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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생태주의
을 보면, 온갖 차원의 별별 희한한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소설 속의 도시를 수많은 존재들이 복잡하게 어울리는 곳으로 설정했습니다. 그 중에 외계 거미(?)도 있는데, 이 거미는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나열합니다. 이 거미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밑도 끝도 없이 웅얼거립니다. 그래서 외계 거미의 대사는 다른 인물들의 대사와 다릅니다. 아니, 그냥 설정만 다르지 않고, 아예 문장 부호와 글자체까지 다릅니다. 다른 인물들은 이야기를 할 때 큰 따옴표("")를 사용하지만, 외계 거미는 말줄임표(……)를 사용합니다. 다른 인물들은 명조체를 사용하지만, 외계 거미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글꼴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평범한 명조체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리고 을 보면, 유전자 개..
소설 시리즈는 내용만큼 독특한 삽화로 유명합니다. 이 소설은 생체 병기와 보행 병기를 소재로 삼았고, 소설의 삽화가 키스 톰슨은 독특한 화풍으로 그런 병기들을 묘사했습니다. 육상 드레드노트의 웅장하고 복잡한 구조, 베헤모스의 기괴하고 흉측한 몸뚱이, 고풍스럽거나 딱딱한 문양과 장식 등이 그러합니다. 화보를 만들어도 좋을 듯한 그림들이죠. 아니, 사실 이라는 화보집이 있군요. 그런데 한 가지 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키스 톰슨은 소설의 주연 함선인 레비아탄을 향유 고래처럼 그렸습니다. 직사각형 머리통은 어디로 보나 분명히 향유 고래입니다. 레비아탄이 실제 향유 고래라는 뜻이 아닙니다. 향유 고래와 그만큼 닮았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레비아탄은 굉장히 빠른 함선입니다. 소설 속의 영국군은 각종 생체 함선들을..
※ 이 글은 의 세 번째 소감문입니다. ※ 첫 번째 소감문: http://sfecology.tistory.com/68 ※ 두 번째 소감문: http://sfecology.tistory.com/72 소설 은 과 비슷합니다. 연작 단편 소설이고, 독자가 아서 클라크에게 기대하는 과학적 고증과 장엄한 시각이 담겼습니다. 주인공은 우주 정거장에 근무하는 과학자이고, 우주 정거장의 여러 일상을 들려줍니다. 사실 그런 일상들은 말 그대로 일상에 불과하지만, 소설 배경은 다름아닌 우주 정거장입니다. 일상의 사소한 사고도 흥미로운 과학적 화제가 될 수 있죠. 여러 연작 중에서 '깃털 달린 친구'는 제목처럼 애완동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애완동물은 카나리아죠. 폐쇄적인 우주 정거장과 카나리아. 뭔가 딱 떠오르지 않습..
오늘은 4월 22일입니다. 구글은 종종 특별한 기념일마다 로고를 바꾸거나 작은 이벤트를 진행하죠. 오늘 4월 22일의 특별 이벤트는 '2017 지구의 날'입니다. 구글 로고는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과 생물 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실천적 행동을 제안합니다. 전등불을 끄고, 동네 뒷산에 나무를 심고, 대중 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채식 위주로 친환경 농산물을 섭취하고, 물을 절약하고, 재활용 제품을 이용하고, 기타 등등…. 하나같이 좋은 제안들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제안들이죠. 저는 사람들이 정말 저런 행동들을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모두 개인적 실천입니다. 여기에는 구조적/체계적 실천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에게..
같은 좀비 아포칼립스는 생존자들의 고립을 자주 보여줍니다. (사실 이 소설은 좀비 소설이 아니라 흡혈귀 소설이지만, 그 점이야 그냥 넘어가죠.) 세상 천지가 좀비들로 들끓고, 일련의 생존자들은 안전 가옥으로 대피합니다. 다행히 그 안전 가옥에는 여러 물품들이 있습니다. 생존자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지만, 가옥 안에서 물품들로 근근이 버팁니다. 가령, 대형 매장은 이런 안전 가옥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생존자들은 대형 매장 안으로 도피합니다. 그리고 좀비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하게 지킵니다. 매장에는 먹거리, 약품, 옷가지 등이 널렸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굶주리거나 병들지 않습니다. 총기가 있거나 없을 수 있지만, 옷장이나 책상이나 쇠붙이 등은 많습니다. 공구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부수고 ..
