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미지와의 조우 (158)
SF 생태주의
흔히 사람들은 남자가 배, 여자가 항구라고 비유합니다. 남자는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고, 여자는 제자리에 머뭅니다. 이런 비유는 사이언스 픽션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프리 랜디스가 쓴 는 우주 항해 이야기입니다. 소설 주인공은 여자이고, 우주 정거장에서 살아갑니다. 주인공의 남편은 우주선 선원이고, 우주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꾸준히 떠납니다. 그래서 소설 주인공과 주인공의 남편은 계속 함께 살지 못하고, 남편은 또 다른 살림을 차립니다. 이런 풍경은 그저 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SF 작가들은 우주 항해를 그렸고, 그때마다 남자는 우주선을 타고 멀리 떠납니다. 여자는 행성이나 우주 정거장에서 남자를 기다리죠. 여자가 우주로 떠나고 남자가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풍경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겁니다. 서..
[시청자들은 옥토넛 탐험 대원들과 함께 해양 생물 다양성으로 뛰어들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은 일종의 과학 학습 애니메이션입니다. 제목처럼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은 옥토넛이라는 바다 탐험대입니다. 평소에 옥토넛 대원들은 해저 연구 기지에 머무는 동시에 다양한 현장 연구들을 병행합니다. 어떤 대원은 말미잘을 촬영하고, 어떤 대원은 상어를 살피고, 어떤 대원은 다친 장어를 치료합니다. 바다 동물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 옥토넛 대원들은 힘을 합치고 바다 동물들을 구합니다. 야생 동물들을 연구하거나 촬영하거나 구조하기 위해 옥토넛은 다양한 장소들을 돌아다니고, 그래서 은 비경 탐험물이 됩니다. 옥토넛은 아마존 강물, 깊고 깊은 해구, 미로 같은 해저 동굴, 화려한 산호초 해역, 복잡한 켈프 숲, 혹독한 극지, ..
[이런 애니메이션은 해저 도시를 찾아가는 비경 탐험이고 동시에 유토피아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은 해저 도시를 찾아가는 비경 탐험입니다. 주인공은 아틀란티스와 기계에 해박한 고고학자이자 기술자입니다. 이런 비경 탐험이 언제나 그런 것처럼 주인공은 아틀란티스가 진짜 존재한다고 주장하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주장을 믿지 않아요. 주인공은 천덕꾸러기 신세죠. 하지만 우연히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어마어마한 기회를 주고, 주인공은 해저로 내려갈 기회를 얻습니다. 은 비경 탐험이자 스팀펑크 판타지이고, 곳곳에서 스팀펑크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유럽 사람들이 만든 기계들만 아니라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만든 기계 역시 환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죠. 심해로 내려가는 거대한 잠수함, 여러 작은 잠수정들,..
소설 은 외계 행성에 정착하는 인류를 이야기합니다. 인류는 우주로 진출했고, 녹음이 푸르른 행성 글레이드에 정착하기 원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런 행성에는 토착 생명체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류 개척자들은 이 토착 생명체들을 보고 당황하나, 그것들을 금방 없애고 별다른 위험 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이 토착 생명체들을 건드리자마자 자연 생태계가 빠르게 반응했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은 외계 행성의 자연 생태계를 심하게 자극했고, 자극은 강한 반작용이 됩니다. 자연 생태계는 인간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인간들은 다시 자연 생태계를 공격합니다. 자연 생태계는 거기에 반응하고, 인간들은 또 다른 상황으로 돌입하죠. 이 단편..
