 다른 무엇을 보여주기 전에 는 어떻게 생태계가 무너졌고 어떻게 사람들이 먹고 사는지 보여줍니다. 게다가 암울한 지구 환경을 강조하는 수단으로서 꾸준히 나무나 꽃, 여러 동물들은 등장합니다. 따라서 자연 생태계..
예전에 소설 을 이야기했을 때, 저는 '막스'를 언급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소녀는 어떤 폐허가 된 도서관에 들어갑니다. 도서관 속에서 소녀는 세계를 바꾼 위인들 명단을 둘러봅니다. 갈릴레오, 뉴튼, 아인슈타인, 플레밍, 버질, 플라톤, 셰익스피어, 밀튼, 단테, 바이런, 번스, 톨스토이, 루소, 막스. 소녀는 왜 세계를 바꾼 위인들이 남자들인지 궁금해합니다. 게다가 소녀는 의식하지 못했으나, 위인들은 서구(유럽과 미국) 백인 지식인들이었죠. 목록에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나 아시아 사람들이 없습니다. 비단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구 지식인들을 떠듭니다. 서구 문명이 강대국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구 지식인들에게 배웁니다. (이 블로그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 블로그는 ..
앤드류 니키포룩이 쓴 은 자유 무역과 생태계 교란을 고발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세계화 때문에 온갖 생태계, 미생물들, 바이러스들이 서로 뒤섞이고, 이런 것들이 생태계 교란을 유발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곳저곳에서 원자재들을 수입하고, 상품들을 가공하고, 다시 그것들을 수출합니다. 선박들, 열차들, 항공기들은 원자재들과 상품들을 싣고 세계 곳곳을 누빕니다. 문제는 선박들과 열차들과 항공기들이 돌아다닐 때, 온갖 생물들과 바이러스들이 함께 무임승차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덕분에 북아메리카 해안과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이 뒤섞이고, 중앙 아프리카 식물이 동남 아시아에 가고, 남아메리카 미생물이 아라비아 해안을 떠돌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해외 동물들을 사들이고, 그것들을 다시 낯선 자연..
"만약 미래의 어느 순간에 커다란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재앙이 닥쳐서 일대 각성이 일어난다면, (나는 이것이 결코 더 이상 SF 소설 작가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 안에도 참여 경제가 전제하는 소비 행위로의 대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장석준이 쓴 서평집 에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는 어떻게 인류 문명이 자본주의 체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대안 사회들을 검토하고, 그런 대안 사회들을 고민하는 책들을 소개하고 설명합니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더 이상 SF 작가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마 저자는 경제 공황, 핵 무장, 핵 발전소들, 생태계 교란, 기후 변화 등이 엄청난 재앙들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
[이런 것은 SF 생태학에 들어갈 수 있겠죠. 하지만 SF 생태학은 훨씬 멀리 전망할 수 있어요.] 가끔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누군가가 이 블로그의 주소(sf ecology)를 본다면, 무슨 생각을 떠올릴까?" 주소가 가리키는 것처럼 이 블로그에는 SF 생태학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커다란 공룡들, 외계 행성의 생명체들, 지구화(테라포밍), 거대 괴수와 행성 생태계, 개조 동물들, 생태계 탐사, 기타 등등.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들 때문에 SF 생태학이라는 주소가 붙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틀린 생각이 아닐 겁니다. 공룡이나 거대 괴수나 외계 생명체나 개조 동물은 분명히 SF 생태학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겠죠. 하지만 생태학(ecology)이 오직 그런 이야기들만을 가리킬까요? 녹색 정치..
Strange Horizons이라는 사변 소설 잡지에서 엘리너 아나슨은 Hwarhath 시리즈와 기후 변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엘리너 아나슨은 친척들에게 자신이 기후 변화와 맞서는 미래 인류를 그린 SF 소설을 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미래 인류는 바다에 철분들을 뿌리고, 거대 궤도 우산을 띄우고, 자연 생태계를 대규모로 보존합니다. 하지만 친척들은 그런 소설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고, 인류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어요. 그때 엘리너 아나슨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고 절망한다고 느꼈습니다. 기후 변화가 아주 심각한 대재난이 될 수 있음에도, 친척들은 그걸 적극적으로 막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저 절망하고 대안이 없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마치..
[게임 의 한 장면. 우리가 정말 화성 개척 도시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오래 전부터 화성은 SF 작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끄는 소재였습니다.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화성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고, SF 작가들 역시 화성에 열정적으로 주목했습니다. 만약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다면, 첫째 목적지는 달과 화성이 될지 모릅니다. 금성 역시 중요한 목적지가 될 수 있겠으나, 너무 뜨겁기 때문에 SF 작가들은 금방 시선을 돌렸어요. 이는 금성을 이야기하는 SF 소설들이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때 SF 작가들은 금성에 생명체가 산다고 여겼고, 심지어 SF 소설에 친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작가들조차 금성 이야기를 썼습니다. 한낙원이 쓴 같은 소설은 그런 사례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이 발달할수록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