"미세 먼지 이야기를 그만 하죠. 너무 갑갑하잖아요." 예전에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미세 먼지 이야기를 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말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냥 잊어버리자는 뜻이죠. 저 말을 듣고, 꽤나 안타까웠습니다. 사고 방식이 너무 현실 도피적이라고 할까요. 사실 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는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 진행자는 방송국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자기 일이기 때문에 저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미세 먼지가 아무리 지독해도 저 진행자는 방송국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 진행자처럼 일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야외에서 일해야 합니다. 아무리 공장 굴뚝과 자동차들이 미세 먼지를 내뿜어도 누군가는 농사를 짓..
다카노 가즈아키의 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문과는 말빨이 좋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과는 엄중한 사실만을 말하도록 훈련을 받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다. 문과는 말빨이 좋기 때문에 출세를 잘 한다." 대충 이런 내용이에요. 소설 속의 어떤 이과 남학생이 문과 여학생 때문에 투덜거렸죠. 이게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생각인지 아니면 그냥 소설 등장인물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설 등장인물들이 전부 작가를 대변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 대사가 누구의 생각이든 꽤나 중대한 오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런 오해를 몇 번 들어봤습니다. 문과는 말빨로 모든 다 해먹기 때문에 쉽고 이과는 엄중한 증명 때문에 어렵다거나 문과는 말빨로 쉽게쉽게 살아가지만 이과는 일일이 모..
[게임 처럼, 스팀펑크는 비교적 시대 고증에서 자유롭습니다.] SF 장르는 시대상에 민감한 장르입니다. 모든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 소설들도 시대상에 민감하겠지만, SF 장르만큼 민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SF 소설은 논리적으로 가능성을 상상해야 하고, 덕분에 자주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SF 소설의 상상력은 틀릴 경우가 많고, 그래서 곧잘 퇴물이 되곤 합니다. SF 소설가들은 예언자가 아니고, 그 당시의 과학적 식견을 이용해 미래를 가늠할 뿐입니다. 아마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고 불리는 작가들도 오늘날처럼 스마트폰이 엄청나게 퍼졌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은 분명히 첨단 통신 장비가 등장할 거라고 예견했으나, 그 구체적인 모습까지 그릴 수 없었죠. SF 소설이 그리..
소설 에서 아쉬운 점 하나는 환경 오염을 대충 넘어간다는 겁니다. 는 사회주의 체계, 더 정확히 말해서 산업 군대가 환경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자세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주인공은 깔끔하고 깨끗한 도시만 둘러보고, 사회주의자들의 말만 믿습니다. 소설은 어떻게 사회주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설명할 뿐이고, 자연 생태계에 하등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요. 사실 19세기 사회주의의 목표는 노동 해방이었죠. 이 당시에도 분명히 생태계 보호 운동이 있었지만, 그게 사회주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떻게든 힘겨운 노동에서 벗어나거나 자본주의 착취를 끝장내고 싶어했으나,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어요. 윌리엄 모리스 같은 사람도 있..
, , …. 이런 게임들은 일종의 종합 선물 세트 같습니다. 선물 세트가 온갖 상품들을 집대성한 것처럼 저런 게임들은 온갖 SF 요소를 집대성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어지간한 요소들을 전부 끌어모았기 때문이죠. 드넓은 은하 제국, 다양한 외계 종족들, 행성과 항성계의 복잡한 교역과 경제, 여러 종족의 정치와 철학과 종교, 거대한 함선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함대전, 무시무시한 우주 괴수 등등.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이런 게임들을 할 때, 자신만의 컨셉을 정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처럼 후배 종족을 키워보고 싶을 겁니다. 누군가는 처럼 신정 제국을 꾸려보고 싶을 겁니다. 누군가는 처럼 기계와 인공지능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을 겁니다. 유명한 소설의 설정을 게임 플레이에 대입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