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침략 전쟁과 이상 기후의 준비 자세 본문
칼 세이건은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이상 기후에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 기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인류 모두가 거기에 특별히 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상 기후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건 아주 다행일 겁니다. 그냥 날씨가 더워질 뿐, 아무 피해가 생기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이상 기후가 해수면 상승이나 무지막지한 가뭄이나 엄청난 생물 다양성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테고, 따라서 (강대국들을 비롯한) 세계의 각국 정부는 당장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물론 이상 기후의 극심한 피해는 아직 닥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기후 난민들이 생기는 중이지만, 해수면 상승 같은 극단적인 재해는 벌어지지 않았죠. 어떤 사람들은 미리 대비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의적이거나 낙관적인 과학자들도 있고, 비록 그 과학자들은 소수이지만 우리는 소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칼 세이건은 고개를 젓습니다. 강대국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해수면이 이미 상승한 뒤에 해결책을 내놔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세이건은 왜 사람들이 (더 정확히 말하면 보수적인 정부가) 전쟁 준비에는 그리 호들갑을 떨면서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사람들은 전쟁을 준비할 때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합니다. 적어도 칼 세이건이 생각하는 국방의 현실은 그랬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지금도 흔히 보입니다. 사람들은 적군이 가장 극단적이고 광범위하게 공격할 거라고 예상하죠. 적군의 속내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항상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합니다. 미국 정부는 무조건 전쟁을 선포했고 밀어붙였습니다. 칼 세이건은 왜 침략 전쟁 같은 대량 살상 행위에는 호들갑을 떨면서 이상 기후에 대비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지 않느냐고 질타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상 기후의 피해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면, 괜히 행운을 기대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시대는 세이건의 바람과 반대로 흘러갔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거대 자본일 겁니다. 기업들의 으름장과 달리 이상 기후 대책을 마련해도 경제 자체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대신 경제 체계가 바뀌겠죠. 거대 자본은 그걸 싫어하고, 덕분에 기후 협약은 그냥 협약으로 끝납니다.
칼 세이건은 정치인들의 인간성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뭐, 세이건은 사회학자가 아니니까 그랬을 수 있죠. 하지만 정치인들의 인간성에 희망을 걸어도 그건 관념적인 바람에 불과할 겁니다. 좌파 정치 평론가 존 몰리뉴는 이런 현상을 우습다고 꼬집었죠. 미국이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 정부는 평화적인 대안이나 개인적인 해결책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 나라의 상황을 시장에 맡기자거나 개인들의 자발적 행동에 호소하지 않았습니다. 존 몰리뉴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와 에너지 회사를 나열하고, 이들이 건재한 이상 기후 협약은 한낱 희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거대 자본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따라서 자동차 회사나 에너지 회사가 거대 자본으로 존재한다면, 기후 협약은 몽상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방법은 하나일 겁니다. 자본주의에 아주 강력한 고삐를 걸거나 아예 해체해야죠. 이상 기후가 얼마나 큰 파국을 부를지 장담할 수 없으나, 만약 그런 파국이 걱정된다면 저런 급진적인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