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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는 청소년 교양 잡지입니다. 이런저런 사회 문제들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잡지죠. 이번 4월호의 기사 중 하나는 영화 더군요. 드니 빌뇌브 감독이 테드 창의 소설을 영화화했죠. 해당 기사는 영화를 설명하면서 사이언스 픽션을 함께 이야기하는데…. 사이언스 픽션의 인기 요인을 '보편성'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니까 사이언스 픽션이 아무리 외계인과 우주와 낯선 시대를 묘사한다고 해도 그 안에 인간들의 보편적인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볼 여지가 있겠으나, 저는 왜 사이언스 픽션에서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강조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웹진 알트 SF가 지적했듯 사이언스 픽션은 유일하게 인간 이외의 존재를 이야기합니다. 사이언스 픽션에는 수많은 외계인, 인공지능, 돌연변이 등이 등장합..
[게임 의 한 장면. 이런 외계 생태계는 지구 생태계의 뻥튀기입니다.] 데비앙아트 같은 사이트에서 외계 생명체를 검색하면, 아주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발휘하는지 재미있습니다. 물론 그런 외계 생명체 그림들은 지구 생명체의 과장이나 짬뽕입니다.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아무리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상상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겠죠. 아무도 외계 생명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지구 생명체만을 볼 수 있을 뿐이고, 그걸 바탕으로 외계 생명체를 연상합니다. 우주 생물학자들은 좀 더 과학적으로 상상할 수 있겠으나, 그림 동아리의 회원들은 우주 생물학자가 아니죠. 따라서 화가들은 최대한 상상력을 짜내지만, 기괴한 절지류를 그리거나 파충류와 절지류를 뒤섞거나 두족류를 뻥..
※ 이 글은 의 두 번째 소감문입니다. ※ 첫 번째 소감문: http://sfecology.tistory.com/68 ※ 세 번째 소감문: http://sfecology.tistory.com/80 소설 은 여러 모로 아서 클라크다운 작품입니다. 은 연작 단편인데, 영국과 소련과 미국 우주 승무원들이 지구를 출발하고 달에 착륙하고 여러 실험을 거치고 마침내 귀환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유머와 재치, 반전이 돋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진중하고 경외적인 분위기를 내뿜습니다. 인류가 외계 위성으로 진출했다는 벅찬 기쁨, 우주를 바라보는 경건한 마음, 낯선 세계의 놀라움과 신비스러움이 잘 드러납니다. 지구와 달이 물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심리적으로 얼마나 먼지 강조하고, 그런 물리적·문화적·심리적 차이가 소설의 주된..
여느 장르처럼 SF 장르는 소설에서 출발했습니다. 그야말로 고전적인 토마스 모어, 초기 작가들인 메리 셸리와 쥘 베른과 허버트 웰즈, 휴고 건즈백과 에드거 앨런 포와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등등 SF 계보는 소설 쪽으로 계속 이어졌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SF 분야에서 제일 유명한 상은 휴고나 네뷸러, 로커스일 겁니다. 사람들은 '휴고 수상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소설을 떠올리곤 합니다. 영화나 게임을 떠올릴 수 있겠으나, 그런 사람들보다 소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다른 소설들처럼 SF 소설에는 큰 장벽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언어의 문제입니다. 소설은 텍스트 매체이고, 따라서 글을 모르면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영화나 게임은 다릅니다. 영화는 영상과 음향이 있기 때문에 관..
[우주 진출은 장엄합니다. 인류는 평등하게, 함께 우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아서 클라크의 단편 소설 전집을 보면, 장대한 우주 항해가 자주 등장합니다. , , 등이 그렇습니다. 모두 인류의 웅장한 우주적 확장을 찬미합니다. 지구는 생명의 보금자리지만, 인류는 지구만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인류는 달에 정착하고, 화성을 개척하고, 태양계에 각종 식민지를 세우고, 기어코 다른 항성계로 향합니다. 바야흐로 인류는 여기저기에 퍼지고, 더 머나먼 우주로 계속 진출합니다. 아마 SF 독자들이 아서 클라크에게 바라는 장면은 이런 것들이겠죠. 광대한 우주, 인류의 진출, 장엄한 항해, 무한한 확장. 아서 클라크는 겨우 지구에 시선을 두지 않습니다. 이 작가의 시선은 훨씬 먼 곳을 바라봅니다. 만약 이나 ..
