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제프 밴더미어 (24)
SF 생태주의
[물에 잠긴 무너진 도시. 울창한 자연 생태계. 기이한 해양 동물들. 적막한 분위기. 쪽배를 타는 소녀.] [어떤 대학교 교정. 10월 초반. 아침. 맑은 날씨. 교정 벤치에서 어떤 남학생은 소설책을 읽는 중이다. 어떤 여학생 등장.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다가간다. 여학생은 벤치에 앉고 인사한다.] "안녕, 형. 여기에서 뭐하는 중이야? 어머, 그게 무슨 소설이이야?" "이거? 이건 제프 밴더미어가 쓴 야. 저번에 너는 이게 인상적인 소설이라고 말했지. 그래서 나 역시 이걸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 교양 과목 수업들 중에서 문학 비평 수업이 있기 때문이야. 게다가 요즘에 다들 페미니즘 소설에 관심을 기울이지. 나는 제프 밴더미어를 잘 모르나, 나는 제프 밴더미어가 페미니즘 작가들에게 친숙하다고 들었어." "..
[이런 장면이 다소 과장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고래 상어에게서 바다 괴수를 느낄 수 있겠죠.] 애니메이션 은 다양한 해양 동물들을 소개합니다. 바다는 대략적으로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따라서 바다에는 풍성한 생물 다양성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절지류부터 거대한 고래 상어까지, 해양 생물 다양성은 수많은 가지들을 뻗습니다. 특히, 엄청난 몸집 덕분에 고래 상어처럼 거대한 야생 동물은 쉽게 이목을 끌 수 있겠죠. 당연히 에는 고래 상어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해양 동물들을 촬영하는 동안 대시는 어떤 동굴에 들어갑니다. 대시는 그게 동굴이라고 착각했으나, 사실 그건 고래 상어의 입 안이었습니다. 고래 상어는 대시를 삼켰고, 대시는 탐험대와 더 이상 연락하지 못해요. 바나클 대장은 경보를 울리..
[거대 괴수가 정말 남성적인 로망일까요.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거대 괴수가 남자의 로망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남자의 로망'은 크고 파괴적인 것을 뜻하겠죠. 이건 꽤나 이상한 사고 방식입니다. 왜 남자가 크고 파괴적인 것을 좋아해야 하나요? 어떤 남자가 장수 거북이나 혹등고래나 자이언트 세콰이어를 좋아한다면, 그 남자는 남자가 아닐까요? 장수 거북이나 혹등고래나 자이언트 세콰이어는 분명히 거대합니다. 거대 괴수처럼 이것들은 거대한 생명체들이죠. 하지만 이것들은 파괴적이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장수 거북이 해파리들을 잡아먹는다고 해도, 장수 거북의 입 안에 무시무시한 가시들이 가득하다고 해도, 아무도 장수 거북이 파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장수 거북은 ..
[게임 예고편의 한 장면. 생물학자가 이런 풍경을 좋아할까요.] 비디오 게임 은 광활한 대자연을 자랑합니다. 오픈 월드 게임의 명가로서 은 드넓은 초원과 울창한 숲과 높은 산맥과 깊은 바다를 선보입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초원을 뛰어다니고, 숲 속을 돌아다니고, 험한 산을 오르고, 바닷속을 헤엄칠 수 있습니다. 깊은 동굴이 대자연에 속한다면, 은 던전이라는 대자연 역시 자랑합니다. 게임 플레이어는 여러 동굴들을 탐사하고,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요. 숱한 게임 플레이어들은 이 자랑하는 자연 풍경에 감탄하고, 적막하고 광활한 야생을 즐깁니다. 눈이 내리는 극지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산꼭대기에서, 침엽수들이 빽빽하게 서있는 숲 속에서, 외롭게 깃발을 벌럭이는 초원에서 게임 플레이어들은 이질적인 적막에..
[자, 거대 괴수는 여자의 로망이 될 수 있습니다. 왜 거대 괴수가 무조건 파괴적이어야 하죠?] 거대 괴수는 로망입니다. 거대 괴수가 좋습니까? 네, 좋습니다. 비록 현실에 거대 괴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SF 소설들이 필요하죠. 하지만 현실 속에 거대한 생명체들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몇 백 kg이 나가는 아무르 호랑이나 불곰은 충분히 괴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르 호랑이나 불곰이 별로 크지 않다고요? 몇 톤이 나가는 인도 코끼리나 아프리카 코끼리는 어떨까요. 게다가 육지 동물들만 언급할 이유는 없겠죠. 강이나 바다로 시선을 돌릴 때, 우리는 더욱 거대한 생명체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대 괴수로서 아나콘다나 바다 악어는 손색이 없을 겁니다. 백상아리나 범고래 역시 마찬가지겠죠. 향유 고래나..
