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미지와의 조우 (158)
SF 생태주의
[이런 부류의 과학 학습 만화들과 애니메이션들은 SF 비경 탐험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과학 학습 만화를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수많은 학습 만화들은 주인공들이 이상한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내용을 묘사합니다. 학습 만화 속에서 공룡을 탐구하거나 우주를 관찰하거나 심해를 조사하기 위해 어린이 주인공들은 시간 여행 장치나 우주선이나 잠수정을 타고 중생대와 지구 밖과 해저로 모험을 떠나죠. 공룡을 탐구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중생대로 떠난다면, 그건 분명히 상상 과학일 겁니다. 사이언스 픽션이죠.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떠난다면, 그것 역시 사이언스 픽션일 겁니다. 심해 조사 역시 마찬가지겠죠. 물론 저런 학습 만화들이 진짜 사이언..
※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작품들의 중요한 줄거리를 설명합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 존 스칼지의 소설 , 피에르 불의 소설 ,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 이런 작품들의 내용 누설을 피하고 싶으신 분께서는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소설 은 외계인들에게 쫓기는 어느 지구 우주선을 이야기합니다. 이 우주선은 지구 소속이나, 재미있게도 우주선을 지휘하는 선장은 인간이 아닙니다. 돌고래죠. 유전자 조작을 거치고 인간만큼 똑똑한 신종 돌고래입니다. 이 우주선에서 신종 돌고래는 비단 선장만이 아닙니다. 각종 승무원들과 탐사 대원들과 과학자들 역시 신종 돌고래들이고, 게다가 지질학자 신종 침팬지까지 끼어있습니다. 인간 승무원들도 있으나, 인간들은 우주선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뭐, 결국 신종 돌고래..
[게임 처럼 사이언스 픽션은 인류 문명을 벗어날 수 있어요. 소설들은 훨씬 그렇죠.] 소설 에서 주인공 쉐벡은 고향 위성을 떠나 이웃 행성으로 갑니다. 고향 위성과 이웃 행성은 사회 구조, 문화적 분위기, 자연 환경이 모두 달랐죠. 쉐벡은 낯선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고향 위성에서 쉐벡은 계급을 착취하지 않는 분위기를 경험했으나, 이웃 행성에는 그런 분위기나 구조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쉐백은 풍성한 자연 환경에서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사실 이웃 행성에 본격적으로 도착한 이후, 무엇보다 먼저 쉐벡은 울창한 숲에 놀랍니다. 자연 환경은 시각적으로 주인공을 압도합니다. 쉐벡은 계속 이어지는 나무들을 보고, 생명들이 계속 상호 작용한다는 ..
머피의 법칙은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엎친 데 덮쳤다고 표현하죠.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비가 후두둑 쏟아지고, 옷이 모두 젖고, 도로는 막히고, 아까운 하루가 그렇게 흘러간다면…. 가을 소풍을 바란 사람은 머피의 법칙이나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 사람들은 재수가 없다거나 운이 나빴다고 말할 겁니다. 맞아요. 우리는 이런 현상을 그저 우연으로 돌리곤 합니다. 사실 우연이 맞죠. 먹구름들은 가을 소풍을 바라는 사람에게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먹구름들은 그저 자연적인 현상이죠. 하지만 만약 이것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꾸민 음모라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누군가가 치밀하고 거대한 음모를 꾸몄다면? 특정한 사..
[게임 의 한 장면. 거대 우주선은 기이한 미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나 , 같은 소설은 우주 탐사물입니다. 하지만 이런 소설들은 좀 특이합니다. 이런 소설들 속에서 우주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닙니다. 그보다 하나의 거대한 세계이고, 폐쇄적이지만 드넓은 공간이고, 일종의 미궁과 같습니다. 에서 외계 괴물 익스톨은 스페이스 비글에 침투합니다. 이 괴물은 벽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사방에서 승무원들을 납치합니다. 승무원들은 이 괴물에게 쫓기거나 이 괴물을 쫓습니다. 마치 미궁에서 인간들과 괴물이 추격을 벌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에서 인데버 탐사대는 장대한 라마 우주선 내부를 여행합니다. 인데버 탐사대는 라마 우주선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봅니다. 사실 생물들(그걸 생물이라고 ..