혁신적인 발상과 아이디어의 상징은 전구입니다. 누군가가 창조적인 생각을 떠올렸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머리에서 전구가 반짝였다고 비유합니다. 전구가 머리 위에서 반짝인다면, 그건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비유적인 그림입니다. 만화 등에서 흔히 나오는 비유죠. 그만큼 우리는 혁신적인 발상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에우레카!"를 외치며 뛰어나온 것처럼요. 마치 어느 한 개인이 뮤즈 같은 존재에게 느닷없이 영감을 받은 것처럼요. 하지만 사실은 그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스티븐 존슨은 "Where good ideas come from?"이라는 TED 강연에서 진짜 혁신적인 발상은 그런 전구처럼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보다 혁신적인 발상은 수많은 공개된 ..
※ 이 글은 의 첫 번째 소감문입니다. ※ 두 번째 소감문: http://sfecology.tistory.com/72 ※ 세 번째 소감문: http://sfecology.tistory.com/80 , , …. 이런 소설들만 보면, 아서 클라크가 굉장히 진지한 작가처럼 보입니다. 농담이나 개그나 잡담을 전혀 모르는 사람 같아요. 항상 경외적이고 심각하고 장대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니까요. 하지만 진지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해서 웃기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도 를 썼고, 한편으로 를 썼습니다. 두 소설의 분위기나 주제는 사뭇 다르죠. 아서 클라크도 얼마든지 웃기거나 배꼽 잡는 이야기를 쓸 수 있어요. 썰렁한 영국 유머가 아니라 진짜 웃기는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SF 감성을 전혀 놓치지 않..
SF 작가들은 종종 인류 멸망을 이야기합니다. 네, 말 그대로 인류 전체가 사라집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외계인이 침입하거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거나, 치명적인 전염병이 번지거나, 환경이 급속도로 오염되거나, 기타 등등. 당연히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정적이거나 비관적이어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모든 작가들이 인류 멸망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냥 덤덤하게 바라보는 작가도 있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이런 작가들은 인류가 사라지는 대신 좀 더 나은 존재로 진화할 거라고 설정합니다. 그런 존재들은 사실 인류가 아니겠으나, 인류의 다음 세대이고 좀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죠. 어쨌든 인류 자체는 없어지기 때문에 인류 멸망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어떤 작가들은 수많..
소설 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현대 자본주의 체계와 전혀 다르게 살아가요. 당연히 이 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자본주의 체계의 사람들과 전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이 사람들은 허드렛일이 뭔지 잘 모릅니다. 사회주의 구조 속에서 계급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희미해졌기 때문에 허드렛일이라는 개념도 사라졌습니다. 자본주의 체계에서는 화장실 청소나 주방 설거지 같은 일들이 모두 허드렛일이라는 취급을 받으나, 소설 속의 사회주의 유토피아는 그런 것들도 엄연한 노동을 대접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합니다. 사회 구조가 바뀌면,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기 마련이죠. 개인의 사고 방식은 그 자체로 오롯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 구조 속에서 성립된다는 뜻입니다. 사실 우리의 의식, 도덕, 윤리 등..
칼 세이건은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이상 기후에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 기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인류 모두가 거기에 특별히 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상 기후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건 아주 다행일 겁니다. 그냥 날씨가 더워질 뿐, 아무 피해가 생기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이상 기후가 해수면 상승이나 무지막지한 가뭄이나 엄청난 생물 다양성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테고, 따라서 (강대국들을 비롯한) 세계의 각국 정부는 당장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물론 이상 기후의 극심한 피해는 아직 닥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기후 난민들이 생기는 중이지만, 해수면 상승 같은 극단적인 재해는 벌어지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