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생태주의
지구의 날, 개인적 실천과 체계적 변화 본문
오늘은 4월 22일입니다. 구글은 종종 특별한 기념일마다 로고를 바꾸거나 작은 이벤트를 진행하죠. 오늘 4월 22일의 특별 이벤트는 '2017 지구의 날'입니다. 구글 로고는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과 생물 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실천적 행동을 제안합니다. 전등불을 끄고, 동네 뒷산에 나무를 심고, 대중 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채식 위주로 친환경 농산물을 섭취하고, 물을 절약하고, 재활용 제품을 이용하고, 기타 등등…. 하나같이 좋은 제안들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제안들이죠. 저는 사람들이 정말 저런 행동들을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모두 개인적 실천입니다. 여기에는 구조적/체계적 실천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에게 절실한 것들은 체계적 실천입니다. 우리를 지배하는 체계의 실천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죠. 아무리 우리가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물을 아끼거나 전등불을 끄더라도 대기업들이 온실 가스를 뿜거나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도대체 개인적인 실천들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일개 노동자들이 석유나 타르 샌드를 파내나요? 아닙니다. 일개 농부가 어마어마한 폐기물을 강물에 버리나요?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 대기업들의 소행입니다. 따라서 개인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 대기업들이 더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개인적 실천들도 중요합니다. 비록 개인은 아주 미미하게 환경을 오염시키지만, 그런 개인들이 뭉치고 뭉친다면, 환경이 아주 광범위하게 오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전등불을 끄고, 물을 절약하고, 채식 위주로 식사한다면, 자연 생태계는 보다 여유롭게 숨쉴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개인적 실천들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바꿀 수 없습니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 제목처럼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그것은 바로 개인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체계적인 변화입니다. 존 몰리뉴의 말처럼 이건 그저 절전용 전구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업들, 자본주의 체계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개인들이 소비를 아끼고 근검절약해도 대기업들은 끊임없이 생산하고 연료를 태우고 에너지를 낭비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이윤 축적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이윤 축적이 자본주의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윤을 축적하고 싶다면, 상품을 계속 판매해야 하고, 상품을 판매하기 원한다면, 계속 생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체계에서 생산은 멈추지 않습니다. 생산이 멈추는 순간 자본주의는 존재 의미를 잃습니다. 제로 성장 따위의 용어는 자본주의에서 용납되지 않습니다.
경제 공황이나 거품 경제의 원인은 저런 것들입니다. 기업들은 멀쩡한 음식물을 버립니다. 이것들은 팔리지 않은 상품들입니다. 하지만 음식물이 팔리든 팔리지 않든 기업들은 계속 작물을 대량 생산합니다. 기업들은 아무에게나, 심지어 죽은 사람에게까지 대출해줍니다. 그렇게 금융 상품을 팔면 이윤이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팔리지 않는 상품들이 창고에 쌓이면 경제 공황이 터지죠. 대기업들은 노동자의 임금을 최대한 낮추는 한편 생산을 늘립니다. 하지만 노동자는 임금이 낮아졌기 때문에 그런 상품들을 전부 소비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대기업들은 생산을 늘립니다. 이건 상당히 모순적인 행위지만, 어차피 자본주의 체계는 이윤 축적에만 눈이 멀었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체계가 이윤 축적에 관심이 좀 없었다면, 죽은 사람에게까지 대출해주지 않았겠죠. 어떤 경제학자들은 이게 금융권의 잘못이고 자본주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글쎄요. 자본주의 산업은 처음부터 금융권과 떨어질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개인들이 아끼고 아껴도 자본주의 체계는 끊임없이 상품을 생산하고 생산하기 위해 자연 환경을 오염시킬 겁니다. 게다가 세계 최고 기업들은 에너지 회사거나 자동차 회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 체계가 에너지를 아끼거나 온실 가스를 감축할 수 있겠어요. 거대 식량 회사들이 농업을 좌우합니다. 어떻게 친환경 농부들이 기를 펼 수 있겠어요.
얼마 전, 글로벌 그린스, 세계 녹색당 대회가 열렸더군요. 스웨덴 녹색당 대표가 '인구 비례에 비해 온실 가스가 늘어나지 않았다. 축하할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런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저 발표가 사실이라면, 네, 축하할 일입니다. 녹색당 같은 정당들과 환경 운동가들이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에 저런 성과를 얻었겠죠. 하지만 수많은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조금씩 감축하는 것보다 당장 배출을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좋다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 8년이나 되었음에도 온실 가스는 그렇게 엄청나게 줄어들지 않았죠. 왜? 오바마는 일개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개인이 아니라 체계입니다. 오바마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자본주의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변화는 너무 느리거나 오히려 역행하겠죠. 오바마 대통령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만으로 모자란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건한 보수 성향 대통령이 등장해도 결국 그 대통령은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대기업들을 별로 규제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도 대기업의 떡고물을 바라겠죠. 결국 문제는 체계, 대기업들이 생산 수단을 독차지하고 끊임없이 생산하는 체계입니다.
절전용 전구를 끼우는 것만큼 체계에 저항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니, 사실 체계에 저항하는 게 절전용 전구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런 사회주의적 대안이 아니라면, 지구의 날은 그저 보기 좋은 허울에 불과할 겁니다.