소설 는 피터 와츠가 쓴 외계 탐사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어떤 외계 존재가 지구를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지구에 이런저런 흔적을 남겼으나, 다시 우주로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지구인들은 난리법석을 피웁니다. 지적 존재가 외계에서 찾아왔고, 심지어 지구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겼어요. 누가 이런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인류는 외계 존재가 정확히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왜 지구에 찾아왔는지, 왜 흔적들을 남겼는지, 인류는 전혀 모릅니다. 말 그대로 그들은 미지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외계 생명체들을 조사하는 탐사대를 파견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차대한 임무를 아무에게나 맡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인류가 외계 존재들을 조사하고 싶다면, 탐사대는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춰야 할 겁니..
[이런 개척-생존-비경 탐험 이야기의 선조는 소설 일지 모르겠습니다.] 야사(?)에 따르면, 쥘 베른은 여행을 꽤나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른은 언젠가 주인공이 세계를 여행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소망을 품었어요. 저는 이 야사가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쥘 베른은 정말 다양한 여행 이야기를 썼습니다. 쥘 베른은 허버트 웰즈, 휴고 건즈백과 함께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확립한 인물로 알려졌죠. 특히 쥘 베른은 사이언티픽 로망스를 이용해 여행 이야기를 자주 썼습니다. 허버트 웰즈와 휴고 건즈백 역시 여행이나 탐험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쥘 베른은 탐험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굳혔어요. 아마 쥘 베른은 그저 우연히 탐험이나 여행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 겁니다. 작가 자신이 여행이나 탐험에 애착을 보였고, 그..
[이런 과학 학습 만화는 비경 탐험이라는 장르 형식을 빌리곤 합니다.] 탐사대가 비경을 떠도는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인기를 끄는 사이언스 픽션입니다. 같은 아동 소설부터 같은 머리가 아픈 하드 SF 소설까지, SF 소설 속에서 다양한 탐사대들은 다양한 비경들을 누빕니다. 우주선을 타고 광활한 공간과 외계 행성을 누비는 동안 탐사대들은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인식의 지평선을 확대시키죠. 조금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자면, 종종 학습 만화를 볼 때마다 저는 학습 만화들이 비경 탐험과 많이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때때로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학습 만화들은 비경 탐험이나 우주 탐험이라는 형식을 빌리곤 합니다. 백과 사전과 달리 이런 학습 만화들은 내용을 단순히 병렬하지 않습니다. ..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 양쪽에서 적막하고 혹독한 극지 탐험은 유용한 소재가 됩니다.] 소설 과 는 모두 극지방 탐사 이야기입니다. (서구의 백인 남자) 탐사대가 극지방을 탐사하는 이야기죠. 은 남극을 둘러보고, 는 북극 항로를 개척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에서 탐사대는 어떤 기이한 화석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진귀한 생명체들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으나, 모든 비극은 거기에서 비롯했습니다. 탐사대는 명성을 누릴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들은 명성 대신 참혹한 광기를 누려야 했어요. 에서 탐사대는 북극 항로를 파악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이리부스와 테러가 출발했으나, 이내 두 탐사선은 얼음에 갇힙니다. 탐사대는 어떻게든 얼음들을 돌파하려고 했으나, 거대하고 압도적인 자연은 탐사대를 쉽게..
는 고딕 호러풍 소설입니다. 정식 번역 제목은 '몬스트러몰로지스트'입니다. 아이고, 발음하기 힘들군요. '괴물학자'라는 편한 번역을 놔두고 왜 이런 어려운 발음을 그대로 차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목답게 괴물학자가 나오고, 각종 괴물들을 연구하는 내용입니다. 책 뒷표지에 러브크래프트 운운하는 홍보 문구가 있으나, 책의 주제나 분위기는 러브크래프트와 거리가 멉니다. 뭔가 괴악한 존재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무조건 러브크래프트를 갖다 붙일 수 없겠죠. 소설의 분위기는 러브크래프트보다 아서 코난 도일과 에드거 앨런 포를 연상하게 합니다. 19세기 서구. 과학이 한창 발달하고, 미신과 강령술이 유행하고, 산업이 부흥하고, 빈민들이 뒷골목을 떠돌고, 뭔가 요란하고 화려하고 지성적이지만, 한편으로 을씨년스럽고 추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