[이런 장면은 비경 탐험 소설들과 비슷하나, 는 소설이 아니라 영상 중심적인 매체죠.] 제프 밴더미어가 쓴 은 SF 소설일까요. 흠, 어쩌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놓을지 모릅니다. 사실 이 소설에 치밀한 상상 과학은 없습니다. 그런 것을 찾고 싶어도 절대 찾지 못할 겁니다. 아예 작가가 그걸 집어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은 뻔한 사이언스 판타지 소설들과 다릅니다. 이 소설은 외계인 같은 요소들을 함부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서 탐사대는 X 구역에 들어가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뿐입니다. 그들은 뭔가를 논의하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논의하든, 결론은 허공으로 소멸할 뿐입니다. 탐사대는 수많은 현상들을 목격하나, 논리적인 설명을 전혀 붙이지 못합니다. 탐사대는..
[어쩌면 생물학자는 이런 드넓고 기이한 자연 생태계와 기이한 바다 괴수를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흔히 제프 밴더미어는 뉴 위어드 작가로 불립니다. 따라서 밴더미어가 쓴 은 뉴 위어드 소설이겠죠. 뉴 위어드는 일련의 우주적 공포 소설들을 계승하고,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는 우주적 공포 소설들을 쓴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하지만 은 러브크래프트 같은 작가들이 쓴 환상 소설들과 다소 다릅니다. 뉴 위어드 작가들은 기존 작가들에게서 머물지 않고 좀 더 넓은 범주를 향해 나갑니다. 어떤 작가는 도시에 집중하고, 어떤 작가는 역사에 집중하고, 어떤 작가는 경제 구조에 집중하죠. 에서 제프 밴더미어는 생태와 환경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생물학자를 소설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자연 환경이 끊임없이 인류 문명을 집어삼킨다고 묘..
[게임 의 한 장면. 문자 그대로 이건 생물학보다 생태학에 어울리겠죠.] 소설 에서 제일 중요한 인물이자 주인공은 생물학자입니다. 사실 생물학자는 이 소설 시리즈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일 겁니다. 과 에서 생물학자는 주인공이 아니나, 주인공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죠. 소설 3부작이 전반적으로 생물학자를 이야기한다고 봐도 될 겁니다. 작가 제프 밴더미어가 생물학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아마 생물학자가 울창한 야생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겁니다. 공룡 소설에 고생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처럼 울창한 야생을 탐험하는 소설에는 생물학자가 제격일 겁니다. 만약 소설 속에 공룡이 등장한다면, 작가는 그 공룡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등장인물을 배치해야 할 겁니다. 독자들은 그 등장인물을 통해 공룡들에 ..
"오직 현실만이 그 광경이 얼마나 놀랍고 웅장한지 알려줄 수 있다." 1832년 찰스 다윈은 브라질에 도착했습니다. 그 유명한 비글 탐험선은 다윈을 열대 밀림으로 태워줬죠. 찰스 다윈은 열대 밀림을 처음 방문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윈 같은 유럽인은 그 엄청난 생물 다양성과 복잡성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열대 우림은 지구상에서 3% 비중을 차지하나, 우리가 알거나 아직 알지 못하는 동식물들 중 50% 정도가 열대 우림에 산다고 들었습니다. 1년 내내 햇빛은 계속 내리쬐고 비는 주기적으로 쏟아집니다. 게다가 거대한 나무들은 다채로운 수직적 공간을 조성합니다. 이런 장소는 지구상에 달리 없어요. 덕분에 열대 우림에서 온갖 생물들은 신나게 성장할 수 있었고, 그 어느 장소보다 훨씬..
[기이하고 울창한 자연과 적막한 폐허와 위험한 동물들. SF 창작가들은 계속 이런 설정을 사랑하겠죠.] 소설 은 아르카디와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썼습니다. 장르를 규정하기가 좀 애매하군요. 아마 우주적 공포로 부르면 좋을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우주적 공포와 달리 이 소설에서 공포나 광기보다 비극이나 암울함이 두드러집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같은 작가는 비슷한 소재를 이용해 공포와 광기를 강조하겠으나, 처럼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종종 유머나 개그를 곁들이지만) 공포보다 무력함이나 비극성을 드러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외계인들이 지구에 방문합니다. 그들은 금방 떠나고,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는 '존'이라고 불립니다. 이 구역 안에서 굉장히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집니다. 만약 누군가가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