[이런 외계 심해 풍경은 과장된 지구 생태계입니다. 우리는 그 '과장'을 즐기는지 모르죠.] 비디오 게임 는 여러 자연 풍경들을 보여줍니다. 게임 플레이어가 다양한 행성들을 방문할 때마다 게임은 극지, 사막, 밀림, 초원, 한대, 심해에 걸맞는 그림들을 선사해요. 그런 자연 풍경들은 장엄하고 신비롭습니다. 가스 행성이나 황무지 행성 같은 그림들 역시 웅장하나, 역시 외계 행성에는 외계 생명체들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외계 생명체들은 지구 생명체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극지에는 커다란 눈표범을 닮은 동물이 삽니다. 한대에는 날카로운 말처럼 생긴 동물이 삽니다. 숲에는 희한한 머리가 달린, 하지만 지구의 새와 별로 다르지 않은 새가 삽니다. 밀림의 식생 역시 지구와 많이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 소설 의 치명적인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스티븐 백스터가 쓴 은 허버트 웰즈가 쓴 의 속편입니다. 서로 다른 작가가 썼기 때문에 은 을 이어가는 동시에 다른 갈래들로 뻗어나갑니다. 에서 시간 여행자는 미래에 도착하고 엘로이들을 만났을 뿐이었습니다. 나중에 훨씬 먼 미래로 날아가나, 시간 여행자는 주로 엘로이들과 어울렸죠. 엘로이들은 쇠락한 문명을 간신히 유지하는 중이었고, 덕분에 시간 여행자는 첨단 도시 따위를 절대 구경하지 못합니다. 거시적이고 진화적인 관점에서 허버트 웰즈는 아무리 찬란하게 보이는 인류 문명 역시 쇠락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웰즈는 첨단 미래 사회를 보여주지 않았고, 쇠락한 문명을 보여줬죠. 하지만 스티븐 백스터는 보다 긍정적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스티븐 백스터는 다양..
소설 은 인공지능으로 시작하고, 인공지능으로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미래 시대에 지구인들은 외계인들에게 학술 사절을 파견합니다. 일련의 과학자들은 게이트라는 우주선을 타고 외계 행성으로 향하죠. 하지만 우주를 항해하는 동안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기이하고 불안한 상황이 게이트를 덮치고, 게이트는 만신창이가 됩니다. 우주선 게이트는 어떤 낯선 행성에 불시착하고, 거기에서 지구인들은 인류와 비슷한 외계인을 만납니다. 외계 행성에서 지구인들은 떠나지 않고 계속 살아가나, 외계 행성이 어떤 비밀을 숨겼다고 느껴요. 은 이런 줄거리로 흘러가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라는 소설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줄거리입니다. 이 소설은 하드 SF 우주 탐사물에 가깝고, 우주선이나 외계인이 ..
소설 는 꽤나 기이한 책입니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를 내세우기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으나, 이 소설에서 러브크래프트 같은 요소는 별로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사악한 외계인들은 그저 서두를 장식할 뿐이죠. 가 정말 기괴한 이유는 콜린 윌슨이 독특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콜린 윌슨은 오컬트 책들을 많이 썼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인 각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윌슨은 왜 인간이 소외나 절망, 분노를 느끼는지 주목했고, 정신적인 각성으로 그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윌슨은 인간이 자신을 진정으로 세상에 표현하기 원했고,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기 원했고, 그게 정신적인 승천이나 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여겼죠. 인간의 의식에는 상당한 잠재력이 있고, 윌슨은 사람들이 그걸 끄집어내기 ..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답게 에는 수많은 외계 생명체들이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 외계 생명체들은 그저 유별난 인간들에 불과합니다. 파충류 인간, 절지류 인간, 아름다운 인간, 못생긴 인간, 종교적인 인간, 무뚝뚝한 인간…. 스페이스 오페라 작가들은 인간들에게 몇몇 속성과 외모를 덧붙이고 외계인으로 분류합니다. 을 쓴 존 스칼지 역시 다르지 않아요. 저는 피부색만 다른 인간이 아니라 좀 더 독특한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기 바랐습니다. 이나 처럼 우주 드래곤(!)은 어떨까요. 우주 드래곤은 황당한 설정일지 모르나, 피부색만 다른 외계인보다 우주 드래곤이 훨씬 나을 겁니다. 하지만 에는 우주 드래곤이 나오지 않고, 거대한 외계 괴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인류 개조 병사들이 거대한 괴수와 싸우는 장면은 흥미..
[게임 의 식물 외계인은 풍요로운 번성을 비유할 수 있습니다.] SF 비평서 은 사이언스 픽션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열합니다. 당연히 이 책에서 외계인은 꽤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입니다. 은 외계인에 관한 생물학, 철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적인 관점들을 폭넓게 둘러보고, SF 창작물들에서 외계인들이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설명해요. 재미있는 점은 이 그저 통상적인 SF 소설이나 영화만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은 본격적인 SF 작가들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여러 철학자들이나 성직자들이 외계인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스의 원자론자들은 지구 밖에 사는 생명체들을 토론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달에 외계인들이 살지 모른다고 추측했어요. 조르다노 브루노는 지구 밖에 지적인 생명체들이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